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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사는 꺽다리 집 ㅣ 사계절 1318 문고 66
황선미 지음 / 사계절 / 2010년 12월
평점 :
애니매이션 <마당을 나온 암탉>을 나오고 부터 더 세간의 이목을 받고 있는 황선미 작가에 대해서 나도 어느듯 팬이 되어 있었다. 골수팬은 아니지만 어느정도 고려해보고 문득 그 작가에 대한 평가를 새삼 새롭게 하는 계기가 된 건은 사실이다. 애니매이션이 나오기 전에도 동화책을 열심히 읽어 주는 아이들 엄마에게나, 초등학생들에게는 친근한 이름으로 다가왔던 작가분이었다. <마당을 나온 암탉> , <나쁜 어린이표> 동화책을 읽어 보기 전에는 나에게 별 큰 의미가 없었던 작가이기도 했다. 저번에 북소리 축제에 <파주출판단지>를 찾았을 때이다. 마침 <사계절 출판사>에 들렀던 우리 가족은 운 좋게도 <황선미>작가의 사인회에 참석할수 있었다. 그분의 사인을 받기 위해 부랴 부랴 딸래미 동화책 두권과 그분의 첫 청소년 장편소설인 <바람이 사는 꺽다리 집>을 사들고 줄을 서게 되었다. 나같은 또래의 아줌마인 그분은 침착하게 사인회를 진행하셨다. 그런 인연으로 읽게 된 <바람이 사는 꺽다리집>이었다.
동화책 위주로 집필하던 황선미 작가가 처음으로 동화보다는 긴 첫 청소년 소설로 이 책을 출간한 건 2010년 12월이다. 책 분량이 182쪽으로 짧지만 그분의 어린 시절의 자전적 소설이라고 불리고 있다. 주인공 조연재가 집안이 기울어 외삼촌 집에 들어가 살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5남매의 맏딸이고 집안일은 당연 장녀의 차지가 되고 엄마의 가장 의지가 되면서도 잔소리 받이꾼이 되는 것이 장녀들이다. 그런 어린 시절에 대한 기억이 나한테도 있어 공감이 많이 되었다. 똑똑한 오빠에 대해 자랑스러워 하기도 하고, 갓난둥이 막내를 등에 업고 엄마가 하는 일을 도와야 하는 연재는 친구들과 놀 시간도 별로 없다. 그래서 외톨이가 되어 자신을 외로움속에 감싸앉고 살고 있다. 자신과 같은 처지의 외톨이 친구들에게 더 관심이 가게 되지만 그런 친구들 마저 자신의 단짝으로는 만들지 못하는 자신의 처지에 비관도 하게 된다.
181 엄마는 유독 나만 단단하게 죄는 활시위 같다.....엄마는 여전히 독하다.. 나도 마찬가지다. 이제 더는 맹하지 않다. 엄마가 단단하게 독하게 나를 죌수록 나는 강하게 튕겨 나갈 것이다. 책가방을 들러메고 뛰어나가는 지금처럼.....
이 책 제목인 꺽다리 집에 왜 생겨나느냐에 대해서는 주제의식에 비쳐진다. 1970년대 전국적으로 일어났던 새마을 운동으로 초가 지붕 개량 사업이 연재가 사는 객사리에도 피해 가지 못했다. 본보기로 연재가 살던 낡은 초가지붕인 그 집이 태워져 버린다. 군수님과 그 일동이 바라보는 가운데 새마을 운동의 일환으로 삶의 터전이었던 그곳이 없어지자, 목수인 외삼촌이 반나절만에 만들어진 판자집이 5식구의 집이 된다. 그런데 그 집은 예전 낡은 초가 지붕의 집보다 훨씬 춥다. 뼈가 아플 정도로 추위가 밀려오는 초겨울의 시작녘에 군수는 그 집을 태워 버린 것이다. 가난한 민생들의 고초를 생각지 않은 보여주기식의 사업은 그때나 지금이나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그 집이 불태워 지던 날 시위를 벌리던 <강병직 삼촌> 즉 이모 할머니의 재가 하면서 맡아 키워온 의붓아들인 삼촌은 어느날 떠나버린다. 떠나면서 연재에게 준 국어 사전은 귀한 보물이 되어 버린다. 작가가 되게 해준 어떤 밑거름이 되어 사전이 많은 어휘를 알게 해준 일등 공신이었을 것이다. 70년대 당시 행해지던 새마을 운동이 결국은 깨끗한 주거 환경을 만들기 위한 좋은 사업이었던 것은 부인할수 없지만 그렇게 보여지기까지 희생되어야 했던 많은 민생들의 고초를 병직 삼촌은 알고 있었을까?
