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 11 - 광해군일기 - 경험의 함정에 빠진 군주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 11
박시백 지음 / 휴머니스트 / 2008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조선왕조실록에 대한 나의 관심은 38년의 인생을 살아오는 동안..관심이 있었다고 할 만한 날이 손꼽을 정도이다..학교 다닐 때에 배운 지식이 다이고 국사라는 과목을 그리 못하거나 싫어하지 않았음에도 난 내 나이때에는 외운다는 조선의 왕의 순서조차도 모른다. 그런 내가 조금씩 역사라는 것에 눈을 뜬 것은 아이를 낳고 아이들을 키우고 아이가 사회시간에 한국사를 배운 다는 것을 알고 부터이다..

난 그렇게 하나 하나를 배워 갔다. 강의도 듣고 역사스페셜도 보고..역사드라마도 잘 안 봐서 이해도 떨어지지만 책을 찾아 읽고 그리고 역사가 녹아 있는 장소에서 난 보고 느끼고 그 시대를 생각해본다..

그러던 와중에 책과 함께 라는 출판사 블로그에서 우연히 한명기 교수의 벙커강의를 우연히 들어보았는데 왕과 아들들의 이야기 중에 그 날 강의의 주제가 선조와 광해군에 관한 이야기였다.

지난해 광해 왕이 된 남자라는 영화를 사람들이 많이 보았다는데..아직 그 영화도 보기 전이다. 한명기 교수님이 그 영화를 못봤다면 위상에 대해 생각해보라고 했는데..나의 위상이 어디쯤인지 잠시 생각도 해보았다..그리고 박시백 작가님의 조선왕조실록 3권을 도서관에서 빌려 왔다. 우선은 내가 가장 관심있는 조선의 왕인 정조와 정조의 할아버지 영조와 사도세자편과 또 한 권이 11편 광해군 일기 편이다.

광해군은 과연 누구인가? 세종대왕릉과 융건릉을 가 본 나는 조선의 왕들의 무덤이 이렇구나 하고 감탄을 했었다. 무령왕릉이나 경주의 왕릉들 처럼 조선의 왕릉에는 보물이 같이 들어 있지 않지만..그래도 세계문화유산이라는 명판이 왕릉의 입구에 걸려 있고 관리가 잘 되고 있으며 풍수지리학적으로 좋은 위치에서 전생을 평안하게 맞이한다고 해야 하나..그러나 광해군의 묘는 정말 거기에 비하면 너무나도 보잘 것 없다고 한다..보잘 것 없다는 것은 살았을 당시 그가 보잘 것 없었다는 것일까? 아님 죽은 후에도 그를 다시금 되새겨줄 이가 없었다는 것일까?

정조에 의해 사도세자의 원이였던 무덤이 지금의 정조의 능과 같은 공간에 능으로 잘 정비되어있는 것을 보면..광해의 삶이 어떠했는지는 어림짐작을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 책을 보고 또 보고 광해군을 다시금 생각해보았다..그래서 이제는 조금 광해군이라는 왕을 알게 되었다고도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에 대한 나의 생각을 쓰는 것은 쓰고 있는 지금도 아주 곤혹스럽다. 왜냐면 어려운 말들이 너무 많이 나왔고 내가 전후의 책을 다 보지 못한 이유도 있을 터이다. 그래도 쓰고 싶었다. 박시백 작가님이 이 책을 오랜동안 만들어왔고 이 책이 정말 여느 책들보다도 너무나 잘 만들어졌다는 것을 알리고도 싶었고 감사하고도 싶었기 때문이다.

광해군의 아버지는 선조..선조도 임진왜란과 더불어 기억되는 조선의 왕이다. 집권기에 일본과의 전쟁 속에서 수많은 백성은 물론이거니와 경복궁도 불타고 한 사실만으로도 선조는 힘든 시기를 거쳐온 왕이라 여겨진다. 정비에게서는 아이를 낳지 못하고 공빈 김씨에게서 난 둘째 아들 광해군은 나라의 어려운 시기에 선조가 피란을 가면서 세자로 책봉이 된다. 후궁에게서 난 아들로 첫째도 아닌 둘째 광해군은 세자가 되어 분조를 이끌고 어려운 시기를 잘 극복했으나..정말 돌아오는 것은 아비의 차가운 냉대였다.

