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기발한 발상, 하늘을 움직이다 ㅣ 요시키 형사 시리즈
시마다 소지 지음, 한희선 엮음 / 시공사 / 2011년 2월
평점 :
품절
추운 겨울.
얼음공기와 눈송이를 가르며 달리던 기차안에서
키작은 피에로가 사람들에게 인사하며 춤을 추며 이동한다.
무관심하게 그를 지켜보다 잠이들기 위해 눈을 감은 순간 불연듯 들려온 총탄소리.
그리고 그 총탄소리를 따라 간 좁은 기차의 화장실 안에는 아까의 그 피에로가
자살을 한 듯 변기위에 쓰러져있다.
...
한편의 기이한 이야기로 시작되는 이 소설은.
매우 기이하고 음침한 분위기를 풍긴다.
상황은 바뀌어 키가 150정도 밖에 되지 않는 한 노인이
지하철에서 웃는것도 우는것도 아닌 요상한 표정으로 하모니카를 분다.
한사람 한사람에게 인사를 하며 하모니카를 불며 칸을 이동하던 노인은
이윽고 지하철을 나와 한 골목에서 잡화점으로 들어간다.
그리고 노인이 다시 나오는 뒤로 여주인은 소비세 12엔을 내지 않았다며
그 뒤를 뒤따르며 소비세를 내라고 소리친다.
주인과 노인은 엉켜서 넘어지고 주위에 있던 많은 사람들속에서 여주인은
가슴에 칼이 꽃힌채 몸을 떨며 죽어갔다.
현장에서 잡힌 노인.
치매를 앓고 있는 것인지 아무리 형사들이 질문을 해대도
그는 똑같은 자세로 허리를 굽히며 고개만 끄덕일 뿐이다.
소비세 12엔을 내기 싫어 여주인을 살해했다는 조금은 황당한 사건 경위...
그런데 그 사건에 의문을 가지게 되는 형사 요시키는 상부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독단적으로 노인과 여주인을 조사해나간다.
그리고 밝혀지는 노인과 여주인의 연관성.
그리고 피에로의 이야기가 적힌 기괴한 소설이 사실 예전에 일어났던 한 열차사고의
실제사건을 바탕으로 지어진 소설임을 알게된다.
여주인을 죽인 나메카와라는 부랑자 노인의 정체를 찾아가던 요시키는
사실 나메카와가 일본인이 아니며 한국인 여태영이라는 것을 알게된다.
제목을 보고 처음에 이 소설이 과연 추리소설일까? 라는 의문을 가졌었다.
처음부터 시작되는 기괴한 괴담같은 이야기가 강렬해 꽤나 인상깊은 책이라고 생각되었다.
경찰이란 민중의 든든한 수호자라는 신임을 얻기 위해, 그리고 사건에 대한 신속한 해결을 위해
가끔은 강압적인 결단으로 마무리짓는 형사들..
살인자라는 것은 변함이 없으니 살해동기야 어찌되었든 해결하면 그만이라며
사건을 종결시키려는 상부에 맞서
같은 살인이라도 살해동기에 따라 판결이 달라지는 만큼 동기가 중요하다는
요시키 형사의 열혈한 추적은 그렇게 시작된다.
다소 형사, 경찰계에서는 이단적인 방항아일지 몰라도 그의 굳건한 정의는 꽤나 멋지게 다가왔다.
일본식 이름의 지역명이나 기차명은 어려웠지만 꽤나 묘사력이 뛰어나서인지
지루하지 않고 깊게 빠져 읽었던 것 같다.
다른 리뷰를 먼저 알아본 후 구매한 책인데
사실 이 책을 구매하게 된 가장 큰 동기는
일본에 의해 강제로 사할린에 끌려가 강제노동을 당한 한국인을 소재로 했다는 점이었다.
전쟁에 관한 역사를 학창시절 교사로부터 들었던 기억이 꽤나 강렬했던 이유로
이런 소재의 이야기는 언제나 나를 강하게 끌어당긴다.
예전 어느 유명프로그램에서 사할린에 거주하는 한국 노인들을 찾아가
그들의 고통과 향수를 달래주던 방송이 있었다.
이미 백발이 성성하고 깊게 패인 주름속에서도 노인들은 한국에서 방문한 사람들 이라는
그 하나의 이유만으로도 눈물을 흘리며 반가워했다.
한국에 가고 싶어도 갈 수 없는 몸이 되어 제2의 고향처럼 그 춥고 열악한 곳에서
터전을 잡고 평생을 살아온 노인들.
이 소설은 일본소설임에도 그 이야기를 담담하면서도 죄스러운 마음으로 담아내고 있었다.
아직도 사할린에는 4만명이 넘는 한국인이 살아가고 있다.
소설을 읽는 동안 작가가 사할린의 한국인들,
강제징용되어 강제노역에 시달린 후, 일본의 패전으로 인해 그곳에 덩그러니 버려진
그들에 대한 강렬한 속죄의 마음이 느껴져서 왜인지 슬프면서도 뿌듯한 마음이 들었다.
일본인 작가가 소설로 쓰면서까지 이 역사에 관심과 속죄를 갖고 있구나 하는 마음에...
역사왜곡, 일본강제성노예할머니들의 문제로 말이 많은 일본이지만
그래도 사회 곳곳에 아직 존재하고 있는 이른바 양심파 라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
그리고 일본의 작가라는 한 인물이 사회의 비난을 무릎쓰고 써준 이 소설이 고맙게 느껴진다.
아마 이 소설이 출간되고 극우파들로 인해 작가는 꽤나 괴롭힘을 당하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리 덮으려해도 과거는 이미 일어난 역사이기에 지울수 없고,
시대상 전쟁이라는 울타리가 있었다고 해도 인간이 인간에게 저지른 참혹한 진실은
전쟁 이후에는 필히 부끄러운 속죄되었어야할 문제라는 기본 바탕을 심어둔 이 소설이
나는 참 마음에 든다.
추리소설임에도 마지막에는 눈물이 나게 만들었던 소설.
여태영 노인은 그 많은 세월동안 얼마나 차가운 고통속에서 떠돌았을까......
사할린에는 아직도 이태영과 같은 4만명의 한국인 노인들이 남아 있다.......
[사할린에는 지금도 일본인이 강제로 보내 노동을 시킨 조선인이
4만명 이상 남아 있습니다.
그런데 그런 짓을 한 일본인은 모르는 척하고 있습니다.
아무리 전쟁 탓이라고 해도 변명이 되지 않습니다.
이런 도리에 어긋난 일들을 해결하지 않으면 일본은
진정한 일등 국가가 못 될 거라 생각합니다.
이런식으로 말하면 화를 내는 일본인도 있지만 저는 정말로
일본인을 위해서 그렇게 생각합니다.
...
그 외에도 정신대라고 하면서 마찬가지로 경관이 조선인 부녀자를 그러모아
여관의 식모 등으로 속여 전선에 위안부로 보내는 일도 있었던 모양입니다.
그 무렵 조선은 그런 시대였습니다.
저도 전선에서 이런 위안부를 안은 적이 있습니다. 터무니없는 짓을 한거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