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자와 태스크 분석 - 인터페이스 디자인을 위한
JoAnn T.Hackos 외 지음, 방수원 옮김 / 한솜미디어(띠앗) / 2003년 7월
평점 :
절판


먼저 이런 전공서적이 번역되어 쉽게 읽을수 있게 되었다는 것에 대해 감사한다.

원서도 비교적 아주 오래된것은 아니고(98년이면 오래되긴 했지만, 번역서적이 드문 상황이므로 이정도에도 감사하다.), 내용도 꽤 구체적이고, 상세하다.  때론 지나치게 상세하단 느낌이 들 정도로 말이다.

이 책의 내용은 <사용자 조사분석의 중요성에 대한 강조>, 그 방법의 일환으로서의 <현장방문기법에 대한 설명>으로 요약할수 있다. 즉, 다양한 사용자 조사분석 기법중에서도 현장방문조사에 대해 집중하고 있다는 점이다. 설문이나 심층인터뷰, 간단한 사용성실험 등이 현장방문 중 이루어지므로 큰 문제는 아니지만, 자칫 이것만이 사용자조사의 전부인것처럼 생각될지도 모르겠다.

또한, 책을 읽는 내내 든 생각인데... 이책에서 다루는 사용자(즉, 조사대상자)가 특정업무를 보고있는 사무직노동자들이란 점이고, 개발을 전제하고 있는 시스템은 전문소프트웨어란 점이다. 책에서도 예를 들고있는 사례들이 <대형쇼핑매장에서 일하는 판매원> 또는 <배송회사 직원>들이다. 따라서 웹기획이나 정보가전 설계에서 있어서는 약간의 거리가 있다.  이 차이는 극복할수 없는 정도는 물론 아니지만, 이 차이점을 감안하면서 책을 읽는 것이 도움이 될거라고 본다.

이책에서 가장 도움이 되는 부분은 각종 양식들이었다(284-294페이지에 모아져있다). 이 양식들은 그대로 변형해서 사용할수 있을듯하다. 각종 오타와 편집상의 실수가 아쉽기는 하지만, 특히 직접적인 도움이 되는 부분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서얼단상 - 한 전라도 사람의 세상 읽기
고종석 지음 / 개마고원 / 2002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한국사회에서 지역감정이란 해묵은 문제는 해결되기는 커녕 해마다 깊어지는 지병이 된지 오래다. 심지어 20대 젊은이들도 지역에 따라 투표권을 행사할 정도니. 그런 마당에 지역감정의 한축에 속한 것이 분명할 당사자가 그 말을 입밖에 낸다는 것은 용기까지는 아니어도 상당한 결심이 있거나, 그런 결심을 하게만들 만큼의 심리적 강제가 있었지 싶다. 더구나 사회학적 용어로 느껴지는 ‘지역감정’이 아니라, ‘전라도생각’이라는 날것으로 말이다. 그런 저자의 입장과 생각에 건방지게 말하자면 ‘짠한’ 느낌이 들었다.

그런데, 나중으로 갈수록 글의 힘이 빠진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건, 개별 글들의 수준이 떨어져서라기 보다 그 글들이 책한권으로 묶이기엔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게다가 시점상으로도 몇년전후를 왔다갔다 하는 글들이 섞여있다.

이 책을 고종석이란 한 인간의 다면적 관심사가 담긴 글모음집이라고 보면, 즉 모듬회라고 생각하고 주문한다면 좋겠지만, 한가지 주제를 천착하는 책이라고 보고 읽어나가면 좀 지칠거같다.

저자 편을 들기위해 첨언을 하자면, 논객들 사이의 사담이나, 언어에 대한 관심이 많은 독자라면 흥미를 가질만한 구석이 많다. 좀 청승맞은 구석이 없지않지만, 문장도 맛갈스럽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역사의 기억 역사의 상상 - 우리시대의 지성 5-011 (구) 문지 스펙트럼 11
주경철 / 문학과지성사 / 1999년 1월
평점 :
품절


인터넷에서 책을 살펴볼때는 그 책의 크기나 무게를 알기 어렵다. 한손에 가볍게 들어오는 이 책은 페이지수로도 그다지 버겁지 않은 분량인데,두세번 곱씹어 읽어도 좋을만큼 내용은 정말 알차다. 책 내용에 대한 소개야 이전의 서평자들께서 아주 충실히 안내를 해주셨으니까, 그리고 이책이 다른책에 대한 안내서이기 때문에 이중의 안내를 하는것도 우습고해서, 난 좀 다른 느낌을 얘기해보고 싶다. 좀 사적인 얘기가 되겠지만..

