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의 기억 역사의 상상 - 우리시대의 지성 5-011 (구) 문지 스펙트럼 11
주경철 / 문학과지성사 / 1999년 1월
평점 :
품절


인터넷에서 책을 살펴볼때는 그 책의 크기나 무게를 알기 어렵다. 한손에 가볍게 들어오는 이 책은 페이지수로도 그다지 버겁지 않은 분량인데,두세번 곱씹어 읽어도 좋을만큼 내용은 정말 알차다. 책 내용에 대한 소개야 이전의 서평자들께서 아주 충실히 안내를 해주셨으니까, 그리고 이책이 다른책에 대한 안내서이기 때문에 이중의 안내를 하는것도 우습고해서, 난 좀 다른 느낌을 얘기해보고 싶다. 좀 사적인 얘기가 되겠지만..

내가 주경철교수를 처음 만난건 책이 아니라, 강의를 통해서 였다. 94년2학기 난 뒤늦게 군대를 갔다와서 마지막학기를 남긴 상태였는데, 그때 주경철교수의 ‘중세에서 근대로의 이행’이란 수업을 들었다. 실연의 고통과 불투명한 장래에 대한 불안으로 더없이 위축된 시간을 보내던 나에게 주경철교수의 강의는 유일한 행복 그 자체였다. 이자리를 빌어서 강의듣는 즐거움을 느끼게 해준 저자에게 감사드린다.

내가 그 수업얘기 꺼낸것은 이 책의 내용 상당수가 그때 강의에서 언급되었던 내용이기 때문이다. 아리에스의 ‘죽음의 역사’나, 돕-스위지의 ‘이행논쟁’, 인류사의 중요한 조연이었던 병균에 대한 얘기나, 라스 카라스신부의 고발문학 등도 그때 수업시간에 들었던 내용이다. 이 책을 읽는내내 그때의 행복했던 기억, 재미있던 수업분위기등이 되살아나 유쾌했다. 내용에 대해선 앞에서 얘기한바대로, 매우 재미있다. 전공자는 전공자대로 나같은 아마추어는 아마추어대로 만족할거라 믿는다.

앞서 서평을 쓴 많은 독자들이 주경철교수의 글솜씨를 칭찬했다. 무리하지 않고, 이해하기 쉬우면서, 아주 세련된 맛을 풍기는 글을 쓰는건 여간한 재능이 아니다. 음식으로 따지면 인공조미료를 넣지않고도 감칠맛이 난다고할까. 물론 영양도 풍부하고 말이다. 맨 앞장에 ‘요약하는 자들은…’이란 글을 걸어놔, 예상되는 화살을 미리 막는 수법도 매우 노련하다.

그런데, 주경철교수는 글솜씨 못지않게 말솜씨 또한 대단한 사람이다. 난 그 수업을 듣는내내 웃고 있었다. 그 어떤 게그프로그램도 그만큼 재밌을 수는 없었을거다. 혹, 그럴 찬스가 오면 저자의 강의는 꼭 들어보길 강권한다. 물론 이 책도 읽어보길 강권하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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