75 병직이 삼촌이 나를 보더니 입꼬리를 올렸다. 웃는 표정만 지었지 결코 웃지 않는 얼굴
" 여긴 들개들이 사는 동네야. 굶주린 들개들."
...."누구든 잡아 먹든지, 잡아먹히든지 하겠지, 아니면...."
"아니면 조요히 관찰하든지. 넌 뭐가 될래?"
"뭘 관찰해요?"
"눈에 보이는 건 뭐든지."
황량한 바람이 불어 오던 객사리와 꺽다리집을 보면서 연재는 들개가 그곳에 사는지 항상 관찰하게 된다. 자신이 살명서 진짜 들개는 보지 못했지만 나이들어 그 들개가 어떤 의미인지 어느정도 알게 되었을 것이다.
노래기가 나오는 더러운 초가집이었지만 겨울에 따뜻함을 선사했던 연재의 집은 그래도 단단한 뿌리를 내리고 있었던 집이었다. 임시집으로 만들어진 꺽다리집으로 이사온 연재 식구는 추위에 떨어야 했고, 아버지 마저 구완와사 병에 걸려 고생하게 되어 버린다. 누구를 탓해야 하는지 바람만이 휭휭 불어 들어오던 꺽다리집에 뿌리가 내려지기를 바라는 것은 어불성설이었던가?
102 꺽다리 집은 임시로 머무는 곳이고 워낙 좁아서 액자나 찬장 같은 것들을 밑에 두고 이부자리와 옷가지만 들여 올수 있었다.
104 꺽다리 집에는 늘 찬바람이 고여 있다. 서늘한 거인이라도 웅크리고 있는 것처럼 낮이고 밤이고 따뜻한 적이 없어서 도무지 집 같지가 않다.
149 문틈으로 흐릿한 불빛이 흘러나오는 집. 집요하게 스며드는 바람때문에 온 가족이 웅크린채 불안한 꿈을 꾸며 뒤척이는 집. 천막을 친친 감아 댄 몸뚱이를 떠받치기에는 너무 가느다락 각목, 그래서 위태로워 보이는 꺽다리 집으로.
156 조금도 고맙지 않은 군수를 위해서. 조국 근대화를 이루하려면 초가지붕을 개량해야 한다던 높은 분들. 조국 근대화란 뭘까? 이렇게 추운 밤에 잠자리에서 쫓겨난 우리한테는 조국 근대화보다 썩은 초가지붕이 더 필요해. 심술 궂은 바람이 가슴을 훵하니 헤집어 보고 지나갔다.
181 어쩌면 바람에게도 집이 필요했던 가 보다.... 그래 , 꺽다리 집은 바람에게.
여기서 바람은 연재에게 다가온 현실인 가난을 뜻할 것이다. 황량함과 추위와 배고픔과 쓸쓸함으로 다가오는 그 당시 집이 없던 자신을 생각하면서 그런 바람조차도 집이 필요했던 것이라 동질의식을 느끼게 된다. 결국 따뜻하고 값싼 셋집으로 들어가면서 <꺽다리 집은 바람에게>에게 선사하고픈 어린 연재의 동정어린 심정이 느껴졌다. 그런 가난이 있었기에 더욱 자신을 조이고, 자신만을 쪼이던 어머니의 잔소리에 자신은 튕겨나갈것이라는 반항의식을 거쳐 연재는 성인이 될 것이다. 그런 성인이 된 연재는 글을 쓰는 작가가 되어 있을 것이다. 잔잔하게 써내려간 청소년 소설을 황선미 작가다운 심리묘사로 감동을 자아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