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야 : 혼란의 역사를 기록하다 위대한 예술가의 생애 11
줄리아노 세라피니 지음, 정지윤 옮김 / 마로니에북스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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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술 분야방면으로 전문가는 아니지만 그래도 제법 이름을 알리고 있는 예술가의 이름과 그의 대표작정도는 눈도장 찍고 있다고 생각한 내가 역시나 나는 이방면으로는 문외한이었음을 느끼게 한 예술가 고야를 알게 되었다. 솔직히 말해 고야라는 이름은 내 머릿속에 존재하지 않았다. 프란시스코 고야 이 루시엔테스는 스페인의 혼란기에 궁정화가로써 그 시대상을 화폭에 담은 화가였다. 마로니에 북스에서  ART BOOK시리즈와는 다른 방식으로 위대한 예술가의 생애로 출간된 고야편은 고야의 삶을 따라가면서 그의 작품세계를 설명하고 있다. 고야라는 이름은 처음 들은 듯 생소했지만 책 표지의 여성의 눈매와 포즈는 이미 본 적이 있었던 느낌을 받았다. 고야의 대표작 중 하나인 <옷을 입은 마하>의 일부분이었다. 이 작품은 <옷을 벗은 마하>와 연결된다. <옷을 벗은 마하>는 당시 종교가 지배하던 시대에 논쟁의 대상이 되었으며 신화적 요소를 내세우지 않고 당당한 여성의 누드를 그린 첫 누드화였다고 한다. 신비하고 성스런 분위기의 누드화만 접하다가 그 당시에 아무런 신화적 요소 없이 일상적인 상황에서 여성의 누드란 그 시대상을 생각할 때 논쟁이 휩싸일만했다고 여겨진다. 또한 등장하는 여성의 당당한 포즈와 눈매는 자신이 관찰당한다고 여기지 않고 자신을 보는 관객을 위에서 아래로 바라보듯 대담성과 도도함이 엿보인다. 물론 매우 유혹적이기도 하다.

 고야는 그동안 접했던 어떤 화가보다도 그의 작품 스타일이 독특했다. 그가 스페인 혼란기에 살았던 것을 감안하더라도 그의 표현 영역에는 한계가 없는 듯하다. 그는 작품성을 인정받을 때까지 외롭고 힘든 시기를 보낸 다른 예술가와는 다른 삶을 살았다. 처음부터 뛰어난 재능을 발휘한 것은 아니지만 궁정화가 프란시스코 바예우를 추종하며 그의 여동생과 결혼한다. 아마도 그 결혼은 신분상승을 노리고 이루어졌다는 추측이 사실인 것 같다. 그 후 그의 처세술은 그가 살아가는데 큰 굴곡이 없게 하는데 일등공신이었다. 초기에 고야도 왕립 아카데미가 들어가기 위한 노력으로 고대 그리스 로마 작품들을 공부한다. 혼자 힘으로 이탈리아 여행도 다녀오고 당시 요구에 맞는 작품을 만들어낸다. 그 후 궁에 들어가서는 <만사나레스 강가에서 춤을>, <그릇장수>, <양산>등과 같은 대중적 소재를 다루면서 그의 화풍은 성숙기를 맞이한다. 그러던 그가 프랑스의 혁명정신이 피레네 산맥을 넘어 전해지자 계몽주의사상에 영향을 받는다. 그때에 고야는 궁정화가로 출세한다. 당시 왕과 귀족들의 초상화가 대부분을 차지했는데 그밖에 <회개하지 않고 죽어가는 자를 임종하는 성프란시스코 보르하>와 <돈 마누엘 오소리오 만리케 데 수니가>는 특이하다. 그 후『카프리초스』를 예고하듯 괴물의 모습과 어린이 초상화에는 어울리지 않는 맹수의 눈빛을 가진 고양이의 모습들이 담겨있다. 그는 납중독으로 몸 상태가 악화되고 청각이 상실되어감에 따라 작품도 어두워지기 시작한다. 초상화 외에 작품들은 주로 어둡고 파괴적인 악을 모습들을 많이 담았다. 『카프리초스』에 담긴 판화들도 꿈, 괴물, 주술, 광기라는 주제를 표현했다. 이후 나폴레옹에 의해 스페인이 침략 당하자 전쟁을 주제로 한 작품들을 남긴다. 말년에 시골별장에서 마지막 열정을 불태운다. 그로테스크한 벽화를 보면 암울하고 무서운 분위기에 빠질 것 같다. 그러다 마지막에는 다시 밝은 색채를 사용한다. <보르도의 우유 파는 여인>은 그의 최후의 걸작으로 모든 것을 초월한 정화를 위한 시간이었다고 평가된다.

