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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싸기대장의 형님 ㅣ 네버랜드 꾸러기 문고 1
조성자 글, 김병하 그림 / 시공주니어 / 2000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나는 싸기 대장의 형님..
올해 초등학교 2학년이 되는 아드님은 한글도 늦게 뗀 데다 학습하는 것을 힘들어 하여
많은 시간을 기다려 주었다. 그런데 막상 학교에 가니 다들 미리 미리 공부를 많이 해 와서
인지 아드님이 하려고 할 때 까지 마냥 기다릴 수가 없었다.
그래서 부담을 주지 않고 국어공부를 시작한 것이 좋아하는 책을 읽고 독후활동을 하면서 서로 생각을 나누는 시간을 가져보니 그것이 많은 책을 읽는 것보다 효과가 있는 듯 했다.
사실 그것도 그림책에 국한되었는데 시공주니어의 특별 미션 덕으로 아들에게 문고판을 만나게 해주어 이번에 글이 많은 책도 아이가 부담스러워하지 않고 한 번에 다 읽지 않아도 되고 또 글이 주는 재미도 아는 것 같아..좋았다. 이 중에 만난 책이 학교 권장도서이기도 한 꾸러기 문고의 1번 타자 <나는 싸기 대장의 형님>이다.
웃는 기훈이의 모습이 사랑스러운 기훈이가 만지고 있는 것은 싸기 대장 기영이의 기저귀이다.
엄마, 아빠에게 덧없이 소중한 아들이였던 기훈이에게 경쟁자가 나타났다.
늘 기훈이의 집에 오면 기훈이의 엉덩이를 두드리며 이쁜 손자라시던 할머니도 집에 들어서자마자 찾는 사람은 기영이다..아빠도 우리 이쁜 기영이를 만나려면 손부터 씻어야지 한다.
그리고 기훈이가 무서운 꿈을 꾸어 엄마, 아빠방으로 달려 갔을 때에도 엄마와 아빠는 아기 잠 방해한다고 냉정하게 방에다 데려다 주신다..
기영이는 먹고 싸고 울고 자기만 하고 기훈이가 보기엔 냄새나는 응가를 해도 엄마 아빠는 싱글벙글 하신다..이해가 안간다..
기영이가 뭐가 이쁘다고..냄새만 나는 싸기대장인데 하고 생각한다.
맨날 맨날 싸는 기영이는 이쁜데 내가 어느 날 실수 한번 했는데 엄마의 표정이 정말 리얼하다.

우리 기훈이의 맘은 어떠했을까? 육아 방송 등을 보면서 아이들에게 동생이 생긴다는 것이
본부인이 첩이랑 같이 한집에 사는 기분이라는 말이..어찌나 사실적인 표현이던지.
아이들의 입장을 한껏 이해해 주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엄마 아빠는 동생이 생기면 큰아이는 그 순간부터 모든 것을 혼자서도
알아서 해야 하는 어른이 되어야 한다..
나도 삼남매를 낳아 기르면서 위의 아이들에게 그런 맘을 전달한 적은 없는 듯하다. 워낙에 착한 아이들인지라 동생이 태어나서 엄마가 동생이랑 자거나 해도 아이들은 스스로 퍼즐을 하거나 그림을 그리는 것으로 엄마가 없는 시간을 보내기도 하고 그리고 막내가 태어 났을땐 위의 두 아이들이 서로를 의지하면서 시간을 보낸 것 같다.
아이들이 자라났다고 그런 과정도 가물가물하다.
기영이의 100일을 맞이하여 친척들이 오신 날..모두들 기영이가 사랑스럽다고 한다..
그때 고모에게 기영이 흉을 보려는 기훈이의 맘이 어찌나 귀여운지 알 수가 없다..
그런데다 원하지 않는 실수 연발로 기훈이는 엄마에게 야단을 맞고 혼자 방에서 잠이 든다.
늘 엄마 아빠의 사랑이 온전하던 기훈이는 엄마가 기훈이가 어디에 있는지 밥을 어찌 잘 챙겨먹는지는 관심이 없다고 생각하니 서운하기 그지 없다.


