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 픽처
더글라스 케네디 지음, 조동섭 옮김 / 밝은세상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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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글라스 케네디 님의 작품을 처음 접했는데, 미국보다는 유럽쪽에서 특히 프랑스에서 인기를 누리고 있다는 베스트셀러 작가이다. 처음 도입 부분에서 인상적이었던게 미국 상류 사회를 묘사하는 부분에서 의류, 구두 등의 상세한 이름 구사와 표현이었다. 남자 슈즈하나에도 데크슈즈, 윙톱 슈즈 등 다양한 이름이 붙어 있다는 사실을 새삼 알게 되었다는 것이다. 패션에 대해 좀 무지했던 것도 사실이지만 말이다. 하여간 패션과 술, 차 에 대한 박식함과 이보다 더 카메라와 사진 조작 기술에 대한 상세한 설명이 진지하게 다가왔다. 물론 주인공 벤 브레드포드가 현재는 변호사이지만 사진에 대한 꿈과 열망이 고스란히 전해져 오는 듯 해서 더욱 그러했다.

 




 p.117 누구나 인생의 비상을 갈망한다. 그러면서도 스스로를 가족이라는 덫에 더 깊이 파묻고 산다. 가볍게 여행하기를 꿈꾸면서도, 무거운 짐을 지고 한곳에 머무를수 밖에 없을 만큼 많은 걸 축적하고 산다. 다 른 사람의 탓이 아니다, 순전히 자기 자신 탓이다. 누구나 탈출을 바라지만 의무를 저버리지 못한다. 경력, 집, 가족, 및, 그런 것들이 우리가 살아가는 발판이기도 하다. 우리에게 안전을, 아침에 일어날 이유를 제공하니까. 선택은 좁아지지만 안정을 준다. 누구나 가정이 지워주는 짐 때문에 막다른 길에 다다르지만 우리는 기꺼이 그 짐을 떠 안는다.





돈은 자유다 라는 신조를 가진 벤의 아버지의 권유로 그토록 자신이 하고 싶었던 꿈은 포기하고, 전문 변호사 이자 아마추어 사진가로 살아가고 있는 벤에게 끔찍한 사건들이 연달아 터진다. 이혼을 요구하는 아내와 불륜을 저지른 아마추어 사진가 게리 서머스를 살해하게 된다. 자살하려고도 하지만 창을 뛰어 내릴 자신이 없어 포기하고, 한 전도사의 말에 따라 거듭나서 새사람으로 태어나고자 하여 게리 서머스로 살아가게 된다. 조용히 살아가던 주인공에게 사진가로서의 명성이 높아가고, 숨은 과거가 틀통날 위기에 처해진다. 그 후의 모든 사건들이 긴박하게 흘러가고, 새로운 사랑도 찾게 되는 내용이 이 소설의 흐름을 주도하고 있다.

 

살인자인 벤이 죄의 댓가를 받아야 되지 않나 하는 권선징악적인 결말을 바라는 독자는 이 소설속에서 주는 벤의 사정을 이해하지 못했거나 그에게 공감을 얻지 못한 사람일 것이다.

주인공 벤에게 감정이입이 되다보면 벤이 발각될까봐 조마 조마 해 하는 자신을 발견할 것이니 폭발적인 스피드로 스토리 텔링하고 있는 이소설의 매력에 빠져 보면 좋을 것이다.

 

