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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그말리온 아이들 ㅣ 창비청소년문학 45
구병모 지음 / 창비 / 2012년 6월
평점 :
구병모 작가님을 홍대에서 만나고 와서 한동안 작가님이 한 이야기들을 생각해 보았다.
위저드 베이커리가 먼저 읽어보고 싶었는데 이리저리 시간이 부족했고 그리고 구병모 작가가 차분한 목소리로 이야기하셨으나 그 속은 전혀 다른 모습을 가졌다고 생각이 된 피그말리온 아이들을아주 천천히 읽게 되었다. 지난 달 나는 딸아이와 루브르박물관전 관람을 하고 왔다.
루브르에서 온 많은 작품들 속에서 유난히 눈에 띈 작품은 피그말리온이였다.
피그말리온이 만든 갈라테이아가 인간이 되어가는 모습..너무나 아름다운 둘의 모습..
그리고 이 책이 내안에서 충돌했다.
작가는 이 책에 로젠탈 스쿨..그리고 섬..그 속의 아이들..외부와의 단절,
그리고 아이들이 가진 상처투성이의 과거들..그 과거들이 미래를 결정지을 수 없다는 교육목표..
그리고 들어나지 않으면서 안으로 곪아들어가고 있는 아이들의 폭력성
아이들의 과거보다 더 깊은 상처..시간이 지나면서 채워지거나 커져나가지 못하는 아이들의
희망없는 미래..
작가님의 말에 난 깊은 동조를 하였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나의 아이들이 이 세상에서 뒤쳐지기
바라는 것은 아니다..나도 나의 아이들이 공부라는 것 때문에 시간에 지치고 일상에 지치기를
바라지는 않지만 나는 나의 아이들이 열등생인 것도 바라지 않는다..
이것이 모순이다..갈라테이아가 인간이 되었으나 갈라테이아는 피그말리온이 바라는 이상형의
여인이다. 그런 갈라테이아는 자신의 삶을 선택하지 않고 선택받았다. 선택받는 삶..
늘 여기에서 나도 아이들을 키우면서 생각하게 된다. 나는 아이들에게 어떤 엄마인가?
아이들이 조금만 지나치게 행동을 하면 통제를 하고 아이들이 원하는 게임기나 핸드폰은 아예
접근시켜주지도 않는다. 로젠탈 스쿨에서 인터넷 사용도 철저히 통제를 시키는데..
이럴듯 겪어보고 자기가 조절하게 가르치는 것이 맞는 것인지도 모르는데..
이미 겪고 그것을 깨닫고 행동을 수정하는데 걸리는 시간을 아까워하고 있는 건 아닌지..
가끔 나도 이 책속에 교장이고 선생님들인건 아닌지..
이 이야기속에 로젠탈 스쿨은 과도한 과제와 공부의 바다를 헤매이고 있는 우리 교육환경이
아닐련지..갑자기 모든 것이 혼란스러워졌다.
그러면서 작가는 이 이야기를 똑바로 보라고 말하는 것 같다. 무언가가 석연치는 않지만
그것이 기정현실이 되어 그만 그만 받아들이고 사는 것이 났다는 것을 이야기 하는지
마지막에 주인공 피디 마가 자기를 도와 주고 자기에게 넌지시 메세지를 전달하고 있던
은휘와 그 외의 아이들을 모두 구해주고 싶었지만 그들은 그만 침묵해 버리고
그 섬에서 그 학교에서 매일매일이 똑같은 일상을 반복하고 자기의 뒤쳐졌던 환경을
벗어나게 해주는 그 고마운 학교에서 다시금 일상을 반복하는 것이 더 낮다는 판단을 하게
한 것은 무엇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자꾸만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많은 시간을 쪼개어 미래를 위한 공부를 하는데 집중을 하라고
한다..아이들이 자라면서 겪는 좌절도 엄마 아빠가 막아주고 아이들이 공부를 하는데
겪는 어려움도 막아주고 아이들이 열심히 공부 할 수 있도록 돈도 벌어 학원에 보내주고
학원시간에 늦지 않도록 차로 데려다 주고 아이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한다.
아이들이 숨쉴 공간이 없다고 한다. 아이들도 사람인데 친구도 사귀고 이성에도 눈을 뜨고
아이들이 갈 곳도 없다는데 아이들이 셋넷만 모여 다녀도 그들을 다시금 본다.
나 역시 아이들이 조금만 엇나가는 행동을 하면 그런 행동은 아직은 안돼라고만 한다.
그리곤 생각한다. 부족한게 뭐가 있다고 내가 지금의 아이들처럼 좋은 환경에 있었다면
더욱 열심히 공부했을텐데 그래서 지금보다 훨씬 훌륭한 사람이 되어있을텐데
이런 이야기는 아이들에게 한낮 잔소리로 밖에 들리지 않겠지..
구병모 작가의 다른 작품들도 읽어보고 싶어졌다..
작가님은 조용한 카리스마를 가진 듯 보였고 어쩌면 작가의 작품을 영상화한다면
어쩌면 스산하고 을씨년스럽고 그 속에 인간인 아이들의 내면이 스쳐가고 카메라가
아이들앞에 비춰지면 온갖 비밀을 다 털어내보이고 싶었을 로젠탈 스쿨의 아이들의 모습이
연상이 되었고 그리고 무엇때문에 아이들을 고립시키고 교육시킨다면서
아이들에게서 자율을 뺐고 다양성을 저지하면서 아이들을 잘 보살핀다는 신념을
가지게 되어는지 알 수 없는 교장의 모습도 형상화 되었다.
주인공 마가 가지게 된 신념을 생각해 보면 아이들의 모습이 카메라에 담겨 있는 것이
모두 다가 아니라는 카메라 뒤에서 아이들이 드려내지 못하는 무언가가 아이들을
힘들게 하고 있다면 거기에서 아이들이 잘 견뎌내어 나올 힘을 기르게 해 줄 수 있는
어른이 되는 것이 의미있는 것일까?
어렵다..청소년 소설이 나에겐 가장 어려운 것 같다..나도 기성세대가 되어버려서
그럴지도 모르겠다..
이 책을 읽는 내내 다음 내용이 궁금했고 로젠탈스쿨이 가진 이면이 궁금했다.
표지를 다시 함 살펴보았다. 두줄기의 빛을 받고 있는 한 아이..
그 주변에는 온통 꽃과 초록의 식물들이 자라난다..
그러나 그것을 벗어나면 세상을 온통 암흑이다.
작가의 상상속의 학교여서 정말 다행이다..
아이들이 이러한 현실속에 내몰리지 않기를 바란다..
작가의 말 처럼..
내가 이상적이라고 생각하는 요소를 타인에게 갖다 붙이는 행위에 성공하는 순간
그는 더이상 타인이 아니게 되고 나를 투사한, 내 뜻을 반영한 내 소유의 로봇이 된다.
말하고 싶다. 나는 당신 소유가 아니고 당신뜻대로 움직이지 않아..
다시금 되새겨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