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의 강 - 2012 볼로냐 라가치 상 수상작 Dear 그림책
마저리 키넌 롤링스 지음, 김영욱 옮김, 레오 딜런.다이앤 딜런 그림 / 사계절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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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밀의 강 사계절의 책은 내가 사실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먼저 보는 책이다..특히 그림책을 좋아하는 나에게 초등학생이 보는 그림책 시리즈는 나의 수준에 딱이다. 책이라는 자체를 좋아하는 사람이기에 그리고 글과 그림이 같이 작가의 생각과 이야기를 보여주는 것이 더 감동적이라 여기는 어린 마음가짐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그래서 만나게 된 <비밀의 강>.

문득 표지를 보면 석양이 지는 아름다운 숲속에 흐르는 강에..이목구비가 또렷한 여주인공의 씩씩한 이야기..인가? 아님 숲 속 강가에서 일어나는 판타지인가? 그리고 책을 넘긴다..메기..긴 수염을 가진 메기다..

 

 

 풀로리다의 외딴 숲속에는 우리의 주인공 칼포니아가 산다. 마차를 끄는 말을 닮았다고 버기호스라 이름지어진 강아지와..이른 아침 햇살을 받으면 일어난 칼포니아는 새로운 일이 일어날꺼 같은 날의 시작을 맞이한다.

 

 

 우리의 시인 칼포니아는 화창한 날에 금덩이 처럼 빛나는 오렌지를 보면서 시를 읊는다.

 

만일에 엄마 아빠를 사랑하지 않았다면 줄행랑치고 싶은 날~~

 

멋진 날에 마음을 너무도 자유롭게 표현하는 칼포니아에게 엄마 아빠는 이야기한다.

물고기가 잡히지 않는다고 그래서 가게문도 닫아야 하고 살기 어려운 시절이 다가온다고..가난이 뭔지 아직은 모르는 칼포니아..

 

엄마 아빠는 헤진 옷을 입고 부서진 식탁 다리를 끈으로 고정하고 벽에 걸린 숲은 어둡기만 하다. 하지만 우리의 칼포니아는 노래한다.

 

생선이  있다면 참말로 좋겠어.

그럼 어려운 시절도 끝이 날 텐데.

하지만 난 티끌만큼도 걱정은 안 해.

모두와 북적북적 사이좋게 지낼 수 있으니까..

 

 

 우리의 칼포니아는 절망하지 않는다..축 처진 어깨로 아무말도 들리지 않는다며 텅 빈 생선가게로 나가는 아빠를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가를 생각한다. 물고기가 되어 물고기의 마음을 생각하는 장면을 보면서..아~하는 감탄을 해 본다. 물아일체라는 어려운 말이 연상된다.

칼포니아가 아름다운 비늘과 색을 가진 물고기가 되는 장면이 이 책의 최고의 장면이라 한표를 던진다.  

 

 현재의 우리는 자연을 지배하는 듯 하다. 우리에게 해를 주는 동물을 가두어 두었고 우리가 원하는 대로 세상을 설계하고 세상의 주인인 마냥 행세를 하고 있지만..우리도 어쩜 자연속에서 살아가는 자연과 하나되는 생물일지도 모른다는 희망 또한 가져 보게 하는 한 장면이다. 그런 칼포니아는 생각한다. 물고기가 물고 싶은 것이..특별하고 아주 예쁜 것이라고..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분홍 종이로 만든 장미꽃이다.

 

 


어쩌면 우리는 우리만이 이쁘고 좋은 것을 가질 권리가 있다 여길지도 모른다. 난 칼포니아가 분홍장미를 만들어 머리에 달았을 때 이쁜 것을 좋아하는 소녀구나 했지만 나의 예상과 달리 그 꽃은 물고기에게 주는 선물이다.

 

그들을 잡아 오는 것은 미안한 사실이지만 물고기들과 공유하고자 하는 것이 이쁜 꽃이라는 작가의 상상력에 난 맘이 설레인다.

 

정말 물고기들이 저 장미를 입에 물려고 할까?? 얼른 얼른 뒷장면이 궁금해졌다.

아이들에게 보여주면 아이들도 분명 이런 궁금증을 가졌을 것이다.
이렇게 장미와 낚시대를 챙긴 칼포니아가 찾아가는 사람이 있었으니 역시 동화속에서 감초처럼 필요한 존재..지혜로움을 가진 존재..이 책에서는 알버타 아주머니이다.

 

누구에게도 이야기해 준 적 없는 비밀의 강의 이야기를 칼포니아에게 하게 된다. 숲 속에 있는 그 비밀의 강..커다란 물고기들이 살고 있는 칼포니아가 지금 꼭 가보고 싶은 그 곳..어려운 시절을 벗아나게 도와줄 수 있는 그 곳..

 

그런데 그 곳을 찾을 수 있는 방법이 코끝이 가리키는 대로만 이란다. 뭐지? 지도도 없고 설명도 없이 단지 앞쪽만 가리키는 코끝을 따라가라고?? 의문투성이다.

아이들에게 요 부분에서 질문을 던지면 아이들도 상상력이 가득한 방법이 나올꺼라 여겨진다..

