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과 함께한 일 년 살림어린이 그림책 52
한나 코놀라 지음, 김보람 옮김 / 살림어린이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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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4월부터 그 다음해 3월까지 일년. 바람은 구름을 붕 띄우기도, 연을 날리기도, 꽃잎을 떨어뜨리기도, 새를 등에 태우기도 하며 여기저기를 떠돈다. 4월에는, 5월에는, 6월에는 하면서.



바람이 하는 일은 무엇일까. 단순한 궁금증도 해결되면서 단순한 그림이 상상력을 자극한다. "바람이 또 할 수 있는 일은 뭐지? 어? 바람이 불다가 일년이 지나갔네?" 나영이가 했던 말이다.



꼬리에 꼬리를 물어 이런말도 했다. "바람이는 선재(둘째)야." 둘째의 태명이 바람이였다. 그림책 한 권을 읽으며 꼬리물기식 질문과 답변을 이어갔다.



색깔이 각각 다른 선으로 그려진 바람이 무언가를 태우거나, 날리거나, 뺨을 간질인다. 그 모양새에 따라 굴곡지기도 하고 직선이기도하고 다양하게 표현됐다. 너무 많은 색과 그림이 없이 단순한 그림이 기억에 남는다. 바람은 어디에 가든 우리를 지켜보고 있을 것만 같다. 우리의 2019년도 바람과 함께 시작되었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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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립 지음 / 자화상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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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작품에서 그림 그리는 일과 강의 내용에 대해 이야기 했다면 이 책은 작가의 사색이 담긴 책이다. 평소에 느끼고 생각하는 것들. 약간은 우울하기도 하다. 그렇지만 그 속에서 희망은 건져내는 내용들이 주를 이뤘다.

인생은 쉬어가는 것. 그게 이 책의 가장 큰 주제일까. 그래서 책 제목은 쉼인걸까. 뒤의 다이어리북은 애석하게도 쉼없이 흐르는 시간을 플랜으로 정리할 수 있게 도와준다. 틈 속에서 다시 틈을 매우는 일과 같다. 이는 무시무시한 의미를 담고 있다.

쉬엄쉬엄 하자. 할건 하면서, 와 같은.

결국 쉬어갈 수가 없다. 그저 위로받을 뿐이다. 주저 앉기도 하고 최악을 상상하기도 하고 취향을 갖기도 하면서 나아가라는 지침을 주는 느낌을 받았다.

내년 다이어리는 이걸로 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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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이면 나아지려나
김연욱 지음 / 쿵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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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삶이 내일이면 좀 나아지려나. 가끔 그런 생각을 한다. 발전할 것 없는 삶. 여기서 내일 더 나아질 수 있을까? 그 질문에 통쾌하게 대답하는 책이다. 지금 이대로가 어때서?

표지에 있는 수영복을 입은 긴 수염의 남자가 작가님이란걸 알고는 한바탕 웃었다. 인스타에 들어가보니 그림과 똑같은 남자가 있었다. 책 표지부터 웃음을 선사하는 책이다.

살면서 힘을 빼는 일, 사소한 것들로부터 행복을 찾는일이 왜 이렇게 힘들어져버렸을까. 책속의 내용들은 정말 순수하고 재치있었다. 무심한듯 진지했다. 내가 너무 많은 것에서 의미를 찾으려고 하나 돌아보기도 했다. 주변에서 찾으면 되는 행복들이 있는데.

아내와 딸에 대한 애정이 드러나는 부분들이 미소짓게 했다. 나도 글을 쓸 때 남편과 아이들을 자주 등장시켜볼까. 지금 이 순간들을 잊지 않기 위해서.

내일이면 나아질까. 나아지지 않으면 어떠한가. 그냥 한번 뿐인 인생 이렇게 사는 것도 나쁘지 않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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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 갈 수 있는 배
무라타 사야카 지음, 김윤희 옮김 / 살림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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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는 여성 혹은 남성으로서의 젠더만을 인정한다. 여성이지만 남성이거나 남성이지만 여성적인 사람, 뼈속까지 여성인 사람, 성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 등등 다양한 성을 존중해주지 않는다. 최근 페이스북에서 성별을 설정할 때 '남성'과 '여성' 뿐 아니라 '중성', '트렌스젠더', '남성에서 여성으로 성 전환', '여성에서 남성으로 성 전환' 등등 58가지의 선택지를 추가했다고 한다. 그러고선 얼마 지나지 않아 '직접 입력'칸까지 추가했다고 했다. 이러한 다양성을 존중해주는 일이 사실 빈번하지는 않다. 누군가에게는 사회적으로 바라보는 젠더에 갇히지 않은 자기 자신만의 성이 있을테다. 그런 것들을 생각해보는 소설이었다고나 할까.

