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선가 개가 달려왔다. 덩치가 작고 털이 긴 놈으로 대가리에 리본도 묶여 있었다. 그런 종 이름을 듣긴 했는데 기억은 나지 않았다. 리본을 묶어놓은 애들은 종자 이름이 길고 어려웠다.
_한창훈, <여자와 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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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을 다오.
군관이 칼을 나에게 건넸다. 나는 칼을 뺐다. 푸른 날 위에서 쇠비린내가 풍겼다. 종사관 김수철이 내 팔을 잡았다.
-나으리, 어찌 손수••••••
-비켜라, 피 튄다.
김수철은 물러섰다. 나는 아베를 베었다. 목숨을 가로지르며 건너가는 칼날에 산 것의 뜨겁고 뭉클한 진동이 전해졌다.
(16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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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란 그런 것이다
먹다 만 흰죽이 밥이 되고 밥은 도로 쌀이 되어
하루하루가 풍년인데
일 년 내내 허기 가시지 않는
이상한 나라에 이상한 기근 같은 것이다
_심보선, `식후에 이별하다` 중에서, 시집<슬픔이 없는 십오 초>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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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아는 사람은 왜 이렇게 많은가, 알던 사람들이 모두 입이 있어 나에게 언제나 한마디씩을 하며, 나한테 왜 그랬냐고, 왜 그랬냐고, 왜 그렇게 사냐고 (눈물로 말하는 사람도 있다) 이제 사람들은 없어도 그 목소리만 남아 그 목소리만 남아 이제 그 목소리가 나의 것인지 그들의 것인지 구분할 수가 없어서 온통 아우성뿐이지. 7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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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새로운 사랑 밑에는 늘 낡은 책처럼 불길함의 그림자가 숨겨져 있는가. 어째서 머리에 든 추억이 이렇게 많은가, 이렇게 많은 추억이 한마디씩만 해도 내 마음이 온통 아우성이지.
_ 임수진, <언젠가 너에게 듣고 싶은 말> 7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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