이 소설이 프랑스에서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고 있어 곧 영화로도 만들어 질것이라 하니 자못 기대되고 어떻게 벤의 감정을 표현해낼지 기다려진다. 프랑스 번역 제목이 <자신의 삶을 살고 싶었던 남자>라고 하니 벤은 진정 안정을 누리는 변호사가 아닌 예술의 한 경지인 사진가로서의 삶을 살고자 너무나 큰 댓가를 겪으면서 까지 진정 '나'로 살고 싶어했던 것이다. 지금 당신은 진정 '나'로 인생의 비상을 꿈꾸고 있지 않은가? 차마 저지르지 못하는 삶의 체험을 빅 픽처와 함께 나눠 봄이 어떠할런지 조용히 조언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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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은의 잭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한성례 옮김 / 씨엘북스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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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가시노 게이고님의 신간 <백은의 잭>이다. 워낙 다작을 하신 분이라 이야기가 겹칠 만도 한데, 새로운 소재를 발견해 내는 데에는 천재적인 분이시다. 내가 읽은 게이고님의 작품이 <용의자 X의 헌신><내가 그를 죽였다><잠자는 숲><졸업><악의> 이렇게 다섯권이다. 사건이 벌어지는 현장을 냉철한 주인공들이 분석하여 내는 과정을 독자가 어느정도 참여 하게 되는데, 그 과정에서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범인이 나타나거나 원인이 드러나는 형식의 극적인 반전과 감동을 주었던 그의 작품이었다. 내가 그의 작품을 많이 읽은 것은 아니지만 이번 <백은의 잭>에서는 스토리 전개나 범인의 윤곽이 좀 뻔했다는 것이 단점이라면 단점으로 꼽고 싶다. 잘 추리해 내지 못해 머리가 둔하기로 자처하는 내가 범인을 짐작하고 그들의 범행의도를 파악했다는 것은 스토리 구성이 그리 탄탄하지 않다는 사실일까? 내가 짐작한 범인 말고 또다른 범인이 있었다는 것은 의외여서 이것도 반전으로 생각해 볼수는 있겠다.

이 소설을 추리소설이라는 범주에 넣어야 할지 애매모호한 것은 있으나, 영화로 만든다면 스키와 스토보드의 속도감을 느낄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역시나 옮긴이의 말에 보면 히가시노 게이고님은 영화를 염두에 두고 있었고, 일본에서 영화화하고 있다는 뉴스가 보였다. 이 소설은 글로 표현한 부분에서는 광고에서 만큼 <통쾌한 질주,압도적인 속도감>이라는 타이틀이 좀 무색한 면이 있다. 하지만 영화로 잘 다듬어진다면 이 타이틀을 완성시킬수도 있을 것 같다. 얼마나 잘 만들어 지나가 관건이기는 하다. 우리나라 영화 <퀵>같이 오투바이의 속도감을 표현해 낼수 있다면 이 영화도 어느 정도는 성공의 대열에 들어가지 않을까 예상해본다.

처음에 이책의 제목이 참 특이하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백은의 잭>이 무슨 뜻일까 하는 궁금증이 많았는데, 은색 설원에서 일어나는 납치, 탈취를 의미한다고 한다. 스키를 주제로 하니 스키 점프를 소재로 한 우리 영화 <국가대표>가 떠오른다. 운동신경이 둔한 사람은 단순히 관람하는 차원에서 즐길수 있는 스키나 스노보더이지만 이런 질주본능을 가진 사람들이 펼치는 긴장감이 잘 묻어나는 영화가 기대되기도 한다. 하지만 소설에서는 이런 긴장감이 훨씬 떨어지니 안타깝다.

스키 시즌이 되면 스키 관계자들은 눈이 어느정도 올까 하는 두려움으로 준비에 여념이 없을 터이다. 이런 시즌에 익명의 메일이 오는데, 지구온난화의 주범으로 스키관계자들을 주목하면서 돈을 요구한다. 지시를 따르지 않으면 설치된 폭파물을 터트리겠다는 협박.

