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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인간, 인류의 하나 ㅣ 김동식 소설집 6
김동식 지음 / 요다 / 2019년 3월
평점 :
김동식 작가의 6번째 소설집 ' 하나의 인간, 인류의 하나'
이 작가님의 책을 처음 접한건 회색인간에서였다.
그리고 작가초청을 하는 도서관 프로그램에 신청해 작가님의 강연을 들은 적이 있다.
스스로를 맞춤법도 틀리는 무지한, 지식높은 사람들의 좋은 직업인 글을 쓰는 작가와는 전혀 인연이 없을 인생을 살았다던 그가 단순한 일을 하는 주물공장에서 꾸준히 펼쳤던 상상들이 책으로 나온 소설들이 차곡 차곡 세상에 쌓였다. 김영하 작가님이 어느 방송에서 이야기 해주시기를 문학이란 장르는 학교에서 이건 이렇고 저건 저렇고 밑줄 그으며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고 했었다. 읽는 독자가 느끼는 것이 가장 그 책을 잘 이해하는 것이라고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나에게 김동식 작가님의 책은
읽으면서 재미만으로 훌쩍 넘겨지는 책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스스로 무지한이라고 했지만 작가님은 아래에 속하는 세상을 살면서 느끼게 되었을 많은 부조리함과 사람들의 이기심, 그리고 그 속에서 위로 오르려는 아래쪽 사람들의 갈망을 잘 느끼고 써내려갔다고 생각한다.
아마 작가님 본인이 일부러 의도를 했을 것 같진 않지만 그동안 삶을 느껴온 것들이 그의 상상처럼 축적되어 자연스레 나온 것은 아닐까. (강의에서도 뭔가 생각을 많이 하면서 의도를 넣어 썼다기 보다 단순히 글을 쓰는게 재미있어서 쓰셨다고 하신거로 기억한다)
이 책에는 한 장소에 모인 사람들이 나온다. 저마다의 사정이 있는 그들과 그 속에서 이루어지는 일련의 상황들,
그리고 누군가의 복수나 욕심 등이 한데 엮여 하나가 된다.
하나의 인간, 서로가 다 다르다고 하지만 인류라는 공간안에서 우리는 너무나도 닮았다. 그 중에서 못나게 닮은 것이 바로 욕심이다. 욕심이 욕망을 부르고 잘못된 욕망은 상처를 남기며 그 상처는 복수를 부른다.
오늘의 동지가 내일의 적이 되는 것도 동지애보다 욕심이 더 크기 때문일테니 말이다.
"세상 모두가 당신을 좋아할 순 없어요. 두려워하지 마세요. 인생을 살다보면, 나를 싫어하는 백 명 같은건 전혀 중요하지 않습니다. 정말입니다. 깜짝 놀랄 만큼 중요하지 않지요. 그보단, 나를 정말로 사랑해주는 단 한명이 훨씬 더 중요하죠"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언제라도 그 스위치를 올리고 내릴 수 있습니다. 당신이 움직여야 할 스위치는 당신 마음 속에 있는 스위치입니다. 남들은 중요하지 않아요. 내 자신이 중요하지"
가장 마지막에 나온 '스위치 하나로 바뀌는 내 세상'은 여느 직장인이라면 다 공감할 것 같은 이야기다.
마지막에 장진주처럼 나도 오늘과 내일을 덤덤히 마음 속 스위치를 누르며 하루의 문을 닫고 열어야겠다.
남들은 중요하지 않다. 남들이 좋아하지 않는 나자신이라지만 분명 세상에 단 한명이라도 나를 좋아하는 사람은 있다. 가족이, 친구가, 연인이 분명히 있다. 나에게 가족도 친구도 연인도 없다라고 한다면 그래도 우리에게 단 한명은 남는다. 바로 나 자신이다. 나 자신도 인류의 공간에서 숨쉬는 한 사람이고 그 단 한사람인 나 자신이 사라지지 않는 이상 분명 이 세상에서 단한명은 나를 좋아한다. 나 자신이 바뀐다면 말이다.
그리고 우리에겐 분명히 우리 주변에서 나를 좋아해주는 사람들이 분명히 있을 것이다.
작가님의 책 '회색인간'에서 좋아하는 부분이 있다.
바로 지하에 갇혀 땅을 파는 회색 인간들 중에서 노래를 부르던 여인이다.
노동만이 살길인 세상에서 노래하는 사람은 비난의 대상이다.
그럼에도 날아드는 돌맹이에 죽을 위기 속에서도 다시 깨어나 계속 해서 노래를 불러
노동만이 전부인 회색도시에 문화를 일깨운 여인.
날아드는 돌맹이 세례에도 굳건히 노래하던 여인처럼,
나를 좋아해줄 나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을 위해서
힘들고 어렵지만 열심히 내일을 걸어가야 한다.
우리에게 주어진건 노래하고 웃으며 사랑으로 계속 앞을 향해 나아가는 것일테니까.
이 세상은 호락호락하지 않아서 돌맹이가 날아들기도 하고 욕설이 떨어지기도 한다.
때론 운나쁘게도 얻어맞아 신체의 일부가 다치기도 한다. 사기로 뒷통수를 세게 얻어맞아
회복불능처럼 여겨질 때도 있다.
씁쓸함도 느껴지지만 그럼에도 인간의 희망에 대해서도 늘 한곳에 담아두는 작가만의 느낌이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