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무드를 하루 한장씩 읽으면 7년 반이면 완독 가능하다. 다프요미는 500년간 랍비들의 가르침을 매일 한쪽씩 공부하는 것을 의미한다. 일라나 쿠르샨은 첫 남편과의 사랑이 끝난 후 그렇게 탈무드를 공부하기 시작한다. 세상 끝에 선 기분으로 한장 한장 읽어나가며 남성 위주의 탈무드를 자기나름 해석하기 시작한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재혼을 하고 아들과 딸쌍둥이. 세 아이의 엄마가 되는 모습까지 그려진다. 그녀는 임신했을 때마다 배 위에 탈무드를 올려 놓고 공부한다. 남편과 함께 공부하지 못할때는 서로 읽어주기도 한다. 그렇게 그녀는 하루하루 탈무드를 공부해갔다.탈무드는 남성중심의 내용이 많았다. 자녀는 무조건 낳아야 한다든가 결혼에서 여성이 해야하는 역할 같은 것들이 특히 그랬다. 그런 부분들은 각자 현재의 시점에 맞게 다시 해석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아무래도 옛날 율법이나 가르침이 담겨있다 보니 양성평등 사상을 기반으로 쓰여지지는 않았다. 내겐 이해가 어려운 부분들도 있었다.일라나 쿠르샨이 자신의 고난을 극복해가는 과정을 보며 같은 여자로서 박수쳐주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이 에세이가 탈무드를 공부하는 많은 여성에게 읽혔으면 좋겠다.
얼마만의 이도우 소설인지. <사서함 110호의 우편물>을 읽은지 이년쯤 지났을까. 나는 그 책을 도서관에서 빌려서 보고도 결국은 샀다. 소장하고 있으면 설레고 싶은 마음이 들 때 다시 볼 것 같았다. 그러나 그 후 한번도 읽지 못했었는데. 이렇게 새 소설이 찾아와 준 것이었다.미술학원에서 강사를 하던 해원. 하던 일에 권태를 느끼고 원래 살던 집으로 내려온다. 이모가 운영하는 게스트하우스인 호두하우스에서 지내며 학창시절 친구였던 은섭을 만난다. 은섭은 작은 독립책방을 운영중이었는데 큰아버지의 썰매장에도 일손이 필요해서 사람을 구하던 찰나 해원이 일하겠다고 한다. 그렇게 가까워지는 두 사람이다.각자의 사연이 드러날 때 마음 아프기도 하고 서로를 보듬어 줄 수 있는 어떤 계기가 되리라는 짐작을 했다. 폭력적인ㅈ아버지를 죽인 엄마를 둔 해원. 그리고 입양아인 은섭. 둘은 서로의 아픔을 껴안아 줄 수 있는 사이가 되어 가고 있었다. 시골 마을과 독립책방이라는 공간이 참 로맨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공간에서 서로 알아가는 모습이 예뻤다. 약간은 무뚝뚝하고 말수가 적은 은섭이 그럼에도 해원에게 표현하는 것을 보고 참 따뜻했다. 학창시절부터 좋아했었다는 사실도 설레고. 이런 다정한 남자를 소설에서 만난게 언제적인지 ㅎㅎ<사서함 110호의 우편물>에서의 이건 피디와 조금 비슷하다는 생각도 했다.산 정상에 올라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고 키스하는 장면은 설레기도 했다. 그렇지만 서로 연인이 된지 얼마 안되어 떨어져 안타깝기도 했다.독서모임 멤버들, 마을 사람들 모두가 사랑스러웠다. 인물들 모두에게 꽤 애정을 줄 수 있는 소설이었다.개인적으로는 보영은 계속해서 미웠다. 해원이 어떤 상처를 받을지 예상했으면서 참 너무하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도 서로 풀어져가는 것 같아서 다행이기도 했다.엄마와 이모의 선택을 알게 된 해원의 혼란스런 마음이 가늠이 되지 않았다. 그저 이제는 엄마와 만나는 것이 자연스러워지지 않을까 짐작해 볼 뿐이었다. 누구라도 그런 선택을 할 수 있던 걸까. 그게 나였다면 어땠을까.두 사람의 사랑이야기가 다시 시작되려는 찰나, 소설이 끝나버린 것 같아 조금 아쉽다. 은섭과 해원은 그렇게 행복하겠지? 힘든 시간들보다 앞으로의 행복이 가득하기를
