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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바이 동물원 - 제17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강태식 지음 / 한겨레출판 / 2012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굿바이 동물원 -강태식

 

사람 노릇 못하게 하는 세상에 갇힌 우리

 

집 근처 구립 도서관에 예약 도서를 찾으러 갔다가 때마침 한 도서관 한 책 읽기사업으로 선정된 이 책을 함께 읽게 되었다. 털이 수북하고 살집이 울끈불끈 솟은 거대한 고릴라 옷을 입고 조롱하듯한 눈빛으로 뒤돌아 보는 빨간 머리칼의 사내. 표지 그림은 굿바이 동물원이라는 제목과 겹쳐져서 동물원에서 일하는 직원의 이야기인가 하는 궁금증을 불러 일으켰다.

나는 책을 고를 때 표지와 제목, 그리고 책 뒷표지의 추천인의 글을 읽는 편이다. 사실 읽을 책을 3권이나 가지고 있는 상황이라 이 책을 더 빌려야할지 고민하고 있었는데, 이 책이 심사 위원 전원 일치 의견으로 제 17회 한겨레문학상을 수상했으며 소설가 박범신의 추천글이 있어서 함께 빌려오게 되었다.

소설은 직장을 잃은 남자가 마늘 까기 부업을 하는 장면에서 시작한다. 그는 돼지엄마라는 부업 알선업자 통해 곰인형 눈알과 바비인형 속눈썹을 붙이기도 하고, 종이학과 공룡 알을 접는 부업을 하기도 한다. 그러다가 시에서 운영하는 세렝게티 동물원의 직원으로 채용되어 고릴라의 역할을 하게 된다. ‘세렝게티 동물원은 야생 느낌 물씬 나는 이름과는 대조적으로 모든 동물이 사실은 동물의 탈을 쓴 사람들인 독특한 동물원이고, 주인공은 비인간적인 이 생활 속에서 오히려 인간미를 찾아간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기대와는 달리 실망한 작품이었다. 본드 중독 장면이나 동물의 탈을 쓴 사람들이 있는 동물원 이야기라는 설정이 나에게 썩 와 닿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과연 탈을 쓴다고 관람객들이 속을까 싶기도 하고, 성과금과 관련된 동물원의 규칙, 후반부의 만딩고의 탈출(?), 만딩고의 전화를 받은 다른 동물(역할을 하는 사람)들의 사연들이 솔직히 작위적이고 너무 현실감이 없다고 할까? 물론 이 책의 장르가 소설이라며 내 의견에 이의를 제기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SF나 판타지 소설이 아닌 다음에야, 소설은 기본적으로 현실에서 있을 법한허구의 이야기를 다루는 것이 아닌가?

물론 주인공을 비롯한 중심 인물인 고릴라 4명은 지금 현재 우리 사회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각 집단을 대표하고 있다. 취준생 대표 앤, 잘 나가는 중산층에서 냉혹한 구조조정의 가해자이자 피해자가 된 생계형 가장을 대변하는 조풍년, 철 지난 이념의 산물인 만딩고, 실직한 가난한 취약계층인 주인공 영수. 그들이 각 집단을 대표하기는 하지만 너무도 완벽하게 그 집단의 옷을 입고 있어서(그 집단이 겪는 모든 어려움과 감정을 총체적으로 갖고 있는) 작위적인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후반부의 다른 동물들(갈라파고스거북, 히말라야불곰, 개미핥기 등)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솔직히 작가가 직접 경험하거나 취재한 것이 아니라 신문이나 방송 등으로 보고 들은 것을 바탕으로 소설을 썼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존경하는 소설가들의 작품들은 본인들이 직접 경험했거나 치밀한 취재와 조사를 통해 쓰여졌기에 책 속 인물이 현실감 있고 입체적으로 그려졌는데, 이 작품 속 인물들과 그들이 겪은 사건들은 이미 기사나 방송으로 접했던 (다소 극단적인) 내용이라 오히려 신선함이 없고, 평면적이라는 느낌이 드는 것이다. 인물의 경험과 생각이 하나도 새로울 것이 없달까? 소설을 읽지 않아도 이미 충분히 알고 있는 상황들인데, 그런 평범한 삶 속에서 작가만의 통찰을 발견하지 못한 점도 아쉽다. 기존에 내가 읽었던 한겨레문학상 수상작이 감동과 재치로 내 머릿속에 깊이 남아 있는 것에 비하면 이 작품은 정말 내 기대에 한참 못 미쳤다. 그래도 훌륭한 작가와 평론가들이 극찬(?)을 하며 수상작으로 뽑았기에 일개 독자이며 부족한 내가 평가할 수 있는 것은 아니겠지만, 책을 덮을 때까지 솔직히 왜 수상을 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통해 얻은 것이 없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동물원 밖에서) 사람의 형상으로 살 때는 사람노릇을 못했는데, 오히려 사람이 아닌 동물의 삶을 살 때 사람노릇을 할 수 있다는 소설의 메시지는 인상 깊었다. 여기서 말하는 사람노릇이란 부모님께 용돈 드리고 사랑하는 가족들을 위해 시간과 돈을 투자할 수 있고, 남들 앞에 떳떳하게 생활할 수 있는 삶을 뜻한다. 그럴듯한동물 연기란 오히려 그 동물의 본래 모습과는 다른, 즉 동물원을 관람하러 온 사람의 입장에서 기대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점이 아이러니컬하게도 진실로서 다가왔다. 가령 우리가 고릴라에 대해 기대하고 상상하는 이미지는 영화 킹콩에서처럼 가슴을 쿵쾅쿵쾅 치고,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을 오르는 모습인데, 실제 고릴라는 그런 행동을 잘 하지도, 자주 하지도 않는다는 것! 하지만 (동물의 입장에서는 부자연스럽지만) ‘사람의 시선에서 자연스러운 행동을 함으로써 동물들이 실감나다고 느끼고, 동물원의 인기도 올라가는 점은 뼈아픈 진실인 것이다.