 그의 삶은 평탄하기 그지없었다. 물론 신체적 아픔과 전쟁이라는 시대적 변혁이 그의 작품에 영향을 끼쳤을 것이다. 초기에는 편안함과 밝은 분위기의 작품을 중기에는 그로테스크한 작품을, 그리고 말기에는 모든 것을 초월한 듯 다시 밝은 색채를 사용했다. 그의 작품들은  고대 그리스 로마의 작품들에서 보이던 방식에서 벗어나 근대적인 화풍으로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 준 듯하다. 그로테스크한 그의 작품세계는 혼란기를 표현한 작품으로써뿐 아니라 독특한 볼거리만으로도 충분히 가치가 있었다. 고야의 특별한 작품세계를 접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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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그를 죽였다 현대문학 가가형사 시리즈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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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누가 그를 죽였는가?

 마지막장을 덮으면서도 그 해답을 시원하게 알 수 없는 소설이다. 이게 뭔가? 한방 제대로 당한 기분이다. 책 한권을 다 읽고도 범인을 확신 할 수 없는 스스로가 답답해 다시 책장을 되넘겨본다. 독자로 하여금 스스로 추리해서 범인을 찾게 하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방식이라고 한다. 나 같은 독자를 위한 친절인지 뒷장에 봉인된 추리 안내서가 있었다. 기쁜 마음에 칼로 개봉을 하고 읽었지만 소설에 있는 내용을 정리해주는 정도에 지나지 않았다. 물론 핵심부분으로 이끌어주기는 하는데....이걸 두고 심증은 있는데 확증이 없다고 하는 걸까? 정확한 증거를 제시할 수가 없으니 답답할 뿐이었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은 처음이다.

 너무 유명한 작가이고 그의 추리소설 가가시리즈에 주위 사람들이 열광했다. 책을 읽고 나니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작가가 추리를 통해 내놓는 범인보다는 모든 증거가 있는 책을 통해 혼자 범인을 찾길 원하리라 생각된다.

 『내가 그를 죽였다』에서 용의자로 지목되는 사람들은 셋이다. 물론 다른 사람이 존재할 가능성을 완전 배제할 수는 없지만 여러 정황을 통해, 그리고 가가형사가 제시하는 증거와 논리를 보면 이 셋으로 압축된다. 세 명 모두 범인일 수 있었다. 그런데 그 기회가 없었다. 마음으로는 이미 살인을 저지르고자 했으나 살인죄를 쓰는게 두려워 모두 그럴 의도가 아니었다고 발뺌한다.

 호다카 마코토- 살해된다.(개인적으로 이런 인간은...죽어도 무방하다라고 말하고 싶을 정도다, 이 사람의 악행으로 인해 살인사건은 시작된다)