경력 단절 여성이 된 저자의 스타트업 창업. 그것도 아이 엄마들과 함께 일하는 사회구조를 만들어 보고자 하는 의지가 느껴지게끔, 그녀들은 치열하게 일하고 있었다. 아이를 데리고 키즈카페에 가서 일하기도 하고 최대한 빨리 재우고 회의를 하기도 하는 모습을 보며 측은한 맘이 들었다. 나는 아이 둘인 '경력없음' 여성이다. 이른 결혼으로 사회생활을 해본 일이 없다. 이런 '경력 없는 아이 둘 엄마'를 누가 써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나는 아이가 어느정도 크면 일을 하고싶다. 아마 내가 하고 싶지 않더라도 아이들을 키우려면 나도 일을 해야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아무튼 전업주부로 삶을 마치고 싶지는 않다. 그것은 나를 충분히 사랑하는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어제 독서모임이 있었다. 아이가 없는 새 멤버가 왔는데 전업주부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82년생 김지영> 책을 읽고 이야기 나누는 거였는데, 직장에서 여성이 성차별 받을 일이 무엇이 있냐며 똑같이 야근하고 열심히 일하면 임신을 해도 직장을 나가는 일은 없다고 안일하게 일하는 것이 문제라고 했다. 사실 좀 화가 날 뻔했다. 아무리 아이를 낳아보지 않았어도 조금 심한 것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 열심히 일하는 동안 아이는 누가 보나? 아이가 아프면 어떡하나? 야근하면 갑자기 애를 누가 봐주나? 여성은 일 욕심이 없는 줄 안다. 전업 주부 중 꽤 많은 사람들이 일을 찾고 있다. 육아와 함께 할 수 있는, 혹은 하원 시간에 맞출 수 있는 일이 없어서 못하고 있을 뿐이다. 창업 자체도 큰 결심이었을 것 같은데 애 엄마들과 함께 일한다는 것에 더 감탄했다. 자신의 삶 만큼 고단한 사람들이 모여 일하는 것이었다. 그렇지만 응원하고 싶다. 점점 기업문화는 엄마를 존중해주지 않을까. 이런 책과 사회문제가 자주 이야기되고 있으니 점점 나아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해본다.아이가 일하는 엄마를 보며 멋있다고 했다는 말이 참 인상적이다. 일하는 엄마가 자연스럽고 멋지다고 느끼는 것은 정말 큰 결실이다. 우리 엄마도 내가 기억하지 못할 때부터 일을 했다. 나는 다른 집 엄마들도 일을 하는 줄 알았다. 그당시엔 다들 일 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게 참 충격적이었다. 나한테만 자연스런 일이었다는 것이. 그렇게 일하면서도 밥해놓고 간식 챙기고 학교에서의 일을 늘 묻는 엄마였다. 나도 그런 엄마가 멋지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집안일이 조금 엉망일 때도 있었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을 알았다. 엄마의 삶. 그것도 중요하다는 것. 엄마가 일 하는 것도 자연스런 일이라는 것.아직까지 엄마는 일을 하면 원더우먼이어야 한다. 살림도 일도 육아도 어느 하나도 소홀하면 욕 먹기 십상인 현실이 안타깝다. 그러니 나라도, 이 책을 읽는 우리라도 응원해주자. 일 하는 엄마들의 삶을. 워킹맘이 자연스러울 수 있도록.
