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은 없고, 잘하고는 싶고 - 10년 차 서점인의 일상 균형 에세이
김성광 지음 / 푸른숲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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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라밸(라이프라이프밸런스)을 추구하는

직장인의 일상 균형 에세이

 

 

어릴 적에 누가 "넌 뭐하고싶니?" 하면 "집 앞 은행직원이요!" 라고 했어요.

4시에 마치고 집에 간다니! 어린 마음에도 너무 좋다고 생각했거든요.

지금은 4시에 문닫고 안에서 또 힘들게 일하신다는 걸 알지만...

 

고등학교 땐 매일 매일 만화대여점을 들리면서 대학생이 되면 꼭 여기서 일하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내가 좋아하는 책과 만화에 둘러싸여 돈까지 번다고? 완벽해!

현실은 너무 낮은 시급에 눈을 돌렸지만요.

 

동네 곳곳에 많았던 서점. 특히 학교 앞엔 4-5개 씩도 있고 그랬는데...

온라인 서점이 활성화되고, 각종 할인에 사은품까지 얹어주면서 동네 서점들이 하나하나 사라지기 시작했어요.

그래서 동네 서점 살리기 운동한다고 각 학교에서 일부러 동네 서점에서 책사기도 하고 그랬는데...

이제는 작은 동네 서점(요즘은 책방이라고 많이 하더군요)이 정말 많이 생겼어요!

각자 개성을 살린 조그맣고 안락한 책방들이 많이 생기면서 독서모임들도 활성화되었더라고요 ^^

 

작은 책방들을 찾아다니는 프로그램까지 생겨서 얼마나 재밌게 봤는 지 몰라요!

 

저도 코로나만 아니면 동네의 이색 서점나들이를 나가고 싶은데...

 

이 책의 저자 김성광씨도 책을 너무너무 좋아한답니다.

출판사에 취직 하시려다 우연한 yes24 온라인 서점에서 10년 넘게 일을 하고 계세요.

 

뭔가 서점에서 일한다하면 (온라인서점일지라도) 내 취향에 맞는 책을 척척 골라주고, 책냄새와 커피냄새를 맡으며 자투리 시간엔 좋아하는 책을 볼 것 같은 이미지였는데,

역시 겪어보지 않고 남의 직업을 속단하면 안됩니다.

 

칼퇴는 보장되지만 출판사와의 끊임없는 마찰로 마음은 피폐해지고, 눈코뜰새없이 바쁜 나날.

일을 마치고 나면 이제 드디어 사랑하는 책과 함께 하려나 했지만 나를 기다리고 있는 육아!

 

주 52시간 근무로 국가에서는 워라밸을 찾으라는데,

일과 육아, 가사노동을 병행하며 내 시간을 갖기란 24시간 안에선 절대적인 시간의 총량이 부족합니다.

 

최근 한 취업포털 사이트가 2030 직장인 1,16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70.9%가 “나는 타임푸어”라고 응답했다.(“2030 직장인 “나는 타임푸어”…개인 시간 부족”, [MBC], 2019.11.04.) 한편 한국노동연구원이 20~50대 남녀 대상으로 조사했는데, 기혼 남성과 여성의 시간빈곤율은 미혼 남성과 여성의 두 배, 특히 6세 이하 자녀가 있는 경우 남성의 시간빈곤율은 50%, 여성은 60%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유아 키우는 40대 워킹맘, 가장 시간에 쫓기며 산다”, [경향신문], 2019.2.18.)

 

남는 시간은 나를 위해 썼던 과거에 비해 나를 잃어버리는 것 같은 삶.

삶의 균형을 맞추고 싶지만 정신을 차려보면 어느새 일, 육아, 가사 중 하나 혹은 둘에 쏠려있는 저울.

 

어느 하나 소홀히해서는 안되는 일들이기에, 저자는 자투리 시간을 조금씩 모아 자신의 시간을 만듭니다.

 

매번 "바쁘다 바빠. 시간이 없다. 언제 이걸 다하냐! 내 몸이 몇 개냐!" 하며 투덜거리기만하고 해결책은 찾지 않았는데, 이 쉬운 방법을 왜 전 떠올리지 못했을까요?

정답은 자투리 시간이 생기면 모든 생각을 멈추고 쉬기도 바빠서...ㅜㅜ

 

일이 바쁘고 힘겨우니 차마 겨우 생긴 자투리 시간에 무언가를 할 생각보다 멍때릴 때가 더 많았던 것 같아요.

 

작가님은 책을 읽는 게 본인의 힐링이기도 하고,

서점 MD로서 내가 추천하는 책이 누군가의 독서를 확장시키고 더 나아가 그 사람의 삶이 보다 두터워지는 데 기여하였으면 하는 마음으로

점심시간에 식당에 가는 대신 자리에 앉아 책을 읽은 뒤 혼밥을 하고, 출퇴근길 지하철에서 휴대전화 대신 책을 꺼내 읽고, 한 시간 일찍 출근해 일기를 씁니다. 주말에는 아내와 시간을 나눠 한 사람이 카페에 나가 일을 보면, 다른 한 사람은 집에서 아이와 시간을 보냅니다.

작가님의 말을 보니 나는 시간이 부족한게 아니라 의지가 부족한 거 였구나. 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물론 대중교통에 가만히 실려가며 창 밖을 멍하니 보는 시간도 나에겐 쉼표지만, 대부분의 자투리 시간을 의미없이 멍때리는 시간과 스마트폰 사용으로 보내는 건 문제가 있으니까요.


육아하는 서점MD의 일상균형 에세이다 보니, <일과 육아>부분, <책>부분에서 각각 공감가는 부분이 많았어요.