 간바야시 미와코- 호다카의 약혼녀

 간바야시 다카히로-미와코의 오빠, 미와코를 사랑해서 호다카에게 보내기 싫어함

 스루가 나오유키-호다카의 매니저, 호다카에게 버림받은 준코를 사랑함,

 유키자사 가오리-미와코의 담당 편집자, 호다카에게 버림받았으나 자존심은 지키려고 함,

 나미오카 준코 - 동물병원 조수, 호다카에게 버림받고 자살함

 호다카에게 이용만 당하고 버림받은 준코는 그래도 여전히 호다카를 사랑하는 바보같은 여자다. 그녀는 호다카와 동반자살을 계획한다. 비염약을 늘 상용하는 호다카를 타켓으로 비염약 캡슐안의 약성분을 초산 스트리크닌으로 바꿔 독약으로 만든다. 호다카의 결혼식날, 호다카는 비염약을 먹고 사망한다. 독약을 만든 준코는 그 전날 자살한다. 그렇다면 누가 독약이 든 캡슐을 호다카에게 먹일 수 있었을까? 이게 범인을 풀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간바야시 다카히로는 근친상간으로 동생을 뺏기기 싫어한다. 스루가 나오유키는 호다카의 인간성에 이미 실망했고, 자신이 사랑했던 여자를 호다카에게 잃고 그녀를 버려 죽음으로 이르게 한 호다카에게 분노를 느낀다. 유키자사 가오리는 호다카에게 버림받고도 자존심 때문에 내색한번 하지 못하고 견뎌낸다. 그녀는 상처받은 자존심을 회복하고자 호다카를 죽이고 싶어 한다. 세 명의 용의자는 모두 충분한 동기가 있다. 그리고 호다카를 죽이고자 한다. 이들 셋은 준코가 제조한 비염약을 가지게 된다. 그 약을 얻는 순간 호다카를 죽이고자 한다. 그런데 셋이 의도한 어떤 방법으로도 호다카를 죽이지 못했다. 캡슐을 가지고 있었고, 호다카에게 전해질 필케이스에 캡슐을 넣을 기회도 충분히 가지고 있었지만 셋 모두 호다카를 죽이지 못했다. 그렇다면 과연 누가 호다카에게 독약이 든 비염약을 먹였을까? 준코가 제조한 11개의 캡슐의 행방을 찾아 가가형사의 논리적인 수사가 시작된다. 그리고...가가형사는 결정적인 증거를 제시한다. 그리고 이야기한다. “당신은 범인입니다.”

 그런데 다 읽고도 나는 헤매기 시작했다. 누가 범인인지...가가가 제시한 결정적 증거를 바탕으로 다시 책을 거슬러 가고 캡슐의 행방과 개수를 확인하고 책을 뒤적이기 바빴다. 봉인된 추리 안내서를 읽고도 ....솔직히 다 읽고도 모르니 억울한 기분이 들 정도였다. 그러다 결정적 증거에서 그 힌트를 얻고(추리안내서가 없었다면 불가능 했을 것이다) 범인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하지만 개운치 않다. 작가가 쓴 이야기를 따라오는 독자입장에서는 작가가 말해주지 않은 사실을 본문 내용만으로 유추해내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 사실이 존재했지만 언제 어디서 그 행위가 이루어졌는지 나의 상상만으로 즐기기엔 조금 아쉽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그를 죽였다』는 충분히 매력이 있다. 범인을 찾아가는 동안 이리저리 머리를 굴리는 과정도 즐거웠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다른 작품은 어떤지...내가 범인을 찾을 수 있을지...벌써 다른 가가시리즈에 눈을 돌린다. 일본 미스터리계의 제일인자 히가시노 게이고...과연 명불허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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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프콘 제1부 세트 - 전4권 - 한중전쟁
김경진 지음 / 씨앗을뿌리는사람 / 199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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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나라의 지정학적 중요성에 대해서는 오랜 역사가 말해준다. 강대국 사이에 끼어 있으면서 반도라는 점 때문에 여러 차례 침략을 당했고, 그로인해 많은 이해관계에 둘러 싸여 있다. 대륙과 해양을 연결하고 중국, 러시아와 국경선을 접하고 있으며 바다를 사이에 두고 일본과도 접해 있다. 게다가 세계에서 영향력을 행사할 강대국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중국, 러시아, 일본을 견제하는 미국 또한 우리나라의 우방으로써가 아니라 약소국을 휘두르는 제국주의적 국가로써 우리나라 곁에 머무르고 있다. 문제는 우리나라와 인접한 국가들이 자국의 이익을 위해 항상 우리나라에 눈독을 들인다는 점이다. 그리고 더 큰 문제는 그 사실을 다 알고도 강대국들과 대등하게 위치할만한 카드를 우리는 가지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이 사실이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안타깝기 그지없다. 우리나라의 역사를 통해 그동안 쌓여있는 이웃국가들에 대한 반감과 내 나라에 대한 안타까움이 책을 읽는 내내 속을 태웠다. 김경진 작가의 『데프콘』은 그러한 현실을 꼬집어낸다. 대한민국이 처한 국제적 상황을 전쟁소설이라는 가상을 통해 철저하게 파헤쳐낸다. 아마 한중전쟁이 실제로 발발한다면 전체적으로 흘러갈 상황이 이 소설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다.

