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홉살 인생 - 개정판
위기철 지음 / 청년사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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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경에 MBC에서 느낌표! 책을 읽읍시다 라는 프로그램의 선정도서였다. 우연히 시간을 떼울 셈으로 책장에 꽂혀 있는 아홉살 인생을 꺼내 읽게 되었다. 아홉살 인생은 세상을 느낄만한 나이라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산동네로 이사를 간 아홉살 백여민은 아이 답게 숲에서 놀면서 여러 특별한 아이들을 만나게 된다. 고아로 누나와 살고 있는 신기종이라는 아이를 통해 사람과 사람이 만나 얼마나 강해 지는지를 알게 된다. 누나와 외팔이 하상사와의 결합으로 그들의 삶에 한꺼풀의 그늘이 지워져 가는 것을 보면서 뿌듯해 했다. 주정뱅이 아버지 때문에 아버지에 대한 복수를 꿈꾸던 검은 제비는 결국 자신의 죽이지 못하고 아버지가 그냥 죽어 버리자 아버지를 대신해 공장에 취직해서 일찍 어른이 되어 떠나게 된다. 일찍 어른이 되어버린 검은 제비의 비애를 아홉살 인생은 또한번 되새겨 본다.

 

아홉살이면 충분히 사랑을 느낄 나이라 허영심많고 이쁜 장우림이라는 아이를 만나 토끼장에서 서로 티격 태격 싸우면서 사랑의 미묘한 감정을 익히게 된다. 골방철학자라는 고시생을 보면서 세상에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인간이 겪는 비애와 사랑을 목격하고, 그의 비참한 최후도 지켜보게 된다.

혼자 살다 죽어가는 토굴 할매를 통해 이별이 슬픈 까닭을 배우게 된다.

 

아홉살의 시각으로 바라본 인생은 어른 인생 못지 않게 많은 희노애락을 가지고 있었고, 슬픔과 절망과 사랑과 이별과 방황과 기쁨을 순수한 동심에서 느낄수 있게 표현해 주고 있다. 사람이란 혼자서는 결코 살수 없으며 서로 의지하면서 살아가고 그속에서의 사랑을 알게 된다.  죽음이 주는 슬픔을 이해 하게 되고, 현실이 주는 비참함에서 벗어나기 위해 인간은 욕망을 꿈꾸고 있다는 것도 알게 된다.

 

작가는 책뒤에 현실과 욕망의 차이를 절절하게 표현하면서 끝을 맺고 있는데, 현실이 우리를 속이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현실을 속일 뿐이라고 단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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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을 위한 닭고기 수프 2
잭 캔필드.앨런 코헨 지음, 류시화 옮김 / 푸른숲 / 199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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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의 몸살 감기를 치료해주는 '닭고기 수프'의 2탄이다. 1권에서와 마찬가지로 비슷한 카테고리와 나뉘어진 수프를 한 그릇씩 떠먹게 되어 있다. 저자는 이 책을 한꺼번에 읽지 않고 한 에피소드를 천천히 음미하기를 원하고 있다. 그만큼 하나의 글속에 감동과 생각할 거리가 많은 까닭이다. 그런데 나는 한꺼번에 후루룩 마셔 버린 셈이다. 욕심이 생긴 때문일 것이다. 배탈이 나지 않겠지만 감동이 오래 가지 않는 것은 다영한 이치일 것이다. 하여간 다 읽고 다시 좋은 굴귀들은 비공개 카테고리에 잘 적어 두었고, 영혼이 아플 쯤에는 조금씩 꺼내어 읽어 볼 생각이다. 인생을 살면서 그리고 학교에 다닐 때에 사람들은 가장 어려워 하는 것이 삶의 기술임을 고백하고 있다. 학교에서는 왜 싦의 기술을 가르쳐 주지 않고 지식만 가르쳐 주는 것일까 하는 물음이 이책을 읽으면서 문득 문득 든다. 그래서 인지 잭 캔 필드나 마크 빅터 한센 같은 상담 프로그램 , 세미나 강사가 필요한 이유이다. 인간관계를 잘 이끌어 나가는 법, 외로움을 극복하는 법 등 평범해 보이는 인생의 기술들을 우리는 잘 알지 못하므로 낙담하고 괴로워 하는 것이다.
 