폐장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동물원. 조앤은 아들 링컨에게 나가자고 설득하고 있었다. 어디선가 큰 소리가 들렸지만 총성이라는 것을 알아챈 것은 조금 더 지나서였다. 서둘러 빠져나가려다가 바닥에 널브러진 시체를 발견한 조앤이었다. 4시 55분부터 8시 5분까지의 공포스런 사투가 담겨있다.링컨은 대여섯살 쯤 되었을까. 궁금한게 많고 참지 못하는 아이이다. 그런 링컨의 입을 다물게 하면서 몸을 안전한곳으로 숨기는 조앤이 얼마나 지쳤을지 짐작이 됐다. 아이를 마음대로 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니까. 아이와 함께라 더 긴장되고 숨막히는 전개가 계속됐다. 링컨은 가끔은 예상치 못한 행동을 했고 많이 지쳐했으므로. 만일 나영이와 내게 그런 일이 있다고하면...끔찍하다. 이 아이의 입을 다물게 하고 안전한 곳에 몸을 숨기는 것은 거의 불가능이나 마찬가지다. 조앤의 모성애에 감탄했다. 역시 엄마는 못하는 것이 없는 것이구나 자식을 위해서라면. 아이가 없었다면 소설이 그리 스릴있게 전개되지는 않았을지도 모른다. 이 책에서는 총기살인사건의 전말이나 범인들에게 초점이 맞추어져 있지 않다. 그들에 대해 잘 모르는 피해자들이 주인공이다. 왜 그런 짓을 하고 다니는 것인지 정확한 이유는 드러나지 않는다. 그게 답답하기도 했지만 그 때문에 정말 이 상황에 몰입이 되기는 했다. 영문도 모른채 갇힌 동물원에서 총기를 난사하는 십대 아이들이 있고 어떻게든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사람들. 가독성이 최고였다. 정말 책을 손에서 놓을 수가 없었다.중간에 조앤이 휴대폰을 던진 것은 이해가 가지 않는 행동이었다. 휴대폰은 정말 중요한 무기일 수 있는데.. 게다가 범인들이 그 휴대폰으로 혹시나 남편이나 경찰에 전화하여 조앤과 링컨을 납치하였다고 거짓말을 할 수도 있는 위험한 상황이었다. 그러지는 않아서 다행이지만 말이다. 또, 밖에 경찰들에게는 인질이 있다고 속였다는 사실을 알게 됐을 때 직접 연락하여 인질은 없으니 구하러 오라고 할 수도 있는 노릇이었다. 휴대폰을 적극 이용하지 못한 것이 아쉬웠다. 그렇게 바보같이 숨어만 있을 필요는 없었다는 생각이 들었다.하얀 옷을 입은 여자가 아이를 안고 있을 때 도와줘야 하나 말아야 하나 하는 문제는 나였더라도 가만히 있었을 것 같다. 그 이후에 쓰레기통에서 발견된 아이를 보고도.. 나 역시도 지나쳤을 것이란 생각이 들면서 인간은 역시 이기적인 동물이라는 것을 느꼈다. 아이를 버리고 간 여자는 탓하게 되면서도 나조차도 그 아이를 구해야겠다는 마음은 들지 않았던 것이다. 어쨌든 모두에게 자신의 생명을 구하는 일이 중요하니까. 내가 한 아이의 엄마인데도 이런 생각이 든다는 사실이 소름끼쳤다.사건은 사태를 파악한 경찰이 들이닥치면서 종료된다. 그리고 뿔뿔이 흩어져 숨어있던 사람들이 어찌되었나는 나오지 않는다. 마거릿은 회전목마 사이에 숨어 살았는지, 아이를 버린 여자는 살아 남았는지. 아무것도 알려주지 않고 끝이난다. 조금은 궁금하기도 했다. 사건의 뒷 이야기가.
3.10 금요일 그녀의 탄핵이 가결된 날. 책의 서두는 그 날에서부터 시작된다. 그 역사적인 날이 있기까지의 날들은 그 뒤를 잇는다. 광화문에서 1700만 국민들의 촛불이 빛났던 그 시간들. 그들이 이 결과를 만들어냈다.저자는 그 현장에서 많은 이들을 인터뷰한다. 초등학생부터 20대, 30대, 40대 그리고 대선 때 박근혜후보를 투표했던 50대 이상의 노년층까지 모든 사람들을 인터뷰했다. 현장에 그 모두가 함께했다. 유난히도 추웠던 2017년 겨울, 광화문은 촛불로 반짝거렸고 따뜻했다. 대한민국의 역사를 바꾸자는 시민들의 의지가 굳건했다는 것을 책으로 보는 나도 느낄 수가 있었다. 집회에 한번도 나가보지 못한 내가 부끄러운 순간이었다.특히 학생들의 참여가 두드러졌던 집회가 많았다. 앞으로 살아갈 자신들의 세상을 스스로 바꾸어보겠다는 노력이었다. 인터뷰나 자유발언에서도 학생들의 말들이 빛났다. 나도 동영상으로나마 접했던 것들이 생각나기도했다. 대한민국의 미래가 아직 희망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광화문에는 수많은 인파들이 있었음에도 배려가 넘쳤다. 차벽에 평화를 상징하는 꽃 스티커를 붙였다가 돌아가는 길에 떼는 손길들을 보며, 집회 후 쓰레기봉투를 들고 남은 사람들은 보며 가슴 따뜻해지는 것을 느꼈다. 우리 시민의식은 이 광화문에서 더욱 발전해갔다. 정부에 분노하고 대통령에게 분노한 국민들이었지만 평화로운 방식으로 민주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애썼다는 것이 인상적이었다.인터뷰와 기사형식의 글로 이루어진 책이었다. 좀 더 바라보는 작가의 시선이 담겼어도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봤으면 좋겠다. 우리의 새로운 역사가 시작된 날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