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아주 오래된 유죄 - 그러나 포기하지 않은 여성을 위한 변론
김수정 지음 / 한겨레출판 / 2020년 11월
평점 :
낙태죄 위헌을 이끈 변호사 김수정님께서 쓰신 '아주 오래된 유죄' 서평단에 당첨되어 읽었다.
제목의 '아주 오래된 유죄'는 낙태죄일 거라고 생각해서,
책을 읽기 전에는 법적으로 어떻게 낙태죄 헌법불합치 판결을 이끌어냈는지를 설명하는 책일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나의 예상과는 책의 내용이 사뭇 달랐다.
다 읽고 난 소감은 현대 한국을 사는 여성이라면 꼭 읽어야 한다는 점이다.
책의 내용은 우리가 뉴스로 접해본 사건들로 구성되어 있다.
크게 텔레그램 n번방 사건을 포함한 디지털 성범죄, 가정 내 여성에 대한 폭력, 출산에 대한 여성의 자기결정권, 일본군 위안부 피해를 다루고 있다.
들어봄직한 사건들을 통해 현대 한국에 사는 여성들이 받고 있는 대접을 한 눈에 보여준다.
그 중 가장 인상깊었던 것은 낙태에 대한 시각이었다.
그동안 낙태는 여성의 결정권과 생명권 사이의 팽팽한 줄다리기로 인식되어 왔다.
김수정 변호사는 이는 매우 초보적인 수준이며, 거기서 한발 더 나아가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한다.
낙태는 다양한 방법으로 일부 허용되어 왔다.
인구수를 제한해야 해서, 아들을 낳아야 해서, 여러가지 사정을 봐줘가며 낙태를 해왔다.
법과 사회가 철저하게 금기시하고 있는 낙태는 여성의 '선택'에 의한 낙태 뿐이라는 설명이 인상깊었다.
낙태가 죄라니.
형벌로는 여성의 권리도, 태아의 생명도 보호할 수 없다는 게 강렬하게 남았다.
그동안 여성들이 겪었던 고통을 수면위로 올리기까지 참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 시간에 비하면 변화는 정말 빠르게 일어나고 있다.
미래세대의 여성은 지금 나와 같은 고민을 하지 않기를 바라며 책장을 덮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