나는 매일 매일 신문을 보지만 나는 왠만해선 1~5면까지는 잘 안 본다. 난 뒤에서 부터 신문을 본다.

내가 읽는 신문을 그나마 한겨레이여서 얼마나 다행인가? 박시백 작가님도 한겨레 출신이라 반가웠다.

정치나 권력을 가진 힘있는 자에 이야기에서는 나의 맘이 편치 않기 때문이다.

공자의 성리학을 받들였던 겸손하였다던 조선이라는 나라..그리고 그 나라에서는 왜 그리 당쟁이 심했는지..작가님의 그림과 글에서도 보여주듯이 권력을 가진 자만이 그 기분을 아는 것일까? 아버지 조차도 아들이 뛰어난 것을 칭찬하기는 커녕 자기가 가지지 못한 것을 가졌다고 외면하기도 하고 야단치기도 하는 그 맘을 안돼봐서 난 모르겠다. 자뭇 스승들도 <청출어라>이라는 말을 좋아할 꺼 같은데..세자가 되어 늘 맘에 준비를 하고 있었던 광해..나중에 내 나라 내 신하 내 백성들이 될꺼라고 욕심 부리지 않았던 세자의 삶 16년.. 아버지의 사랑없이 편들어 주는 내 신하 없이 그는 맘 속에서 많은 갈등을 하고 살았던 것일까?

이 책을 보면서..생각했다..또 하나 심히 든 생각은 광해를 망하게 했던 <옥사>부분이다. 왕이라고 해서 권력을 가진 자라고 해서 자기와 뜻이 맞지 않다고 누명을 씌우고 고문을 해서 거짓 증언을 받아 내고 그 거짓 증언이 무엇을 의미하는가..<저를 죽여주시면 됩니다> 아닌가..죄를 인정한다고 해서 살려 주는 것이 아니고 신하들도 상소를 올려 끝까지 자기들의 뜻을 관철시키기만 하려는 이기적인 맘을 보면서..그들이 정녕 생각하고 그들이 일하는 것이 누구를 위한 일인지..과히 조선이라는 나라를 생각한 것인지.임금을 생각한 것인지 한 나라안에서 같이 살고 있는 힘없는 백성들을 위한 것인지도 그들은 그들 자신만의 이익을 위해 그들의 자리만 지키려고 안간 힘을 쓴 건 아닌지 참으로 답답한 부분이였다.

이것이 지금의 현실과 무엇이 다른 것인지도 한번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다..그래서 이 책을 읽고도 내내 머리와 맘이 무거운 까닭이리라 짐작한다. 나는 쓸데없는 고민을 하고 있는 것인가?

세자였던 16년간 광해는 많은 경험을 쌓았다. 나라 곳곳을 누비며 실무경험을 쌓았던 그였기에..누구보다도 전쟁 이후 황폐해진 나라의 백성들은 진정한 군주를 원했을 것이다..

왕이 되면 반대되는 세력 제거가 앞장 선다는 것도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그래서 아 요즘도 대통령이 바뀌고 나면 한동안 나라가 시끄러운 거구나. 역시 역사는 쳇바퀴 돌듯이 그 모습이 유사하게 변화하는 것이 맞나 보다.

광해의 주변에서는 모두들 성리학이라는 학문에 살 잡혀 흔히 말하는 대의명분을 중시하고 자기들의 안위와 이익을 지키려는 자가 있었으며 형은 난봉꾼이였으나 선조는 임해군에게는 관대하기 그지 없었나 보다..광해군을 대할 때는 질투의 마음이 활활 타올랐다고 표현된 것만 봐도 그렇다..

열손가락 중 분명 안 아픈 손가락이 있었나 보다..그것이 광해군이였다는 것이 안타까운 따름이다.

이 책에 나중에 김개시라는 상궁이 나온다. 김개시는 상궁이였으나 광해에게 많은 신임을 받는 자리에 까지 오른다..원래 선조의 후궁이였다는 김개시에게 많은 것을 의지하는 광해를 보면서 어쩜 우리가 흔히 이야기하는 애정결핍에 의한 광해의 조금은 엇나간 행동들이 광해의 의지와 능력을 앞서 간 것이 아닐까 하는 맘도 들어 안타까웠다. 늘 어느 누구도 부모를 선택할 수도 없는데 운명은 타고 나는 것이고..

