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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형의 황야 - 상 ㅣ 세이초 월드
마쓰모토 세이초 지음, 김소연 옮김 / 북스피어 / 2014년 7월
평점 :
올해 마지막 세이초 책. 올해 내내 한달에 한권씩 세이초 책을 읽었다. 처음에는 세이초도 잘 모르고, 어떤 맥락에서 쓰인 것인지 몰라서 어리둥절? 상태로 읽은 것도 있었는데, 한달에 한권씩 읽어오면서 세이초도 조금 알게 되고, 한국의 시대 상황과 일본을 비교도 하면서 읽을 수 있게 되어서 좋았다. 또, 세이초 읽으면서, 논문 찾아보다가 세이초 연구하는 선생님이랑 오랜만에 연락을 다시 해서 같이 세이초에 대한 얘기도 나누고, 그 이외의 다른 일도 같이 도모할 수 있었다.
<구형의 황야>는 세이초 연구하는 선생님이 재밌다고 추천해주셔서, 올해 마지막 세이초 작품으로 읽었다. 61년이 배경이었는데, 종전에 힘쓴 인물이었던 '아버지'가 딸이 살고 있는 일본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새로운 이름과 국적으로 해외에서 살고 있었다는 것이 밝혀지는 내용이었다. 이 소설이 8번이나 드라마화, 영화화 되었다고 하는데, 군국주의자들과 제국시대에 이른바 '비국민'(일본에서 '비국민' 어감은 한국에서 매국노쯤 된다고 들은 적 있다.)으로 연합국의 종전 작전에 협력한 일본인들이 어떻게 그려질지 너무 무섭고 걱정되었다. 대립하는 것처럼 보이는 군국주의자들과 비국민으로 종전작전을 수행했던 이 둘이 궁극적으로 지키려고 한 것이, "국체"인 천왕이라는 것은 소설에서도 잘 드러나지 않는다.
비약일지도 모르지만, 일본의 천왕도, 영국의 여왕도, 그 존재를 인식하는 순간 현실을 모순으로 만들어 버리는 것 같은 느낌이 들 때가 있다.
종전 작전을 했던, 집으로 돌아올 수 없는 '아버지'와, 집에 남겨진 어머니와 딸. 세이초가 생각했던 전후는 여전히 젠더적으로 '여자들의 세계'였던 것 같다. 아들이 있었으면 어떤 캐릭터가 됐을까. '사위'가 되어 집으로 들어올 지도 모르는 남자 신문기자 캐릭터가, 아버지의 삶을 밝혀내는 것도 의미심장하다. '사위'이지만 '집'으로 돌아온 '남성'은 다시 베트남 전쟁이라는 세계적인 전쟁에 어떠한 모습으로든 참전을 하게될 터이다.
현해탄 건너 한국에서는 관동군이었던 박정희가 쿠데타를 일으키고 국가재건최고회의를 장악했다. 한국에도 일본에도, 전쟁에 발을 담구었던 '아버지'들이 각각 다른 얼굴을 하고 집/조국으로 돌아오던 시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