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의 질문 - 흔들리는 순간, 다시 꺼내 보는 판단의 기준
배하연 지음 / 나비의활주로 / 202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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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년 10월 9일, 한글날이 제정된지 100주년이 되는 기념비적인 날이다.

버스를 타고 가는 길, 노랗게 물든 단풍길을 지나며 버스안에 울리던 라디오 방송에서는 한글날의 본래 이름 시청자 질문으로 나오고 있었다. 한글날에게도 본래 쓰이던 또 다른 이름이 있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한글날이 제정될 때 본래 불리던 이름은 '가갸날'이라고 한단다. 한국인이라면 그리 생소하지만은 않다. 처음 글을 배울 때 따라하던 가갸거겨고교의 첫 가갸이니까. 그 작은 연관성에서 '귀여워'라는 생각이 드는 것은 역시 내가 한국인이기 때문일까?


  본문 첫 장을 읽으며 솔직히 말해서 나는 조금 '움찔'이란 것을 했다. 그리고 동질감과 함께 작가님도 역시 우리와 같은 사람이구나 생각했다. 8만원이라는 잔고와 월세 카드값 등 당장 나가야 할 돈과 망했다는 절망감, 그리고 나.중.에. 볼 동영상 목록들과 방바닥의 빈틈까지 차지하던 읽지 않은 베스트셀러 들의 이야기가 마치 나의 이야기 같았다. 지금도 여전히 책들이 많지만 이사 전 나의 집 역시 책 때문에 무너지는거 아니야? 라는 농담을 할 정도로 책이 많았다. 반 정도를 분명 덜어내었는데 왜 아직도 무소유를 소유하지 못했을까. 아마도 아직 나의 무소유욕은 오지 않았나보다. 그래도 그 덕에 꾸준히 책에 관심을 가지고 있고 우연한 기회로 이 책을 또 만나게 되었으니 역시 소유욕을 가지는 것이 나쁜것만은 아님에 감사한다. 


  완벽한 왕. 우리가 생각하는 세종대왕의 모습이지만 본래 왕위 계승 후계가 아니었던 충녕대군께서는 처음 세종으로 왕위에 오르시면서 자신이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먼저 인정하며 대신들에게 손을 내밀었다고 기록되어 있다한다.


 "내가 인물을 잘 알지 못하니, 좌의정·우의정과 이조·병조의 당상관과 함께 의논하여 벼슬을 제수하려고 한다." 

- 세종즉위년 8월 12일


  완벽하지 않기에 더더욱 그 부분을 인정하고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손을 내미는 왕. 당시 한국에서 가장 높은 자리에 있던 세종대왕조차도 그러했는데 현재 사회에서 곳곳에 존재하는 이들이 많이 배워야 할 대목인 것 같다.




  자신에게만 국한되지 않고 신하들이 모르는 것 역시도 괜찮다고 다독인 세종대왕의 일관성은 당시의 시대상을 생각해봐도 놀랍고 세종대왕의 사람을 향하는 그 애민심을 느끼게 한다.


  어린 친구들과 일할 때 겪은 일인데, 한자가 필수과목이 아니라서 따로 배우지 않으면 한자를 모르는 친구들이 많다고 한다. 너무나 당연한 어떤 단어였는데 그것을 몰라서 고객과 조금 문제가 발생했다. 사장님이 그것도 모르냐고 면박을 주는 것을 봤는데 나중에 그 친구랑 따로 이야기를 했다. 새로운 것 하나 배웠네 요즘 친구들은 안쓰는 용어이긴 하니까 기죽지 말고 새로운 단어 하나 배웠다 생각하라고 말해 준 적이 있다. 같은 상황에서 상대가 모를수 있음을 인정하는 것과 인정하지 못하는 것은 분위기를 다르게 만든다는 것을 당시에 느꼈다. 그 후임은 그 후 모르는 것이 있으면 곧잘 나에게 물어오곤 했었기에 분위기가 배움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도 크게 느꼈다. 꾸짖는 이에게서는 모르는 것을 배울 기회가 줄어든다. 꾸짖음을 듣는 순간 모르는 것을 약점이라 생각하고 입을 닫아버리기 때문이다.