첫번째 장은 꿈을 이루기 위한 수프, 두번째는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한 수프, 세번째 장은 지혜를 주는 수프로 나누어져 있다.

꿈을 꾸기 위해서는 자신이 잘하는 것과 못하는 것을 구별할수 있어야 한다. 못하는 것을 잘하기 위해 노력하는 시간보다는 잘하는 것을 온 마음과 영혼을 다해야 한다. 꿈에는 꼭 목표가 있어야 하고 그 목표에 따른 꾸준한 실천이 뒷받침되어야 함은 당연한 일이다.

꿈을 이루기 위해 아무런 준비없이 기회를 맞는 것보다 준비를 철저히 하고 난후에 아직 기회가 오지 않는 것이 더 나은 경우라 한다. 준비없이 닥친 기회는 아무런 소용이 없는 것이다. 꿈이 없이 아무일을 하지 않는 것만큼 인생에서 위험한 일은 없는 것이다.

 

삶을 살다보면 어려움,  즉 위기나 실패가 없는 사람은 없다. 그 유명한 링컨 대통령 마저 평생에 걸쳐 실패와 맞닥뜨렸던 실패자 였지만 결국 그는 미국 대통령이 되었다. 그는 실패할 때마다 혼자 이런 고백을 했다고 한다.

 

144 내가 걷는 길은 험하고 미끄러웠다. 그래서 나는 자꾸만 미끄러져 길바닥 위에 넘어지곤 했다. 그러나 나는 곧 기운을 차리고는 내 자신에게 이렇게 말했다. "길이 약간 미끄럽긴 해도 낭떠러지는 아니야."-에이브라함 링컨

고난이나 어려움 극복에 대해 가장 잘 느꼈던 사람들이 세계대전 당시의 히틀러에 의해 핍박받던 유대인들일 것이다. <죽음의 수용소에서> 저자 빅터 프랭클도 정신과 의사이면서 유대인 수용소에서 감금 되었던 당시를 떠올리면서 새로운 정신치료법 까지 만들어 낸다. 실패와 고난을 역이용하여 <로고테라피>라는 삶의 의미를 찾아 주어 정신과적인 병을 치료하는 방법을 개발해 내어 정신의학계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게 된다. 이 얼마나 고난을 창조적으로 극복한 케이스인가?

 

128 인간의 마지막 자유라고 할수있는 , 어떤 주어진 상황에서도 자신의 삶의 태도를 선택하는 것, 자신의 삶의 방식을 선택하는 것이 그것이었다. -빅터 프랭클

어떤 노련한 초등학교 선생님의 "할수 없어."라는 장례식을 치르는 의식을 통해 자신감을 일깨워 주는 일화. 자신이 할수 없는것보다 할수 있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하고 싶은 일에 시간과 노력을 투자 한다면 신은 우리 모두에게 '우리의 가슴이 원하는 것'을 주겠노라고 약속했다는 것을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영혼이 따뜻해지고 가슴속에 감동을 주고, 뜨거운 눈물이 울컥 쏟아 지게 만드는 닭고기 수프를 한모금씩 떠먹을 준비가 되었는가?

잘 차려진 닭고기 수프를 이 책을 읽으면서 당신은 떠먹기만 하면 된다. 그러면 피로한 영혼이 생명력을 찾을 것이다. 당신이 주저앉자 포기하거나 귀를 막고 있지 않는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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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원에 가기
알랭 드 보통 지음, 정영목 옮김 / 이레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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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독가이자 탐독가들이 좋아하는 작가인 알랭 드 보통의 초기 에세이다. 이름은 <보통>인데 글내용은 전혀 보통이 아니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그의 글은 '센티맨탈'하면서 '필라소피'적이다. 혼자 사색하는 것을 좋아하는 작가임에 틀림없고, 그것도 깊은 사색을 하는 사람일 것이다. 단지 우리가 본 풍경이나 물건에 대해 아름답다고만 흔히들 표현하고 말지만 드 보통은 그렇지 않다. 매우 사실적이면서도 현학적이고, 철학적이라 쉽게 와닿지 않는 문장들이 많다. 그는 이해 하는 데 나는 이해를 못한다고 말하면 맞는 말일 것이다.

