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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왜 진정성에 집착하는가 - 진짜와 허상에 관하여
에밀리 부틀 지음, 이진 옮김 / 푸른숲 / 2024년 11월
평점 :
이 포스팅은 푸른숲 출판사로부터 무료로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관점에서 살펴보고 작성했다.
우리는 왜 진정성에 관심을 두는 걸까? 우리가 진정성에 집착하는 이유는 세상이 점점 더 겉모습과 이미지만 중요시 여기는 사회로 변모되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SNS나 광고에서는 자신을 꾸미고, 멋져 보이게 만들어 상품이나 이미지를 좋게 보이고자 하는 데만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 정작 진짜 속마음이나 솔직한 모습은 잘 드러나지 않는다.
이러다 보니 “이게 진짜일까?”라는 의문을 자주 품게 된다. 이럴 때 진정성이 있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면 혼란스러운 상황 속에서도 “아, 이건 진짜구나”라고 믿음의 기준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러한 진정성은 우리들 자신은 물론 다른 사람들과도 진심으로 소통하는데 많은 도움을 준다.
진정성이란 거짓 없이 솔직하게 생각하고 행동하는 태도를 말한다. 우리가 주변 사람들과 더 깊은 신뢰와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게 된다면 그건 진정성이 큰 몫을 하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이처럼 진정성은 우리를 진짜 나답게, 그리고 서로를 이해하며 살아가도록 이끌어 주는 중요한 길잡이 역할도 해준다.
하지만 문화비평가 에밀리 부틀은 <우리는 왜 진정성에 집착하는가>에서 우리 시대의 종교처럼 되어 버린 진정성에 반기를 들고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진정성은 우리가 생각하듯 언제나 우리에게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p.47
페르소나와 정직 모두 범위가 무한대이고, 각각의 중요성은 더욱 커졌다. 2013년 비욘세가 HBO에서 제작한 자전적 다큐멘터리 <라이프 이즈 벗 어 드림 Life is But A Dream>을 공개한 이후, 비욘세는 침묵했다. 대면 인터뷰도 하지 않았고 소셜미디어에도 거의 글을 올리지 않았다. 이미 어마어마한 성공을 거둔 그였지만, 여신의 지위를 획득한 것은 바로 그 시점이었다.
사실 진정성을 향한 갈망은 하나의 교리처럼 우리의 삶 곳곳에 스며들어 있다. 출연자의 감정을 그대로 보여 주는 리얼리티 쇼, 작가의 실제 경험이 녹아든 소설, 원조임을 나타내는 브랜드, 누구보다 친근한 모습으로 등장하는 스타들, 우리 내면의 진실을 고백하는 게시물 등등. 이루 다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어쩌면 현재 우리는 삶 속에서 모든 것의 판단 기준 중 하나를 진정성에 두고 있진 않을까? 특히 무언가에 대해서 공감을 얻으려고 하거나 대중과 소통하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진정성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지난 12월 3일처럼, 갑작스럽게 비상계엄을 선포했던 대통령에 맞서 이를 저지하는 투표에 나섰던 국회의원의 모습과 달리. 탄핵에는 반대하며 투표조차 하지 않고 퇴장하는 사조직 같은 개인의 이익만을 대변하는 듯한 모습에서 그들이 말하는 질서 있는 퇴진에 대한 진정성은 그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그런데, 진정성은 어디서 오는 걸까? 왜 모두가 진정성을 이야기하게 되었을까? 에밀리 부틀은 진정성이란 개념은 20세기를 거치며 우리 사회 깊숙이 파고들었다고 보고 있는데, 어느새 진정성은 자본주의를 주도하는 개인주의의 도덕적 버팀목이 되었다고 설명했다.
p.125
정치와 정체성 정치의 차이점은 무엇일까? 지난 한 세기 동안 정치적으로 가장 중요한 사건들은 젠더, 인종, 계급, 종교, 성, 국적에 관한 것이었다. 정체성은 우리 모두에게 영향을 미친다. 삶의 의미를 부여하고, 소통을 돕고, 세상 속에서 우리 자신의 위치를 찾도록 돕는다. 따라서 정체성은 필연적으로 민주주의에 내재해 있다. 그러나 '정체성 정치'를 이야기할 때, 우리는 보다 구체적인 어떤 것을 의미하는 경향이 있다. 정체성 정치는 대체적으로 분열적이고 집단주의적인 문화 전쟁을 의미한다.
오늘날 진정성은 여러 의미를 지니고 있으며, 공적인 영역에서 막역하고도 상호 호환적으로 사용되곤 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진정성의 첫 번째 의미는 '사물의 진정성'이다. 어떤 물건이 진짜 그것이 표방하는 바와 같다는 것을 뜻한다.
두 번째 의미는 '질적 측면의 진정성'이다. '진정성이 있다'라는 말을 소탈하고 유기적이며 공감 가는 것의 동의어로 사용하는 경우가 여기에 해당된다.
마지막으로, 세 번째 의미는 이 책에서 가장 중요한 의미로 보고 있는 '자아의 진정성'이다. 이는 각 개인에게 실현해야 할 고유한 자아로, 이에 맞추어 살아야 할 자신만의 진리가 있다는 개념으로 보고 있다.
한편, 저자는 진정성이 과연 그토록 의미 있는 개념인지에 대해서 회의적인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다. 현대사회에서 진정성이 널리 유행하는 것에 놀랍지 않다면서도, 우리에게 첫 번째 의미의 진정성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왜냐하면 소설 미디어와 인터넷은 가짜와 부정행위를 양산하고 있고, 소위 탈진실 사회로 묘사되는 현상을 낳았다고 주장했다. 진정성은 본래 자유를 추구하는데, 그것이 하나의 교리가 될 때 오히려 자유를 빼앗는다는 것이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진정성의 역설'이다.
우리가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진실에 따라' 살 수 있다면 그것은 분명 좋은 일이다. 하지만, 반드시 그래야만 한다는 개념에 대해서 저자는 이의를 제기했다. 이러한 견해에 어떻게 생각하시는가?
* 출처 : 박기자의 끌리는 이야기, 책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