  책을 읽으며 '아 나도 이런 상사를 만났더라면.....' 하는 생각이 드는 부분이 많았다.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는 말이 있는데, 사람이 어떤 직위에 있게 되면 그에 어울리는 모습으로 변하게 마련이라는 사전적 뜻이 있다. 그런데 의외로 나쁜 방향으로 발현되는 경우가 사회 곳곳에 존재한다.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어린 직원에게 갑질을 하는 경우가 그렇다. 구태여 '어린'직원이 아니더라도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고용한 직원에게 함부로 하는 이들이 참 많다. 책을 읽으며 이 책은 꼭 사업을 하는 대표들이 읽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애사심을 가지길 바라고 주인의식을 가지길 바라지만 의외로 주인의식, 애사심을 가져서 올리는 충언은 듣기 싫어하는 이들이 많은 게 현실이다.


  허조는 세종대왕의 뜻을 자주 막았다고 한다. 그래서 세종께서는 허조를 고집불통이라고 했다고 한다. 그럼에도 그를 내치기보다 허조가 말하는 위험에 대한 부분을 생각하고 또 생각하며 그 위험을 어떻게 대비할지를 세워 단단한 정책들로 만들어냈다. 작가님이 디자이너 분들과 그런 비슷한 시행착오로 변화하는 모습을 적은 부분이, 그 마음이 꽤 멋있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인 나의 사담이라 대표 입장에서는 어땠을지는 모르겠지만, 허조처럼 위험에 대해 이야기했다가 받아들여지지 않은 일화들이 있었다. 그것이 결국 회사의 타격으로 돌아온 것을 퇴사 후에 전해 들은 경우가 있는데 내가 예상한 결과가 나온 것을 기뻐해야 하는지 안타까워해야 하는지 참 애매했던 기억이 있다. 나는 저 문장처럼 나의 마음을 귀하게 여겨주는 마음을 인정받고 싶었다. 그리고 그것이 쓴소리를 하는 대부분 직원들의 마음일 것이다. 직원 입장에서도 상당히 미움받을 각오를 하고 올리는 것이 쓴소리이기에.




  인터넷을 보면 요즘의 대표들이 종종 하는 말이 있다. 요즘, 젊은 사람들 고용하기에는 인재가 없단다. 다 놀며 일하려 한다는 글을 볼때마다 많은 생각이 든다. 요즘 젊은 사람들이 스펙들로만 본다면 예전보다 더 높다. 그런데 왜 인재가 없다고 할까. 시대가 변화한 이유도 있다. 예전처럼 혼자서 여러가지를 다 해야 하는 시대가 아니라 업무 분담이 정확하게 나눠져야 하는 시대이다. 여기에서는 별로라는 소리를 듣던 사람이 저기가서는 맹렬하게 활약하고 있는 경우를 종종 본다. 숨은 인재 발견도 중요하고 들어온 사람을 어떻게 좋은 동료나 직원으로 성장시켜 나가는지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알아보지 못해 쓰지 못한다'는 말이 나는 꼭 좋은 인재를 찾아낸다는 의미만 아니라, 들어온 사람의 장점을 알아보고 그 점을 부각시켜 함께 하는 의미로도 생각해보게 된다.


  처음에는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좋은 사람이 늘어나는 일이니 좋은 일이라고 믿습니다. 하지만 사람은 숫자가 아닙니다. 한 사람이 들어오면 그 사람의 방식과 기대, 관계, 기존 고객, 일하는 습관까지 함께 들어옵니다. 사람 하나를 들이는 일은 사람 하나를 더하는 일이 아니라, 새로운 방식을 조직 안으로 들이는 일입니다.

-본문 중


  직원으로 일을 하는 입장에서 참 오래 눈에 담은 부분이다. 결혼으로 맺어져 집에 새로 들어오는 가족이 있는 이들에게도 찬찬히 두 세번 읽어보면 좋을 문장이라 생각한다. 한 사람이 들어오는 것은 그 사람이 가진 많은 것들이 우리라는 공간에 들어오는 신비하고 아름다운 일임을 왜 우리는 깨닫지 못할까.