광해는 그렇게 집권을 하고 대동법<쌀로 세금을 걷는 법>의 시범실시와 허준의 의학적인 능력을 북돋아 주고 탕평인사를 하려고 노력하는 모습도 보였다.

그러나 끊임없는 옥사가 시작이 되고 줄줄이 끌려오고 그들을 직접 고문하고 직접 신문을 하면서 광해군은 자기안에 모순에 빠진 것이 틀림없다. 분명히 왕이 되었을 당시 광해의 편인 아닌 이들은 벌벌 떨었을 것이다. 그러나 광해는 연산군과 같은 복수는 하지 않는다 믿었것만 그 밑도 끝도 없는 복수가 영창대군까지 죽게 만든다. 광해의 곁에는 욕심에 눈이 먼 이이첨이 버젓이 존재하고 있었다.

이렇게 보면 경험도 많고 세자 시절 많은 준비를 한 한 나라의 희망이 될 수 있었던 임금은 이미 사라져 버렸다. 광해군은 집권기에 궁이란 궁은 손을 보고 새로 짓기에 여념이 없었으며 미신에 빠져 점쟁들에게 자기의 운명을 맡겨 버렸다. 그러나 점쟁이들은 정말 광해의 미래를 보기나 한 것일까?

그러나 자주적인 외교노선을 주장했던 광해는 신하들의 반대만 없었더라도 아마도 더욱 힘이 실려서 굳건히 나라를 다스리는데 집중을 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어찌 강한 유교적 세계관에서 빠져 나오는 이가 하나도 없었는지 자기의 목숨을 걸더라도 왕의 손을 들어주는 자가 정말 없었다는 것이 아쉽다.

힘없는 자는 권력을 잡아도 그 권력을 잘 누리기 힘들다는 것은 우리의 현대사에도 확실하게 기록이 되어있다. 그런 기록은 지금이나 과거에나 안타깝고 애쓰러운 맘만 가지고 바라봐야 하는지는 모르겠다.

중국이 아버지의 나라이고 바깥 세상에 눈을 돌리는 것에 관심이 없었던 그들 때문에 우리의 근대가 얼마나 치욕적인 역사의 흔적을 많이 남겼는지 얼마나 갇힌 생각이 썩어 들어갔는지..

그렇게 광해의 15년의 집권기는 끝을 달린다. 내내 시끄러웠던 당쟁의 시기도 그리고 주변세력에 대한 정리나 이름은 외우기는 커녕 알기도 힘들다.

읽는 내내 내가 모르는 것이 너무나 많구나 하면서..김개시를 만난 광해는 김개시에게 많은 것을 의지하고 많은 것을 공유하면서 김개시의 욕심을 바라보지 못한 채..인조반정에 의해 폐위되게 된다..

폐위가 되어서도 오래 살았던 그는 꿈을 버리지 않았다고 한다는 말이 인상깊게 남는다.

한 나라의 왕..왕의 아버지를 가졌던 그...그리고 태어나서 느껴보지 못한 어머니의 사랑에 한없이 외로웠을 세자의 삶 그리고 왕의 삶...형도 동생도 죽이게 된 운명..

그런 상황을 만든 건 부왕 선조의 책임이 크겠지만

누굴 탓하랴

극복하지 못한

자신의 몫인 것을

그렇게 이번 계기로 광해군을 제대로 보게 되었다.

그가 조나 종이라는 칭호를 가지지 않았다고 그의 묘가 초라하다고 그가 불쌍한 것은 아니다..

시대적인 상황이 어려웠을지라도 강한 자아로 극복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라는 의견에 살짝 동의도 한다. 하지만 제대로 된 내 편 없는 왕의 자리가 그에게는 미치도록 힘이 들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안쓰러운 맘은 한쪽 구석에 간직하고 싶다.

박시백 작가님의 그림도 일품이고 손글씨로 쓴 내용도 좋았으며 곳곳에 숨어있는 유머러스함도 좋았다.

역사적인 지식이 짧아 아무리 나열하고 설명한 것도 이해하기 힘들기도 했지만..이 책은 내 아이들이 좀 더 자라면 필히 읽게 해주고픈 좋은 책임은 분명하다..

광해 왕이 된 남자도 꼭 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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