야생연극 - 젊은 연극작가를 위한 창작노트 3막 1,109장
이상우 지음 / 나의시간 / 2016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난 선생님과 작업을 해본 적도 없고, 배워본 적도 없다. 오래전에 선생님의 공연을 두어 편 봤던 게 전부다. 그런데 다른 건 기억나지 않는데(;;;) 유독 기억 한 조각이 아직도 내 마음속에 남아있다.

20대 초중반 즈음 군대를 다녀와 복학을 하고 정신없이 학교 작업에 몰두하고 있는데 고교 동기 녀석이 자신의 공연을 보러 오라고 초대했다. 고교 동창 중 대학로에 남아있는 몇 안 되는 녀석이라 반가움에 단숨에 달려가 공연을 관람했다. 공연은 참신하고 독특했고 기발하며 즐거웠으며 나름 생각을 할 수 있게 만드는 공연이었다.

그래, 그뿐이었다.
그 당시 난 그 이상을 볼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기 때문에..
연극은 이래야 한다, 저래야 한다는 등에 견고하고 두꺼운 콘크리트로 처발라 놓은 거푸집이 내 마음속에 있어 지금 내가 본 이것은 내 주관으로는 연극은 아니었던 것이다.
그런데 단 한 가지. 그 한 가지는 10년이나 더 지난 지금도 못 잊게 한다.
그 친구 녀석이 무대 위에서 그렇게 멋지고 자유로워 보였다는 것이다.

아니, 멋진 건 그렇다 쳐도 무대 위에 그 ‘자유‘를 즐기는 모습이 너무 부러웠다.

집으로 돌아오는 그 길에 잠시 앉아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무슨 기술을 배운 걸까? 무슨 훈련을 한 걸까?
결국 그 생각은 끝나지 않고 지금 이렇게 잠시 연극을 떠나게 만드는 보충원(?)이 되었다.;;;
좀 더 어른이 된 지금에야 약간의 유연성이 생겨 미소 지으며 이런저런 생각을 가지고 기억해 보지만 그 녀석의 자유에는 그 녀석만의 노력도 분명히 있었겠지만 선생님의 힘도 컸을 거라 생각해본다.
(아닐 수는 없지 않을까....;;;^^;;;)
이 책을 읽어보면 분명히 그런 생각이 든다. 물어보지는 못했지만 그 녀석에게도 물어보면 분명히 그렇게 대답할 것이라는 확신이 든다.

내가 만약 선생님에게 배움의 기회가 있었다면 이런 말씀을 해주시지 않았을까 싶다..

˝나를 알기 위해서는 나를 들여다보아야, 반성해야 합니다.
그런데 나만 들여다보면 중심을 잡을 수 없습니다.
아니면 자기 속에서 익사할 수도 있습니다.
내 주변도 둘어보아야 합니다.
내가 지금 어디쯤 있는지 알기 위해서는.˝

이 책에 쓰여 있는 선생님의 수많은 메모들은 ˝읽었어요.˝로 끝날 것은 아닌 거 같다. 나에겐 언제나 ˝읽고 있어요.˝ 이 상태로 남아 있을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