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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덟 단어 - 인생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
박웅현 지음 / 북하우스 / 2013년 5월
평점 :
절판
여덟단어 -박웅현
자존(自尊) 본질(本質) 고전(古典) 견(見) 현재(現在) 권위(權威) 소통(疏通) 인생(人生)
‘책은 도끼다’와 함께 추천을 받은 박웅현의 ‘여덟단어’.
저자는 인생을 살아가면서 우리에게 필요한 가치를 이 여덟 개의 단어를 중심으로 설명하고 있다. 여덟 개의 단어는 제각각 다른 카테고리에 있는 전혀 상관없는 단어인 듯 보이지만 저자의 가치관과 연결되어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고도 볼 수 있다.
자신의 직간접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뽑아 낸 8가지의 가치는 각 챕터의 첫 부분에 실린 끄적인 노트 속 글자가 아닌 살아있는 강의로 다가온다. 처음에는 노트의 내용을 먼저 보고 그 장을 읽었는데, 문맥 없이 단어나 구(句)로만 메모가 되어 있고 흘려 쓴 글씨에 한자까지 섞여 있어 해석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래서 세 번째 챕터부터는 글을 먼저 읽고 난 후에 사진 속 메모를 보기 시작했다.
1. 자존
이 책의 목차인 자존에서부터 본질을 거쳐 인생으로 마무리되는 동안 반복되는 말 중의 하나는 ‘판단의 기준점을 밖이 아닌 내 안에 두자’는 것이다. 내 안에 찍은 방점들을 연결하면 별이 되어 있을 것이라는 말은 그 말 자체로서의 아름다움 뿐 아니라, 남의 눈과 세상의 시선들에 흔들리고 나약해지는 우리를 바로 세우는 빛나는 자존감에 관한 이야기인 것 같아 아름답게 느껴졌다.
2. 본질
내가 가장 공감하고 또 감동 받았던 부분은 2장 ‘본질’이었다.
Everything changes but Nothing changes. (모든 것은 변하지만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다.)
피카소를 비롯한 위대한 예술가들이 그러했듯, 또 유명한 광고인인 저자가 히트시킨 광고들의 컨셉도 사실 군더더기를 덜어내고 ‘본질’에 집중한 것이기 때문이었다. 우리가 이런 본질에 집중하다보면 사실 다른 사람으로부터 상처 받을 것도, 세상으로부터 휘둘릴 일이 훨씬 줄어들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3. 고전
몇 년 전 독서모임을 시작하면서 목표로서의 독서가 아니라 온전히 ‘책을 읽는 즐거움’을 다시 느끼게 해 준 위대한 책들의 가치를 느끼게 되었기에, 저자가 꼽은 ‘고전’이라는 단어도 흥미로웠다. 하루에도 수없이 쏟아지는 정보와 책 속에서 그 시대의 가치를 대변하면서, 변화무쌍한 세월의 풍파에도 굳건히 살아남아 지혜와 감동을 전해주는 고전(古典)의 가치! 그래서 나는 신간도서보다는 검증된 스테디셀러에 손이 가고, 뒤늦게나마 고전이라 불리는 책들을 읽고 있다. 고전이 시대를 거쳐 살아남을 수 있는 이유는 변화하는 세상 속에 변하지 않는 삶의 ‘본질’을 꿰뚫고 있다는 저자의 말에 깊이 공감했다.
4. 견
저자가 끊임없이 강조하고 있는 견(見)! 그는 ‘시청(視聽)’이라는 말과 대비하여 ‘견문(見聞)’이라는 말을 쓴다. 그냥 보거나 흘려 듣는 것이 아니라 자세히 보고 듣는다는 의미이다. 같은 것을 보고도 다른 생각을 하고, 익숙한 것을 낯설고 새롭게 바라보는 자세. 수많은 예술가들이 그러했듯, 많은 사람들의 무릎을 치게 만들었던 광고가 그러했듯... 모두가 보고 있지만 아무나 볼 수 없는 것을 보는 연습을 하고 생활화 할 수 있다면 우리의 삶이 얼마나 풍요로울까? 내 삶도, 그리고 나의 아이에게도 이것만큼은 꼭 가르치고 함께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5. 현재
저자의 이전 책을 읽어보았다면 그가 현재를 얼마나 중요하게 여기고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지 이미 알고 있을 것이다. 전작에서 그는 이런 가치를 ‘지중해식 사고’라고도 했었다. 현재를 즐긴다는 말은 단순히 쾌락을 위해 즐거운 일만 하며 현재를 보내라는 이야기가 아니라 미래를 위해 현재를 즐기지 못하는 것을 경계하는 말이다. 하루 하루 최선을 다해 행복을 추구하다 보면 미래의 행복도 담보되어 있다는 것을 말하고 싶은 것이다. 미래는 모든 현재들의 집합이기 때문이다.
