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에 누가 "넌 뭐하고싶니?" 하면 "집 앞 은행직원이요!" 라고 했어요.
4시에 마치고 집에 간다니! 어린 마음에도 너무 좋다고 생각했거든요.
지금은 4시에 문닫고 안에서 또 힘들게 일하신다는 걸 알지만...
고등학교 땐 매일 매일 만화대여점을 들리면서 대학생이 되면 꼭 여기서 일하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내가 좋아하는 책과 만화에 둘러싸여 돈까지 번다고? 완벽해!
현실은 너무 낮은 시급에 눈을 돌렸지만요.
동네 곳곳에 많았던 서점. 특히 학교 앞엔 4-5개 씩도 있고 그랬는데...
온라인 서점이 활성화되고, 각종 할인에 사은품까지 얹어주면서 동네 서점들이 하나하나 사라지기 시작했어요.
그래서 동네 서점 살리기 운동한다고 각 학교에서 일부러 동네 서점에서 책사기도 하고 그랬는데...
이제는 작은 동네 서점(요즘은 책방이라고 많이 하더군요)이 정말 많이 생겼어요!
각자 개성을 살린 조그맣고 안락한 책방들이 많이 생기면서 독서모임들도 활성화되었더라고요 ^^
작은 책방들을 찾아다니는 프로그램까지 생겨서 얼마나 재밌게 봤는 지 몰라요!
저도 코로나만 아니면 동네의 이색 서점나들이를 나가고 싶은데...
이 책의 저자 김성광씨도 책을 너무너무 좋아한답니다.
출판사에 취직 하시려다 우연한 yes24 온라인 서점에서 10년 넘게 일을 하고 계세요.
뭔가 서점에서 일한다하면 (온라인서점일지라도) 내 취향에 맞는 책을 척척 골라주고, 책냄새와 커피냄새를 맡으며 자투리 시간엔 좋아하는 책을 볼 것 같은 이미지였는데,
역시 겪어보지 않고 남의 직업을 속단하면 안됩니다.
칼퇴는 보장되지만 출판사와의 끊임없는 마찰로 마음은 피폐해지고, 눈코뜰새없이 바쁜 나날.
일을 마치고 나면 이제 드디어 사랑하는 책과 함께 하려나 했지만 나를 기다리고 있는 육아!
주 52시간 근무로 국가에서는 워라밸을 찾으라는데,
일과 육아, 가사노동을 병행하며 내 시간을 갖기란 24시간 안에선 절대적인 시간의 총량이 부족합니다.
최근 한 취업포털 사이트가 2030 직장인 1,16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70.9%가 “나는 타임푸어”라고 응답했다.(“2030 직장인 “나는 타임푸어”…개인 시간 부족”, [MBC], 2019.11.04.) 한편 한국노동연구원이 20~50대 남녀 대상으로 조사했는데, 기혼 남성과 여성의 시간빈곤율은 미혼 남성과 여성의 두 배, 특히 6세 이하 자녀가 있는 경우 남성의 시간빈곤율은 50%, 여성은 60%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유아 키우는 40대 워킹맘, 가장 시간에 쫓기며 산다”, [경향신문], 2019.2.18.)
남는 시간은 나를 위해 썼던 과거에 비해 나를 잃어버리는 것 같은 삶.
삶의 균형을 맞추고 싶지만 정신을 차려보면 어느새 일, 육아, 가사 중 하나 혹은 둘에 쏠려있는 저울.
어느 하나 소홀히해서는 안되는 일들이기에, 저자는 자투리 시간을 조금씩 모아 자신의 시간을 만듭니다.
매번 "바쁘다 바빠. 시간이 없다. 언제 이걸 다하냐! 내 몸이 몇 개냐!" 하며 투덜거리기만하고 해결책은 찾지 않았는데, 이 쉬운 방법을 왜 전 떠올리지 못했을까요?
정답은 자투리 시간이 생기면 모든 생각을 멈추고 쉬기도 바빠서...ㅜㅜ
일이 바쁘고 힘겨우니 차마 겨우 생긴 자투리 시간에 무언가를 할 생각보다 멍때릴 때가 더 많았던 것 같아요.
작가님은 책을 읽는 게 본인의 힐링이기도 하고,
서점 MD로서 내가 추천하는 책이 누군가의 독서를 확장시키고 더 나아가 그 사람의 삶이 보다 두터워지는 데 기여하였으면 하는 마음으로
점심시간에 식당에 가는 대신 자리에 앉아 책을 읽은 뒤 혼밥을 하고, 출퇴근길 지하철에서 휴대전화 대신 책을 꺼내 읽고, 한 시간 일찍 출근해 일기를 씁니다. 주말에는 아내와 시간을 나눠 한 사람이 카페에 나가 일을 보면, 다른 한 사람은 집에서 아이와 시간을 보냅니다.
작가님의 말을 보니 나는 시간이 부족한게 아니라 의지가 부족한 거 였구나. 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물론 대중교통에 가만히 실려가며 창 밖을 멍하니 보는 시간도 나에겐 쉼표지만, 대부분의 자투리 시간을 의미없이 멍때리는 시간과 스마트폰 사용으로 보내는 건 문제가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