밖에서 치열하게 경쟁하고, 사회와 자신의 지위에서 도태되거나 낙오하지 않기 위해 다른 이를 짓밟고 희생시키는 비인간적인 삶이 아니라, 서로 돕고 마음을 나누고 사랑하는 사람들을 지킬 수 있게... 진정 사람답게살고 싶은 것은 계층과 소속집단을 떠나 우리 시대 모든 사람들이 원하는 삶이 아닐까? 어쩌면 우리는 동물원 우리 밖이라는 새로운 철창 안에서 관람객이 기대하는 사람의 모습을 연기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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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덟 단어 - 인생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
박웅현 지음 / 북하우스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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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여덟단어 -박웅현

 

자존(自尊) 본질(本質) 고전(古典) () 현재(現在) 권위(權威) 소통(疏通) 인생(人生)

 

책은 도끼다와 함께 추천을 받은 박웅현의 여덟단어’.

저자는 인생을 살아가면서 우리에게 필요한 가치를 이 여덟 개의 단어를 중심으로 설명하고 있다. 여덟 개의 단어는 제각각 다른 카테고리에 있는 전혀 상관없는 단어인 듯 보이지만 저자의 가치관과 연결되어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고도 볼 수 있다.

자신의 직간접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뽑아 낸 8가지의 가치는 각 챕터의 첫 부분에 실린 끄적인 노트 속 글자가 아닌 살아있는 강의로 다가온다. 처음에는 노트의 내용을 먼저 보고 그 장을 읽었는데, 문맥 없이 단어나 구()로만 메모가 되어 있고 흘려 쓴 글씨에 한자까지 섞여 있어 해석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래서 세 번째 챕터부터는 글을 먼저 읽고 난 후에 사진 속 메모를 보기 시작했다.

 

1. 자존

이 책의 목차인 자존에서부터 본질을 거쳐 인생으로 마무리되는 동안 반복되는 말 중의 하나는 판단의 기준점을 밖이 아닌 내 안에 두자는 것이다. 내 안에 찍은 방점들을 연결하면 별이 되어 있을 것이라는 말은 그 말 자체로서의 아름다움 뿐 아니라, 남의 눈과 세상의 시선들에 흔들리고 나약해지는 우리를 바로 세우는 빛나는 자존감에 관한 이야기인 것 같아 아름답게 느껴졌다.

 

2. 본질

내가 가장 공감하고 또 감동 받았던 부분은 2본질이었다.

Everything changes but Nothing changes. (모든 것은 변하지만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다.)

