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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그다드의 오디세우스
에릭 엠마뉴엘 슈미트 지음 / 밝은세상 / 2009년 10월
평점 :
절판
<바그다드의 오디세우스>를 읽고 나는 주인공 ‘사드’의 견해에 전적으로 동감했다. 사람들은 스스로의 노력으로 이룩한 것이 아니고 단지 주어졌을 뿐인 것에 이상하게 우월감을 가진다. 사드의 말처럼 단지 그곳에 태어났을 뿐인데 말이다. 이런 우월감은 대등하지 못한 존재에 대한 멸시로 이어지는 것이다. 모든 인간의 평등, 자유, 박애를 주장하는 선진국들도 자국에 반하거나 위협되는 존재가 아니라 약소국에서 태어났을 뿐인 ‘사드’를 열등한 존재로 치부해서 인간 이하의 대접을 하고 쫒아내려고만 하니 ‘사드’가 느꼈을 좌절감은 말로 표현 할 수 없을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내내 가지고 있던 불편함은 책에 나오는 국가들의 정책이 내가 은연중에 품고 있던 마음과 일맥상통했기 때문인 것을 후에 알게 되었다. 법을 위반하고 남의 나라에 머무는 “불법체류자”. 우리는 그들을 통틀어 그렇게 부른다. 통상적으로 우리는 그들이 법을 어기고 남의 나라에 머무르면서 각종 사회문제를 일으킨다고 생각한다. 그동안 나 역시 그들을 단지 “불법체류자”로만 인식해 왔다. 뭔가 범죄와 관련이 되었거나 문제를 일으키는 사람들... 어쩔 수 없이 자국을 버리고 먼 타국으로 온 이들을 우린 문젯거리로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사드를 비롯한 많은 불법 체류자들이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기 위해 갖가지 수모를 치러야 했다. 하지만 그들 중 대다수는 그곳에서 정착하지 못했다. 인간 이하의 취급을 받으면서도 삶을 포기하지 않고 애쓰는 사람들에게 무관심으로 일관했다. 책에서도 언급했듯이 무관심이야 말로 인간에 대한 최대의 모욕이다.
<바그다드의 오디세우스>는 이라크 청년 ‘사드 사드’가 희망을 찾아 떠나는 모험기를 다루고 있다. 독재자와 전쟁으로 황폐해진 바그다드, 그곳에서 사랑하는 사람들을 잃고 더 이상 살 수 없었던 사드가 새로운 터전을 찾아 떠나는 여행기. 하지만 이라크 상황만큼이나 힘들기만 한 여정. 사드가 새롭게 삶을 시작하길 간절히 바라면서 책을 읽었다.
작가는 ‘불법체류자’에 대한 정책의 개선과 사람들의 편견이 바뀌길 바라면서 이 책을 쓴 것 같다. 무거운 사회문제를 다루면서도 예술성과 유머도 잊지 않았다. 인간성에 대한 고찰이 담겨 있어 여러 가지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책이었다. <인간에게 이방인은 비인간뿐이다>라는 문장이 잊혀 지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