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사람이 생겼습니다 - Navie 211
진주 지음 / 신영미디어 / 2010년 10월
평점 :
품절


대학에서 도도하고 칼같은 매력을 풍기는 젊은 교사이면서도

그저 잔잔한 물결처럼 변함없이 가라앉아만 있는 삶을 살아오던 쿨한 향기 가득한 남자 서이현. 
특이한 이름으로 눈길이 갔던 자신의 제자에게 자꾸만 신경이 가는 그와.
남들 모를 상처를 가득 가득 품에 안고서 떠오르지 못할 심연에 갖혀

서글픈 눈물을 바닷물인양 마시며 살아가는 서남우.


남우 나무....나무라는 단어와 비슷한 발음의 남우.

심해에 갇혀, 우아한 물고기들이 사는 곳에서 내려오는 부유물 마린 스노우를 먹고 사는

일그러진 괴물이 자신이라 생각하는 남우.

소설을 읽어내리며 남우라는 아이의 신비롭고 가슴아파 보듬어주고 싶은 매력을 나는 서이현처럼 절절하게 느꼈다.
상처에 아파 절규하는 사람보다 그 아픔에 질식할 듯 묶여 신음조차 내지 못하는 이가 어느때는 더 가여운 것 처럼.
먹먹한 가슴을 내리치고 또 내리쳐도 입 밖으로 말이 터져나오지 않는 고통이 더 아픈 것처럼.
남우는 그렇게 소설속에 웃는 듯 우는 듯 서 있었다.

 

잘나가는 중년배우인 어머니. 기업가인 아버지. 그러나 균열로 이미 기울어져버린 가정사와

왜 이리 잔인할까 싶은 자신의 질병... 그리고 약혼자와의 파혼....

자신의 치부를 모두 들켜버린 채로 그렇게 엉망이 된 채 학교로 돌아운 남우.

 

이현은 왜인지 다른학생들과는 다른 분위기를 지닌 남우에게 늦깍이 첫사랑의 싸앗을 틔였다.
남우..나무...나무의 어린 묘목처럼..싱그러운 초록잎사귀에 이슬을 매달아

자신 앞에서 반짝이는 아름다운 어린나무 남우.

 

자신과는 다르게 너무나 밝고 깨끗한 집안에서 티없이 부족함없이 자란 사랑받으며 자란 이현을

남우는 사랑하면서도 자신 때문에 불행해질까 불안하다. 하지만 딱 하나 자신에게 허락된 이 사랑....
부족함으로만 가득찬 자신에게 온전히 완전함으로 다가온 사랑 이현을...포기하기엔 너무나 사랑이 크게 자리잡았다.

 

왁자지껄하게 요란한 사랑이 아닌 아침의 안개속 숲처럼 청초하고 맑은 두사람의 사랑이

섬세한 필체로 그려져 있는 이 소설은 잔잔힌 안개속 호수같았다.

아름답지만 묘한 쓸쓸함과 신비롭지만 격한 눈물이 쏟아질거같은 양면을 담은 소설.

 

초로한 병약한 남우가 병실에 있는데 왜 독자인 나는

학교에서 자신을 얼마나 좋아하느냐고 물어오는 이현을 향해
해맑게 감나무를 힘껏 흔들어대다 경비아저씨를 피해 도망친 귀여운 남우가 떠올랐을까...
순간 오버랩된 그 생각에 착잡함과 안쓰러움이 더해졌다.

 

원래 판타지쪽을 많이 읽었던 나에게 현대극 그 중에에서도 이렇게 세심하고 잔잔한 소설은 취향이 아니었는데
왜인지 읽어내리는 동안 바로 멈추어지지 않아 놀라웠다.
가령 문자가 와서 확인해야 함에도...나는 조금만 더 조금만 더 하며 읽어내려가고 있었다.

 

이현도 멋있지만 나는 왜인지 같은 여자인데 남우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이아이는 이런 상처들을 그 작은 몸 어디에 다 넣어두고 꼭꼭 잠그고 사는 걸까...
몸속에 깃든 그 상처의 물들이 남우의 몸속에서 얼어버려 꼭 그대로 나무를 질식시켜버릴것만 같은 마음.
남우야 너는 심해의 일그러진 괴물물고기가 아니라 심연의 그 어두움에 가려져 알 수 없었었던

아름다운 인어야 라고 말해주고 싶었다.

 
햇살이 드리운 심연의 길을 향해 힘차게 차오르는 인어처럼 혹은

햇살을 향해 깊게 줄기를 내밀고 땅에 힘껏 뿌리를 내려 박은 묘목처럼
아름다운 삶을 향해 나아갈 자유가 있는 모든 이들이 행복하기를..남우가 그러했던 것 처럼...

 

 

하늘의 따뜻한 바람이
그대 집 위로 부드럽게 일기르.
위대한 신이 그 집에
들어가는 모든 이들을 축복하기를.
그대의 모카신 신발이
눈 위에 여기저기 행복한
흔적 남기기를.
그리고 그대 어깨 위로
늘 무지개 뜨기를...

 

-소설 內 - 체로키 인디언의 축원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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