책의 주인공은 리호, 츠바키, 치카코다. 셋은 독서실에서 처음 서로 만나게 되었다. 츠바키와 치카코는 리호가 일하는 레스토랑의 단골손님으로 서로 알고 있던 사이다. 주로 밤에 만나 대화하는 내용 속에 그들이 표류하는 섹슈얼리티가 담겨있다. 리호는 자신이 여자지만 실은 남자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한다. 섹스가 즐겁지 않고 고통스럽기만 하다. 자신의 정체성을 고민하는 인물이다. 치카코는 자신을 우주에 있는 한 조각의 별이라고 생각하며 모든 것을 사물로서 받아들인다. 남자와의 연애? 자신이 그런게 가능할까 고민하다가 독서실에서 한 남자를 만난다. 츠바키는 자신의 여성성을 지키려는 인물. 셋은 서로 다른 정체성을 가지고 있다. 어디에도 만나기 쉽지 않은 인물들이다.

세 사람의 밤 이야기는 표표히 떠내려가는 배로 비유된다. 이 배가 어디까지 갈 수 있는가를 시험하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누구의 배가 가장 멀리 갈 수 있는가.

섹슈얼리티는 몇가지로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라 지구상에 존재하는 인구 수만큼 다양한 것이 아닐까. 우리가 사회적으로 규정하는 것들이 자신의 섹슈얼리티를 드러낼 수 없게 하는 것은 아닌지 돌아본다.

개인적으로 메이에 대해서도 나왔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을 한다. 리호에 대한 감정이 어떤지 궁금했다.

누구나의 정체성을 누군가 단정지을 수 없다.

크레이지 사야카 역시 이번에도 일을 냈네. 참 멋진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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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속의 은둔자 - 완벽하게 자기 자신에게 진실한 사람
마이클 핀클 지음, 손성화 옮김 / 살림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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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저널리스트인 마이크 핀클은 숲속에서 은둔 하던 절도 범죄자 크리스토퍼 나이트가 잡혔다는 소식을 듣고 그에게 관심을 갖는다. 세상에서 동떨어진 삶을 살아온 이유가 궁금했던 마이클은 그에게 편지를 쓰기 시작한다. 그리고 교도소로 면회까지. 나이트는 그에게 은둔생활에 대해 하나씩 이야기 해주기 시작한다. 어느 날 갑자기 숲으로 걸어들어가 이 세상에 존재하기를 스스로 끝낸 것에서부터 살기위해 했던 절도 범죄들까지 모두. 마이클은 속세에서 벗어난 그의 삶을 동경하며 자신과 비슷한 가치관을 가졌다고 생각하며 동질감을 느낀다.

그는 산속에서 지내며 필요한 물건은 아래의 오두막에서 절도한다. 사람이 없는 시간을 틈타 필요한 것만을 훔쳐가기를 1년에 40회도 넘게 했다는 나이트. 그 행위에서 스릴을 느끼지도 즐겁지도 않았다며 미안함을 내비춘다. 사람들은 그를 이해하기도 하고 증오하기도 했다. 어쨌든 비도덕적인 행동을 한 것이다. 자기 자신만을 위해서. 그렇지만 이런 의문이 생긴다. 대체 왜? 그는 세상을 등졌을까? 모든 관계를 다 끊고 홀로 살아가며 뭘 느꼈을까.

그의 과거를 보자면 딱히 트라우마나 계기가 있지는 않다. 그런 것이 아예 없었다고 단정지어 말한다. 내부에서의 원인이 없다면 외부에 있지 않을까? 이 복잡한 세상 속에 사는 것에 환멸을 느낀 것은 아닐까.

휴스형사에게 잡혀 여태까지의 범죄에 대해 재판받는다. 그리고 다시 집으로 돌아와 생활하는데 적응하지 못하는 나이트였다. 저자가 찾아가자 숲으로 가서 죽겠다는 이야기를 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는 결국 살아가기로 마음먹은 듯 보였다. 그는 다시 숲으로 가지 않았다. 그리고 마이클을 만날 일도 없었다.

마이클은 은둔자와 은둔에 대해 꽤 많이 공부한 것으로 보인다. 깊은 동경에서 우러나온 성찰들이 함께 적혀있었다. 나이트에게서 본 모습을 다른 사람의 명언에 빗대어 해석해보기도 하고 그들을 부러워하는 것 같아 보이기도 했다. 떠나고 싶지만 떠나지 못하는 그에게 그 행위를 실천한 나이트를 존경하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그러나 어쩌면 은둔자가 아닌 최악의 절도범이라는 생각도 든다. 생각하기에 따라 전혀 다르게 해석될 수 있는 인물이다. 나는 은둔자와 절도범 그 사이 어디쯤에서 그를 판단하기를 보류하고 있다. 어떻게 생각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 이 책을 읽으며 생각한 것이 한 가지 있다면 자유를 갈망하는 자가 자유를 얻었을때 뒤따르는 것에 대하여, 역시 쉬운 일은 없구나 하는 것. 모든걸 다 두고 도망치고 싶을 때도 있다. 그렇지만 나는 그와 같은 선택은 못할 것 같다. 다르게 보면 대단하기는 하다.

나이트는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잘 살고 있을까. 꼭 그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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