피카소를 비롯한 위대한 예술가들이 그러했듯, 또 유명한 광고인인 저자가 히트시킨 광고들의 컨셉도 사실 군더더기를 덜어내고 본질에 집중한 것이기 때문이었다. 우리가 이런 본질에 집중하다보면 사실 다른 사람으로부터 상처 받을 것도, 세상으로부터 휘둘릴 일이 훨씬 줄어들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3. 고전

몇 년 전 독서모임을 시작하면서 목표로서의 독서가 아니라 온전히 책을 읽는 즐거움을 다시 느끼게 해 준 위대한 책들의 가치를 느끼게 되었기에, 저자가 꼽은 고전이라는 단어도 흥미로웠다. 하루에도 수없이 쏟아지는 정보와 책 속에서 그 시대의 가치를 대변하면서, 변화무쌍한 세월의 풍파에도 굳건히 살아남아 지혜와 감동을 전해주는 고전(古典)의 가치! 그래서 나는 신간도서보다는 검증된 스테디셀러에 손이 가고, 뒤늦게나마 고전이라 불리는 책들을 읽고 있다. 고전이 시대를 거쳐 살아남을 수 있는 이유는 변화하는 세상 속에 변하지 않는 삶의 본질을 꿰뚫고 있다는 저자의 말에 깊이 공감했다.

 

4.

저자가 끊임없이 강조하고 있는 견()! 그는 시청(視聽)’이라는 말과 대비하여 견문(見聞)’이라는 말을 쓴다. 그냥 보거나 흘려 듣는 것이 아니라 자세히 보고 듣는다는 의미이다. 같은 것을 보고도 다른 생각을 하고, 익숙한 것을 낯설고 새롭게 바라보는 자세. 수많은 예술가들이 그러했듯, 많은 사람들의 무릎을 치게 만들었던 광고가 그러했듯... 모두가 보고 있지만 아무나 볼 수 없는 것을 보는 연습을 하고 생활화 할 수 있다면 우리의 삶이 얼마나 풍요로울까? 내 삶도, 그리고 나의 아이에게도 이것만큼은 꼭 가르치고 함께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5. 현재

저자의 이전 책을 읽어보았다면 그가 현재를 얼마나 중요하게 여기고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지 이미 알고 있을 것이다. 전작에서 그는 이런 가치를 지중해식 사고라고도 했었다. 현재를 즐긴다는 말은 단순히 쾌락을 위해 즐거운 일만 하며 현재를 보내라는 이야기가 아니라 미래를 위해 현재를 즐기지 못하는 것을 경계하는 말이다. 하루 하루 최선을 다해 행복을 추구하다 보면 미래의 행복도 담보되어 있다는 것을 말하고 싶은 것이다. 미래는 모든 현재들의 집합이기 때문이다.

 

6. 권위

마지막으로 저자와 의견을 같이 한 부분은 권위(權威)에 관한 것이었다. ‘강요된 권위에 굴복하지 않는다는 것은 내 삶의 태도와도 일치한다. 당사자가 의도를 했든 하지 않았든 그 사람이 아니라 그 사람이 가진 것으로 인해 만들어진 권위는 인정되지 않는다. 권위는 남이 세워주는 것이지 본인이 스스로 세우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나는 우리가 흔히 권력자라고 부르는 사람들이 두려운 이유는 그 사람이 힘이 세서도 무서워서도 아니고, 그 사람이 가진 에 영합하는 사람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돈만 준다면 대신 살인이든, 폭행이든, 범법행위를 하는 사람들이 있기에 점점 그들은 으스대며 자신의 뜻대로 사람들과 세상을 조종할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가 돈이 많이 있든, 그의 사회적 지위가 높든 간에 상관없이 모든 사람이 인간 VS. 인간으로 대할 수 있다면 말도 안되는 권력형 비리와 범죄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고, 평범한 사람들이 주눅 드는 일도 없을 것이다.

 

7. 소통

소통을 잘하기 위해 저자가 강조한 세 가지 점이 와닿았다. 상대를 배려하는 마음과 문맥파악, 그리고 아름답게 디자인해서 말하기! 우리나라 시상식의 수상 소감, 정치인들의 연설을 미국과 비교하며 늘 아쉬웠던 점이 바로 아름답게 디자인해서 말하는 점이었다. 두루뭉술하고 애매하게 말하며, 녹음한 듯이 똑같이 내 뱉는 수상소감은 지루하기도 하다. 미국은 특히 정치연설과 수상소감에서 유머가 빛나는 데 유머 속에 핵심 메시지를 담아 내는 모습이 무척이나 부러운 풍경이었다. 나는 말을 직설적으로 하는 편이라 늘 이 부분이 아쉬웠는데, 저자가 예로 든 것처럼 당황스러울 상황에서, 또 위기에 봉착했을 때 말 한마디로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지혜가 필요할 것 같아. 아마 저자가 지적한 대로 이를 위해서는 번드르한 말만이 아니라 상대를 배려하는 마음과 문맥을 잘 파악하는 것이 선행 되어야 할 것이며, 많은 생각과 연습이 필요할 것 같다.