  세종대왕을 만나기 위해 손에 든 책에서 사람을 만났다. 그리고 나를 만났다. 나는 아직 좀 더 훌륭해지고 싶다. 거창하게 말고. 그건 좀 부담스러우니까?

작은 것이라도 우리는 능히 해지 못할 일이 없고, 아무리 작은 것이라도 나에게 소중한 것이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사람의 자질이라는 것은 재능이나 능력 우선이 아니라 사람을 귀하게 여기고 사람을 사랑할수 있는 마음이 가장 우선된 자질이 아닐까.

 


   '후회가 남는다고 해서 온 힘을 다하지 않았다'는 뜻은 아닙니다. 관계가 틀어졌다고 해서 내가 부족했다는 의미도 아닙니다. 우리는 결과 앞에서 지난 시간을 너무 쉽게 벌합니다. 잘 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그동안의 노력까지 없었던 일처럼 만들어버립니다. 세종의 기록은 저에게 묻고 있었습니다.

'너는 결과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네가 실제로 쌓아온 시간을 너무 쉽게 지워버리고 있지 않은가.'

-본문 중



사담 ) 개인적으로 추천사에 세종대왕 21대 직계손 이준 황손의 추천사가 있음에 신기함과 놀라움이 있다. 황족혈통이지만 여느 일반인들처럼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을 세종대왕의 직계 후손들. 그들의 입장에서 자신들의 윗대 조상이 만든 글자가 온 나라에 쓰이고 있음을 보는 마음이 세삼 벅차게 느껴져 눈물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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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고화질세트] 인간교차점 개정판 (총19권/완결)
히로카네 켄시 지음, 허윤 옮김, 야지마 마사오 원작 / 대원씨아이/DCW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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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은 읽어보면 좋은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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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편지
김숨 지음 / 현대문학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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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여름이 오기 직전의 어느 날 지인의 가족들과 함께 부산여행을 간 적이 있다.

초등학생 자녀가 있는 지인은 아이들과 함께 갈만한 곳을 찾던 중 '국립 일제 강제동원 역사관'

이라는 곳을 찾아냈고 여행 일정에 넣었다. 나는 그런 역사관이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대구에 희움 역사관이 있다는 것을 알고 혼자 다녀온 적은 있었지만

그보다 큰 규모가 가까운 부산에 있는 줄은 생각도 못했다.

체험관의 존재를 알게 해준 지인에게 고마웠고 지인의 아이들과 손을 잡고

함께 역사관을 돌며 뜻깊은 시간을 보냈었다.

그리고 나서 이 책을 읽게 되어서인지 책을 읽는 내내 그 체험관 기억이 떠나질 않았다.

체험관에는 위안부 할머니들이 갇혀서 지냈던 작은 감옥과도 같은 방을 똑같은 평수로

만들어 들어가볼수 있게 했는데 그 작은 공간에 놓여져있던 작은 나무 침대와 작은 세숫대야

등이 책을 읽는 내내 그려져 괴로웠다. 단순히 책을 읽는 것과 그와 비슷하게 만들어진 장소를

알고서 읽는 것은 다른 느낌인 것 같다. 어둡고 서늘했을 그 공간에 자신의 의지는 조금도

반영되지 않은 채 감금되어 있었을 여리디 여린 여자 아이들...

​

이 책은 각자의 사연으로 위안소에 들어온 소녀들과 글의 화자인 후유코(금자)가 위안소

생활을 하는 일상을 보여준다. 비단짜는 공장에 취직 시켜준다는 말을 듣고 길을 나선 금자는

자신처럼 각각의 사연에 속아 멀리 이곳까지 온 언니 동생들과 하루하루를 지낸다.

짐승의 피인줄 알고 광목천으로 닦아냈던 그 붉은 물들이 사실은 사람의 피였음을...

그 피를 스스로 닦아낸 곳에 갇혀 일본군을 위로하는 일을 하게 될줄은 그녀들 중 누구도 알지 못했다.

모두가 공장에서 일을 해 돈을 집에 보낼 꿈에만 부풀어 있었기에.

