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장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동물원. 조앤은 아들 링컨에게 나가자고 설득하고 있었다. 어디선가 큰 소리가 들렸지만 총성이라는 것을 알아챈 것은 조금 더 지나서였다. 서둘러 빠져나가려다가 바닥에 널브러진 시체를 발견한 조앤이었다. 4시 55분부터 8시 5분까지의 공포스런 사투가 담겨있다.

링컨은 대여섯살 쯤 되었을까. 궁금한게 많고 참지 못하는 아이이다. 그런 링컨의 입을 다물게 하면서 몸을 안전한곳으로 숨기는 조앤이 얼마나 지쳤을지 짐작이 됐다. 아이를 마음대로 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니까. 아이와 함께라 더 긴장되고 숨막히는 전개가 계속됐다. 링컨은 가끔은 예상치 못한 행동을 했고 많이 지쳐했으므로. 만일 나영이와 내게 그런 일이 있다고하면...끔찍하다. 이 아이의 입을 다물게 하고 안전한 곳에 몸을 숨기는 것은 거의 불가능이나 마찬가지다. 조앤의 모성애에 감탄했다. 역시 엄마는 못하는 것이 없는 것이구나 자식을 위해서라면. 아이가 없었다면 소설이 그리 스릴있게 전개되지는 않았을지도 모른다.

이 책에서는 총기살인사건의 전말이나 범인들에게 초점이 맞추어져 있지 않다. 그들에 대해 잘 모르는 피해자들이 주인공이다. 왜 그런 짓을 하고 다니는 것인지 정확한 이유는 드러나지 않는다. 그게 답답하기도 했지만 그 때문에 정말 이 상황에 몰입이 되기는 했다. 영문도 모른채 갇힌 동물원에서 총기를 난사하는 십대 아이들이 있고 어떻게든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사람들. 가독성이 최고였다. 정말 책을 손에서 놓을 수가 없었다.

중간에 조앤이 휴대폰을 던진 것은 이해가 가지 않는 행동이었다. 휴대폰은 정말 중요한 무기일 수 있는데.. 게다가 범인들이 그 휴대폰으로 혹시나 남편이나 경찰에 전화하여 조앤과 링컨을 납치하였다고 거짓말을 할 수도 있는 위험한 상황이었다. 그러지는 않아서 다행이지만 말이다. 또, 밖에 경찰들에게는 인질이 있다고 속였다는 사실을 알게 됐을 때 직접 연락하여 인질은 없으니 구하러 오라고 할 수도 있는 노릇이었다. 휴대폰을 적극 이용하지 못한 것이 아쉬웠다. 그렇게 바보같이 숨어만 있을 필요는 없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얀 옷을 입은 여자가 아이를 안고 있을 때 도와줘야 하나 말아야 하나 하는 문제는 나였더라도 가만히 있었을 것 같다. 그 이후에 쓰레기통에서 발견된 아이를 보고도.. 나 역시도 지나쳤을 것이란 생각이 들면서 인간은 역시 이기적인 동물이라는 것을 느꼈다. 아이를 버리고 간 여자는 탓하게 되면서도 나조차도 그 아이를 구해야겠다는 마음은 들지 않았던 것이다. 어쨌든 모두에게 자신의 생명을 구하는 일이 중요하니까. 내가 한 아이의 엄마인데도 이런 생각이 든다는 사실이 소름끼쳤다.

사건은 사태를 파악한 경찰이 들이닥치면서 종료된다. 그리고 뿔뿔이 흩어져 숨어있던 사람들이 어찌되었나는 나오지 않는다. 마거릿은 회전목마 사이에 숨어 살았는지, 아이를 버린 여자는 살아 남았는지. 아무것도 알려주지 않고 끝이난다. 조금은 궁금하기도 했다. 사건의 뒷 이야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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