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마지막 기차역 (리커버 에디션)
무라세 다케시 지음, 김지연 옮김 / 모모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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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따스한 햇살이 내리 쬐는 오전, 가마쿠라행 열차가 탈선한다.

각자의 삶을 짊어지고 살아오던 많은 사람들이 그 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여전히 따스한 해가 떠오르고 파란 하늘이 이어지지만 누군가에겐

그 모든 것이 신기루처럼 떠오르는 허상의 하루하루일 것이다.

공허함을 짊어지고 오늘도 버티는 하루였을 많은 유족들에게는 말이다.

이 책에는 그런 유족의 네가지 사연을 담고 있다.


우리에게는 단순한 소설이 아닌, 낯설지 않은 이야기일 것이다.

곧 '21년 전 사고'로 기억 될 대구 지하철 참사와 닮아있는 이야기다.

책을 읽으며 그 유족들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생각해보게 되는 것 같다.

작년에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이야기에서 20주기가 된 대구 지하철참사를

다루었고 많은 이들이 그 프로그램을 보며 함께 울고 슬퍼했었다.

네이버와 같은 인터넷에서도 많이들 거론되었었다.


소설은 그래도 따뜻함을 품고 있어서 위로가 된다.

결혼을 앞둔 연인, 서로 데면데면했던 아버지와 아들,

풋풋한 사랑을 가지고 서로의 마음을 고백하려던 어린 학생들,

그리고 열차를 운행했던 기관사와 그의 아내.

그들의 사연들이 슬프고도 예쁘게 그려져있다.

그들의 모습이 특별하게 그려진 것은 아니다. 일상 속 우리와 같다.

우리가 매일 매일을 아름답게 생각하며 살아야 할 이유가 아닐까.

사실 그러기가 쉽지는 않지만 말이다.

그래서 이 소설 속 일상들이 더 가슴아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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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모코, 마음이 병든 건 착실히 살아왔다는 증거란다.

설렁설렁 살아가는 놈은 절대로 마음을 다치지 않거든.

넌 한 사람을 진심으로 사랑했기 때문에 마음에 병이 든거야.

마음의 병을 앓는다는 건, 성실하게 살고 있다는 증표나 다름없으니까.

난 네가 병을 자랑스레 여겼으면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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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삶에서 해답을 가르쳐주는 건 언제나 사람이거든.

컴퓨터나 로봇이 아니라, 모든 걸 가르쳐 주는 건 사람이다.

그러니 용기를 내서 사람을 만나봐라. 사람들과 대화도 많이 하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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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굴러떨어지던 돌도 때가 되면 멈추듯이, 이 세상은 언제나 우리에게

빛나는 미래를 선사합니다. 인생이란, 참으로 얄궂지요.

언젠가 당신의 미래에 눈부신 빛이 비치기를 기원하고

믿고.

확신하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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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슈의 발소리 히가 자매 시리즈
사와무라 이치 지음, 이선희 옮김 / arte(아르테)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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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유달리 요괴, 괴담 문학이 많다. 우리나라에도 비슷하게 괴이하거나 신비한 이야기를

기록한 옛 문학이 있는데, 그 가장 큰 예가 '삼국유사'인것 같다. 그런 신비한 이야기에 현혹된

어린시절이 있어서인지 일본의 괴담, 기이한 이야기에 관심이 많은 입장에서 이런 책은 참

매번 반갑다.

젠슈의 발소리는 5가지 단편 이야기가 괴담 괴이로 펼쳐지는 책이다. 그리고 일본에서 가장

대중적인 '카미카쿠시'를 다룬 이야기도 있다. 카미카쿠시. 말그대로 풀어보면 '신이 숨겼다.' 라는

뜻인데, 예전에는 아이가 실종되는 일이 잦았고 그로 인해 특정 연령 이전의 아이는 신의 소관에

있다고 믿었다고한다.(아마도 7~9살이었던 듯하다) 그래서 신이 변덕을 부려 아이를 훌쩍 데려가

버리는 일이 생긴다고 믿었던 모양이다. 아마 실종으로 인해 가족들이 계속 그 일에 매달리기 보다

어서 잊고 현실을 살아가라는 그런 의미를 가진 전설이 아닌가 싶다.

이 책에 나오는 카미카쿠시를 당한 아이는 어른이 되어 갑작스레 집으로 돌아왔다.