​

어린 아이들이 원치않는 일을 당하고 그 상황에 생긴 아이를 낳거나 혹은 수술을 당하며

제대로 된 음식도 먹지 못한채 때로는 서로를 욕하고 때로는 집이 그리워 서로를 부둥켜 안고 울며

무슨 생각들을 했을까. 우리는 글로도 생각으로도 그리고 마음으로도 그 모든것을

제대로 이해하고 느낄 길이 없다. 다만 천만분의 일 뿐이라도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고 또 노력할 뿐이다.

.

.

​

[이 곳은 열세살 짜리 여자애가 있을만한 데가 아니다. 열다섯 살짜리 여자애가 있을만한 데도

아니라는 걸 오지상과 군인들만 모른다. 열다섯 살인 나도 아는 걸.]

​

있어야 할 곳이 아니었다. 여자아이들이 존재했어야 할 곳이 아니었다.

애초에 누군가가 생활했어야 할 곳이 아니었다. 그러나 그 곳은 틀림없이 존재했던 곳이다.

그리고 여전히 누군가의 마음속에 존재하고 있을 곳이고 기억해야 할 곳이다.

추억할 수 없는데 꼭 기억해야 하는 것은 얼마나 비통하고도 무거운 일인가.

그런 기록들을 일본은 소녀들의 아픔으로 눈물로 한자 한자 새겨놓았다.

​

[몸은 강물에 씻을 수 있지만, 영혼은 씻을 수 없다. 영혼에는 비누칠도 할 수 없다.]

​

.

.

​

[ "너희는 천황폐하가 일본 군인들에게 내린 하사품이다."

천황은 어째서 일본 여자애들이 아니라 조선 여자애들을 하사품으로 내려주었을까.

낙원위안소에 일본 여자애는 없다. 세계위안소에는 일본 여자애는 없었다.

전쟁은 일본 군인들이 하는데. ]

​

하사품.. 사람에게 물건 품을 붙여 본인들이 멋대로 누군가에게 주었다...

자신들 나라의 여자아이들에게는 하지 못할 행위를 우리 나라의 여자 아이들에게는 행했다.

그리고는 마치, 자기 나라의 여자 아이들이란 듯이 일본 이름을 주었다.

금자는 후유코가 되었다. 어느날 다른 군인에게는 또 다른 일본이름으로 불렸다.

기억도 못할 일본 이름이 스무개가 넘게 생겼다.

지금 나의 이름 세글자가 너무나도 소중한 순간이다.

​

어머니 나는 아기를 가졌다고, 어머니 나는 아기가 죽기를 바란다고, 아기를 가진 채로도 유린당해

병신을 낳을까봐 무섭다고, 죽어 반이 썩어나간 아기를 낳을까봐 무섭다고....

금자는 배우지 못한 글자를 강물에 쓰며 마지막의 마지막 날에도 어머니께 편지를 썼을까.

그립고 그립던 어머니의 얼굴을 아무 먼 훗날에라도 보았을까.

​

​

[ "너는 무슨 죄를 지어서 조센삐가 되었지?" ]

​

끝순이, 해금, 은실, 금실, 악순, 점순, 연순, 애순, 을숙, 연순, 분선, 군자, 금자

소설 속 인물에 잠들어 있을 그 많은 조선 여자아이들의 손을 잡아주고 싶다.

당신들과 같은 조선 이름을 가진 우리가, 무결한 그대들을 기억하며 여기 이 곳에 있다고.

그대들이 죄가 없음을 우리가, 역사가, 미래가 안다고. 그러니 그곳에서는 부디

당신이 무슨 죄를 지었는지를 가슴에 두지 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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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는 무서운 꿈을 꾼다
우사미 마코토 지음, 이연승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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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을 돌보지 않는 무능한 아버지, 그런 아버지로 인해 소년 와타루는 엄마와 함께 길거리로 내몰리게 된다. 엄마의 뱃속에는 와타루의 동생이 세상과 만나기 위해 하루하루 자라고 있는 중이다. 엄마의 손을 잡고 엄마가 예전에 일했던 찻집을 찾아가 보지만 그 곳의 도움을 받기도 여의치가 않다. 대신 찻집에서 일하는 코우짱이라 불린 남자에게 달콤한 크림소다를 한 잔 얻어 마셨다.