 

22~23

당연히 초행길에서는 두세 번 정도 낯선 사람의 신세를 지게 된다. 한 가지 다행스러운 일은 길을 알려주는 거의 모든 사람들이 친절하고 아주 정확하게 방향을 이야기해준다는 점이다. 미국 사람들의 방향 설명은 마치 머릿속에 지도를 넣고 다니는 사람들처럼 믿기지 않을 정도로 정확하다.(...)종로에서 시청이 어디냐고 물어보면 저어~라고 말하면서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우리와는 무척 다른 두뇌 구조를 가지고 있다.

어느 대학 교수는 이런 미국 사람과 한국 사람의 차이를 이질 문화와 동질 문화라는 말로 해석한다. 미국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너와 나는 생각하는 바가 다르다는 전제에서 출발하기 때문에 가능한 한 객관적인 정보를 준다. 반면, 우리는 너와 내가 생각하는 바가 비슷하다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내가 저어~라고 이야기하면 듣는 사람도 , 저기를 이야기하는구나!”라고 알아들을 것이라는 전제에서 시작한다는 이야기. 미국이 인종 전시장이라는 말을 생각해보면, 우리가 세계에서 흔치 않은 단일 민족 국가라는 점을 고려할 때 공감이 가는 설명이다.

 

24

우리나라 사람들은 나이와 성별에 따라 제각각 딱 맞는 상자를 만들고 모두들 그 상자 속에서 살아가는 것 같다는 이야기.

예를 달자면, (...)삼십 대 후반의 남자라면, 회사에서 과장쯤 되어 있어야 하고, 부인과 아이들 한두 명쯤-더 완벽하게는 남자 아이 하난 여자 아이 하나-이 있는 집안의 가장이어야 한다. 만약 아이들만 있거나, 부인만 있다면 주위 사람들로부터 호기심 내지 걱정에 찬 시선을 받게 된다.

 

26~27

결국 그는 미국 교육은 네 안에 있는 것은 무엇인가를 궁금해 한다면 한국 교육은 네 안에 무엇을 넣어야 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것이 가장 큰 차이라고 했습니다. 바깥에 기준점을 세워놓고 맞추는 것이 아니라 사람 안에 있는 고유의 무엇을 끌어내는 교육을 이야기한 것이죠.

제가 뉴욕에서 공부할 때 느낀 것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교수들은 학생들에게 무언가를 집어 넣으려 하지 않고 뽑아내려고 애썼습니다.(...)저뿐만이 아니라 모든 학생들이 해온 숙제를 벽에 쭉 붙여놓고 좋은 점을 끊임없이 이야기하는 교수는 마치 칭찬을 하지 못해 안달 난 사람 같아 보이기도 했습니다. 게다가 그 뒤에는 왜 좋았는지 제출한 작품에 대해 해석해주고 자세히 설명을 해줬습니다.(...)그러니 학생들은 과제를 하면서도 늘 신이 났고, 서로 앞자리에 앉으려고 할 수밖에요.

 

47

Everything changes but Nothing changes. (모든 것은 변하지만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다.)

-에르메스 지면광고

(...)전 세계에 70억의, 완전히 다른 사람들이 살고 있어요. 완전히 달라요. 쌍둥이조차도 다릅니다. 그런데 본질적으로 사람은 다 똑같아요. 본질적으로 똑같은 부분들이 분명히 있어요.

 

74

빅토르 위고도 이렇게 말했습니다. 우주를 한 사람으로 축소시키고 그 사람을 신으로 다시 확대하는 것이 바로 사랑이다.” 지금 우주가 내 곁에 있는데, 마지막은 보이지 않습니다.

 

117

생각의 탄생에 이런 문장이 나옵니다. 발견은 모든 사람들이 보는 것을 보고 아무도 생각하지 않는 것을 생각하는 것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리고 이것은 모든 천재들의 공통점이라고 이야기해요. 모두가 보는 것을 보는 것, 시청(視聽). 아무도 생각하지 못하는 것을 생각하는 것, 견문(見聞)이죠. 같은 뜻이에요.

