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로스 2 : 진중권 + 정재승 - 은밀한 욕망을 엿보는 크로스 2
진중권.정재승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2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진중권이라는 이름은 서양미술사를 공부하면서 알게 된 이름이고, 정재승은 <눈먼 시계공>을 읽으면서 김탁환 작가와 공저를 한 과학자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진중권은 종종 인터넷을 통해 현정부에 대한 현란한 비탄을 가하는 비판가였다. 그래서 사실 너무 진보쪽에 치우친 발언을 하는 자들에게 반감이 있는 나에게 진중권과 정재승의 크로스 시즌 2를 읽으려니 약간의 거리감이 느껴졌다. 크로스 시즌 1을 읽지 않고 바로 크로스 시즌2를 읽게 되었지만, 이들이 사회에 대해 어떤 쓴소리를 하는지 한번 감상해보기로 했다. 그런데 막상 읽고 나니 진중권은 그렇게 편파적으로 진보에 치우친 비난을 써 놓지 않아 부드럽게 읽어 나갈수가 있었다.

 

이 책은 진중권과 정재승이 크로스하여 작년과 올해에 걸쳐 사회적으로 이슈화 되었던 주제를 놓고 인문학자와 과학자로서 자신의 의견을 써내려가는 칼럼이었다. 인문과 과학쪽의 전문용어를 간간히 접하면서 그들이 생각하는 , 이슈에 대한 솔직한 심정을 볼 수 있었다.

 

런닝맨에서 기린 이광수와 암팔라 지석진의 <필촉 크로스>라는 말이 참 재밌게 와 닿았고, <신의 퀴즈>라는 케이블 드라마에서 한진우 박사가 김경희 형사에게 <진우, 경희 크로스>를 하자면 조를때의 장면이 생각났다. 그 장면들의 원조가 바로 이책 인 것 같다. 진중권, 정재승의 중권, 재승 크로스가 이루어지는 책이니 말이다. 정재승은 작가 김탁환과 함께 <눈먼 시계공>이라는 소설을 통해 미래의 서울에서 일어날 공상과학적인 내용에 스릴러를 겸해 내놓은 적이 있었다. 우연한 기회에 읽게 된 <눈먼 시계공>은 새로운 미래에 대한 환상과 부작용을 독자로 하여금 상상하고 느끼게 해주었다.

 

이들이 크로스한 내용들은 어떤 주제들이 있나 보겠다. 천원짜리 로또로 대박을 꿈꾸는 사람, <나는 가수다>와 <위대한 탄생>같은 오디션 프로그램에 대한 진단, 현대인들에게 자살이란 어떤 의미인지, 키스방의 폐단, 변신을 꿈꾸는 인간들의 욕망의 표현인 <트랜스 포머> , 언제나 짱을 노리는 수컷들의 세계의 작은 세계인 학교짱, 전세계 어린이의 뽀통령 뽀로로 등 22가지에 대한 인문, 과학적인 견해를 써내고 있다.

 

MBC에서 시작했던 <위대한 탄생>과 <나는 가수다>의 팬이었던 나에게도 오디션 프로는 매력적이다 못해 마력적으로 다가와 브라운관을 떠나지 못했던 적이 있다. 하지만, 우후죽순으로 늘어나는 오디션 프로그램에 식상하여 지금은 보지 않게 되었다. 경쟁사회에 놓여 있는 한국 사회에서 자신이 느끼는 경쟁에 대한 공포를 오락의 대상에서 스트레스 해소를 노리는 심리가 잘 반영된 것이라는 진단을 내놓고 있다. 경쟁을 하고 있는 당사자는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겠지만, 브라운관을 통해 지켜 보고 있는 일반인에게는 오히려 게임 같은 느낌이다. 게임에서는 승자와 패자의 구분이 뚜렷하듯 <나는 가수다>에서 탈락한 김건모를 부활시킨 쌀집아저씨가 쫓겨나는 등의 초미의 사건이 벌어 진 것도 승자와 패자를 가르지 않는 것에 대한 분노가 만들어 낸 것이었다.

 

인터넷의 발달로 악성댓글이 늘어나 그에 상처받은 연예인들의 자살이 잇다르고, 성적 비관과 학교 폭력에 피해를 이기지 못한 중고등학생의 자살이 잇다르고 있다. 자살 또한 이 시대의 반영을 볼 수 있으므로 피해 갈수 없는 논평의 대상이 되었다. 자신의 생명을 마음대로 할 권리가 인간에게 있는 것인가 라는 논쟁은 많은 학자들에 이루어져 온 것이다. 히틀러 시대에 아우슈비츠에 가서 고통을 받는게 나을 것인가, 아니면 자살이 나을 것인가 하는 문제는 쉽게 얻어질 것이 아니다. 하지만, 현대 우리 사회는 또 다른 아우슈비츠 같은 세상이므로, 그들의 자살에 대한 선택을 단죄지을 만한 꺼리도 없는 실정이다.

 

학교 폭력에 대한 문제는 아직도 진행중이어서, 영화나 소설에서도 다루어 지는 주제이다. 영화에서 묘사된 학교짱의 모습은 미화되어 나타나고, 어른들의 작은 조폭 세계가 학교라는 공간에 들어서 있는 입장이다. 동물들의 세계에서도 항상 서열 싸움이 있는 법이듯 인간 수컷들에게도 서열정리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과연 학교짱들은 졸업후 어디에서 무얼 하고 있을지, 궁금해 지기도 한다.

 

나약한 자신들의 육체를 바꿀수 없는 욕망은 로봇을 만들어 내고, 하다못해 이제 변신을 자유자재로 하는 트랜스포머의 환상을 만들어 내고 있다. 약간의 변형이 아니라 완전한 새로운 사물로의 변신은 마법의 세계에서나 있을 법한 일이지만, 영화에서의 상상력은 끝이 없다. 외계에서 온 로봇들과 인간편을 드는 트랜스포머들의 한판 전쟁은 신선함 그 자체였다. 주위에 있던 핸드폰이 갑자기 로봇으로 변신할 것 같은 착각을 만들어 주었다. 지금의 과학 기술로는 아직 요원한 트랜스포머같은 로봇이지만, 인간들의 다양한 욕망을 내포하고 있다.

 

외국에서 한참 인기를 끌고 잇는 케이팝에 대한 전망도 “단순히 집단에 동조하려는 심리”로 치부해 버린다면 그리 밝지 않은 것이다. 중독성 강한 비트를 가진 음악과 성적 매력을 느끼게 하는 소녀들의 모습이 언제까지 인기를 구가할지. 한 때 인기를 누렸지만 지금은 사라져 버린 홍콩영화가 되지 않으려면 다양한 시도가 필요할 것이다.

참 많은 주제를 가지고 입바른 소리를 내놓은 그들의 크로스는, 같은 심정이었지만 제대로 표현하지 못한 일반인의 답답함을 대변하고 있다는 점에서 호응을 얻고 있다. 하지만, 진정한 크로스라면 하나의 문장으로 합일 되는 작품을 내 놓았으면 하는 아쉬움도 있다. <눈먼 시계공>같은 소설을 만들어 내지는 못하더라도 두사람의 의견이 합일되는 가운데 하나의 칼럼이나 작품이 나왔으면 더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보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