 

그에게는 일상에 보이는 모든 것이 사색의 표현이 되고 있고, 새롭게 표현하고 철학적으로 돌려 말하는 귀재이다. 화가 중에 에드워드 호퍼와 페터 드 호흐를 사랑한다. 호퍼는 주로 고립과 고독, 현대인의 단절성을 표현한 화가이며, 호흐는 소박함과 일상을 그린 화가이다. 이 고독과 일상은 우리 주변에 흔히 있는 소재들이다. 그 소재들을 심도있게 분석하여 묘사하고 있는 화가들이니 깊은 사색가인 알랭 드 보통의 사랑을 받을 만한 자격이 다분한 화가들인 셈이다.

 

분주히 움직이는 공항에서 비행기를 관찰하고, 오가는 사람들과 비행시간을 말해주는 안내판에서 그는 철학을 이야기할수 있으며, 동물원에서 인간이 동물 같고, 동물이 인간 같음을 발견하고 있다.

매력있는 여성 앞에서 비 진정성으로써 유혹하고자 하여 온갖 거짓말과 연기로 그녀의 키스를 받아 내기도 한다. 홀로 여행하는 여인에게서 갑작스런 사랑을 느끼는 독신남의 외로움을 절묘하게 묘사하기도 하고, 따분한 장소의 대명사인 자신의 고향인 취리히에 대해서 매력을 묘사하고 있기도 하다. 여덟살 때 첫 일기로 책을 쓰기 시작했다는 고백으로 일과의 나열로 시작하는 문장구성을 부끄럽게 시작했지만 결국은 그 일과와 일상에서 이토록 다양하고 독특한 단어의 나열로 기록하는 작가가 되어 있음을 시사하기도 한다. 그의 독특한 시선으로 바라본 세상은 모두가 지적이면서 유쾌해지기도 하지만 어렵기도 한 것이다. 이해 불가한 문장이 있기도 하고, 선뜻 이해가 되는 글도 있었다.

 

143쪽 정도의 짧은 에세이 였지만 깊은 생각 없이는 읽어 내릴수 없는 책이자 알랭 드 보통에게는 미술을 설명하지 않는 글이 없기도 하다. 그는 분명히 화가와 명화와 고독과 일상과 따분함을 적절히 나열해 지적이면서 철학적이게 만들어 내는 재주를 지닌 작가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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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제동이 만나러 갑니다
김제동 지음 / 위즈덤경향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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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연예인이면서 사회참여를 하는 분들이 많다. 개그맨 김제동도 한사람이라고 할수 있을 것이다. <토크 콘서트>를 열면서 사회의 여러 사람들과 개그와 토크로 소통하고자 노력하고 있는 이들 중 한사람이다. 김제동씨께서 경향신문에서 1년간 진행해온 <김제동이 똑똑똑>을 책으로 엮어 나온 것이 이책이다. 만나러 다닌 분들을 보면 보수, 진보의 국회의원등 정치인, 감독, 가수, 피디, 배우, 소설가, 교수 들이다. 사회문제에 깨어 있는 분이거나 좀 독특한 성향을 가진 분들을 위주로 만난 것 같다. 만나면서 나눈 대화들이 진국처럼 느껴고 가슴을 어루 만지는 말들이 많아 읽어 보기에 좋은 책이다.

 

여기에 만난 사람들을 나열하자면 이외수(소설가), 정연주(전 KBS 사장), 김용택 시인, 고미자 제주해녀, 엄홍길 산악인, 박원순 변호사, 정재승 과학자, 홍명보 올림픽 축구대표감독, 고현정 배우, 강우석 영화감독, 이정희 민주노동당대표, 김C가수, 남경필 한나라당 의원, 안희정 충남도지사, 양준혁 야구선수, 설경구 배우, 조정래 소설가, 황정민 배우, 정호승 시인, 수영 소녀시대 가수, 최일구 MBC앵커, 유인촌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문용식 나우콤 대표, 나영석 KBS<1박2일)PD,신영복 성공회대 석좌교수 이다.