동생 대역으로 취직도 하며 잘 지내지만 다시금 사라졌다. 그리고 다시금 나타나기를 반복하는

카미카쿠시를 당했던 남자. 그의 그런 반복된 행동의 이유를 알고 나서는 어쩐지 맥이 풀리고

역시 가장 무서운 것은 사람인가?라는 생각이 든다.

요괴를 흔히 부정하고 사납고 잔혹한 짐승의 존재로 생각하는데 사람이라고 해서 과연

요괴보다 나을까. 많은 문학이나 영화 드라마에서 그런 주제를 많이 다루는 것 같다.

최근 넷플릭스에서 인기있었던 스위트홈에서도 이상현상으로 괴물이 세상을 파괴하는데,

그런 괴물을 처치하는 용병들과 어린 요괴를 통해 그런 부분을 보여주는 듯 했다.

'요괴'라는 것은 어쩌면 우리 마음에 있는 '나쁜 마음'을 애써 우리와는 다르다고, 사람이

아니라고 선을 긋기 위해 사람이 만들어 낸 존재는 아닐까.

오컬트, 괴담은 그런 마음 속에서 그런 괴이함에 맞서 스스로를 지키기 위한 게 아닐까.

지금도 여러가지 전설, 괴담들이 업그레이드 되거나 새롭게 태어난다.

우리는 늘 새로운 두려움과 기대감을 갱신한다.

그러니 앞으로도 많은 괴이, 괴담, 기담, 요괴들이 태어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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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어의 눈물
시즈쿠이 슈스케 지음, 김현화 옮김 / 빈페이지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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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자기 판매를 가업으로 하는 구노 가문은 유명한 도자기점 '도키야 깃페이'를 운영중이다.

현 사장인 사다히코와 그의 아내인 아키미, 그리고 그의 아들인 고헤이가 그 아래에서 함께 

가게 일을 배우고 있다. 어엿한 가정을 일군 아들 고헤이에게는 아내 소요코와 아들 

나유타가 있다. 어느날 남부러울 것 없던 구노가문에 큰 비극이 일어나고 만다.

바로 사다히코의 아들이자 소요코의 남편인 고헤이가 살해당하고 만 것이다.

게다가 가해자는 소요코의 결혼 전 연인이었던 구마모토였다.

고헤이의 장례식에서 아내인 소요코의 부자연스워보이는 행동을 느낀 아키미는 겉잡을 수

없이 소요코에 대한 의심이 꼬리를 물고 늘어지며 머릿속을 헤집는다.


너, 왜 우는 시늉을 했니......?


소설은 소요코를 향한 주변인들의 의심이 주를 이룬다.

그러던 와중 법정에서 가해자 구마모토는 뜻밖에 폭탄 발언을 한다.

소요코가 남편 고헤이를 살해하도록 자신에게 언질을 주었다는 것이다.

그런 이야기까지 더해져 아키미는 점점 며느리 소요코에 대한 의심이 나날이 깊어져만 간다.

그리고 소요코 또한 어딘가 신뢰가지 않는 듯한 행동들을 여럿 보인다.

과연 소요코가 간직한 진실은 무엇일까?


세상을 살아가면서 많은 사람들과 관계를 엮으며 살아간다.

실타래를 엮어 하나의 뜨개 완성품을 만들어 내듯이, 우리는 우리 곁의 인간 관계를 이리저리 

엮어 견고하게 다지며 완성을 향해 살아간다. 때론 그 관계에 있어 만족하고 행복을 느끼기도

하고, 때론 실망과 배신감에 분노를 느끼며 원망의 눈물을 보이기도 한다.

보이는대로 상대를 보고 있다고 여기지만 사실 우리가 보고 싶은 모습으로 상대를 보고

판단하는 경우가 더 많지 않을까.


대학생 시절 동기들 몇과 함께 고깃집을 갔을 때, 고기를 굽지 않고 먹기만 한다는 데에 

미안함을 느껴서 눈치를 본 적이 있다. 그때 머뭇 머뭇 잘 먹지 못했던 모습을 본 다른 

동기가 "고기 별로 먹고 싶지 않았는데 우리 때문에 간거야?" 라고 물어 온 적이 있었다.

사실대로 이야기를 했더니 '그런거 신경쓰지 말고 그냥 편하게 먹었으면 좋겠다, 싫은데 

억지로 따라온건가하는 생각에 본인들도 계속 신경쓰였다' 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어서

 '아, 나의 행동이 누군가에게는 다르게 보일수도 있구나, 그런 뜻이 아니었는데' 생각한 

적이 있다. 그래서 그 이후에는 상대에게 확실하게 의사를 전달하게 된 듯하다.