경찰에 신고해 도움을 받아야 마땅하지만 스키장의 경영진들은 사업상의 피해를 염두해 두고 그들의 요구를 들어 주게된다. 이 과정에서 들어나는 아픈 사연과 범행동기가 무엇일까 궁금해지게 만들고 있다. 스키어들의 안전이 우선인가? 이윤 추구가 우선인가? 아무래도 이기주의의 표출이 당연히 일어나기 마련, 스키어들의 안전을 담보로 , 경영진은 폭파 협박 사건을 무마하려고만 한다. 자연 파괴와 지구 온난화라는 환경문제가 걸려 있기는 한데, 이것과는 전혀 다른 범행 동기가 있다는 것이 반전의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을 많이 읽은 분들은 좀 실망 스럽거나 낮게 평가 할수도 잇겟지만 새로운 소재의 다양한 발견이라는 점에서 나는 게이고님의 창작력을 칭찬해주고 싶다. 무한한 상상력과 창작력을 가진 천재 작가 게이고님의 활약을 앞으로도 쭉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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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의 윤리를 말하다 - 유전학적으로 완벽해지려는 인간에 대한 반론
마이클 샌델 지음, 강명신 옮김 / 동녘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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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 대학에서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강의로 유명한 마이클 샌델 교수의 생명공학에 대한 윤리를  내세운 책이라 하겠다. 배아 줄기 세포의 연구가 생명윤리에 적당한가 아닌가는 아직도 토론 단계에 있으며 , 미국 사회에서도 배아 줄기 세포 연구는 허용하되 인간복제나 유전학적 강화를 위한 조작은 아직 허용하지 않는 단계이다. 부시대통령 당시 마이클 샌델이 대통령 생명윤리 위원회에서 일하면서 느꼈던 윤리와 가치 판단에 대해 그의 생각을 논한 글이라고 보면 될것이다.

 

샌델교수는 여러 예를 많이 들어 차이점이 무엇일지를 생각해보게 한다. 레즈비언 커플이 청각 장애 아이를 갖기 위해 청각장애자 정자를 공여 받은 경우와 불임부부가 뛰어난 아이를 얻기 위해 하버드대 생이면서 외모와 지적능력이 뛰어난 여자의 난자 공여를 주문한 경우를 예로 들고 있다.

골프 선수가 근시가 심해 자신의 운동능력 향상을 위해 라식 수술하는 경우와 육상 선수가 스테로이드제를 복용해 근육강화를 하는 경우가 무엇이 다른지,~ 자신이 주장하는 유전학적 강화는 자유와 우연성에 대한 위배로 생명에 대한 겸손과 동정심에 의한 연대성이 무너질수 있다는 논쟁에 대한 있을 법한 반론을 제기 하고 있는 셈이다.

 

그런 여러 반론의 경우를 들면서 자신이 진정 주장하고 있는 유전학적 강화에 대한 반론의 핵심은

<선물로 여기는 삶>에 대한 것이다.  자녀를 선물로여기는 것은 그들을 있는 그대로 받아 들이는 것이지 부모가 디자인해도 되는 대상이나 의지의 산물, 부모의 야망을 해결하는 도구로 보는 것이 아니다라고 주장하고 있다. 즉  아이를 디자인하는 부모의 오만, 즉 탄생의 신비를 정복하려는 부모의 충동이 문제라는 것이다.

 

아이를 사랑하는 부모의 마음이야 여러 가지 이겠지만 아이를 있는 그대로 받아 들이는 사랑은 자년의 존재를 긍정하는 측면이며, 변화시키려는 사랑은 아이의 복지를 추구하는 측면이라거 할수 있다.

요즘 부모의 세태는 변화시키려는 사랑이 강하다 보니 <아이를 디자인하는> 경향으로 내몰게 되고, 갖은 사교육을 들여 뛰어난 인지 능력이 있는 아이로 키우고 싶어한다. 이런 부모는 아이의 능력을 강화시킬수 있는 유전적인 강화의 유전자 조작이라도 마다 하지 않을 것 같은 사정이다.

 

이런 경우를 생각해 볼때 그 아이들의 미래는 열려있는 미래 인가? 아니면 부모가 디자인 한대로 누군가 살아간 비슷하면서 뛰어난 삶을 살아가는 판박이 미래인가? 그리고 아이들의 미래와 인생에 대한 자율적 선택을 묵살하는 행동은 아닌지 생각해 봐야 할것이다.