6. 권위
마지막으로 저자와 의견을 같이 한 부분은 권위(權威)에 관한 것이었다. ‘강요된 권위에 굴복하지 않는다’는 것은 내 삶의 태도와도 일치한다. 당사자가 의도를 했든 하지 않았든 ‘그 사람’이 아니라 그 사람이 ‘가진 것’으로 인해 만들어진 권위는 인정되지 않는다. 권위는 남이 세워주는 것이지 본인이 스스로 세우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나는 우리가 흔히 권력자라고 부르는 사람들이 두려운 이유는 그 사람이 힘이 세서도 무서워서도 아니고, 그 사람이 가진 ‘돈’에 영합하는 사람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돈만 준다면 대신 살인이든, 폭행이든, 범법행위를 하는 사람들이 있기에 점점 그들은 으스대며 자신의 뜻대로 사람들과 세상을 조종할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가 돈이 많이 있든, 그의 사회적 지위가 높든 간에 상관없이 모든 사람이 인간 VS. 인간으로 대할 수 있다면 말도 안되는 권력형 비리와 범죄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고, 평범한 사람들이 주눅 드는 일도 없을 것이다.
7. 소통
소통을 잘하기 위해 저자가 강조한 세 가지 점이 와닿았다. 상대를 배려하는 마음과 문맥파악, 그리고 아름답게 디자인해서 말하기! 우리나라 시상식의 수상 소감, 정치인들의 연설을 미국과 비교하며 늘 아쉬웠던 점이 바로 아름답게 디자인해서 말하는 점이었다. 두루뭉술하고 애매하게 말하며, 녹음한 듯이 똑같이 내 뱉는 수상소감은 지루하기도 하다. 미국은 특히 정치연설과 수상소감에서 유머가 빛나는 데 유머 속에 핵심 메시지를 담아 내는 모습이 무척이나 부러운 풍경이었다. 나는 말을 직설적으로 하는 편이라 늘 이 부분이 아쉬웠는데, 저자가 예로 든 것처럼 당황스러울 상황에서, 또 위기에 봉착했을 때 말 한마디로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지혜가 필요할 것 같아. 아마 저자가 지적한 대로 이를 위해서는 번드르한 말만이 아니라 상대를 배려하는 마음과 문맥을 잘 파악하는 것이 선행 되어야 할 것이며, 많은 생각과 연습이 필요할 것 같다.
22~23쪽
당연히 초행길에서는 두세 번 정도 낯선 사람의 신세를 지게 된다. 한 가지 다행스러운 일은 길을 알려주는 거의 모든 사람들이 친절하고 아주 정확하게 방향을 이야기해준다는 점이다. 미국 사람들의 방향 설명은 마치 머릿속에 지도를 넣고 다니는 사람들처럼 믿기지 않을 정도로 정확하다.(...)종로에서 시청이 어디냐고 물어보면 “저어~기”라고 말하면서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우리와는 무척 다른 두뇌 구조를 가지고 있다.
어느 대학 교수는 이런 미국 사람과 한국 사람의 차이를 이질 문화와 동질 문화라는 말로 해석한다. 미국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너와 나는 생각하는 바가 다르다’는 전제에서 출발하기 때문에 가능한 한 객관적인 정보를 준다. 반면, 우리는 ‘너와 내가 생각하는 바가 비슷하다’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내가 “저어~기”라고 이야기하면 듣는 사람도 “음, 저기를 이야기하는구나!”라고 알아들을 것이라는 전제에서 시작한다는 이야기. 미국이 인종 전시장이라는 말을 생각해보면, 우리가 세계에서 흔치 않은 단일 민족 국가라는 점을 고려할 때 공감이 가는 설명이다.
