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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라면 유대인처럼 하브루타로 교육하라 - 질문하고 토론하는 하브루타 교육의 기적
전성수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2년 11월
평점 :
유대인과 유대인교육에 대해 오랜 시간 공부한 저자가 쓴 책 답게 유대인 자녀교육법이 총체적으로 나와 있다. 익히 널리 알려진 유대인이 세계 각지, 각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이야기를 포함하여, 예시바(도서관), 쩨다카 정신(노블리스 오블리주 정신), 독서 교육, 밥상머리 교육, 하브루타까지 우리 나라에서 부분 부분 차용되었던 유대인 교육법이 담겨 있다.
이 책을 읽으며 느낀 점은 나에게 유대인의 공부 방식이 맞다는 점이다. 나는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선호하는 독서실이나 도서관 열람실 같은 조용한 곳에서는 잠이 쏟아져서 공부를 할 수가 없다. 개방되고 시끄러운 곳에서 책을 읽고, 다른 사람들이랑 이야기하며 공부하는 방식을 좋아하고, 궁금한 점이 있으면 질문을 하고, 이해가 안 가는 부분은 꼭 설명을 듣고 넘어가야 한다. 다행히 아빠는 이런 나를 잘 받아 주셨다. 순종적이었던 언니와는 달리, 나는 아빠와 다른 의견이 있을 때는 반박을 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아빠는 권위를 내세워 의견을 묵살하거나, 예의 없다고 혼내시지 않았다. 대신 "그래 네 생각도 이런 부분에서는 맞다. 그런데 이러 이러한 점도 생각해야한다"며 인정할 부분은 인정해 주시고, 내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부분에 대해 알려주셨다. 그 의견에 내가 또 반박이나 질문을 하면 또 그에 맞는 답변을 해 주시곤 했다. (그러고 보면 나는 아빠와는 달리 아빠의 의견을 잘 인정하지 않고 내 주장만 앞세운 일이 많다.)
나도 겪어 보았기 때문에, 이런 방식이 흥미롭기도 하고, 적극적으로 생각하게 만들며, 자신의 의견을 더 두텁고 날카롭게 만든다는 것은 알고 있다. 하지만 한편으로 든 생각은 이런 방식이 맞지 않는 사람도 분명 있을 것이라는 것이다.(어쩌면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이 방식이 맞지 않을 수도 있다)
일단 우리 남편은 조용한 곳에서 칸막이가 있는 책상에 앉아 귀마개를 하고 공부를 하는 것을 좋아한다. 일단 누군가 말을 걸거나 불필요한 소음이 들리면 집중할 수가 없다고 한다. 내가 아는 많은 사람이 이렇게 공부하는 방식을 선호하며, 또 혼자서 깊이 생각해서 이해하고 깨우치는 방식이 좋다고 생각한다. 이 책의 중간에서는 탈무드에 명탐적 셜록에 버금가는 유대인 랍비에 관한 이야기가 나온다. 모스크바로 가는 기차 안에서 처음 본 남자에게 질문 하나 던지지 않고 이름을 맞추는 것. 저자는 이것이 '자기 자신과의 대화(자신과의 하브루타)'이자 '탈무드식 사고'라고 이야기한다. 그렇다면 혼자서 사색하고, 자기 자신과의 대화를 통해 생각을 정교하게 할 수도 있는데 굳이 토론짝이 필요할까?
또 나와 아빠는 정치 얘기를 하면 대립각을 세우며 한 치의 양보도 없이 논쟁을 하는데, 엄마와 언니는 제발 그만 좀 하라고, 싸우지 말라고 한다. 그런데 언성을 높여가며 언쟁을 한다고 해서 아빠랑 나의 사이가 멀어지는 일은 없다. 그건 서로 의견이 다를 뿐인 것이지, 감정이 상하는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떤 사람들은 그 사람의 '의견'에 대해 반대를 하는 것을, 자신에 대한 반대라고 느낀다. 섬세하고 감정적인 사람들은 의견 교환 속에 오가는 날카로운 비판에 상처를 받을 수도 있을 것이다.
평소 토론교육에 관심도 있었고, 부모나 교사로서 아이나 학생이 생각을 하게 만드는 좋은 질문을 던지는 것의 중요성, 학생이나 아이 스스로 질문을 만드는 것의 교육적 가치를 알기에 하브루타에 관심을 갖게 되었는데, 이 책을 읽음으로써 다시 고민에 빠지게 되었다. 내가 좋아하는 방식이라서 내가 이것이 좋다고 생각했던 것은 아니었을까? 이 방법이 불편하고, 다른 방법보다 효과적이지 않은 사람들이 있는 것은 아닐까?
점과 운명에 대해 진절머리를 치는 남편이 말했다. 한 TV 프로그램에서 용한 점쟁이들을 찾아가 사람들의 과거를 맞춰보라 했더니 다 맞추었지만, 그들이 예언한 미래는 모두 달랐고 실제로도 적중률이 높지 않았다고....
어쩌면 내가 유대인교육에 대해 반감을 가졌던 이유..
성공한 결과를 보고 성공의 원인을 찾는 것은 어렵지 않다(어떤 식으로든 끼워 맞추고 해석하려 들테니까). 하지만 찾아낸 방식을 그대로 따른다고 해서 같은 결과가 나올 것인가? 한 가지 사건을 만드는 데에는 짐작할 수도 없는 많은 변수가 존재하는데, 유대인의 성공 결과는 IQ가 아닌 다른 유전적인 요인이 있을 수도, 무의식 속에 자리잡은 고난의 역사에 대한 생존 본능이 작용했을 수도 있을 것이다. 또는 성공한 유대인이 다른 유대인을 끌어줬을 수도 있고, 성공한 까닭에 (우수한 지능을 가진) 좋은 배우자를 만나 자손 대대로 좋은 환경에서 공부할 수 있었기 때문일 수도 있다.
무엇이든 정답과 왕도는 없는 법이고, 또 하나의 좋은 학습 방법, 교육 방법을 배우긴 했지만, 이 책을 읽으며 나를 돌아봄으로써 다른 측면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