 

신문의 시사면이나 문화면에서 한시대의 획을 긋고,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분들과의 진솔한 대화가 마음을 울리고 있다. 그 중 가장 와닿았던 분의 말은 다음의 박원순 변호사의 말씀이다.

 

p.69 개천에서 용나는 것도 중요하지만 송사리로 남아 개천을 지키는 것도 중요하지 않을까요? 혼자 용빼는 재주로 하늘 올라가는 것보다 함께 하며 힘이 돼주는 사람이 더귀한 존재입니다.


 

평범한 우리의 입장에서 너무나 위로가 되는 말인듯 싶다. 개천에서 용이 싶었던가? 사실 어린 시절의 꿈이 다 그렇지 않은가? 용의 머리가 되고 싶어 발버둥 치는 분들이 참 많을 것이다.

요즘 개천에서 용되기 참 힘들다는 말이 있다. 빈부의 격차로 인해 얼마나 비싼 사교육을 받느냐에 따라 용이 되는 세상에 정말 힘든 현실일 것이다. 그런 세상을 조금이라도 변화시키고 싶어 하는 분들의 이야기가 진솔하게 정리되어 있어 좋다.

 

가슴을 저며오게 만들고 공감을 느끼게 하는 정호승 시인의 <수선화에게> 라는 시!!

울지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 -수선화에게     


 

사람이 살아가면서 외롭지 않은 사람이야 어디 있겠냐 만은 강한 모습만 보이려는 이시대에 이 말은 능력있는 시인의 시에서 나온 말이라 더한 위로를 느끼게 해준다.

 

별을 지향하지만 별은 어둠이 존재해야 빛나요. 진정한 사람을 위해서는 증오도 필요합니다.


 

용이 되거나 별이 되기 위해 노력하다 좌절 된 사람들에게 용이나 별만이 능사가 아님을 말해주고 있으니 이 얼마나 아름답고 공감되는 말인지...

 

비소설 분야에서 베스트셀러로 떠오르고 있는 이 책속의 내용을 같이 누려 보고 싶다. 하지만 제가 산 책판본이 김제동씨의 친필사인이 들어가 있어 너무 기분이 좋았지만 책의 제본이 잘못되어 있어 파본이 되어 버려 속상하기 그지 없다. 김제동씨의 친필사인만 아니면 서점 주인에게 따져 바꾸는 건데 너덜너덜해도 간직하고 있기는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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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산 - 김훈 장편소설
김훈 지음 / 학고재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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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훈님의 이번 소설은 읽고 난 후 우울감이 거의 없네요. 예전 <칼의 노래>와 <남한 산성><공무도하>을 읽고 어찌나 우울하고 침잠해 지던지...

김훈님하면 서경적인 묘사와 인물들의 서정적인 묘사가 뛰어난 분이라 많은 팬들을 보유하고 계신다. 그런데 그런 묘사가 너무 지나쳐 그 감동이 어떤 벽에 부딪히는 것처럼 튕겨나오는 느낌을 많이 받았었다. 어찌 보면 묘사를 위한 묘사가 너무 많은 문장을 사용하시는 편이라 읽고 난 후 저자 자신이 전하고자 했던 감동에 비해 덜하게 느껴지거나 아님은 침잠함을 끌어 안는 기분을 가지게 하는 편이었다. 적어도 나에게는 말이다. 김훈님의 소설을 내가 다 읽은 것은 아니지만 위의 세편에서 강렬함을 받은 상태였던 지라 이번 신작 <흑산>은 어떤 기분으로 다가 올지 궁금했다. 흑산은 흑산도, 즉 정약용의 형님이었던 , <자산어보>의 저자 정약전의 유배지였음은 기본 상식이 있는 분들은 다 알리라. 그런 흑산의 검을 흑이 나쁘고 불길한 의미로 흑자로 쓰였기 때문에 흑산을 검을 자, 玆山(자산)으로 정약전이 바꾸어 부른데서 나온 말이다. 그렇다면 정약전의 유배지 삶에서 나온 물고기와 게와 새들의 이야기가 주를 이루고 정약전의 삶이 주를 이루어야 마땅할 것이다. 그런데 흑산은 주로 천주교 박해에 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루고 있다.