 

125

여행을 생활처럼 하고 생활을 여행처럼 해봐

 

143

인생은 잘 짜인 이야기보다는 그 하나하나가 관능적인 기쁨인, 내일 없는 작은 조각들의 광채다. -사르트르, 카뮈의 이방인에 대한 비평문 중에서

 

살아 있다는 그 단순한 놀라움과 존재한다는 그 황홀함에 취하여 -김화영

 

206

(...)소통을 하기 위해서는 상대의 입장에서 어떻게 생각할지 먼저 헤어릴 줄 아는 마음이 있어야 하고, 자신의 생각을 잘 정리해 말함과 동시에 어떤 문맥으로 해야 하는지를 잘 파악해야 한다는 거예요. 여기에 힘을 싣기 위해서 지혜롭게, 생각을 디자인을 해서 말하는 것이 필요하고요.

(...) 역지사지, 문맥파악, 생각을 정리해서 말하는 습관.

 

207

할리우드에는 ‘7 Words Rule'이라는 게 있습니다. 하도 많은 사람들이 시나리오를 가져오니까, 투자를 받고 싶으면 시나리오를 단 일곱 단어로 설명해보라는 건데, ‘결혼을 했는데 마누라가 조폭이네? 조폭 마누라이런 식으로 그림이 확 그려지도록 설명하라는 이야기입니다.(...)내가 말하고 싶은 게 일곱 단어로 정리되지 않는 건 아직 내 생각이 정리되지 않았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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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도 사랑받고 싶다 - 아이를 기르며 가장 먼저 가르쳐야 할 위대한 유산
이호선 지음 / 프롬북스 / 2015년 6월
평점 :
절판


부모도 사랑받고 싶다 -이호선

부모신화에 휘둘려 죄책감에 사로잡힌 부모를 위한 처방전

 

  누구나 좋은 부모가 되고 싶어 한다. 친구 같은 아빠, 차별하지 않는 엄마, 내 아이가 하고 싶은 것을 지원해줄 마음과 경제력이 있는 부모. 하지만 막상 아이를 낳아보면 지금껏 지녀왔던 희망과 다짐은 산산이 부서져 버리는 것이 사실이다. 시도 때도 없이 빽빽 울어대는 아기는 내 몸 속에서 나오고 그토록 기다려왔지만 그 울음의 의미조차 이해할 수 없는 낯선 생명체일 뿐이다. 게다가 출산과 육아로 몸도 마음도 지쳐버린 상태인데 내 몸 챙길 겨를은 없고, ‘완전한 책임감아가페적인 사랑을 실천해야한다는 강한 심리적 압박감에 시달리게 된다. 아이가 자라면서 고민이 없어지는 것도 아니고 오히려 문제가 더욱 심각해지기도 한다. 내 뜻대로 움직여 주지 않는, 때로는 청개구리 같이 내 속을 일부러 긁으려고 하는 듯한 아이의 행동들. (나는 제대로 가르쳤지만) 아이가 잘못된 행동을 하면 대신 사과해야하는 경우도 생긴다. 내가 경제적,시간적으로 온전히 아이를 뒷받침 해주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는 자괴감, 불쑥불쑥 아이가 밉고 싫고 떨어져 있고 싶은 마음이 든다는 사실에 나의 모성(혹은 부성), 부모자격을 의심하게 되면서 죄책감이 밀려든다. 누구나 겪고 있지만 누구도 함부로 입 밖에 내지 못했던 이런 어려움들... 저자는 이것을 부모신화라고 부르며 이 책을 통해 부모노릇에 지친 부모들에게 마음 처방전을 주고 있다.

 


모두가 모노릇을 주장할 때 부모도 사랑받고 싶다고 외치게 하는 이 책의 저자는 이미 알 만한 사람들은 알고 있는 이호선 교수이다. 다수의 방송과 저서로 유명해 진 그녀가 전공인 상담학을 이용하여 부모를 위한 책을 낸 것이다. 책의 제목과 표지부터 내 눈을 사로잡았지만 진짜 재미있는 것은 목차였다. ‘상상과 다른 아이를 만나다’ ‘나도 때론 부모 노릇 그만두고 싶다’ ‘천 번은 울어야 비로소 부모가 되는 것을과 같은 대제목 뿐 아니라 엄마 친아들 엄친아와 얼굴 짱 큰 얼짱 딸’ ‘공부까지 잘하는 자식부터 지 아비 같은 놈까지’ ‘기분 나쁜 말은 기가 막히게 저장하는 이상한 아이 뇌와 같이 소제목까지 내 마음을 읽기라도 한 듯한 말들이 위트 있게 나열되어 있는 것이다.