『데프콘』은 전쟁소설답게 각종 전투방식과 무기, 군대의 계급과 지휘체계 등 전문적인 용어가 난무한다. 3명의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았다고 되어있다. 그럼에도 이 방대한 전쟁소설을 처음부터 끝까지 하나의 흐름으로 이끌어 가는 것은 작가의 역량일 것이다. 전쟁소설이라 읽기 쉽지 않고 다소 따분할 수도 있는 내용들을 많은 등장인물과 에피소드를 통해 전쟁소설의 긴장감을 유지하면서 재미도 포기하지 않았다. 중국이 내전을 겪은 후, 인도차이나 반도에 위치한 동남아시아 국가들을 무력으로 점령하고 그 후 영토 확장을 위한 야욕으로 한반도를 침략한다. 통일국가로 사회적 안정을 잡아가던 대한민국은 중국의 침략에 무방비하게 당하지만 곧 남북이 하나 되어 ‘통일참모분부’를 중심으로 중국의 침략에 응수한다. 내전과 동남아국가들과의 전쟁으로 전쟁준비를 한 중국군을 소수의 통일군이 막기는 역부족이다. 하지만 평화유지를 목적으로 결성된 반전전사집단 ‘피스’의 도움과 해킹을 통한 중국군의 정보, 그리고 국가를 사수하겠다는 모든 국민들의 힘이 모아져 차츰 전세는 우리쪽으로 기운다. 대국으로써 짧은 시일안에 점령할거 같았던 KAREA(통일국가에 대한 명칭이 아직 없다)에 오히려 밀리자 중국은 핵으로 위협한다. 결국....핵무기는 사용된다. 소설이지만...가상이라는 전제하에서도 중국이 KAREA를 상대로 핵무기를 사용한다는 사실 자체가 섬뜩했다. 현재 북한이 국가 안보를 위해 핵무기를 보유하려하고, 남한 역시 국가 안보를 이유로 북한의 핵무기 보유에 반대한다.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핵보유를 막는 이유는 핵이 군사적 목적으로 사용할 경우 인류의 평화를 헤치고 핵전쟁 발발시 큰 재앙이 됨을 알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핵보유국들이 핵보유를 강력하게 반대한다. 자국의 안위를 위해 핵무기를 보유하고 국제적 영향력으로 이용하면서 제3국이 핵무기를 개발하는 데는 강력하게 응징한다. 핵무기보유를 막기 위해 미국은 직접 전쟁을 일으켰고 북한에도 위협을 했다. 약소국 입장에서는 핵무기보유로 인해 국제적 지위와 국가안보를 동시에 차지할 수 있으니 그 유혹을 쉽게 떨쳐버릴 수는 없을 것이다.  『데프콘』은 핵까지 사용한 중국이 승리를 거머쥐게 하진 않았다. 중국의 핵무기를 KOREA가 획득하게 되어 더 이상 핵으로 위협할 수 없게 만든다. 태평양을 얻기 위해 일으킨 전쟁이었으나 결국 중국은 전쟁의 피해  외에는 아무것도 얻지 못할 것이다.

 『데프콘』를 읽으면서 KOREA를 침략한 중국보다 더 분노하게 한 나라는 미국과 일본이었다. 그런데 소설 속에서만 그러한 것이 아니니 앞으로의 우리나라의 미래가 걱정되지 않을 수 없었다. 표면적으로는 우방이라 말하지만 우리나라를 이용해 이익을 취하기 바쁜 미국은 소설 속에서도 중국에 무기를 판매하며 KOREA를 힘들게 한다. 중국의 핵무기 사용조차 간과한다. 일본 또한 이 절호의 기회를 그냥 넘기지 않는다. 이 기회에 한반도를 차지하고 대륙으로의 발판으로 삼고자 하는 야욕을 드러낸다. 일단 독도부터 차지하고 한반도에 군대를 들일 기회만 노린다. 일반적으로 침략전쟁이 발생하면 침략국을 비난하고 전쟁의 빠른 종결을 위해 노력해야할 강대국들이 그 틈에 자국의 이기적인 욕심만을 채우려고 하니 약소국의 입장에서는 한숨이 절로 나온다.

 『데프콘』는 그냥 읽고 마는 소설과는 다르다.

