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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는 인간을 먹고 자란다 - 인공지능 신화에 가려진 보이지 않는 노동자들
마크 그레이엄.제임스 멀둔.캘럼 캔트 지음, 김두완 옮김 / 흐름출판 / 2025년 5월
평점 :
#도서제공 #도서협찬
요새 어딜 가나 AI에 대해 이야기한다. AI를 무조건적으로 찬양하고, 이제 사적인 삶과 공적인 자리에서 모두 인간은 AI에게 밀려날 거라고 크게 떠드는 사람들이 있다. 그 이야기 때문에 공포에 시달리며 AI가 없는 세상이면 좋겠다고 푸념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현실은 그 어딘가 중간쯤에 있고, 아마 AI를 배척하고 무시하며 살아갈 수도 없다.
대신 이 기술과 어떻게 같이 잘 살아갈 수 있을까는 이야기해 볼 수 있다.
이 책은 그것을 목표로 한다.
이 책은 ‘인공지능’을 ‘추출 기계’로 정의하고 부른다. 언어가 사고를 규정한다는 말을 하고 싶은 건 아니지만, 어떻게 정의하는지를 보면, 말하는 사람이 대상을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지를 알 수 있다. 또 정의하는 방식은 대상을 가지고 어떤 이야기를 할지에 관해 분명히 영향을 미친다.
이 책을 받고 처음 목차를 훑어봤을 때 가장 궁금했던 건 4장 예술가 파트였다. SNS상에서도 제일 많이 접할 수 있는 문제의식이다. 책에서 나온 것처럼 그림을 무단으로 학습하게 하지 못하게 하려고 창작자들이 방해하는 방법을 공유하는 걸 봤고, 규정으로 무조건 학습하겠다고 한 플랫폼에 더이상 작품을 공유하지 않는 것도 봤다.
죽은 배우나 가수를 다시 AI로 작품에 등장하는 걸 봤고, 배우 조합이 AI에 반해 파업하는 것도 봤다.
"빨리 움직여서 훔쳐라(p.146)."
책의 제목이 결국 아주 직관적인 것이다.
AI는 인간을 먹고 자란다.
무엇보다 AI 기술에 물리적인 몸이 있다는 걸 강조한 부분이 아주 좋았다. 이 기술은 반도체 칩, 데이터 센터, 해저 케이블이 필요하고, 이 시설에는 전력과 냉각수, 그리고 사람이 필요하다. 이 사실은 때로는 의도적으로 누락된다. 플랫폼 노동에 대해서 비판하는 책이나 AI 기술에 대해 이야기하는 책에서 데이터 주석 작업자와 엔지니어의 고충은 이미 몇 번 접한 적 있는데, 이 기술이 작동하게 하는 물리적인 부분을 위해 일하는 기술자의 이야기가 아주 새로웠다.
비판적인 시각 자체도 충분히 의미있겠지만 현재 이런 비판적 시각을 가지고 투쟁하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고,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도 함께 이야기해서 좋았다. AI가 가져온 사회 변화에 무방비하고 수동적으로 노출되는 위치에 사람들을 놓지 않았다. 우리에겐 비록 힘겨운 투쟁일지라도 이 도구를 좀 더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 사용하고 바꿔나갈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