내가 주경철교수를 처음 만난건 책이 아니라, 강의를 통해서 였다. 94년2학기 난 뒤늦게 군대를 갔다와서 마지막학기를 남긴 상태였는데, 그때 주경철교수의 ‘중세에서 근대로의 이행’이란 수업을 들었다. 실연의 고통과 불투명한 장래에 대한 불안으로 더없이 위축된 시간을 보내던 나에게 주경철교수의 강의는 유일한 행복 그 자체였다. 이자리를 빌어서 강의듣는 즐거움을 느끼게 해준 저자에게 감사드린다.

내가 그 수업얘기 꺼낸것은 이 책의 내용 상당수가 그때 강의에서 언급되었던 내용이기 때문이다. 아리에스의 ‘죽음의 역사’나, 돕-스위지의 ‘이행논쟁’, 인류사의 중요한 조연이었던 병균에 대한 얘기나, 라스 카라스신부의 고발문학 등도 그때 수업시간에 들었던 내용이다. 이 책을 읽는내내 그때의 행복했던 기억, 재미있던 수업분위기등이 되살아나 유쾌했다. 내용에 대해선 앞에서 얘기한바대로, 매우 재미있다. 전공자는 전공자대로 나같은 아마추어는 아마추어대로 만족할거라 믿는다.

앞서 서평을 쓴 많은 독자들이 주경철교수의 글솜씨를 칭찬했다. 무리하지 않고, 이해하기 쉬우면서, 아주 세련된 맛을 풍기는 글을 쓰는건 여간한 재능이 아니다. 음식으로 따지면 인공조미료를 넣지않고도 감칠맛이 난다고할까. 물론 영양도 풍부하고 말이다. 맨 앞장에 ‘요약하는 자들은…’이란 글을 걸어놔, 예상되는 화살을 미리 막는 수법도 매우 노련하다.

그런데, 주경철교수는 글솜씨 못지않게 말솜씨 또한 대단한 사람이다. 난 그 수업을 듣는내내 웃고 있었다. 그 어떤 게그프로그램도 그만큼 재밌을 수는 없었을거다. 혹, 그럴 찬스가 오면 저자의 강의는 꼭 들어보길 강권한다. 물론 이 책도 읽어보길 강권하면서 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로마인 이야기 4 - 율리우스 카이사르 (상) 로마인 이야기 시리즈 4
시오노 나나미 지음, 김석희 옮김 / 한길사 / 1996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로마인 이야기처럼 서평이 많이 올려진 책에 또하나의 서평을 덧붙이는건 별 쓸데없는 일인거 같아 망설여지긴 하지만, 이 책에 대한 내 느낌은 다른이들과 또 다른거 같아서 적어본다.

카이사르는 죽어서도 행복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든든한 오빠부대가 2000년후에도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을 아끼지 않으니 말이다. 빚이 아무리 많아도, 수많은 여자와 스캔들을 일으켜도 카이사르의 수호천사가 되기로 작정한 시오노 나나미한테는 카이사르의 유쾌한 성격을 드러내는 소재로 쓰일 뿐이다. 하긴 카이사르에 반해서 젊은 나이에 이탈리아로 건너왔다는 시오노니까 놀랍지도 않지만....

언젠가 서울대 서양사학과 주경철교수가 '시오노 나나미에게선 군국주의의 냄새가 난다'라는 요지의 글을 쓴걸 본적이 있다. 어떤 점을 지적한건지는 잘 모르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나도 어렴풋이 그런 느낌을 받았다.

'힘의 균형이 있는 상태에서는 평화가 이루어지지않는다. 평화는 한쪽이 우위에 있을 때에만 정착된다. 팍스로마나, 팍스 아메리카가 그런 것이다.' 시오노 나나미의 이말은 전적으로 틀렸다고는 말할수 없지만, 옳다고 말할수도 없는 주장이며, 더우기 동의할수는 없는 말이다. 세계를 평정하는 영웅에 대한 찬가... 이것이 로마인 이야기4,5권에 나타난 그녀의 역사관인거 같다.