 

유전적인 강화가 허용된 가운데에서는 자신의 아이를 뛰어난 유전자로 조작하지 못한 경제적 능력과 무능의 책임감을 부담져야 할 것이며, 뛰어난 경제력의 소유자의 부모들과 아이들의 늘어날수록 이 사회는 자신보다 못한 사람들에 대한 연대의식이 떨어져 여러 사회 복지 제도가 없어질 것이며, 동정심이라고는 없는 삭막한 사회가 될것이다. 디자인 되어지지 않고, 우연하게 태어난 생명의 신비에 대한 겸손과 경외가 없는 사회에서 우리는 살아 갈수 있을 것인가? 자신만 잘먹고 잘 살면 된다는 이기주의가 팽배해진다면 과연 행복한 삶이 될 것인가?

많은 의문과 생각의 여지를 남기는 반론 제기임에는 틀림없다.

 

p.135 자신의 운명이 우연에 좌우되는 성질에 순응해 살수록, 다른이들과 자신의 운명을 공유할 이유는 많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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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사는 꺽다리 집 사계절 1318 문고 66
황선미 지음 / 사계절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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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매이션 <마당을 나온 암탉>을 나오고 부터 더 세간의 이목을 받고 있는 황선미 작가에 대해서 나도 어느듯 팬이 되어 있었다. 골수팬은 아니지만 어느정도 고려해보고 문득 그 작가에 대한 평가를 새삼 새롭게 하는 계기가 된 건은 사실이다. 애니매이션이 나오기 전에도 동화책을 열심히 읽어 주는 아이들 엄마에게나, 초등학생들에게는 친근한 이름으로 다가왔던 작가분이었다. <마당을 나온 암탉> , <나쁜 어린이표> 동화책을 읽어 보기 전에는 나에게 별 큰 의미가 없었던 작가이기도 했다. 저번에 북소리 축제에 <파주출판단지>를 찾았을 때이다. 마침 <사계절 출판사>에 들렀던 우리 가족은 운 좋게도 <황선미>작가의 사인회에 참석할수 있었다. 그분의 사인을 받기 위해 부랴 부랴 딸래미 동화책 두권과 그분의 첫 청소년 장편소설인 <바람이 사는 꺽다리 집>을 사들고 줄을 서게 되었다. 나같은 또래의 아줌마인 그분은 침착하게 사인회를 진행하셨다. 그런 인연으로 읽게 된 <바람이 사는 꺽다리집>이었다.

 

동화책 위주로 집필하던 황선미 작가가 처음으로 동화보다는 긴 첫 청소년 소설로 이 책을 출간한 건 2010년 12월이다. 책 분량이 182쪽으로 짧지만 그분의 어린 시절의 자전적 소설이라고 불리고 있다. 주인공 조연재가 집안이 기울어 외삼촌 집에 들어가 살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5남매의 맏딸이고 집안일은 당연 장녀의 차지가 되고 엄마의 가장 의지가 되면서도 잔소리 받이꾼이 되는 것이 장녀들이다. 그런 어린 시절에 대한 기억이 나한테도 있어 공감이 많이 되었다. 똑똑한 오빠에 대해 자랑스러워 하기도 하고, 갓난둥이 막내를 등에 업고 엄마가 하는 일을 도와야 하는 연재는 친구들과 놀 시간도 별로 없다. 그래서 외톨이가 되어 자신을 외로움속에 감싸앉고 살고 있다. 자신과 같은 처지의 외톨이 친구들에게 더 관심이 가게 되지만 그런 친구들 마저 자신의 단짝으로는 만들지 못하는 자신의 처지에 비관도 하게 된다.

 

181 엄마는 유독 나만 단단하게 죄는 활시위 같다.....엄마는 여전히 독하다.. 나도 마찬가지다. 이제 더는 맹하지 않다. 엄마가 단단하게 독하게 나를 죌수록 나는 강하게 튕겨 나갈 것이다. 책가방을 들러메고 뛰어나가는 지금처럼.....