<정약용과 그의 형제들>은 역사가 이덕일씨가 지은 것으로 정약용과 그의 형제들, 정약현, 정약종, 정약전에 대한 삶들이 고스란히 녹아 일대기를 보여 주는 책이다. 그 책에서 이미 천주교 박해에 대한 정약용의 두려움을 알고 있었고, 정약전과 정약용의 편지 왕래에서 많은 이야기들이 오고 갔음도 알고 있다. 정약현의 사위 황사영의 백서(비단글) 사건이 이 소설의 주 맥락을 이루고 있다. 가장 신실한 천주신자였던 정약종은 끝끝내 믿음을 저버리지 않고 참수형을 당했다. 정약전, 정약용은 배교를 맹세하고 유배형에 처해진다. 우리나라 실학의 역사에서는 정약용과 정약전의 유배형이 오히려 이득이 되고 있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많은 조선학자들 중에 유일하게 안티팬이 없다는 정약용의 위대한 저서속에서 우리는 역사의 자부심을 안을수 있었다. 이 정씨 형제 집안을 이야기 하자면 천주교에 대한 이야기를 뺄수 없고 또한 그 박해를 피해 가지 못했던 정약종과 정약현의 사위 황사영의 이야기는 천주교에서는 두고두고 천주교 역사에 길이 남을 일이었을 것이다. 제천 배론 성지를 드라이브하다 지나쳐 온적이 많았지만 문득 그곳이 이 책을 읽고 나서 궁금해진다. 옹기장이의 고장이었던 제천 배론 마을에 숨어들었던 황사영과 비단글로 그가 써서 전하고자 했던 사건은 한국사 시간에 귀가 박히도록 들어 잘 알고 있다.
이 소설에서 아쉬운 점이 있다면 흑산이라는 제목아래 쓰였다면 정약전의 생애가 주를 이루어야 하는데, 그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소년 등고했던 황사영의 이야기가, 천주교 박해로 죽어 갈수 밖에 없었던 많은 천주교신자들이 이 책의 등장인물로 나온다. 소설의 앞부분은 이런 천주교 신자들과 염탐하는자, 밀고하는 자들의 배경을 설명하느라 많은 부분을 할애하고 있다. 그리고 많은 등장인물을 소단락으로 설명하고 있어 쉽게 몰입이 되지 않았다. 항상 책을 읽을때 도입부에서 쉽게 몰입하지 못하는 나의 독서 내력을 어찌 할수는 없는 일이지만 소설 흑산은 그런 미몰입이 괴롭게 만들었다. 그러나 중반부를 넘어서면 배반의 이야기가 나오고, 배반으로 인해 죽어가는 이들, 그러나 그들은 진정 구원을 받은 자들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만들고 있다.
김훈님이 후기에서 고백했듯이 잠두봉이 절두산이 되었던 사연과 배론성지, 양화진을 거닐면서 느낀 절박감을 이 소설로 풀어내고 있었다. 지금은 자유로운 종교활동이 가능해 졌지만 굶주림으로 현생에서의 천국은 맞볼수 없었던 그들이 내세에서 느끼고자 했던 구원의 삶을 죽음으로 표현한 것이다. 물질이 풍부해지고 , 삶은 편리 해진 현대의 삶도 예전같이 현세에서 천국을 맞보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 영혼의 갈급함은 누구나 느끼고 있으니 말이다. 그런 영혼의 구원을 종교에서 찾는 사람, 책에서, 혹은 게임에서 ,마약으로 느끼고자 여러방법으로 표현되지만 인간은 행복해 지고 싶다는 본능만은 역사의 흐름속에서 한결 같을 것이다.

진정 당신은 구원 받았는가? 행복한가? 흑산을 읽고 나서 갑자기 이런 물음으로 자문하고 싶어지는 이유가 무엇일까? 내가 원하던 소설의 흐름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이런 물음으로 카타르시스를 맞보았다면 읽은 보람은 충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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