24쪽
우리나라 사람들은 나이와 성별에 따라 제각각 딱 맞는 상자를 만들고 모두들 그 상자 속에서 살아가는 것 같다는 이야기.
예를 달자면, (...)삼십 대 후반의 남자라면, 회사에서 과장쯤 되어 있어야 하고, 부인과 아이들 한두 명쯤-더 완벽하게는 남자 아이 하난 여자 아이 하나-이 있는 집안의 가장이어야 한다. 만약 아이들만 있거나, 부인만 있다면 주위 사람들로부터 호기심 내지 걱정에 찬 시선을 받게 된다.
26~27쪽
결국 그는 미국 교육은 ‘네 안에 있는 것은 무엇인가’를 궁금해 한다면 한국 교육은 ‘네 안에 무엇을 넣어야 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것이 가장 큰 차이라고 했습니다. 바깥에 기준점을 세워놓고 맞추는 것이 아니라 사람 안에 있는 고유의 무엇을 끌어내는 교육을 이야기한 것이죠.
제가 뉴욕에서 공부할 때 느낀 것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교수들은 학생들에게 무언가를 집어 넣으려 하지 않고 뽑아내려고 애썼습니다.(...)저뿐만이 아니라 모든 학생들이 해온 숙제를 벽에 쭉 붙여놓고 좋은 점을 끊임없이 이야기하는 교수는 마치 칭찬을 하지 못해 안달 난 사람 같아 보이기도 했습니다. 게다가 그 뒤에는 왜 좋았는지 제출한 작품에 대해 해석해주고 자세히 설명을 해줬습니다.(...)그러니 학생들은 과제를 하면서도 늘 신이 났고, 서로 앞자리에 앉으려고 할 수밖에요.
47쪽
Everything changes but Nothing changes. (모든 것은 변하지만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다.)
-에르메스 지면광고
(...)전 세계에 70억의, 완전히 다른 사람들이 살고 있어요. 완전히 달라요. 쌍둥이조차도 다릅니다. 그런데 본질적으로 ‘사람’은 다 똑같아요. 본질적으로 똑같은 부분들이 분명히 있어요.
74쪽
빅토르 위고도 이렇게 말했습니다. “우주를 한 사람으로 축소시키고 그 사람을 신으로 다시 확대하는 것이 바로 사랑이다.” 지금 우주가 내 곁에 있는데, 마지막은 보이지 않습니다.
117쪽
『생각의 탄생』에 이런 문장이 나옵니다. ‘발견은 모든 사람들이 보는 것을 보고 아무도 생각하지 않는 것을 생각하는 것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리고 이것은 모든 천재들의 공통점이라고 이야기해요. 모두가 보는 것을 보는 것, 시청(視聽). 아무도 생각하지 못하는 것을 생각하는 것, 견문(見聞)이죠. 같은 뜻이에요.
125쪽
“여행을 생활처럼 하고 생활을 여행처럼 해봐”
143쪽
인생은 잘 짜인 이야기보다는 그 하나하나가 관능적인 기쁨인, 내일 없는 작은 조각들의 광채다. -사르트르, 카뮈의 『이방인』에 대한 비평문 중에서
살아 있다는 그 단순한 놀라움과 존재한다는 그 황홀함에 취하여 -김화영
206쪽
(...)소통을 하기 위해서는 상대의 입장에서 어떻게 생각할지 먼저 헤어릴 줄 아는 마음이 있어야 하고, 자신의 생각을 잘 정리해 말함과 동시에 어떤 문맥으로 해야 하는지를 잘 파악해야 한다는 거예요. 여기에 힘을 싣기 위해서 지혜롭게, 생각을 디자인을 해서 말하는 것이 필요하고요.
(...) 역지사지, 문맥파악, 생각을 정리해서 말하는 습관.
207쪽
할리우드에는 ‘7 Words Rule'이라는 게 있습니다. 하도 많은 사람들이 시나리오를 가져오니까, 투자를 받고 싶으면 시나리오를 단 일곱 단어로 설명해보라는 건데, ‘결혼을 했는데 마누라가 조폭이네? 조폭 마누라’ 이런 식으로 그림이 확 그려지도록 설명하라는 이야기입니다.(...)내가 말하고 싶은 게 일곱 단어로 정리되지 않는 건 아직 내 생각이 정리되지 않았다는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