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영화의 한 장면에만 나오지만
현장 과학수사관 28명 지음 / 고즈넉이엔티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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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포스팅은 고즈넉이엔티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관점에서 살펴보고 작성했다.



어렸을 때부터 역사소설이나 추리소설을 좋아했다. 특히 살인사건이나 미스터리를 다룬 작품들을 즐겨 읽었다. 그중에서도 셜록 홈스를 주인공으로 한 아서 코난 도일의 작품은 사건의 복잡성과 함께 해결 과정의 논리적 구조가 탁월해 흥미롭게 봤다. 추리소설의 여왕으로 불리는 애거사 크리스티의 작품은 범인이 누군인지 끝까지 긴장감을 놓지 못하게 하고, 예측 불가능한 반전에 치밀한 플롯이 인상적이었다.


애니메이션 <명탐정코난> 시리즈는 에피소드마다 다양한 살인 사건, 도난 사건, 음모가 등장해 범인이 누군인지 어떻게 범행을 저질렀는지 함께 추리해 보게 되는데, 사건 해결 과정에서 논리적 접근과 주인공 코난의 천재적인 추리가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과학수사를 중심으로 한 범죄 드라마 CSI(Crime Scene Investigation) 시리즈는 사건이 발생하고 해결되는 과정이 빠르게 전개되며, 복잡한 범죄의 배후를 밝혀가는 스토리가 강렬한 몰입감을 주었다.


이처럼 책을 비롯해 애니메이션, 드라마, 영화 등 다양한 작품 속에서 범죄가 발생한다. 그 현장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해결하는 과정의 스토리는 긴장감을 끌어올리고 결말이 어떻게 날지 관심을 기울이게 된다. 하지만 작품 속에서나 볼 것 같았던 사건 사고들은 뉴스의 전파를 타고 일상으로 파고들 때가 많다. 빠르게 사건들이 해결되면 좋겠지만 어떤 사건은 미해결로 남아 오래도록 사건이 종료되지 못한 채 시간이 지나 범죄의 윤곽이 흐려질 때면 안타까울 뿐이다.




최근 읽게 된 <우리는 영화의 한 장면에만 나오지만>은 다양한 사건사고 현장에서 진실을 찾기 위해 애써온 과학수사관 28명이 저자로 참여해 죽음의 현장에서의 경험과 그에 대한 깊은 성찰을 이야기한 책이다. 이 책에서는 사건의 원인을 과학적으로 증명해야 하는 직업적 특성을 반영해 과학수사관들이 겪고 있는 현실적인 고민과 감정들을 솔직하게 풀어놨다. 또한 과학적 사실 이면에 있는 인간의 삶과 죽음에 대한 깊은 이해를 전해주고 있다.


살인 사건도 그렇지만 성범죄로 인한 피해자와 피의자가 발생하면, 하나의 진실에 대해 두 개의 상반된 이야기가 대립하게 된다. CCTV 영상이나 과학수사를 통해 결정적 증거가 제시되지 않는다면, 피해자에게는 힘들고 지난한 싸움이 계속되고, 언론과 대중의 무분별한 관심으로 인해 가짜 뉴스 같은 2차 폭력이 가해지기도 한다.


그나마 다행인 건, 골목마다 CCTV가 설치되었고, 휴대전화로 위치 추적이 가능하고 과학수사의 기법도 비약적으로 발전했다는 것이다. 미제 사건들도 해결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됨으로써 더는 완벽한 범죄가 불가능해져 더 이상 범죄자가 숨을 곳이 없어 보인다. 하지만 여전히 사건은 일어나고 그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과학수사관들은 바쁘게 움직인다.




이 책에서 한 과학수사관은 성범죄 피해자와 만나 얘기를 듣다 보면 물에 젖어 드는 것처럼 그들의 마음속 상처를 고스란히 느끼게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피해자의 절절한 고백이 끝나고 그 자체로 진실처럼 느껴지더라도 진실을 찾는 과정에서는 의문을 품어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피해자의 가슴 아픈 고백을 들으면서도 수사관으로서 그것을 계속 의심하고 검토해야 하고, 그로 인한 진실의 무게를 견뎌내야 한다고 그동안 잘 몰랐던 수사관들의 고충에 대해 이야기했다.


<우리는 영화의 한 장면에만 나오지만>은 검시 조사, 지문 감정, 영상 분석 등 다양한 역할을 맡고 있는 과학수사관들이 비극적인 사건 현장에서 진실을 밝히기 위해 얼마나 노력해 왔는지에 대해 이야기한 에세이집이다. 참혹한 장면에서도 단서를 찾아 사건 해결을 위한 희망의 조각을 발견하는 한편, 억울한 죽음을 밝히고 가해자를 처벌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고 말했다.


과학수사관들은 고된 업무와 심리적 고통 속에서도 유가족의 감사와 삶의 사소한 행복에서 힘을 얻고 있다고 한다. 이 책은 과학수사관들의 고뇌와 인간다움을 통해 이 책을 읽는 독자들에게 삶의 가치가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다시 한번 일깨워 준다.



* 출처 : 박기자의 끌리는 이야기, 책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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