꼭 나의 아이들에게도 묻고 싶다. 

 

애매한 방법을 아주머니에게 들었지만 이내 비밀의 강을 찾는 것은  칼포니아의 혼자만의 힘으로 되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우리의 칼포니아를 인도해 주는 친구들이 짜아잔 하고 나타난다. 깡총깡총 뛰어다니는 토끼를 따라 오른쪽으로 파란 어치를 따라 왼쪽으로 그렇게 비밀의 강을 만나게 된다. 노랫소리가 흘려나오는 비밀의 강.. 

 

 칼포니아가 앉아도 된다는 무언의 삼나무 둥치의 진중한 표정이 그리고 갑자기 나타난 여자아이 때문에 놀란 눈이 더 커진 물고기들이 요동을 친다.

 

아름답게 반짝이는 비밀의 강이 나타났다.

 

언제나 처럼 마음과 마음을 교류할 줄 아는 우리의 칼포니아는 물고기들에게 묻는다.

"애들아, 난 어려운 시절을 겪고 있는 우리 마을을 도우려고 여기 왔어.그러니깐 미안한데, 너희를 좀 잡아가도 화내지 말아 줘."

 

물고기들은 이 때 칼포니아의 말을 어떻게 받아들였을까? 순간 궁금해졌다.

 

지금의 우리는 우리가 아닌 누군가에게 그런 허락을 받지 않기 때문이다. 내 것이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물활론적인 사고가 책 속에 꼭꼭 도장처럼 찍혀있는 책..나무에 묶여져 있는 배 마저도 자기의 이야기를 한다고 생각하는 칼포니아..

 

 

지금의 우리는 이런 마음을 진정으로 가져본 일이 있는가?

 

 

 늙은 개골개골 개구리는 절대로 먹지 않을꺼라는 종이 장미를 덥석 무는 물고기들..그들은 공손한 칼포니아에게 그들을 허락한 것일까? 그런 것 같다. 자연의 순리라는 것이 있다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개체수가 많은 것들이 개체수가 적은 것들의 먹이가 되어주는 것..그래서 세상을 피라미드의 모양으로 유지시켜 나가는 것..그것은 말 못하는 동물들이 본능적으로 따르고 있는 자연의 룰이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름답고 특별한 것을 물어 버린 물고기들..

 

성질이 몹시 사나운 메기들을 잡아 낸 칼포니아는 그 많은 물고기들을 집으로 데려갈 방법을 궁리한다. 아주 신기하게도 이 책은 살아움직인다는 생각이 든다. 처음에 볼 때는 몰랐는데 계속 들쳐볼 수록 또 다른 것이 보인다. 칼포니아가 궁리를 하고 있으니 누군가가 손짓을 한다..그 손이 어디서 나온 것인지..실유카의 이파리를 써보라고 알려준다..

 

어려운 시절을 겪고 있다는 사람들을 자연의 모든 것이 합심을 해서 도와주는 듯 하다..그렇게 자연은 그런 마음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듯 하다..어쩜 자연에게 사람을 친구이지 않을까?

자연속에서 살아가는 자연속에 많은 것들과는 차별되는 능력을 가진...그러나 자연이 도와주지 않으면 어려운 시절을 맞이할 수 밖에 없는..나약한 존재일련지도 모르는데..우리는 그걸 아직 잘 모르고 지낸다.

 

그렇게 다시금 동물친구들의 가리킴으로 집으로 돌아오는 길...온몸에 부엉이가 가득한 부엉이의 소리를 듣는 칼포니아..큰눈을 빙글 빙글 돌리며 물고기와 버기호스를 내려다 보는 부엉이에게

싱싱하고 맛난 물고기를 선물한다.

 

선물이라는 말이 어울리지 않는다. 선물이 아니라 나누는 것이다. 비밀의 강을 알지 못하는 숲속의 동물들에게 비밀의 강에서 얻어 온 선물을 나누는 것이 더 맞는 이야기일꺼다.

눈을 감고 있던 나무들도 칼포니아에게 길을 알려준다. 이 장면을 보니 왠지 헨젤과 그레텔의 이야기가 떠올랐다..헨젤과 그레텔에게도 이런 숲 속이 있었다면 그들에게 길을 인도해 주었을 꺼 같다는 엉뚱한 생각도 잠시 해 본다.

 

그 길에서 대면하기엔 너무나 무서운 커다란 검은 그림자의 곰에게도 물고기를 나누고 사나운 이빨을 보이며 달려드는 표범에게도 메기를 나눈다..정말 메기를 받은 표범의 눈빛과 입모양이 사랑스럽다. 

그리고 시인 칼포니아가 읊조린다.

 

누군가 널 겁주려 할 때

가장 먼저 마음을 읽어 줘야 해.

그럼 절대로 더 괴롭히지 않을 테니까.

가끔씩 어떤 누군가는 "고마워."라며 인사말도 건넬 테니까.

 

정말로 그림을 보면 표범은 고마워 하고 있다. 어쩜 칼포니아가 더 고마웠을 순간일지도 모른다.