소요코의 행동을 보면 독자인 내 입장에서도 아키미와 같이 생각하고 판단하게 된다.

대체 이 인물은 무슨 의도와 어떤 의미를 내포하며 움직이고 있는 것일까.

그리고 또 하나 이 소설에서 엿보이는 하나는 [군중심리]가 아닐까.

명확하지 않은 일에 있어서 사람들은 다수의 의견이나 논리에 많이 휘둘릴 수 밖에 없다.

누군가는 소오쿄를 좋은 사람으로 판단하고 누군가는 의구심과 비밀이 많은 사람으로 

판단한다. 의구심이 드는 상대를 두고 던진 말 한마디 즉 가십이 누군가에게는 인생일대의 

중요한 언령이 된다. 마치 주술처럼 그 말로 인해 생긴 의심이 계속해서 뻗어나가는 것이다.


듣는 말을 두고 마음에 담을지 쏟아낼지를 보여주는 인물이 아키미와 소요코가 아닐까.

우리는 아키미와 같이 살것인지 소요코같이 살것인지, 혹은 그 둘다일지 아닐지

잘 생각해봐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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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리석은 장미
온다 리쿠 지음, 김예진 옮김 / 리드비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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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이 계시지 않아 아버지 쪽 친척에게 길러진 나치는 방학동안 캠프를 위해

어머니 쪽 친적인 이모네로 오게 된다. 산에 둘러쌓인 독특한 지대의 마을인

이와쿠라에는 마을만큼 독특한 캠프와 축제가 열린다.

먼 옛날 이곳에 떨어졌다고 하는 허주라는 거대한 배와 그곳에 타고 있었을

승선원들을 잊지 않기 위한 행사이지만 사실 본 의도는 다른 곳에 있다.

이 마을에서는 여전히 그 허주에 탈 승선원들을 가려내기 위한 캠프가 열리는데,

어린 학생들이 그 대상이며 변질이라 불리는 각성을 거쳐 승선원의 자격이 있는

아이들을 길러내야 한다. 머나먼 외해로 나가기 위해 나이를 먹지 않고 감정의

동요도 느끼지 않는 독특한 존재가 되어야 한다.

나치는 이 모든 사실을 이 캠프에 참가하게되면서 처음 알게된다.

변질체가 되길 갈망하는 아이들과 다르게 나치는 이 모든것이 그로테스크하게

여겨지고 불편하며 두렵다. 변질체가 되기를 거부하고 싶다.

그러나 마음 한켠 그들과 같아지길 바라는 또 다른 내면이 계속 고개를 내민다.

나치의 첫 피먹임은 자신이어야 한다는 사촌 오빠 후카시. 하지만 나치는 그럴수 없다.

그런 짓은 하고 싶지 않다.

그러던 와중에 발견된 여러가지 사건들로 인해 마을은 소란이 일고,

나치는 기억조차 없는부모님의 지난 일들을 조금씩 알아가게 된다.

판타지와 뱀파이어의 조합은 많았지만 sf와 뱀파이어의 조합은 흔하지 않았던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내가 접한 최초의 sf와 뱀파이어 접목의 소설로는 나쁘지

않은 소설이었다. 매력적인 캐릭터들과 신비로운 세계관, 그리고 약간 가미된

추리가 sf판타지에 잘 스며든 것 같다.

온다 리쿠는 '보리의 바다에 가라앉은 열매'로 처음 접했던 작가인데,

그때의 흑막 여주가 참 인상 깊었었다. 어두운 느낌을 물씬 풍기는 그 소설을

읽은 후 '꿀벌과 천둥'을 읽고 이렇게 밝은 소설도 쓸수 있는 사람이구나.

변화무쌍하다 느꼈던 적이 있는데, '어리석은 장미'에서는 또 다른 신비로우면서

그리움이 묻어나는 이야기를 지어 또 한 번 역시 작가들의 이야기 세계관은

우주와 같구나하고 생각하게 된다.

나쓰와 다다유키.

나치와 후사키.

먼 우주를 꿈꾸면서도 인류는 사랑을 놓지 못한다.

우리에게 사랑을 빼놓으면 무엇이 남을까.

그리움의 허주만 남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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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홍은주 옮김 / 문학동네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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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우울과 상실과 슬픔을 가진 사람의 내면과도 같은 도시가 아닐까.
그들의 아픔을 잠재우기 위한 일종의 방공호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 도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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