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이 나만은 아니기를 - 2015 제39회 오늘의 작가상 수상작
구병모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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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병모 작가님을 우연히 알게 되었다. 그리고 피그마리온 아이들을 먼저 읽고 위저드 베이커리를 읽었다. 그리고 작가는 청소년 아이들을 위한 책을 쓰는 작가인줄 알았다.

소설이라는 것이 주는 식상함<?>이라는 것 때문일까 한동안 나는 나를 위해서 소설책을 읽지 않았다. 어쩜 그것은 책을 잘 읽지 않는 나의 바보같은 생각..그렇게 그렇게 만나게 된 구병모 작가의 책..

 

그리고 보니 노란색의 표지는 우연이 아닐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첫 작품을 읽어들어가면서 이건 뭐지 했다.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는 것일까? 누구나 평온하게 평화롭게 살고 싶어한다. 그런 욕망을 가졌기에 어쩜 나는 삶의 이면이나 치부를 만날때면 자꾸만 도리질 하게 된다.

 

그러나 그 도리질이 절대로 의미없음을 안다. 내가 정의로워서인가?

사실 나는 세아이의 엄마이여서 인지 이창이나 관통같은 작품이 새삼스러웠다.

관통을 읽으면서 나는 나또한 저런 시절이 있었나보다 했다. 경제적으로 나는 결핍에 가깝지는 않았으나 아이를 키우면서 겪었던 여러가지 현실의 상황들이 나또한 무언가 새로운 것을 만나고 새로운 것을 보고 느끼기를 좋아했고 아이를 키우는 것이 좋았지만 어쩜 나에게도 무언가 틈이 있었다면 그틈을 통과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

 

그리고 그렇게 이야기를 하는 나와 그리고 아파트를 타는 하이 -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떨어져 죽음을 맞이한 엄마의 아들이였고 무언가를 향해 올라가려는 하이의 삶은 위태롭기도 하고 현실성이 떨어져 있다. 하지만 땅을 딪고 서 있는 나는 그런 하이와 무엇이 다른지 알 수 없다. 그런 현실이 자꾸만 존재한다고 생각하면 가끔은 나는 나의 아이들을 바라보면서 가까운 미래도 한숨짓게 된다.

 

첫 작품 <여기 말고 저기, 그래 어쩌면 거기>에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와 이게 구병모작가의 힘이다. 했다. 아니 예사롭지 않은 힘이 자꾸만 더해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 읽게 된 두번째의 괴이한 이야기인 <파르마코스>는 지난 여름 벌써 지났다고 할 수 있는지 모르겠으나 그 여름의 가뭄이 떠올랐다. 인천 강화도에 비가 내리지 않아 땅에 자라나는 식물들<그 식물들은 우리가 먹는 것들이다>이 바짝 말라 보기에도 절레절레 고개가 흔들어지는 그런데 파르마코스에서도 물이라는 것은 우리 삶에 얼마나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지를 이야기 해준다. 작가가 이런 교훈을 주려고 한 것은 아닐 것일테지만 어쩜 지난 여름..도시에 사는 나에게는 가뭄은 별것 아니였으나 땅을 일구는 이들에게 비가 내리지 않는 고통은..아마도 정말 속이 타들어갔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연이어 만나게 된 식우도..왠지 메르스때문에 병원이라는 곳이 격리되고 사람들이 격리되고 했던 것들이 떠올라서..그리고 비라는 것이 단순히 구름에 물이 많이 모여 내리는 것이 아니라 저주의 존재가 되는 그 순간을 상상하면 정말 오싹하기가 그지 없었다. 나는 그 물의 힘이 강하다는 것을 인식하는 사람이라 더욱 더 잔인하게 느껴졌는지도 모르겠다. 우리를 녹이는 비가 하루라도 내린다면 상상하기도 싫다. 그렇게 만나게 되는 이물까지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누구에겐가 이 책을 꼭 읽어보라고 하고 싶어졌다.

 

우리를 불편하게 하는 이야기들이 있다. 그것이 현실과 맞닿아있다면 우리는 더욱 더 그 이야기들을 그리고 그와 비슷한 진실을 알아야 하지만 눈과 귀를 닫고 그리고 다른 것을 보고 싶어한다.

 

관통을 읽을때는 약간의 내 처지가 겹쳤다. 결혼을 하고 타향 살이 아닌 타향살이를 하게 된 나는

외로웠다. 남편은 서울까지 출퇴근을 할 당시에 나는 어린 아이를 데리고 내가 갈 수 있는 곳을 모색하게 되었고 그래야지만 숨통을 튀울 수도 있었다. 미래가 없어서 그리고 금전적인 어려움을 가진 것은 아니였으나 아이가 생기고 아이가 세상밖으로 나오는 순간 나는 온전히 나일 수 없음은 모든 엄마들도 공감할 것이다. 그러나 가끔 티비속에서 아이들을 두고 떠나간 엄마들을 생각하면 그 엄마만을 힐책하는 것도 원하는 바는 아닌 애매한 입장이다.

 

그런데 <이창>에 가서는 나는 희대의 오지라퍼인..화자에게 비쳐진다면,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고 했다. 또한 아이들이 사랑스러운데 아이들에게 원하는 것이 많아서인지..아니 나는 꿋꿋이 나의 아이들이 바르게 자라기를 바라는 맘이라 여기고 아이들을 체벌할때도 있다. 그러나 그 체벌이 얼마나 무의미한지는 사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금세 깨닫는다.

 

그러나 나에게서 나온 아이라고 나의 소유가 아니고 이런 일을 나도 대면하게 된다면 이 엄마처럼 행동할 것이다. 그렇게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경험하지 않은 자의 확신이다.