 우리나라의 국제적 상황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기 때문이다. 재미로만 볼 것이 아니라 국제정세를 파악하고 그 속에서 KOREA가 살아갈 길을 생각하게 한다.  KOREA의 지정학적 장점을 살려 대륙과 해양으로 진출하고 더 이상 어떤 나라도 눈독들이지 못할 강대국으로 성장하길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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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젤과 크레테 - 힐데군스트 폰 미텐메츠가 쓴 차모니아의 동화
발터 뫼르스 지음, 전은경 옮김 / 들녘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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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터 뫼르스의 『엔젤과 크레테』는 어릴 적에 읽었던 <엔젤과 크레테>를 새롭게 완성한 판타지 소설이다. 우리에게 익숙한 이야기를 전혀 다른 세계를 배경으로 해서 예측할 수 없는 이야기로 재탄생시켜 미지의 세계로 우리를 끌어들인다. 다 알고 있는 동화를 읽고 있다는 생각에 결말도 예측하지만 번번이 작가의 상상력에 지고 만다. 무엇보다도 작가는 독특한 글쓰기를 선보인다. 이야기 진행과정에 작가가 들쑥날쑥 끼어들어 자기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모두 쏟아내는 것이다. 흐름을 끊는 것이어서 처음에는 읽기 부담스럽기도 했지만 작가의 생각을 알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해서 『엔젤과 크레테』의 내용을 잘 이해할 수 있는 방법으로 이용했다. 작가는 책에다 차모니아의 힐데군스트 폰 미텐메츠라는 작가가 쓴 책을 자기가 번역하고 삽화를 그렸으며, 저자의 약력을 첨부했다...라고 말한다. 힐데군스트 폰 미텐메츠의 사진이 떡하니 나오는데 파충류의 한 종류로 아마 공룡이 아닐까 싶다. 소설도 허구의 세계인데 그 소설을 쓰는 작가마저 허구로 설정하고 <미텐메츠식 여담>이라며 작가가 중간중간 끼어 든 것은 그를 통해 발터 뫼르스가 진정 하고 싶은 이야기를 거침없이 쏟아내기 위한 장치였던 것 같다. 정치, 사회, 교육 등...그는 여러 방면으로 차모니아의 현실에 비판을 한다. 차모니아로 대변되는 사회는 작가의 나라 독일이거나 아님 세계의 모든 나라의 현실을 풍자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이제 작가가 만들어낸 『엔젤과 크레테』를 잠시 소개하자.

 차모니아에 큰숲이 있다. 이곳은 아주 넓고 넓은 곳이라 미지의 세계이다. 그곳의 일부를 알록곰들이 관광지로 개발해 ‘바우밍’이라고 부른다. 차모니아에서 가장 유명한 휴양지이며 이곳에서는 알록곰들의 철저한 보호를 받으며 자연으로 돌아가 휴양을 즐길 수 있다. 페른하힝엔에서 부모님과 함께 이곳으로 휴가 온 난쟁이 오누이 엔젤과 크레테 역시 평안한 휴가를 즐긴다. 하지만 엔젤은 전원생활이 지겹고 따분하기만 하다. 그래서 크레테를 꼬드겨 바우밍에서 벗어난다. 길을 알려주던 나무딸기는 땅꼬마도깨비의 맛있는 간식이 되어 사라진다. 오누이는 어떤 생명체가 살고 있는지... 어떤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지 모를 큰숲에서 길을 잃고 방황한다. 무엇인지 모를 두려움의 대상이 소문으로 듣곤 하던 마녀라는 존재에 초점이 맞춰진다. 하지만 숲에는 마녀 외에도 많은 생물이 존재한다. 검은 버섯의 환각이 만들어낸 이파리늑대, 길 잃은 오누이를 더 혼란 속으로 끌어들이는 동굴트롤, 세상의 모든 것을 안다는 별감탄이, 오누이를 도와주는 난초, 운석이 녹아 이루어진 호수 등 가는 곳곳마다 새롭고 신기한 존재들이 오누이를 맞이한다. 엔젤과 크레테는 서로를 도와 난관을 극복해나간다. 그리고 숲속 빈터에 있는 집을 발견하게 된다.

