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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밀한 착취 : 돌봄노동
알바 갓비 지음, 전경훈 옮김 / 니케북스 / 2024년 1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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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포스팅은 닉케북스 출판사로부터 무료로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관점에서 살펴보고 작성했다.
사람 '인(人)' 자에서 알 수 있듯, 사람은 혼자 살 수 없는 존재다.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누군가의 보살핌이 필요하고, 반대로 누군가를 도우면서 살아야 한다. 이러한 개념에서 생겨난 돌봄은 아이를 키우고 길러내는 양육을 비롯해 노인 및 환자를 돌보는 등 사회 구조가 복잡해지고 발전할수록 돌봄 서비스로 진화했다.
하지만 이런 돌봄의 경우, 여성들에게 일임되는 경우가 많고 돌봄에 대한 가치는 인정받기 보다 사회적으로 과소평가되는 경향이 있다. 한국 사회에서도 전통적으로 돌봄은 가족, 특히 여성의 책임으로 간주되어 왔다. 이러한 문화적 배경으로 인해 돌봄 노동은 비가시화되고, 경제적 가치가 인정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최근 돌봄 노동의 중요성과 그에 대한 사회적 책임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지만, 여전히 돌봄 노동자들의 처우는 열악한 편이다. 2020년 기준으로 요양보호사, 보육교사 등 돌봄 노동자의 임금은 전체 임금 노동자 평균의 50% 수준에 불과하며, 고용 안정성도 낮은 편이다.
<친밀한 착취>는 흔히 ‘사랑’이나 ‘희생’으로 포장되는 돌봄 행위를, 일종의 노동으로 분석하고 그 안에서 발생하는 불평등과 착취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한 책이다. 전통적으로 돌봄은 가족 내부, 혹은 친밀한 관계 안에서 ‘자연스럽게’ 이루어지고 있으나 이에 대한 불합리성은 암묵적으로 침묵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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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에 살고 있는 작가이자 사회운동가 알바 갓비는 돌봄이 실제로는 상당한 시간과 노동력을 필요로 함에도 불구하고, '사랑하는 마음' 혹은 '가족이니까 당연히'라는 명목 아래 정당한 보상이나 사회적 인정 없이 착취되는 구조로 발전해 왔다고 지적했다.
<친밀한 착취>는 돌봄이 제공되는 다양한 환경(가정, 돌봄 서비스, 간병‧요양 분야 등)을 여러 층위에서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살피고 있다. 이와 동시에, 어떤 이해관계와 권력 구조 속에서 돌봄이 이루어지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다루었다. 특히 돌봄이 어디서부터 불평등과 차별이 시작되고 재생산되는지 파헤쳤다.
저자는 또, 가족 내 여성에게 집중된 가사 노동이나 육아 노동, 그리고 저임금 노동자 및 이주 노동자에게 외주로 제공되는 요양 서비스 같은 현실 문제를 거론하면서 돌봄의 문제가 개인의 사랑이나 의무감만으로 해결될 수 없다는 점에 대해 강조했다.
<친밀한 착취>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돌봄의 ‘친밀함’에 주목하고 있다. 즉, 돌봄을 ‘헌신’이나 ‘희생’으로 신성시(?) 해온 것과는 대조적으로 돌봄 제공자들에게는 보수나 지원 등을 꺼린다는 점을 지적했다. 앞서도 이야기했던 것처럼 사회가 발전할수록 돌봄은 노동으로 새롭게 가치를 인정받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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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가족 간의 돌봄은 가족이니까 당연히 돕는 것이라는 인식 속에 임금이나 보상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어렵게 만들었다. 또한 노인이나 사회적 약자들에 대한 돌봄 부담은 여전히 여성의 몫으로 치부하는 경향에서 한걸음 나아가야 할 시점이다.
이는 시장화된 돌봄(베이비시터, 간병인, 가사도우미 등)에서도 비슷한 문제가 발견되고 있다. '친밀함'과 '정'이라는 사회적 통념 속에서 전문 노동이 필요에도 저임금에 과도한 감정노동이 요구되는 상황이 벌어지곤 한다. 이주 여성이나 저소득층에 편중되고 있는 돌봄 노동도 문제점으로 떠올랐다.
한국 사회에서도 오랫동안 돌봄은 ‘집안일’ 혹은 ‘여성의 역할’로 간주되어 왔다. 하지만 저출산, 고령화 등과 맞물리면서 돌봄에 대한 부담이 커지고 있다. 이제 더 이상 가족의 희생만으로 돌봄을 해결하긴 어려운 상황에 이르렀다.
이 책은 나이 드신 부모님을 모시는 것은 물론 아이를 돌보고, 환자를 간병하는 등에 대한 모든 돌봄에 대한 것들을 국가와 사회가 새롭게 인식하고 재검토해야 함을 일깨워 주고 있다. 이제 돌봄은 누군가의 희생이나 개인적 의무가 아니라 공동체가 함께 책임져야 할 노동으로 인식되고, 그 가치도 제대로 보상되고 보호받아야 한다. 한국의 돌봄 문화가 새롭게 이해되고 개선되길 기대해 본다.
* 출처 : 박기자의 끌리는 이야기, 책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