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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젤과 크레테 - 힐데군스트 폰 미텐메츠가 쓴 차모니아의 동화
발터 뫼르스 지음, 전은경 옮김 / 들녘 / 2009년 7월
평점 :
품절
발터 뫼르스의 『엔젤과 크레테』는 어릴 적에 읽었던 <엔젤과 크레테>를 새롭게 완성한 판타지 소설이다. 우리에게 익숙한 이야기를 전혀 다른 세계를 배경으로 해서 예측할 수 없는 이야기로 재탄생시켜 미지의 세계로 우리를 끌어들인다. 다 알고 있는 동화를 읽고 있다는 생각에 결말도 예측하지만 번번이 작가의 상상력에 지고 만다. 무엇보다도 작가는 독특한 글쓰기를 선보인다. 이야기 진행과정에 작가가 들쑥날쑥 끼어들어 자기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모두 쏟아내는 것이다. 흐름을 끊는 것이어서 처음에는 읽기 부담스럽기도 했지만 작가의 생각을 알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해서 『엔젤과 크레테』의 내용을 잘 이해할 수 있는 방법으로 이용했다. 작가는 책에다 차모니아의 힐데군스트 폰 미텐메츠라는 작가가 쓴 책을 자기가 번역하고 삽화를 그렸으며, 저자의 약력을 첨부했다...라고 말한다. 힐데군스트 폰 미텐메츠의 사진이 떡하니 나오는데 파충류의 한 종류로 아마 공룡이 아닐까 싶다. 소설도 허구의 세계인데 그 소설을 쓰는 작가마저 허구로 설정하고 <미텐메츠식 여담>이라며 작가가 중간중간 끼어 든 것은 그를 통해 발터 뫼르스가 진정 하고 싶은 이야기를 거침없이 쏟아내기 위한 장치였던 것 같다. 정치, 사회, 교육 등...그는 여러 방면으로 차모니아의 현실에 비판을 한다. 차모니아로 대변되는 사회는 작가의 나라 독일이거나 아님 세계의 모든 나라의 현실을 풍자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이제 작가가 만들어낸 『엔젤과 크레테』를 잠시 소개하자.
차모니아에 큰숲이 있다. 이곳은 아주 넓고 넓은 곳이라 미지의 세계이다. 그곳의 일부를 알록곰들이 관광지로 개발해 ‘바우밍’이라고 부른다. 차모니아에서 가장 유명한 휴양지이며 이곳에서는 알록곰들의 철저한 보호를 받으며 자연으로 돌아가 휴양을 즐길 수 있다. 페른하힝엔에서 부모님과 함께 이곳으로 휴가 온 난쟁이 오누이 엔젤과 크레테 역시 평안한 휴가를 즐긴다. 하지만 엔젤은 전원생활이 지겹고 따분하기만 하다. 그래서 크레테를 꼬드겨 바우밍에서 벗어난다. 길을 알려주던 나무딸기는 땅꼬마도깨비의 맛있는 간식이 되어 사라진다. 오누이는 어떤 생명체가 살고 있는지... 어떤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지 모를 큰숲에서 길을 잃고 방황한다. 무엇인지 모를 두려움의 대상이 소문으로 듣곤 하던 마녀라는 존재에 초점이 맞춰진다. 하지만 숲에는 마녀 외에도 많은 생물이 존재한다. 검은 버섯의 환각이 만들어낸 이파리늑대, 길 잃은 오누이를 더 혼란 속으로 끌어들이는 동굴트롤, 세상의 모든 것을 안다는 별감탄이, 오누이를 도와주는 난초, 운석이 녹아 이루어진 호수 등 가는 곳곳마다 새롭고 신기한 존재들이 오누이를 맞이한다. 엔젤과 크레테는 서로를 도와 난관을 극복해나간다. 그리고 숲속 빈터에 있는 집을 발견하게 된다.
우리는 이집이 마녀의 집이라는 사실을 원작을 통해 알 수 있다. 하지만 아직 확신할 순 없다. 힐데군스트 폰 미텐메츠는 우리가 쉽게 확신하게 하지 않는다.^^
발터 뫼로스의 엔젤과 크레테는 전혀 새로운 세계 차모니아의 동화다. 차모니아의 세계는 완벽하게 허구로 만들어졌다. 수없이 많은 생명체가 새롭게 태어났고 독특한 개성을 가지고 있다. 그곳에서 엔젤과 크레테의 새로운 버전이 만들어진 것이다. 어린이를 위한 동화가 어른들을 위한 동화로 다시 태어났다. 글로 묘사된 생물들을 삽화로 넣어서 동화의 느낌을 물씬 풍겼다. 작가가 만들어낸 세계가 너무나 완벽해서 책을 읽는 동안 차모니아가 실제로 존재하는 곳은 아닌지 의심하게 만들 정도였다. 그런 생물의 존재를 믿는 것은 아니지만 차모니아라는 곳에서 예부터 내려오는 이야기일 것이다...라는 정도는 대부분이 믿지 않을까? 뻔히 아는 이야기를 가지고 판타지 소설로 재탄생시킨 작가의 상상력에 박수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