크림소다의 달콤함을 뒤로 하고 다시금 엄마의 손을 잡고 거리로 나섰다. 그 시간, 그 거리에 전단지를 나눠주는 어느 종교 단체로 인해 와타루는 그렇게 엄마와 함께 '시온의 빛'이라는 종교단체에 들어가 살게 된다. 시온의 빛에서는 잠을 잘 수 있는 잠자리와 따뜻한 음식을 제공해주고 와타루가 근처 학교에도 다닐 수 있게 해주었다. 엄마 에리코는 그런 시온의 빛 종교 단체 생활에 점점 익숙해지고 모든것을 기대게 된다. 하지만 와타루는 학교에서 이 시온의 빛 종교 단체가 마을에서 썩 신뢰를 받고 있지는 않다는사실을 알게 된다. 아니 되려 와타루는 시온의 빛에서 살고 있다는 점을 이유로 괴롭힘을 당하게 된다.


시온의 빛의 도움을 통해 드디어 엄마의 뱃속에 있던 동생은 세상 밖으로 나온다. 귀여운 마리나라는 여동생이었다. 작디 작고 보드라운 귀여운 여동생을 지키는 것이 와타루의 삶의 목표가 되었다.


갑자기 흘러 들어온 와타루 자신처럼 아오토라는 동급생이 전학을 온다. 어딘가 타인과 잘 썪이지 못하는 모습이 와타루와 닮았지만 조금 다르다면 아오토는 스스로가 타인을 신경쓰지 않는 어른스러운 구석이 있었다.

아무에게도 곁을 내주지 않는 아오토지만 괴롭힘을 당하는 같은 처지의 동질감인지 와타루에게만은 곁을 내주었고 와타루도 그런 아오토가 너무 소중했다. 그러다 아오토의 비밀을 알게 되고, 아오토의 가족들을 만나게 된다. 그들도 아오토만큼 '특별한' 존재들이다.


어릴 적 달콤한 크림소다를 뒤로 하고 거리로 내몰렸던 것처럼 와타루의 달콤쌉싸름한 일상이 또다시 큰 사건에 휘말리게 된다. 시온의 빛이 마리나에게 정체불명의 약을 먹인 후 숨을 쉬지 않게 된 것이다. 그들은 이 사실을 숨기기 위해 작고 여린 마리나의 몸을 작은 플라스틱에 담아 강가에 유기한다. 와타루는 그런 마리나를 향해 물 속에 뛰어들어 마리나를, 그 작은 죽은 몸을 구한다. 그리고 아오토의 가족에게 찾아가 부탁한다.

마리나를 살려내달라고. 그 사건 이후 마리나와 홀연히 떠나버린 아오토의 가족들. 그리고 시온의 빛을 나와 와타루는 홀로 세상을 살아내며 어른이 된다. 하지만 다시금 아오토 가족과의 인연에 얽히게 되고 만다.


시대 배경이 마치 코로나19를 연상시키는 부분들이 있다. 이 책 이후 읽고 있는 다른 일본 소설에서도 who가 언급되는 것을 보니 작년 일본의 트렌드 단어가 who였나보다. 개인적으로는 who로 언급될 때마다 우리나라에서 대중적으로 쓰이는 '세계보건기구'라는 명칭이 더 좋은 것 같다. 어쩌면 익숙함 일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책은 두껍지 않지만 의외로 페이지는 400페이지에 달한다. 그럼에도 지루하지 않다. 와타루와 아오토의 우정이 좋았고 아오토 가족의 신비스러움에 끌리는 책이다. 그리고 나의 관심을 늘 가져가는 주제인 어린 아이들을 향한 학대 혹은 방임의 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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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이하게도 '가족'이라는 단어를 입에 담는 에리코가 증오스러웠다.

또 손에 잡히는 행복만 골라서 누리려는 태도를 용서할 수 없었다.

세상에는 절대 부모가 돼서는 안 되는 사람이 있다. 바로 눈 앞에 있는 이 여자다.