 

 

저자는 자신의 어린 시절의 치부을 드러내고, 부모로서 자식을 키워낸 경험과 솔직한 느낌을 버무려 친근하게 이야기를 시작한다. 본인도 딸의 외모를 걱정하는 평범한 부모이며 서툰 엄마였음을 고백한다. 그러다보니 글도 술술 읽히고 읽으면서도 마치 친한 친구나 동네 언니와 이야기 하듯 웃기도 하고, 고개를 끄덕이기도 하며 맞아맞아하며 맞장구치게 된다. 하지만 이 책은 비단 사적인 경험만 토대로 이야기 하는 것이 아니다. 저자가 상담했던 아이들의 사례와 학자들의 연구와 조사 결과를 제시함으로써 전문가로서의 해석도 잊지 않는다. 그래서 책을 읽다보면 나만 이런 고민을 하는 것이 아니었다는 안도감이 들기도 하고, 주변에서 농담조로 하던 이야기들 이면의 속내를 알아가는 쏠쏠함이 있다.


특히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공감되었던 부분은 칭찬에 춤추는 고래는 사실 부모다라는 부분이었다. 일반적으로 부모가 자식을 칭찬 또는 훈육을 통해 자신이 원하는 모습으로 길러내고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아이의 웃음과 다짐, 찡그린 표정 등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강화되는 것은 부모였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더 사랑하는 사람이 약자이기에, 자식이기는 부모가 없다고 하나 보다.


또 신선했던 부분은 페르소나(일종의 역할가면)와 그림자(치부,컴플렉스,비밀)에 관련된 부분이었는데, 자식은 나와 배우자의 그림자를 모두 갖게 되고, 우린 자식에게서 나의 그림자를 발견하게 된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그리고 부모노릇이라 생각하는 부모의 (전통적이고 일방적인)사랑방식이 아이에게 잘못된 전능감을 만들어 문제를 야기한다는 부분도 인상적이었다. 결국 부모가 자녀가 원하는 대로 다 해주려다보니 발달과정에서 생겨났다가 자연스럽게 사라져야 할 전능감이 지속되어 자신은 물론 타인에게 까지 좋지 못한 영향을 끼치게 된다는 것이다.


이 책을 선택하게 만들었던 부모도 사랑받고 싶다라는 이 매력적인 책 제목에 너무 큰 기대를 한 탓일까? 전반적으로 술술 읽히면서도 또 재미있게 읽은 책이지만 아쉬운 부분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신선한 제목과 저자의 전공을 연관지어 사랑받고 싶어 하는 부모의 마음을 심리학적으로 보다 깊이 있게 들여다보는 내용일거라는 예상과는 달리, 자녀에 대한 실망감과 잘못된 부모의 양육태도에 관한 내용이 대부분인 것이다. 사실 나는 부모의 입장에서 나의 심리상태를 객관적으로 들여다보고, 사랑받고 싶은 내 마음을 인정 받음으로써 힐링받길 기대하며 책을 펼쳤던 것이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책을 읽다보면 자녀의 못난 모습은 내(부모) 탓이라는 사실을 새삼스레 다시 확인한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내가 기대한 내용이자 또 책의 제목을 통해 저자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는 마지막 장, 마지막 챕터로 가면서 급하게 쏟아낸 듯한 느낌이다. 다 해주려는 강한 부모가 아니라 아이가 스스로 할 수 있도록 공간을 만들어주고, 나의 약함과 사랑받고 싶은 마음을 드러내라는 메시지는 책의 맨 끝 부분에 나온다. 뭔가 좀 허무한 느낌이다. 우리 사회에서 부모가 자식에게 약한 모습을 드러내고 사랑을 갈구하는 것이 어색하고 어른스럽지 못하다는 인식이 있는데, 그렇게 하라고 지시하면서도 과연 내가 그렇게 해도 될까?’라는 망설임에 그래도 된다!’라는 당위성을 부여하기 부족하다고 해야 할까? 독자의 입장에서, 그리고 이 책을 선택한 나의 입장에서 그래, 내가 이렇게 해도 될 충분한 이유가 있었어. 이게 아이와 나, 우리 가정을 행복하게 하는 일이야.’라고 생각하게끔 설득하는 데 논리적으로 좀 빈약하다는 느낌이 있다. 저자의 의도가 그렇지 않았다 하더라도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부모노릇, 부모신화에 힘겨워하고 있는 초보 엄마, 아빠가 있다면 이 책을 읽고 이 세상의 모든 부모들도 나와 같은 어려움을 겪고,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는 점에 위로 받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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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봤어? - 내일을 바꾸기 위해 오늘 꼭 알아야 할 우리 시대의 지식
노회찬.유시민.진중권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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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알고 싶은, 우리가 알아야 할 지식

생각해봤어? -노회찬,유시민,진중권 

 

토론과 말빨로는 우리나라에서 손에 꼽는 지식인인 노회찬 유시민 진중권 세 사람이 '노유진의 정치카페'라는 팟캐스트 방송에서 한 내용을 책으로 엮었다.

