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이혼미인
후지모토 히토미 지음, 권남희 옮김 / 텐에이엠(10AM) / 2009년 8월
평점 :
품절
얼마 전 일본의 황혼이혼율이 늘어나고 있다는 뉴스를 본 적이 있다. 그게 우리나라에도 영향을 끼쳐서 한때 우리나라도 ‘황혼이혼’이 늘었다는 것이다. 이혼을 할 것이면 한 살이라도 젊을 때 하거나 아님 이왕 참고 산 세월...뒤늦게 이혼은 왜 할까 생각한 적도 있다. 게다가 일본의 경우, 남편이 직장을 다닐 때는 참고 살다가 퇴직을 하면 그때 이혼해서 퇴직금이라는 큰 몫 돈을 위자료로 챙길 수 있어 그렇게 한다는 보도를 봐서 세상이 참 무섭다 라고 느꼈었다. 하지만 남들의 가정사를 다 알 수 는 없다. 그래서 이러쿵저러쿵하는 편견을 없애려고 노력했다. 결혼을 해보니 조금은 그 복잡한 관계를 이해할 수 있게 되어서 그런 것 같다.
『이혼미인』은 일본의 중년여성의 이혼과정을 담은 책이다. 저자 후지모토 히토미가 자신의 이혼경험을 토대로 쓴 세 가지 이혼 소설 중 하나라고 한다. 처음 제목만 봤을 땐 젊은 여성이 이혼 후 성장하는 이야기인가 착각했다. 미인이라는 말 때문이었나 보다. 그런데 주인공 미오는 50살 중년여성이다. 이혼미인이라 한 이유는 책속에 또 다른 이혼여성의 입을 통해 설명한다. 이혼이라는 사실을 미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삶을 살아가는 인간의 모습이 아름다워 보인다는 뜻이란 걸 말해준다.
『이혼미인』은 읽기 시작하면서 중간에 멈출 수가 없었다. 미오의 삶이 너무나 속이 터질만큼 억울하고 답답했기 때문이다. 미오의 남편을 향해, 그리고 미오의 시어머니를 향해 거침없이 악의를 쏟아 부었다. 이 남자의 끝은 어디인가 궁금할 정도였다. 세상에 이런 남자가 존재한다면 당장 응징을 하고 싶을 만큼 나와는 코드가 안 맞는 성격이다. 이런 남자에게 항상 용서와 인내로 대한 미오가 어리석기까지 했다. 자신이 꿈꾸는 행복한 가정을 이루고 싶은 욕망에 어긋난 현실의 가정을 버리지 못하고 억지로 꾸려온 것이다. 오직 미오 혼자서 말이다.
미오는 자신밖에 모르는 이기적인 남편, 자식에게조차 관심 없는 오로지 자기와 관련된 일에만 관심을 표하고 어린아이처럼 미오가 모든 것을 해결해주길 바라는 남편을 데리고 산다. 그리고 그런 아버지를 미워하고 아버지로 인정하지 않지만 어딘지 모르게 그런 아버지의 모습을 닮은 두 딸이 있다. 남편과 행복한 가정을 꾸릴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현실이 무지 힘들지만 27년 동안 피나는 노력으로 유지한 가정을 도저히 깰 수 없어 묵묵히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미오다. 그녀는 두 딸아이에게는 행복한 가정의 울타리가 되고 싶었다. 그리고 두 딸이 또 다른 사회로 나서는 갈림길에 서 있어 더욱 더 가정을 유지하고 싶다. 그런데 도저히 이대로는 안된다는 것을 알게 된다. 드디어 이혼 결심을 하는 것이다
이혼을 반대하는 것은 아니지만 태어나서 무슨 일이든 내키지 않는 일을 해본 적이 없는 남편을 상대로 이혼을 해야만 하는 미오의 고군분투를 다루고 있다. 다행히 미오에겐 행운의 손길이 다가온다.
가정밖에 몰랐던 50살 미오가 남편, 자식이 아닌 자신에게로 애정을 쏟기 시작한다. 그런 미오에게 저자는 해피엔딩을 선물했다. 이혼 후에도 전혀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을 위로했던 미오가 이혼 후 전혀 다른 시각으로 삶을 살아가기 시작한다. 소설이라 가능할지도 모르지만 통쾌한 결말이다. 미오는 행복을 추구할 권리가 있고 이혼 후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 누가 장담하겠는가?
사람은 누구나 행복해질 권리가 있다. 행복을 위해 사회적 제도나 관습에 억매여 살 필요는 없다. 가정에서도 누군가의 희생위에 행복한 가정이 유지될 수 있다면 모래위에 지은 집과 다름없다. 『이혼미인』을 통해 결혼이라는 제도와 가정의 행복을 위한 각자의 노력이 무엇인지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