그러던 중 엄마가 시장가고 없던 날..기훈이는 기영이를 혼자서 봐야 하는데 엄마가 나간지 얼마 안 되어 기영이가 깨어난다.
울어대는 기영이를 보고는 당황하여 기저귀를 봐주어도 멀쩡하고 어쩌지 하다.
엄마처럼 우유를 타 먹이게 된다. 그런데 어쩌지 엄마의 충고가 생각이 났다.
기훈이가 기르고 있는 청거북을 만지고 손을 씻지 않은 듯 하다.
그리고 다시금 기영이가 막 울어 엄마는 기영이와 병원을 가고 기훈이는 거북이를 데리고 할머니 집으로 나선다.
할머니 집에 맡겨두고 기영이가 좀 더 자란 후에 데리고 오려는 생각으로 나서지만 버스를 잘 못 타 할머니 집에도 못 가고 기영이는 꽃집아줌마를 만나게 된다.
그 꽃집 아줌마에게는 보람이형과 보석이가 있다.
말을 더듬고 입에서는 침이 흐르는 보람이 형은 꽃집을 하는 엄마를 위해 동생을 업고 엄마의 도시락도 싸들고 온다.
기훈이는 아마 그런 형아를 보면서 생각한 모양이다. 보람이형은 더듬더듬 이야기 한다. 보석이가 세상에서 제일 이쁘다고 그 말을 들으니 병원에 간 기영이가 걱정이 된 기훈이가 영영 우는 모습은 나도 공감이 되었다. 나도 동생이 둘 있는데 2살 터울의 여동생에게 나름 질투 아닌 질투도 하고 동생은 똑똑하기도 하고 빨라서 어른들이 칭찬을 많이 했었다.
그리고 막내는 터울이 지기도 해서 내가 참 많이 업어주었다고 한다. 엄마 대신..
아직 말이 서툴렀을 때도 막내 동생의 말은 나만이 알아들어서 엄마아빠에게 통역을 해주였다면 나의 사랑이 지극했던 것이 확실하다.
그래서 지금도 나의 아이들을 그런 맘으로 사랑 하려고 노력한다..
그러지 않을 때도 많아 요즘 들어 자꾸 남편에게 야단을 맞기도 하고 핀잔을 듣기도 한다.
싸기 대장인 기영이만 아는 엄마가 기훈이를 보고 싶어할까 하는 대목에 하늘에는 초승달이 서글픈 얼굴을 내밀고 있다는 표현이 기훈이의 맘을 얼마나 잘 대변해주는 표현인가 하고 씨익 웃음이 지어졌다. 늘 단정한 머리가 헝클어져서 기훈이를 데리려 온 엄마를 보고 기훈이는 엄마의 사랑을 확인한다. 어느 누구도 자식을 사랑하지 않는 부모는 없다.
열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 없다는 말도 엄마들 사이에서 아니야..안 아픈 손가락도 있어 하지만 누구나 그 사랑을 표현하는 것이 완벽할 수는 없다. 그 표현이 미숙할 수도 있고 사랑을 나누는 것이 어렵다는 사람도 있는 것은 확실하다..
기훈이는 엄마와 아빠를 다시 만나고는 엄마 아빠의 변함없는 사랑을 확인하고 선 이제 기영이를 생각하는 맘도 바꾸게 된다..
청거북을 두고 온 꽃집 아줌마를 찾아간 엄마와 기훈이는 이제 동생을 싸기대장이라고 부르지 않고 내동생 기영이 귀엽지?
한다..
책 뒷면에 기훈이의 눈물흘리는 모습을 보면서..앞의 표지와 대조적인 모습을 보게 된다.
기훈이의 서러운 눈물을 나의 첫째와 둘째도 흘린 건 아닌지 잠시 걱정해 보았다.
특히나 누나도 있고 동생이 있는 둘째는 아마 사랑나누기 때문에 힘들어 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을 많이 하면서 이 책을 읽고 아이와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다.
아이는 동생에게 샘을 별로 나지 않는단다..단지 자기가 가지고 노는 것을 방해할 때 그리고 잘못을 엄마에게 일러줄 때 동생이 미웁기도 하다고 한다.

기훈이에게 쓴 편지는 아주 의젓한 형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거 같다..동생이 6살이 된 둘째에게는 어릴 때의 기억이
지나가고 지금은 같이 놀 동생이 있어 좋은 모양이다..
나는 싸기 대장의 형님은 모든 형님들의 마음을 대변하는 고개를 끄덕끄덕하면서 읽을 수 있는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언제는 좋잖아>가 올테니 샘내지 말고 조금 참으라는 말이..정답인지는 모르지만..나름의 노력이 필요한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