 

이 책 제목인 꺽다리 집에 왜 생겨나느냐에 대해서는 주제의식에 비쳐진다. 1970년대 전국적으로 일어났던 새마을 운동으로 초가 지붕 개량 사업이 연재가 사는 객사리에도 피해 가지 못했다. 본보기로 연재가 살던 낡은 초가지붕인 그 집이 태워져 버린다. 군수님과 그 일동이 바라보는 가운데 새마을 운동의 일환으로 삶의 터전이었던 그곳이 없어지자, 목수인 외삼촌이 반나절만에 만들어진 판자집이 5식구의 집이 된다. 그런데 그 집은 예전 낡은 초가 지붕의 집보다 훨씬 춥다. 뼈가 아플 정도로 추위가 밀려오는 초겨울의 시작녘에 군수는 그 집을 태워 버린 것이다. 가난한 민생들의 고초를 생각지 않은 보여주기식의 사업은 그때나 지금이나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그 집이 불태워 지던 날 시위를 벌리던 <강병직 삼촌> 즉 이모 할머니의 재가 하면서 맡아 키워온 의붓아들인 삼촌은 어느날 떠나버린다. 떠나면서 연재에게 준 국어 사전은 귀한 보물이 되어 버린다. 작가가 되게 해준 어떤 밑거름이 되어 사전이 많은 어휘를 알게 해준 일등 공신이었을 것이다. 70년대 당시 행해지던 새마을 운동이 결국은 깨끗한 주거 환경을 만들기 위한 좋은 사업이었던 것은 부인할수 없지만 그렇게 보여지기까지 희생되어야 했던 많은 민생들의 고초를 병직 삼촌은 알고 있었을까?

 

75 병직이 삼촌이 나를 보더니 입꼬리를 올렸다. 웃는 표정만 지었지 결코 웃지 않는 얼굴

" 여긴 들개들이 사는 동네야. 굶주린 들개들."

 

...."누구든 잡아 먹든지, 잡아먹히든지 하겠지, 아니면...."

 

"아니면 조요히 관찰하든지. 넌 뭐가 될래?"

"뭘 관찰해요?"

"눈에 보이는 건 뭐든지."

 

황량한 바람이 불어 오던 객사리와 꺽다리집을 보면서 연재는 들개가 그곳에 사는지 항상 관찰하게 된다. 자신이 살명서 진짜 들개는 보지 못했지만 나이들어 그 들개가 어떤 의미인지 어느정도 알게 되었을 것이다.

 

노래기가 나오는 더러운 초가집이었지만 겨울에 따뜻함을 선사했던 연재의 집은 그래도 단단한 뿌리를 내리고 있었던 집이었다. 임시집으로 만들어진 꺽다리집으로 이사온 연재 식구는 추위에 떨어야 했고, 아버지 마저 구완와사 병에 걸려 고생하게 되어 버린다. 누구를 탓해야 하는지 바람만이 휭휭 불어 들어오던 꺽다리집에 뿌리가 내려지기를 바라는 것은 어불성설이었던가?

 

102 꺽다리 집은 임시로 머무는 곳이고 워낙 좁아서 액자나 찬장 같은 것들을 밑에 두고 이부자리와 옷가지만 들여 올수 있었다.

104 꺽다리 집에는 늘 찬바람이 고여 있다. 서늘한 거인이라도 웅크리고 있는 것처럼 낮이고 밤이고 따뜻한 적이 없어서 도무지 집 같지가 않다.

 

149 문틈으로 흐릿한 불빛이 흘러나오는 집. 집요하게 스며드는 바람때문에 온 가족이 웅크린채 불안한 꿈을 꾸며 뒤척이는 집. 천막을 친친 감아 댄 몸뚱이를 떠받치기에는 너무 가느다락 각목, 그래서 위태로워 보이는 꺽다리 집으로.

 

156 조금도 고맙지 않은 군수를 위해서. 조국 근대화를 이루하려면 초가지붕을 개량해야 한다던 높은 분들. 조국 근대화란 뭘까? 이렇게 추운 밤에 잠자리에서 쫓겨난 우리한테는 조국 근대화보다 썩은 초가지붕이 더 필요해. 심술 궂은 바람이 가슴을 훵하니 헤집어 보고 지나갔다.

 

181 어쩌면 바람에게도 집이 필요했던 가 보다.... 그래 , 꺽다리 집은 바람에게.

