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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소한 인류
이상희 지음 / 김영사 / 2025년 9월
평점 :
도서 제공
책을 받고 리뷰를 쓰기가 민망해졌다. 뒷면을 보니 내가 신뢰하는 저자 두 작가가 이미 이 책에 대해서 아름답게 이야기했기 때문에. . .
나 같은 경우는 SNS를 통해 이상희 교수를 이미 접해본 바가 있지만, 새로운 저자의 이름에 읽기를 주저하는 사람들은 이다혜 작가와 심채경 교수의 추천사를 길라잡이로 잡아도 좋을 법하다.
과학적 발견이나 탐구를 인간 세상에 끌어 들여올 때 위험성이 제법 있다고 생각한다. 무리하게 비유를 하려다가 과학적 내용도 틀리고 오히려 잘못된 이해만 드러내는 것처럼. 지식 전달의 측면이든, 에세이로서의 가치든, 비평의 기능이든 주로 실패를 더 많이 본다. 때로는 과학의 이야기 자체로도 충분히 경이를 느낄 수 있는데 굳이 교훈을 주려고 할 때면 마음이 오히려 싸늘해지곤 한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난 뒤, 학술적인 글을 쓰는 일에 더 익숙한 작가가 이번 글쓰기에 참고했다는 책이 번역서가 나와 있어 그 책도 장바구니에 담았다. 좋은 에세이였다는 말을 두 번 할 필요는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
이 책은 따지자면 고인류학에서의 지식만을 전달하는 책은 아니다. 친절하게 그 세계의 일부를 엿보게 해주긴 하지만 작가의 개인적인 삶에 조금 더 무게추가 달려있다. 같은 시대에 사는 작가가 줄 수 있는, 같은 땅을 밟고 이렇게 다른 것을 보며 함께 살아가고 있구나, 하는 감각을 아낌없이 누릴 수 있다. 당연하다 일부는 내가 작가와 렌즈를 공유하기도 하지만 어떤 것은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작가의 초대장을 받아들고 읽다가 마지막 에필로그를 읽으면서 책을 덮을 때 어쩐지 마음이 뜨끈해졌다. 이 말이 책이 준 내게 준 '생생한 감각'을 조금이라도 전달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