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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프콘 제1부 세트 - 전4권 - 한중전쟁
김경진 지음 / 씨앗을뿌리는사람 / 1999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우리나라의 지정학적 중요성에 대해서는 오랜 역사가 말해준다. 강대국 사이에 끼어 있으면서 반도라는 점 때문에 여러 차례 침략을 당했고, 그로인해 많은 이해관계에 둘러 싸여 있다. 대륙과 해양을 연결하고 중국, 러시아와 국경선을 접하고 있으며 바다를 사이에 두고 일본과도 접해 있다. 게다가 세계에서 영향력을 행사할 강대국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중국, 러시아, 일본을 견제하는 미국 또한 우리나라의 우방으로써가 아니라 약소국을 휘두르는 제국주의적 국가로써 우리나라 곁에 머무르고 있다. 문제는 우리나라와 인접한 국가들이 자국의 이익을 위해 항상 우리나라에 눈독을 들인다는 점이다. 그리고 더 큰 문제는 그 사실을 다 알고도 강대국들과 대등하게 위치할만한 카드를 우리는 가지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이 사실이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안타깝기 그지없다. 우리나라의 역사를 통해 그동안 쌓여있는 이웃국가들에 대한 반감과 내 나라에 대한 안타까움이 책을 읽는 내내 속을 태웠다. 김경진 작가의 『데프콘』은 그러한 현실을 꼬집어낸다. 대한민국이 처한 국제적 상황을 전쟁소설이라는 가상을 통해 철저하게 파헤쳐낸다. 아마 한중전쟁이 실제로 발발한다면 전체적으로 흘러갈 상황이 이 소설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다.
『데프콘』은 전쟁소설답게 각종 전투방식과 무기, 군대의 계급과 지휘체계 등 전문적인 용어가 난무한다. 3명의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았다고 되어있다. 그럼에도 이 방대한 전쟁소설을 처음부터 끝까지 하나의 흐름으로 이끌어 가는 것은 작가의 역량일 것이다. 전쟁소설이라 읽기 쉽지 않고 다소 따분할 수도 있는 내용들을 많은 등장인물과 에피소드를 통해 전쟁소설의 긴장감을 유지하면서 재미도 포기하지 않았다. 중국이 내전을 겪은 후, 인도차이나 반도에 위치한 동남아시아 국가들을 무력으로 점령하고 그 후 영토 확장을 위한 야욕으로 한반도를 침략한다. 통일국가로 사회적 안정을 잡아가던 대한민국은 중국의 침략에 무방비하게 당하지만 곧 남북이 하나 되어 ‘통일참모분부’를 중심으로 중국의 침략에 응수한다. 내전과 동남아국가들과의 전쟁으로 전쟁준비를 한 중국군을 소수의 통일군이 막기는 역부족이다. 하지만 평화유지를 목적으로 결성된 반전전사집단 ‘피스’의 도움과 해킹을 통한 중국군의 정보, 그리고 국가를 사수하겠다는 모든 국민들의 힘이 모아져 차츰 전세는 우리쪽으로 기운다. 대국으로써 짧은 시일안에 점령할거 같았던 KAREA(통일국가에 대한 명칭이 아직 없다)에 오히려 밀리자 중국은 핵으로 위협한다. 결국....핵무기는 사용된다. 소설이지만...가상이라는 전제하에서도 중국이 KAREA를 상대로 핵무기를 사용한다는 사실 자체가 섬뜩했다. 현재 북한이 국가 안보를 위해 핵무기를 보유하려하고, 남한 역시 국가 안보를 이유로 북한의 핵무기 보유에 반대한다.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핵보유를 막는 이유는 핵이 군사적 목적으로 사용할 경우 인류의 평화를 헤치고 핵전쟁 발발시 큰 재앙이 됨을 알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핵보유국들이 핵보유를 강력하게 반대한다. 자국의 안위를 위해 핵무기를 보유하고 국제적 영향력으로 이용하면서 제3국이 핵무기를 개발하는 데는 강력하게 응징한다. 핵무기보유를 막기 위해 미국은 직접 전쟁을 일으켰고 북한에도 위협을 했다. 약소국 입장에서는 핵무기보유로 인해 국제적 지위와 국가안보를 동시에 차지할 수 있으니 그 유혹을 쉽게 떨쳐버릴 수는 없을 것이다. 『데프콘』은 핵까지 사용한 중국이 승리를 거머쥐게 하진 않았다. 중국의 핵무기를 KOREA가 획득하게 되어 더 이상 핵으로 위협할 수 없게 만든다. 태평양을 얻기 위해 일으킨 전쟁이었으나 결국 중국은 전쟁의 피해 외에는 아무것도 얻지 못할 것이다.
『데프콘』를 읽으면서 KOREA를 침략한 중국보다 더 분노하게 한 나라는 미국과 일본이었다. 그런데 소설 속에서만 그러한 것이 아니니 앞으로의 우리나라의 미래가 걱정되지 않을 수 없었다. 표면적으로는 우방이라 말하지만 우리나라를 이용해 이익을 취하기 바쁜 미국은 소설 속에서도 중국에 무기를 판매하며 KOREA를 힘들게 한다. 중국의 핵무기 사용조차 간과한다. 일본 또한 이 절호의 기회를 그냥 넘기지 않는다. 이 기회에 한반도를 차지하고 대륙으로의 발판으로 삼고자 하는 야욕을 드러낸다. 일단 독도부터 차지하고 한반도에 군대를 들일 기회만 노린다. 일반적으로 침략전쟁이 발생하면 침략국을 비난하고 전쟁의 빠른 종결을 위해 노력해야할 강대국들이 그 틈에 자국의 이기적인 욕심만을 채우려고 하니 약소국의 입장에서는 한숨이 절로 나온다.
『데프콘』는 그냥 읽고 마는 소설과는 다르다.
우리나라의 국제적 상황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기 때문이다. 재미로만 볼 것이 아니라 국제정세를 파악하고 그 속에서 KOREA가 살아갈 길을 생각하게 한다. KOREA의 지정학적 장점을 살려 대륙과 해양으로 진출하고 더 이상 어떤 나라도 눈독들이지 못할 강대국으로 성장하길 간절히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