본문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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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보다 더 먼저 사회문제로 제기되어 왔던 아동 방임, 가정내 학대 문제를 다루고 있는데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 '아무도 모른다'가 개봉된 것이 2005년임을 생각하면 20년이 지난 현재도 전세계적으로 완벽히 해결되지 못하는 문제 중 하나가 아닐까 생각한다.


20년이라는 시간이 지나 내가 부모가 될 나이에 접어들어보니 확실히 나이를 먹는다고 훌륭한 어른이 된다는 것은 허무맹랑한 이야기에 가깝다고 느껴진다. 또래의 지인들이 부모가 되고 아이를 케어 하는 것을 보면서, 이상과 현실이 얼마나 다른지를 조금은 이해할 것 같다. 그럼에도 우리는 훌륭한 부모가 되어야 하고 훌륭한 어른이 되어야한다. 훌륭함이 버겁다면 적어도 따뜻한 어른은 되어야 한다. 그 따뜻함이 지금을 살고 있는 다음 세대의 누군가에게 희망이 될테니까. 세상은 그렇게 살면 손해야 라고 말 하면서도 우리는 가끔 누군가의 선행에 영웅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칭찬한다. 그 손해로 인해 누군가가 도움을 받을 수 있음을 알기에.


오늘밤 누군가의 무서운 꿈 하나가 사라지는 그런 하루가 되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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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누군가를 죽였다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최고은 옮김 / 북다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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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가가 시리즈인가! 사람 냄새가 폴폴 풍기는 소설이다라고 생각했는데 사람 냄새가 조금 쎄한 냄새를 풍긴다.

별장이 옹기종기 모여있는 곳에서 해마다 그 별장 주인들이 모여 바베큐 파티를 연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모여서 다 함께 바베큐 파티를 하고 헤어졌는데 그들 중 몇사람이 살해당하는 사건이 일어나고만다. 그리고 근처의 레스토랑에서 가장 비싼 요리를 먹고 와인을 마신 한 청년이 자신을 경찰에 신고할 것을 요청한다. 자신이 바로 이 곳 별장 살인사건의 범인이라 말하는 그는 살인 동기가 그저 사형을 당하고 싶어서라고 말한다.

피해 유족들은 범인의 고백으로 흐지부지 끝나 제대로 된 동기도 찾지 못한 살사건인으로 인해 다같이 모여 검증회를 열기로 한다. 그리고 유족 중 한사람인 하루나의 지인을 통해 사건을 알게된 가가가 함께 그 검증회에 참석하게 된다. 사건의 전말은 어떻게 된 상황이며 범인은 과연 히카와 다이시가 맞는가. 열띤 토론을 벌이는 사람들 사이에서 이유를 찾아가는 길이 혼란스럽다.

찰리 채플린이 인생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고, 멀리서보면 희극이라는 말을 남겼다.

본래 멀리서보면 빛나보여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저마다 힘겹게 노력하며 살아간다는 뜻을 내포하고 있지만

이 소설 속에서 이 명언은 인간의 어두운 면을 꼬집는 말이 되는 것 같다.

그리고 슬프게도 현실에도 너무나 있을 법한, 아니 사실 많을 거라는 확신이 드는 인물들이 곳곳에 나타난다.

인생을 살아가면서 누군가를 죽이고 싶다 혹은 죽어버렸으면 좋겠다 라는 마음을 품지 않는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

미움과 증오는 자신을 갉아먹는 독과 같다고 다들 말하지만 사실 그 독이 가슴 언저리에 없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나 역시도 내가 죽는다면 귀신이 되어서 꼭 데리고 가겠다! 라고 생각하는 몇몇 인물들이 있으니까..

사실 어른이 된 이후에는 소설 속 등장인물들 같은 사람들을 볼때면 얼굴이 화끈거릴 때가 많다. 어른의 부끄러움은 너무나도 죄질이 나쁘다. 그리고 때때로 치명적이다. 그럼에도 어른들은.. 낯짝이 두껍다. 미안하게도 말이다.

그런 어른들 사이에서 그런 어른이 되어갔을 도모카에게 나는 차마 돌을 던지지 못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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