'내일을 바꾸기 위해 오늘 꼭 알아야할 우리 시대의 지식'이라는 부제처럼 요즘 화두가 되는 사안의 전문가 한명을 초대해서 배경지식 뿐 아니라 다각도로 이야기를 풀어 나가고 있다.

세 사람의 정치적성향 때문인지 전체적인 내용과 의견의 방향은 진보적이다. 그래서 독자에 따라서는 많이 공감하기도 할 것이고 편향되어 있다고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나의 경우는 내 생각과 일치하는 부분도 많았고 그러기에 현 정권과 시대에 대한 답답함도 느껴졌다.

나름 정치에 관심있는 편인데도 깊이 있게 알지 못했던 문제들에 대해 자세히 알 수 있었던 점이 또 다른 소득이라 하겠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이었던 기초노령연금이 일반 국민이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는 방식이 아니라는 점(따라서 저소득층 노인은 오히려 역차별을 받아 소득격차를 벌리는 안이라는 사실) 2025년부터는 기존안보다 덜 지급하는 것이라는 점도 새롭게 알게 되었다.

진보교육감과 그 정책에 대해 다소 비판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던 나지만 교육관련한 부분에서 바람직한 교육의 방향에 대한 조희연교육감의 의견에도 동감했다.

가장 신선했던 부분은 진화심리학의 측면에서 보수층의 생각과 논리를 다룬 부분이었다. 좀 더 보수층을 논리적으로 이해하게 되었달까?

세상을 바꾸기에 너무도 미약한 힘과 얕은 지식을 가졌기에 이 책을 통해 알게된 지식, 또 더 많이 배워서 세상을 보다 공정하게 바꾸고 싶다는 생각을 하며 이 책을 덮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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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매전문 변호사의 행복한 경매투자 첫걸음
정충진 변호사 지음 / 행꿈사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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흩어져 있는 경매 지식의 구슬 꿰기

행복한 경매투자 첫걸음 -정충진

 

 

정부의 경기부양책인 부동산 활성화 대책의 효과가 조금씩 나타나는지 부동산 경기가 조금씩 살아나고 있고, 더불어 경매시장의 열기도 뜨겁다. 요즘 같은 초저금리 시대에는 모아둔 돈, 혹은 여윳돈을 은행에 넣어 둘 수도 없는 일이고, 언제 무너질지도(?) 모르는 경제상황 때문에 주식에 투자하기도 꺼려지는 것이 현실이다. 내가 경매에 관심을 갖게 된 것도 조금이라도 저렴하게 내 집 하나 마련해보자는 작은 소망에서부터 시작되었다.

 

TV에서 나오는 부동산 경매 신화에 혹 하기도 했고, 적은 종잣돈으로 시작해서 월세를 받게 되기까지의 평범해 보이는 사람들의 성공기가 담긴 책들을 읽으며 투자로서의 부동산 경매의 매력에 가슴이 콩닥콩닥 뛰기도 했다. 하지만 성공사례 위주의 경매 서적을 몇 권 읽고, 막상 경매 물건을 검색해서 도전해 보려고 하니 불안한 마음이 앞섰다.

불안감의 표면적인 원인은 한 번의 실패로도 피 같은 종잣돈을 날릴 수도 있다는 것이었지만, 그 근원은 경매에 대한 기초 지식이 충분치 않아 자신감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마구잡이식으로 저장한 경매 지식을 체계화 시키고자 하는 마음으로 친구의 추천을 받아 이 책을 읽게 되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이 책은 경매 초심자가 읽기에 쉽고 흥미로우면서도 부동산에 관한 기초지식을 차근차근 쌓기에 아주 적절한 책이었다. 특히 나처럼 경매에 관해 관심이 있어 책을 좀 읽어 보았거나 경매와 관련된 법률용어가 조금 익숙한 사람이라면 경매의 전 과정을 그림으로 그리듯이 이해할 수 있도록 쓰여진 책이다. 책은 봉대리라는 인물이 아파트경매에 도전하기까지의 과정을 그리면서 부동산 경매와 관련된 법리와 경매 노하우를 소개한다. 사실 경매변호사가 쓴 책이라고 해서 딱딱하고 재미없을 것 같다는 선입견이 있었는데 소설의 형식을 빌어 재미있고 술술 읽힐 뿐 아니라, 변호사인 저자가 관련 법리를 정확하게 설명해 주기 때문에 유익하다.