위의 시를 보면서 이렇게 자연속에서 우리와 이야기를 나누지 못하는 동물들도 무조건적인 적의만을 들어내지 않는데..우리 인간의 어리석음을 한번쯤 생각해보았다. 냉정하고 자기의 안위만이 중요한 인간들이 저지르는 사악한 행동들을 말이다.

 

그리고 칼포니아 처럼 나를 겁주려는 누군가의 마음을 먼저 읽으려는 것..그것을 너무나 많은 것을 가진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일까? 겁주려는 그 누군가만 탓하는.. 탓하는 것이 맘을 읽는 것보다 쉬운 일일테니 말이다.

 

이제 긴긴 여정은 끝이 나고 칼포니아와 버기호스의 집이 보인다..이제 길을 가르쳐 주기 바쁘던 나무들도 이젠 아늑한 달빛아래에서 눈을 감는다. 그리고 부엉이도 곰도 표범도 살며시 칼포니아의 뒤을 따라오며 그녀는 인도해 준 모양이다. 어쩜 이리 고마울 수가..

 

어려움을 이겨낼 비밀의 강을 알려 준 알버타 아주머니를 칼포니아가 잊을 리가 없다.

그렇게 돌아간 칼포니아의 집은 환한 등불속에서 엄마 아빠는 흐느끼고 있다. 늦은 시간까지 돌아오지 않는 칼포니아 걱정 때문이다.

 

어려운 때지만 힘내시라고 물고기를 잡아왔다는 효녀..칼포니아..

어린 칼포니아가 씩씩하게 헤치고 온 여정이 옛 영화처럼 스쳐지나간다.

너무나도 대견해했을 엄마와 아빠..그리고 피곤한 하루를 보낸 칼포니아..

이제 이렇게 비밀의 강에서 가져온 선물인 메기는 다시금 사람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가지게 하는 선물이 된다..미리 돈을 받지 않고 메기를 나누어 주는 칼포니의 아빠덕분에 사람들은 힘을 내어 살기 힘들고 어려운 시절을 조금씩 벗어나게 된다..

 

어느 날..칼포니아는 또다시 비밀의 강에 가고 싶어한다..그래서 코끝이 가리키는 곳으로 몸을 맡겨보지만 찾을 수가 없다. 숲속의 어느 누구도 알려주지 않는다..

 

알버타 아주머니를 찾아가 비밀의 강을 또다시 찾고 싶다 하지만 아주머니는 이야기한다.

 

세상에 어떤 일은 한번 일어나고 절대로 다시는 일어나지 않기도 한다고..

 

 

그리고 비밀의 강은 네 마음속에 있다고 그래서 네가 원할 때면 언제든 그 곳에 갈 수 있다고 ...

커다란 목련 나무 아래에서 떨어지는 목련과 맞닿아 칼포니아가 닿고 있는 그 곳..

 

아름답게 빛나는 나의 비밀 속에 감춰진 내가 사랑하는 강..

이렇게 나는 칼포니아와 비밀의 강을 다녀왔다..아름다운 것은 모두 내 눈속에 담고 싶어하는 욕심많은 내가 만난 비밀의 강은 읽는 내내 나는 그림을 보고 글을 그림으로 상상해 보았다.

 

한편의 옛 영화에 나지막한 성우의 목소리가 깔린 듯한 이 책을 보면서..읽는 내내..우리가 반성해야 하는 것을 생각해보기도 하고 지금 우리에게도 이런 비밀의 강이 존재하여 우리를 도와주었으면 하는 생각도 해보았다.

 

어려운 시절이라는 구절을 들을 때마다..우리도 어느 어려운 시절을 지내고 있는데..우리의 어려운 시절을 도와 줄 자연은 어떤 모습일까도 궁금해졌다..

 

씨를 뿌리고 거기에 물만 주면 파릇파릇 먹거리가 생겨나는 이 땅도 자연이고 그것을 키워주는 햇빛도 자연이고 먹으면 머리가 좋아진다는 생선들도 자연이다..

 

자연은 내가 서있는 그 공간마저도 내가 숨쉬고 있는 공간마저도 자연이다..

 

우리는 숨쉬게 해주고 먹을 것을 주고 따스한 빛을 주고 하는 그들을 맘대로 조정하려고 든다..

 

유난히 추워지는 겨울과 정말 숨이 탁탁 막히게 더워지는 여름도 그리고 한없이 몰려드는 파도나 사나운 불의 기운들을 잠시 생각해 보면 자연은 지금 우리에게 벌을 주고 있는 게 아닌지 하는 생각도 든다.

 

어려운 시절을 맞이하고는 있지만 자연에 도움을 청하려 들지 않고 자연의 것을 서로 나누려 들지 않는 자연이 우리에게 화를 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하는 심오한 생각..아니 옆으로 한참은 흘려간 생각도 해보게 된다..마냥 칼포니아의 사랑스러운 표정만을 기억하고 싶은 이 책..

 

비밀의 강..나에게 또 하나의 소중한 지침서..자연을 사랑하는 아이들로 키우게 해야 되겠다는 다짐을 하게 만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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