 

<일과 육아>

'부모'라는 이름과 '나'라는 이름을 나란히 놓고, 아무리 둘의 균형을 잘 유지하려 해도, 결국엔 '부모'쪽으로 기울 수밖에 없는 것 같다는 생각. 어쩌면 이 둘의 균형점이란 한쪽으로 조금 기울어진 상태를 일컫는 것 같다는 생각. 앞으로의 내 삶은 아이를 향해 기울어진 상태를 받아들이는 일로부터 시작되는 것일지도 모른다.

p51

인생을 구성하는 각각의 삶에 어느 정도는 균형 있게 시간을 보장해주어야 한다. 특히 부모들의 경우, 회사에서 일하고 또 집에 가서 일하는 삶의 반복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집안일 중에 내가 좋아하는 일도 있고, 아이와 놀면서 하루 피로가 풀리기도 하지만, 그 일로 삶을 빼곡하게 채울 순 없는 노릇이다. 아이가 태어나기 전에 만들어온 자아는 아이가 태어난 후에도 고스란히 내게 남아있다. 그에게도 시간을 주어야 한다. 퇴근 시간뿐만 아니라, 가사노동과 돌봄노동 이외의 시간을 챙기는 것도 꼭 필요하다.

p67

아직 애는 태어나지도 않았는데, 주변의 말을 들어보면 아이가 어릴수록 육아에 삶의 많은 부분을 내어주는 분들이 많아 벌써 우울합니다. 30년 가까이 갈고 닦아온 '아이가 태어나기 전에 만들어온 자아'가 육아를 하다보면 '엄마'라는 존재에 묻힐 것 같아서요.

'부모'와 '나'사이에서 균형이란 '부모'쪽으로 약간 기울어진 상태라는 것.

가정이 행복해야 내가 행복한 거지만, 이 균형이 너무 쏠려서 저울이 무너져 내리지 않도록 내 스스로를 위한 자투리 시간을 최대한 많이 확보해야겠습니다.

 

 

 

<책>

독자의 관심과 취향을 사려 깊게 읽으며 그에 맞는 방식으로 책을 권하고 싶었다.

나의 일이 누군가의 독서를 확장시키고, 더 나아가 그 사람의 삶이 보다 두터워지는 데 기여하기를 희망한다.

p34

책을 읽는다는 것은 칭찬받을 만하고, 책의 영향력은 자주 상찬되지만, 때로 책의 역할은 딱 여기까지다. 책이 삶으로 이어지기까지는 꽤 높은 문턱을 넘어야 한다. 마지막 장을 넘기는 순간 우리는 삶으로 돌아오고, 책은 거기서 끝난다. 세상은 책 바깥에 있다. 아름다운 책을 판다고 내가 아름다운 것은 아니다. 훌륭한 책을 읽는다고 삶이 훌륭한 것은 아니다.

p127

책을 좋아하는 저이기에 다른 사람들에게 취향에 맞을 것 같은 책을 권하고 싶기도 하고, 책선물을 하고 싶기도 합니다. 그런데 제가 책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기에 책을 줬다가 펼쳐지지 않은 상태로 먼지만 쌓일까봐 다른 선물을 하곤 합니다.

그림책쪽으로 직장에서 마음 맞는 사람들과 함께 모임을 몇 번 했었는데, 그때 제 얘기에 누군가가 귀기울여주고, 제 추천에 따라 책을 보거나 샀다고 하면 그렇게 기쁘더라고요. 책은 한 번 읽기 시작하면 확장됩니다.

작가가 잘맞아서 그 작가의 다른 책을 찾아보기도 하고,

안에 나왔던 정보를 자세하게 알고 싶어 또 다른 책을 찾아보기도 하죠.

그렇게 내 독서가 확장될 때, 다른 사람의 독서를 확장시키는 데 도움을 줄 때 행복하고 뿌듯한 마음을 여기서도 찾아서 너무 좋았어요 ㅎㅎㅎ

 

책을 많이 읽으면 사람될거라고 생각했는데, 아니었어요. 책 읽으면 깨달은 바는 책 표지를 덮으며 사라집니다.

책을 읽으며 다짐했던 바는 책을 서가에 다시 꽂을 때 잊혀집니다.

그렇게 작심삼일이어도 여러 권 읽다보면 달라지겠지 했는데, 여전히 작심삼일입니다.

훌륭한 책은 너무너무 많은 데 그 책이 주는 깨달음의 총알은 튼튼한 제 방탄뇌에 팅팅 팅겨나갑니다.

방어율 100%인 나사빠진 거대한 골키퍼가 코딱지 만한 골문 앞에서 가르침이란 골을 다 막아내는 느낌 ^^....

 

훌륭한 책을 읽는다고 삶이 훌륭한 것은 아니다! 저 문구에 얼마나 깊은 공감을 했는 지...

 

 

책을 읽으면서 접은 부분이 너무너무 많을 정도로 동병상련을 느낄 수 있는 책이었습니다.

 

'선택과 집중'보다는 '적절한 밸런스'

어느 하나에 집중해서 대단히 잘할 때보다,

어느 하나에도 소홀하지 않을 때 나는 행복하다는 작가님.

 

이 책을 보는 많은 사람들이 일과 육아, 독서를 병행하는 작가님에게 존경심을 가지고 내 무너진 라이프에 슬퍼할 수 있지만, 사실 작가님은 처갓댁에서 애를 봐주잖아....요... 그러니 우리 작가님만큼 라라밸(라이프라이프밸런스)을 챙기진 못하더라도 너무 슬퍼말고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범위 안에서 스스로에게 자투리 시간을 선물하고 밸런스를 찾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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