 

나는 공부를 할 때도 큰 줄기와 몸통을 먼저 이해한 다음에 세부사항을 곁가지처럼 추가하는 방식을 선호하는데, 이 책에서 봉대리가 경매에 입문하고 낙찰을 받기까지의 과정과 고부장의 강의(설명) 방식이 이런 흐름에 따라 이루어지고 있어서 이해하기가 무척 쉬웠다. 권리분석 뿐 아니라 적정한 수익을 내기 위해 입찰가를 정할 때 고려해야 할 점이라든지, 심지어 경매입찰 당일 확인해야 할 것과 챙겨야 할 것, 마음가짐, 낙찰 후 명도를 원활하게 하기 위한 방법까지 흐름에 따라 세세하게 나와 있다. 중간 중간 중요한 법리적 문제나 유의해야 할 부분은 큰 글씨와 색상으로 포인트를 줄 뿐 아니라, 마지막에 Tip형식으로 요약해서 다시 한 번 짚어주기 때문에 중요한 부분이 머릿속에 잘 각인되기도 한다.

 

경매에 대한 선입견, 처음 경매에 입문했을 때의 설렘, 등기부등본을 봤을 때의 궁금증, 경매사이트에 올려진 정보를 보고 내막을 추리해보는 과정에서 느낀 희열 등 봉대리의 모습과 과거 나의 모습이 겹쳐져 책을 읽는 내내 희미한 미소를 짓게 되었다. 나 또한 처음에는 경매가 투기이자, 남의 불행으로 돈을 버는 것이라 생각해서 꺼려졌었고, 종잣돈이 없으면 성공하기 어렵다는 생각을 가졌었기 때문이다. 경매를 통해 큰 수익을 얻은 사례를 보았을 때는 사실 수익만큼이나 위험부담이 있는 것이 사실이기에, 부러워하면서도 내가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는데, 이 책은 공부한 만큼 성과를 거둘 수 있는 안전한 재테크의 방식임을 알려주고 나도 할 수 있을 것 같은 경매 노하우를 알려 주어 보다 현실적으로 다가 왔다.

 

사실 책을 추천 받았을 때는 경매투자 첫걸음이라는 제목에 너무 기초적이고 이미 알고 있는 뻔한 내용만 있는 것은 아닐까 약간의 우려도 있었다. 하지만 책을 읽고 나니 막연하게나마 알고 있던 경매 지식이 관련 법에 따라 논리적으로 이해되었을 뿐 아니라, 특수물건 중에도 흔한 위장임차인과 허위유치권 판별방법과 대응방법에 대한 파트는 평소 궁금했던 것이었는데 정말 도움이 많이 되었다. 주택임대차보호법을 외우는 꿀팁은 보너스~!

100명의 사람들이 있으면 100가지의 생각이 있다는 말처럼, 경매 물건을 검색하다보면 부동산도 어느 하나 같은 물건이 없다. 위장임차인의 모습도, 토지별도등기 물건도 사연도 방식도 제각각 다양하다. 그렇기 때문에 경매 공부를 할 때도 이렇게 각각의 개별 사례에만 치중하다보면 한계에 부딪치고, 뒤통수를 맞는 경우가 생기게 된다. 운동도 음악도 공부도 모두 기초와 기본을 중시하고 지겨울 정도로 연습하는 이유가 다양한 상황에 응용을 할 수 있고, 어느 순간 무섭게 발전할 수 있기 때문이 아닌가?

 

경매에 처음 입문하는 사람이 쉽게 읽을 수 있는 기본책을 찾고 있다면, 또 나처럼 여기 저기에서 들은 어설픈 지식, 기초 지식만 있어 좀 더 체계화시키고 싶다면 이 책을 꼭 추천하고 싶다. 소설을 읽듯 재미있게 책 한 권을 읽고 나면 당신이 알고 있던 경매 지식과 용어들이라는 흩어진 구슬이 어느새 예쁜 실에 엮여져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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