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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아직도 노예제 국가?
안젤라 데이비스 지음, 문성호 옮김 / 사람소리 / 2013년 3월
평점 :
절판
한국에 안젤라 데이비스 저작 번역된 단행본이 이거 하나밖에 없는게 충격적이다. 번역도 인종차별하나?(한국에서 충분히 가능한 얘기라고 생각되지만, 저술만큼 고단한 번역이 업적이 안되고 언제나 무시받아 왔기 때문일 것이다. 일단 농담이다.) 번역은 자치경찰연구소에서 번역했다.
책 앞부분은 안젤라 데이비스는 누구인가?라는 제목의 약전이 배치되고, 뒷부분은 연설과 인터뷰 등이 번역되어서 자료처럼 실려있다. 약전은 위키피디아와 법학백과사전 및 각종 자료를 정리했다고 나와 있는데, 정리가 안되어 있어서 너무 읽기가 괴로웠다.(내 논문도 이러려나?) 그래도, 한국에 이 책밖에 없으니까 ㅠㅠ 읽어야지 하면서 끝까지 읽었다.
자치경찰연구소에서는 아마도 안젤라 데이비스의 감옥폐지주의에 대한 관심 때문에 번역한 듯한 생각이 들었다.(감사합니다) 페미니스트 번역자들이여~!!! 안젤라 데이비스 번역해주세요 ㅠㅠㅠㅠ영알못은 웁니다.
안젤라 데이비스는 노예제의 연장으로서의 감옥에 대해서 비판하고 폐지를 주장한다. "겉으로는 미국이 노예제도를 폐지했다는 인상을 주고 있다 해도 여전히 그 노예제도의 흔적과 관행이 그대로 살아남아 있습니다."(202) 라고 하면서 감옥에 수용되는 사람들의 인종화와 젠더화를 비판한다.
감옥산업복합체(Prison Industrial Complex: PIC)에 대한 내용이 나오기 전까지 부족한 미국사 지식, 흑인페미니즘 역사의 지식 때문에 읽으면서도 멍해지기 일쑤였다.
"감옥산업복합체란 교정시설의 신축, 운영, 홍보와 판촉 및 그 교정시설 측이 제공하는 서비스 등과 관련되어 있는 모든 업무와 조직을 가리킨다. 감옥산업복합체란 민영교도소 운영업체, 재소자 노동력을 활용하는 기업체, 감옥건설업체, 감시기술 판매사, 이들 구성인자를 대변하는 로비스트와 이익집단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229) "감옥산업복합체란 감옥을 사회적, 정치적, 경제적 문제상황에 대한 해결책으로 활용하는 정부측의 이해관계와 민간측의 이해관계가 딱 맞아떨어져서 만들어지는 복합시스템이다. 감옥산업복합체는 인종차별, 계급차별, 성차별, 동성애 혐오 등과 같은 억압시스템에 기반을 두고 있다."(230) "감옥건설 붐은 마약과의 전쟁의 개시, 유색인종의 자기결정권 획득을 위한 급진운동 탄압, 1960-1980년대 반제국주의 투쟁 등으로 인한 감옥수감자의 급증현상과 맞물려 있다."(230)
계속 읽는 내가 길을 잃는 느낌이었는데, 감옥산업복합체를 읽다가 보니까 자본주의와 가난한 유색인종 차별, 성차별을 기반으로 한 감옥산업복합체가 성매매집결지를 연상시켰다.(이건 오로지 나의 개인적인 생각임을 밝혀둔다.) 넷플릭스에서 미국 감옥에 수용된 흑인에 대한 다큐에서는 미국의 재판과정과 수용과정이 어떤지 모르겠지만, 일단 체포되어서 재판할 때까지의 수감을 돈을 내지 않으면 피할 수 없기 때문에, 가난한 사람은 계속해서 수감될 수 밖에 없었고, 감옥에서의 폭력 사건도 피할 수 없게 된다. 그래서 많은 가난한 흑인들이 경범죄를 짓거나 단지 혐의만으로도 오랜시간 동안 감옥에 갇히게 되었다. 내가 본 감옥 다큐는 반복이 많아서 보다가 중단했는데, 영화에서 조금씩 나온 미국의 감옥에서는 수감자들의 노동도 착취당하기 쉬웠다.
일단 한번 감옥에 발을 들여놓으면 돈으로 해결하지 않는 한, 벗어날 수 없고, 노동자성을 빼앗긴 채 노동을 하고, 착취 당하고 그리고 어떤 사회든 반드시 감옥을 필요로 하고 있다는 점이 성매매 집결지랑 너무 비슷하다. 어떤 사회든 성매매라는 폭력이 무슨 "본능"인 것처럼 얘기하지만, 그 속에 들어가게 되는 가장 많은 수의 성이 여성이라는 점에서, 성차별과 성폭력이 산업화 된 상태를 사회와 국가가 묵인하고 있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감옥이 단지 '처벌'이 아니라 산업복합체로 돌아간다는 지점도 성매매집결지가 '자본'을 중심으로 여러 산업들과 함께 돌아가고 있으며, 한국 역사 속에서는 그 자본을 위해 국가와 사회가 뻔뻔하게 오히려 장려했던 적도 있었다는 지점과 연결되는 것 같다. 이 책을 통해 성매매집결지가 국가와 사회의 성차별과 성폭력, 여성의 식민지화, 그리고 노예화와 연관되어 있다는 생각이 좀 더 강하게 들었다. 안젤라 데이비스가 성매매/성폭력에 대해 어떤 논의를 했는지 너무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