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8년 <동아일보>에 연재하고 43년 단행본으로 간행된 작품이라고 한다. 이 작품은 아니 부동산 투기는 식민지 때와 지금이 다를 바가 없군!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현대사회와 비슷해서 깜짝 놀랐다. 하긴 식민주의, 제국주의 자체가 땅투기랑 뭐가 다른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기차가 없던 마을에 기차가 들어오게 된다는 소식이 들리자 지역의 유지들은 기차가 들어오는 부지 부근의 땅을 산다. 물론, 역이 생기면서 그 땅들은 값이 몇 배나 뛴다. 기차가 들어온다는 소식과 지역 유지들의 움직임이 너무나 리얼해서 어이구 리얼리즘의 대가 이기영 선생님!!! 하고 부르게 될 정도였다. 기차 정거장이 들어오면서 앞서 말한 것처럼 일단 정거장 주변의 땅 값이 뛰고, 철도 건설과 이권 다툼을 위해 지역 유지들은 권력자들에게 접대를 해야하기 때문에, 제일 먼저 생기는 것이 바로 '요리점'이었다. 이 기차 정거장 주변의 상권변화와 지역유지들의 움직임이 구체적이어서 식민지 초기의 지역의 분위기를 상상하기 좋은 작품이라고 생각했다.
주인공 윤수는 논에 물대는 것 때문에 물쌈을 하다가 사람을 죽이게 되어서 감옥에서 복역을 하고 나온다. 이기영의 복역 경험이 담길만도 하건만, 감옥에서의 내용은 거의 나오지 않았다. 그 사이 결혼을 하려고 했던 순남은 집에서 시집 독촉을 받다가 한밭 제사공장 여직공으로 팔려간다. 처음에 제사 공장 여공으로 가는 데 왜 팔려가지? 라고 생각했는데, 이기영의 다른 작품들을 계속 읽으니까 여공으로 가게 되는 것도 여성이 거래되는 방식으로 가게 되는 게 많고 공장 안에서도 감옥처럼 지내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았다. 식민지 시기 제사공장 여공들의 상황에 대해서 잘 모르는 것 같다. 다음에 이런 부분도 공부해 봐야 할 것 같다. 어쨌든 이 제사공장에 갔던 순남은 다시 유곽으로 팔려서 '금향'이라는 이름으로 지낸다. 순남은 '유곽'보다 '술집'이 좋을 것 같다면서 요리점 같은데로 가거나 기생 출세를 하고 싶다는 말을 하는데, 이런 여성의 인식 같은 것이 이 작품에 잘 드러나 있다. 물론, 순남이 유곽을 나와 요리점에 가서 행복했느냐? 당연히 아니고 빚만 더 늘어나고 조선 안, 고향 안에서 자신이 사람으로서 대접 받으며 살 수 없음을 계속 느낄 뿐이다. 그래도 순남은 새로운 삶을 어떻게 꾸려야 할 지도 알 수 없고 어디로 가야할 지 알 수 없어서 또 빚을 떠안고 '만주'로 떠난다. ㅠㅠ ("앞길을 생각하니 아득하다마는 그러나 만주는 돈벌이가 좋다니 자기도 한밑천을 잡아가지고 다시 한번 새 사람이 되어 살고 싶었다."(438))
이 작품 속에서 순남이 윤수에게 쓴 편지들이 나오는 데 그런 부분이 좋은 것 같다. 순남의 이동가 단편적인 대화뿐 아니라 곤경에 처한 여성의 마음 같은 것들이 이어지는 편지 속에서 어렴풋하게 그려지기도 한다. 그치만 이기영도 이런 여성들의 마음을 다 알 수 있는 것은 아니라 어떤 한계 같은 것도 보인다. '장흥관', '월강관', '소복관' 같은 요리점 이름도 나오는데 역사 선생님들께 여쭤보니 당시 흔한 요리점 이름인 것 같다고 하셨다.
여성적인 관점으로 이기영을 다시 읽으면 너무 재미있을 것 같은데, 연구하고 계시는 분이 있으신가 모르겠다. 없으면 내가 해야지... 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