로마인 이야기 시리즈 전권을 읽진 않았지만, 4,5권 카이사르편은 부족한 史實을 상상력으로 복원하다 보니 삼국지같아진거 같다. 신뢰할 수 있는 사실기록만으로는 느낄수 없는 등장인물들의 숨결이 느껴진다는 점에선 좋지만, 소설가의 의도에 유도되기 쉽다는건 좀 위험할 수 있다. 하긴 모 그리 문제랴만..


댓글(1)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fafsad 2008-04-22 11: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ff
 
디자인과 유토피아 - 모던 디자인은 무엇을 꿈꾸었나, DT books 01
카시와기 히로시 지음, 최범 옮김 / 홍디자인 / 2001년 6월
평점 :
품절


역자 후기에 보면, 이 책의 원제목은 <유토피아의 꿈:20세기의 미래상>이었는데 번역과정에서 독자들에게 이 책의 성격을 보다 잘 전달할 수 있게 하기위해 <디자인과 유토피아:모던 디자인은 무엇을 꿈꾸었나>로 바꿨다고 한다. 이 구절을 읽고 이 책을 읽으면서 품던 의문내지 불만의 원인이 무엇이었는지 어느정도 이해가 되었다. 역자에게는 미안한 얘기지만, 이 책의 내용은 원제목에 더 잘 부합해 보인다. 이 책은 디자인 그 자체에 대한 논의는 별로 담고 있지않기 때문이다. 하긴 그랫으면 나같은 디자인 전공자가 선듯 구입하기 어려웠겠지만 말이다.

이책은 20세기초의 시점에서 봤던 미래 이미지와 그를 통해 드러나는 20세기초 모던 디자인의 모습에 대한-다분히 회고적인-에세이모음집이다. 프리츠 랑이 만든 사상 최초의 SF영화 <메트로폴리스>, <롯섬의 만능로봇> 등 근세기초에 쏫아저 나오기 시작한 SF소설, 20세기초 미국 시카고와 뉴욕에서 열린 만국박람회와 이를 통해 나타난 게데스 등 미국디자이너들이 그려낸 미래 이미지, 바우하우스에서의 그로피우스의 활약과 모던 디자인에 내재된 포디즘의 영향, 활력과 낙관에 넘치던 소비에트 초기의 진보적 디자인 활동 등이 이책의 소재들이다. 저자는 이 소재들을 마치 영화감독이나 사진사가 사방에 카메라를 설치하고 동일한 피사체를 반복적으로 찍어대듯이 다양한 각도에서 여러번 거론한다. <메트로폴리스>나 만국박람회같은 소재는 정말 여러번 등장한다.

미래를 꿈꾸던 시점이 이미 과거가 되어서 그 미래마저 고색창연하게 느껴지는 이미지들을 돌아보는 재미,<메트로폴리스> 같은 낡은(?) SF영화를 보는것 같은 재미가 있다. 과거에 꿈꾸던 미래 이미지를 돌이켜봄으로써 얻는것은 미래에 대한 상상력이 아니라 그 시대사람들의 상상력에 대한 상상이다. 이런 작업을 통해 20세기초 모던 디자인을 이끌었던 사람들이 꿈꾸던 디자인에 대한 미래상을 접근할 수 있다는 거다.

역자후기에도 적혀있듯이 이책의 3부 ‘전자매체의 공간’은 앞의 1,2부의 주제와도 결이 안맞고, 전쟁 등 주제와 무관한 내용에 대해 주책맞게 뛰어든 감이 있다. 재밌는건 이 책이 번역된 시점이 원저가 출간된지 10년 가까이 차이가 나서 저자가 조망하는 전자매체에 대한 견해가 이미 시점이 지난 옛말이 되어버렸단 거다. 저자가 옛날이 되어버린 20세기초를 돌아보듯이 독자는 옛날이 되어버린 1993년도의 저자의 ‘세상보기’를 돌아보게 된다.

이 책은 아주 만족스럽진 않지만 모던 디자인을 돌아보는데 있어서 도움이 될만한 책이다. 특히 바우하우스로 대표되는 유럽 모던 디자인에 미친 포디즘의 영향을 논한 대목은 매우 관심이 갔다. 앞으로도 더 많은 책들이 소개되고 쓰여져서 디자인계에 풍부한 지적자산이 쌓여갔으면 좋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