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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원 (양장)
백온유 지음 / 창비 / 2020년 6월
평점 :
창비 사전서평단으로 선정되어 백온유의 장편소설 유원을 먼저 받아 읽었다.
일단 선명한 색감의 표지가 마음에 들었다.
제목 유원은 고등학생인 이 소설의 주인공 이름이다.
어느 날 원이의 가족이 살던 아파트에 불이 나고,
자고 있던 어린 원이를 이불에 둘둘 말아 베란다 밖으로 던진 언니 덕에 언니는 죽었지만 원이는 살 수 있었다.
사고 생존자로 뉴스에 나왔던 원이가 고등학생이 되고, 수현이라는 친구를 만나는데... 그 뒤에 벌어지는 일들, 원이와 원이 가족을 둘러 싼 인물들, 원이의 변화는 스포가 될 수 있으니 책에서 확인하시길.
읽고 난 소감은
역시 믿고 읽는 창비 성장소설이었다는 점.
왜 완득이와 위저드 베이커리, 아몬드를 잇는 작품이라고 하는 지 알 수 있었다. 번데기가 나비가 되듯 인물이 한 단계 성장하는 이야기 유원은 내가 이 인물을 키워낸 것 같은 기분 좋은 뿌듯함을 선물한다.
책에서 가장 좋았던 점은 이야기의 흐름과 인물들의 감정이 아주 설득력 있었다는 점이다.
이 이야기에 나오는 원이, 원이의 부모님, 목사님 부부, 아저씨, 그리고 수현이까지 이해가 안 되는 인물이 없었다.
인물의 심리에 대한 이해가 완벽하게 되는 상황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은 물 흐르듯 자연스러웠지만 드라마틱했다.
모든 인물들이 무슨 마음일지가 이해가 됐기 때문에 원이가 독립된 인간으로 죄책감과 정면으로 마주하는 순간, 울컥하지 않았나 싶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장면은 세 장면 정도이다.
1. 11층에서 떨어지는 원이를 받다가 다리가 으스러진 의인인 아저씨에게 자신이 느꼈던 감정을 솔직하게 얘기하는 장면. 그리고 아저씨의 반응.
아저씨가 무겁다고 말하는 원이와, 11층에서 떨어진 원이가 별로 안무거웠다고, 다 잊어버리라고 하는 아저씨.
책을 읽으며 원이의 감정에 이입되서 나도 아저씨가 싫었는데 이 장면을 읽고 아저씨의 삶을 이해하고 싶어지게 됐다. 다른 사람을 이해하고 싶어지는 순간, 원이는 성장하지 않았을까 싶다.
2. 아저씨에 대한 엄마의 감정이 드러나는 장면. 엄마가 기사식당에 기사가 오는 것에 비유하는 장면에서 한번 더 울컥했다. 엄마의 마음이 나에게로 직진하는 느낌이었다.
3. 원이가 패러글라이딩을 하며 새롭게 태어나는 기분을 느끼고, 친구들 품에 안기는 장면. 모든게 꿈이었을까? 라고 잠시 생각하는 원이를 보며 뿌듯했다. 친구들과 부둥켜 안는 것은 원이가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일상으로 돌아왔다는 의미로 해석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었다면 원이의 심리가 종종 너무 직접적으로 표현이 되었다는 점이다. ‘기시감이 느껴진다’ 같은 표현 없이도 독자는 기시감을 느낄 수 있으니 작가님은 독자를 믿고 글 써주셨으면 좋겠다.
원이를 둘러 싼 인물들의 성격과 심리가 이 책의 가장 큰 재미였다.
장편을 참 잘 쓰는 작가님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 작품이 나온다면 또 찾아 읽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