 

여기서 바람은 연재에게 다가온 현실인 가난을 뜻할 것이다. 황량함과 추위와 배고픔과 쓸쓸함으로 다가오는 그 당시 집이 없던 자신을 생각하면서 그런 바람조차도 집이 필요했던 것이라 동질의식을 느끼게 된다. 결국 따뜻하고 값싼 셋집으로 들어가면서 <꺽다리 집은 바람에게>에게 선사하고픈 어린 연재의 동정어린 심정이 느껴졌다. 그런 가난이 있었기에 더욱 자신을 조이고, 자신만을 쪼이던 어머니의 잔소리에 자신은 튕겨나갈것이라는 반항의식을 거쳐 연재는 성인이 될 것이다. 그런 성인이 된 연재는 글을 쓰는 작가가 되어 있을 것이다. 잔잔하게 써내려간 청소년 소설을 황선미 작가다운 심리묘사로 감동을 자아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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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한 관계
더글라스 케네디 지음, 공경희 옮김 / 밝은세상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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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픽처>라는 숨가쁜 작품을 읽고 더글라스 케네디의 새로운 소설인 <위험한 관계>를 내리 읽게 되었다. 그만큼 빅픽처에서 받은 작가의 스토리텔링에 매료 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위험한 관계>는 대작인 첫작에 비해 조금은 실망스러운 면이 많았다.

샐리라는 독림심 강한 30대 후반의 지적이고 당당했던 여기자가 잘못된 남자 선택으로 인해 최저의 밑바닥까지 내려가는 모습을 그려주고 있다. 주요 부각되는 내용은 임신, 육아라는 것이 얼마나 힘들고 한 여자에게 치명적인 위험으로 다가 오는지의 것이다. 그래서 중반부까지의 내용은 거의 육아소설이라고 해도 될만큼 임신중독증와 산후 우울증에 시달리는 샐리의 생생한 모습이 묘사되고 있다. 같은 여자로서 이런 심한 경험이 없는 터라 임신이라는 것이 여자에게 목숨을 위협하고 아이에게도 커다란 위험이 될수 있다는 사실을 실감나게 느낄수 있었다.

 

또 인간이 얼마나 비열해질수 있는지에 대해 한 남자인 토니 홉스에게서 볼수 있다. 한여자를 이용해 그여자의 아들을 빼았고, 아들을 새로운 재력가이자 새 애인에게 넘겨주는 파렴치함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으니 말이다.

 

여기서 작가가 흥미롭게 전개 하고 있는 부분인 미국과 영국의 차이를 봐야 할것이다. 일단 작가인 더글라스 케네디는 미국출신이지만 영국에서 계속 거주 하게 된다. 샐리는 미국 여기자로 영국에서 살아 가면서 겪는 문화적 차이에 대해서 실감한다. 그런 실감나는 부분을 묘사할수 있는 것은 작가의 생활에서 느낀 점을 소설속에서 설명해주고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영국 런던은 비가 많은 습한 지역이라 영국의 국민성은 타고난 비관주의로 표현하고 있다. 그런데 비해 미국 사람들은 인생을 미완으로 보고 좀더 희망적인 부분을 찾고자 하는 낙관주의자로 변호하고 있다. 그런 사실을 샐리를 통해 부각 시키고, 샐리의 엄청난 비극에서 빠져 나올수 있게 하는 원동력임을 말해 주고 싶은 것이 작가의 의도 일 것이다.

 

전반부의 샐리에 대한 임신과 육아에 치우쳐 편협되게 전개 되어 지는 부분에서 많은 부분 실망감을 나타냈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반전을 극적으로 표현해 내고자 하고 있다. 너무나 극적이라 현실에는 없을 법한 스토리 전개였지만 토니 같은 대표적인 <나쁜>이라고 표현에서도 미약해서 <비열>하다고 밖에 말할수 없는 남자가 이세상에 어디엔가 존재 할 것이라는 시사성을 내포하고 있어 씁쓸해질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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