 우리는 이집이 마녀의 집이라는 사실을 원작을 통해 알 수 있다. 하지만 아직 확신할 순 없다. 힐데군스트 폰 미텐메츠는 우리가 쉽게 확신하게 하지 않는다.^^

 발터 뫼로스의 엔젤과 크레테는 전혀 새로운 세계 차모니아의 동화다. 차모니아의 세계는 완벽하게 허구로 만들어졌다. 수없이 많은 생명체가 새롭게 태어났고 독특한 개성을 가지고 있다. 그곳에서 엔젤과 크레테의 새로운 버전이 만들어진 것이다. 어린이를 위한 동화가 어른들을 위한 동화로 다시 태어났다. 글로 묘사된 생물들을 삽화로 넣어서 동화의 느낌을 물씬 풍겼다. 작가가 만들어낸 세계가 너무나 완벽해서 책을 읽는 동안 차모니아가 실제로 존재하는 곳은 아닌지 의심하게 만들 정도였다. 그런 생물의 존재를 믿는 것은 아니지만 차모니아라는 곳에서 예부터 내려오는 이야기일 것이다...라는 정도는 대부분이 믿지 않을까? 뻔히 아는 이야기를 가지고 판타지 소설로 재탄생시킨 작가의 상상력에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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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여성 No.1 신사임당
안영 지음 / 동이(위즈앤비즈)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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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민국여성 No.1 신사임당』이 출간된 것을 보고 5만원권의 주인공으로 결정되고 얼마 전에 시중에 나오면서 그 분위기로 낸 책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안 영작가가 이미 2005년 1월부터 가톨릭교회 월간지 <참 소중한 당신>에 『그 영원한 달빛, 신사임당』을 연재하였고, 그것을 소설로 출간했고, 보급판으로 이번에 개정판을 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시류에 편승하여 가벼이 낸 책이 아니라 신사임당에 대해 알리고자 고증을 바탕으로 탄생한 책임을 알고 허투루 읽을 수가 없었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여성을 말해보라는 질문을 받는다면 당장 떠오르는 이가 없어 당황했을 것이다. 누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여성인가? 솔직히 그쪽으로 생각을 한 적이 없으니 바로 대답이 나올 수 없다. 나 역시 신사임당이 율곡 이이를 있게 한 훌륭한 어머니이며 그림, 시, 서예에 능한 분이란 사실은 알고 있다. 그렇지만 단순히 그러한 정보를 안다는 것 뿐 그게 다이다. 역사 교과서에서도 내가 알고 있는 정도의 정보만 적혀 있으니 신사임당에 대해 알 수 있는 기회는 거의 없었다.

 그러던 차에 『대한민국여성 No.1 신사임당』을 읽게 되었다. 요즘 육아에 힘들고 지쳐 있는 내게, 아이들로 인해 내 인생이 묻혀버린다는 생각을 하는 내게 너무나 명백한 길을 제시한 책이었다. 읽고 나니 이렇게 훌륭한 신사임당에 대한 자료가 이렇게나 부족한 현실이 안타까웠다. 여자가 수면위에 오를 수 없는 시대에 살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 후에 우리들이 율곡 이이의 어머니 그 이상으로는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기 때문에 그러했으리라 생각되었다. 화폐의 주인공으로 선정되셨고 안 영작가님의 소설로 다시 태어나셨으니 앞으로는 더 많은 사람들이 신사임당에 대해 알고 그 분을 본받고자 했으면 좋겠다.

 소설로 만난 신사임당은 조선 시대 여성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진취적인 생각을 가진 여성이었다. 물론 그 분도 훌륭한 외조부모님과 부모님의 교육을 받았지만 타고난 뛰어남이 없었다면 그 빛을 다 발하지 못했을 것이다. 어느 것 하나 모자라는 것이 없는 그 분이 남편의 기를 살리며 남편을 바른길로 이끄는 방법이며, 일곱이나 되는 자녀들의 학문정진과 인성교육 방법이며, 형편도 여의치 않는 대가족을 거느리면서도 자신의 자아실현의 길도 게을리 하지 않는 점은 아무나 해 낼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또한 부모님을 향한 효는 부모님에 대한 도리이지만 그것이 자식들에게 가장 큰 가르침임을 우리들에게 몸써 알려 주셨다. 자신이 처한 상황을 한탄하지 않고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자세는 지금 내가 가장 시급히 배워야 할 점이다. 또 아이들과 옥신각신하다 결국 화를 내고 매를 들고 그리고는 후회하고, 아이가 상처받지 않았을까? 전전긍긍하는 내가 어떻게 아이들을 대해야 할지, 어떻게 가르쳐야 할지도 이끌어 주었다.

 딸로서, 아내로서, 어머니로서, 그리고 자아실현을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았던 한 여성으로서 살아온 그 분의 삶 자체가 하나의 큰 교훈이며 본받아 마땅하다. 당당히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여성으로서 No.1 자리를 지키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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