 

화자가 자기의 이야기를 믿어주지 않는 남편과의 대화에서 남편이 하는 말이 꼭 나에게 하는 말처럼 느껴진 것은 왜일까? 나또한 여느 아줌마들과는 조금은 다르기 때문일까? 나만 의식을 가지고 있다고 내가 우위에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일까?

 

P123 <이창> 중에서

 

다른 사람들 사는 거랑 좀 비슷하게 살라고, 쓸데없는 데에 유난 떠지 말고! 세상에 당신만 잘 났고 당신만 배웠어? ~ 똑같은 뒷담화라도 그들의 말은 그나마 가벼워서 훌훌 털어버리기에도 좋고 그때 그때 욕구에 충실하니까 차라리 솔직하기라도 하지. ~ 행위의 본질은 대동소이한데 거기 자꾸 논리와 이유를 부여함으로써 자신이 정치적으로 올바른 인간이라고 자위하고 싶은 거지..

 

이런 말 어쩜 나도 남편에게 들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해보았다. 그러나 참으로 안타까운 것은 가정폭력이 지긋이 가족내에서 가정내에서 이야기하지 않음은 주변에서 눈치를 채더라도 그 가정폭력의 고리를 끊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나 아이가 어리다면 그 어린 아이는 폭력을 행사하는 어른이라는 존재에 맞서기는 쉬운 것이 아니다. 사회적 약자라고 하고 그리고 담당경찰의 얼굴까지 학교 담벼락에 걸어두어도 은밀하고 잔인한 폭력은 그리 쉽게 본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8개의 작품은 어느 하나 남다르지 않은 것이 없다. <덩굴손증후군>을 읽어내릴때에도 어쩌지 이제 덩쿨지어진 식물들도 유심히 보일꺼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물>에 존재하는 그 커다란 존재는 무엇이지 읽고서도 나는 그의 존재 자체를 정의하지 못했다. 어쩜 우리네 삶에 무언가 불편한 요소가 그렇게 크게 자라나서 자리잡고 있음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을 이야기하는 것일까?

 

그리고 어쩜 가장 마지막 작품은 우리의 현실을 작가가 손님의 입을 통해 설명해주고 있는 듯 하다. 감정노동자의 문제, 그리고 청년 취업의 어려움, 보이지 않는데서 발생하는 분노와 같은 폭력들로 이루어진 시대..그리고 그것을 위로하고 털어놓을 편안한 시공은 단지 사치라고 여기는 행복하지 않는 나라에 사는 우리가 보였다. 거대한 기업들이 착취해가는 부는 그들의 것이지 우리에게서 생산되어진 에너지는 아니고 <꿈을 꾸고 살아라>고 늘 젊은 그들에게 이야기하지만 <꿈은 사치인 세상에 살아가고 있다>는 무언가가 잘못 되었지만 그것을 고치는 것은 어쩜 애초부터 불가능한 일이련지도 하고 한숨을 내쉴 수 밖에 없는 지금이 안타깝다.

 

그러나 그렇다고 그래서 절망하고 실망한 자아를 내려놓고 영영 울 수만은 없다. 그래서 또 자연이 주는 오늘과 같은 파란 하늘과 흰구름에 희망을 상상해보기도 한다.

 

그것이 나만은 아니기를의 삶의 자세로는 살아가면 안된다는 뜻일수도 있을듯 하다.

그렇다고 사회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당장에 국회로 뛰쳐나갈수도 거리에서 시위를 할수도 없지만 그것이 모두 나와는 해당사항이 없는 나는 늘 잘 먹고 잘 입고 잘 놀며 행복하게 살아간다고 생각해선 안될듯 하다는 희미한 반성이 나를 향한다.

 

무엇보다 세월호사건이 가슴에 더 깊이 다가왔던 것은 가라앉는 배를 봤기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들이 아이들이여서 일지도 모른다. 어느 누구도 우리 아이가 제주도 가는 배를 타고 가다가 바다속에 보물선처럼 갇힐거라고 상상하지 않는다. 어느 누가 엄마라는 사람이 아이를 때려서 죽이는 일까지 벌이는 사건은 티비를 통해 나오는 세상에서 정말 몇안되는 비정한 부모일꺼라고만 단정지을 수 없다. 그리고 우리가 사는 세상에 강력한 힘을 발휘할지 모르는 비나 재앙들이 나에게는 절대로..라는 레이더망을 난 만들 수 있는 영화속 주인공이 아니다.

 

나는 걸려서 넘어질꺼이고 나는 8가지의 이야기를 하고 있는 화자와 달리 나는 영영 울부짖고 살려달라고 행복하고 싶다고 나도 그냥 평범하게 살고 싶다고 오만 난장을 부리는 미친 사람이 될것이다. 그래서 더욱 더 귀기울인다.

 

작은 거라도 실천해야 한다. 그리고 아닌 것은 아니라고 아이들에게 가르친다.

너만 잘 산다고 끝나는 것이 아니야..그러니 아무에게나 상처주지 않아야 하고 아무에게는 아무렇게 행동해서는 안된다고 그리고 <괜찮으세요>라는 한마디와 내밀 수 있는 따뜻한 손은 가르쳐야 한다고 생각이 된다.

 

교훈을 바라지않고서도 그리고 기괴하고 불편하더라도 이 책을 읽고 싶은 분들이 꼭 이 책을 열어볼 수 있는 그 기회..책표지의 그 틈을 통과하여 다시금 이 자리에 돌아오는 내내...어쩌면..나를 그리고 나만이 아닌 다른 이들을 살펴볼 수 있다면 하는 맘으로 책을 덮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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