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체 1~3 세트 - 전3권
류츠신 지음, 이현아 외 옮김 / 자음과모음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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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에서 공개해 많은 화제를 모으고 있는 [삼체(三體, 3 Body Problem)]를 얼마 전에 봤다. 아쉽게도 8편으로 시즌 1이 마무리되면서 어떤 내용들이 전개될지 궁금했었다. 그러다 최근에 이 드라마의 동명 소설인 <삼체>를 읽게 됐다.


드라마에서는 초반부터 중국 문화 혁명기를 배경으로 유능한 과학자가 숙청되는 충격적인 장면이 나온다. 거기다 다소 난해하기 어려운 물리학 지식 관련 대화를 주고받는 장면도 이해하기가 어려웠다. 종교적인 색채까지 가미되니 혼란만 가중될 뿐이었다. 하지만 소설을 통해 차분하게 배경 설명들을 이해하면서 읽어나가다 보니 전체적인 실마리가 잡혔다.


넷플릭스 드라마 [삼체]는 총 8부작으로 제작될 예정이라고 한다. 이 드라마의 원작인 소설 <삼체>는 2006년 5월에 중국의 SF 잡지인 커환시제(科幻世界)에서 처음 연재를 시작했고, 2008년에 단행본으로 출간됐다. 중국에서만 300만 부 넘게 책이 팔렸고, 2015년에는 'SF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휴고상(Hugo Award) 장편 소설 부문 수상작에 선정됐다.


참고로, 휴고상은 매년 전 해의 최우수 과학소설과 환상문학 작품에 대해 수영하는 과학소설상이다. 국내 번역판은 2020년에 자음과모음 출판사가 『1부―삼체문제』, 『2부―암흑의 숲』, 『3부―사신의 영생』으로 이어지는 총 3권, 1~3세트로 출시했다. 최근 넷플릭스에서 방영된 이후 큰 인기를 모으고 있는 <삼체> 소설은 11쇄로 재출간됐다.




<삼체>는 문화대혁명에서부터 수백 년 후 외계 문명과 인류의 전면전을 다룬 SF 대서사물로, <반지의 제왕>이나 <해리 포터>와 같이 기존에 보지 못했던 새로운 스타일과 웅장한 스케일로 다가왔다. 무엇보다 1권은 400페이지가 넘고, 2권은 700페이지가 넘는다, 그리고 마지막 3권은 800페이지가 넘어 3권이 한데 묶인 세트를 받아들었을 땐 많이 당황스러웠다.


'와~ 이걸 언제 다 읽지?' 내 경우에는 소설이든, 자기계발서든, 인문학이든 분량에 상관없이 100페이지쯤 넘겨 보다 보면 그때부턴 속도가 붙기 시작해 끝까지 책을 읽게 된다. 하지만 그 전까진 등장인물이 어떤 사람이고 주변 인물은 누구인지 하나하나 기억하는데 집중하게 돼 벽돌책을 마스터하려면 꽤 시간을 들여야 한다.


『1부―삼체문제』에서는 '인류가 이 전쟁에서 승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너희는 벌레다!'라며 다소 충격적인 메시지가 등장한다. 지구로부터 4광년 떨어져 있는 삼체 세계와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400년 후에 지구에 도착한다는 외계 문명과 맞서 어떻게 위기를 극복할 것인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시즌 1에서는 원작 소설의 무대가 되었던 중국 대신 영국이 배경이고, 주인공 왕먀오 캐릭터는 아예 없어졌다. 대신, 영국을 배경으로 옥스퍼드대학 출신의 오기 살라사르, 진 청 등 옥스퍼드 출신의 5명의 천재 과학자들이 인류 역사상 가장 거대하고 위협적인 상황에 맞닥뜨리게 되면서 어떻게 위기상황을 극복할 지에 초점을 맞췄다.





1960년대 중국의 한 젊은 여성(예원제)이 내린 운명적 결정이 시공을 뛰어넘어 현재 시대를 살고 있는 유수 과학자들에게 불가사의한 영향을 미치는 이야기가 흥미롭. 하지만 드라마를 볼 때, 원작소설을 읽지 않은 입장에서는 방대한 스토리에 과학적인 지식의 양념을 잔뜩 뿌리고 있어 작가의 입맛을 따라가기가 쉽지 않았다.


소설에서는 넷플릭스 드라마에서는 어느날 눈앞에 죽음을 알리는 카운트다운이 시작되고, 자신이 꿈꿔왔던 첨단기술 연구를 완전히 중단해야만 눈앞에 보이는 카운트다운이 멈춘다는 걸 알게 된다. 그녀의 친구인 진은 HMD 장비 같은 고글을 쓰고 가상현실 속 게임같은 실제 상황에서 위험에 처한 백성들을 구하고 다음 레벨로 가야한다. 이처럼 드라마 속 이야기는 소설과는 판이하게 달라 새로운 책을 읽는 느낌을 준다.


원작 소설 『2부―암흑의 숲』에서는 “문명은 끊임없이 성장하고 확장되지만 우주의 물질 총량은 불변한다”라는 우주 공리(公理)를 내세우며 ‘암흑의 숲’과 같은 우주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외계 문명과의 생존경쟁이 불가피함에 대해 이야기했다.

『3부―사신의 영생』에서는 외계 문명과의 전면전에서 살아남은 인류가 우주에 존재하는 더 큰 공포와 맞닥뜨리며 대단원의 막을 내리는데, 1부에서 3부로 이어지는 작가의 무한한 상상력에 '와 이런 상상을 다 어떻게 한 거야?'라며 감탄이 절로 나온다.





드라마에서는 영국을 배경으로 주요 등장인물들도 젊은 영국인 과학자들도 바꿨다. 특히 원작 1부에서는 중년에 접어든 왕먀오란 캐릭터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는 반면, 드라마에서는 왕먀오란 캐릭터는 완전히 사라지고, 젊은 미모의 과학자 오기 살리자르가 등장해 눈길을 끈다.


소설 속에서는 중국 문화혁명이 배경으로 등장하고 삼체 문명과의 접촉, 지구 방어 전략 수립 등이 좀 더 자세하게 그려지는 반면에, 드라마에서는 소설 속 주요 사건들이 함축적으로 표현된다. 특히 드라마에서는 소설 속에서는 머리로만 상상했던 장면들이 비주얼적인 면을 부각시켜 판타지 강한 장르로 표현됐다.


드라마를 보면서 '어, 저 장면에서는 난 이렇게 생각했는데, 저렇게 표현했구나~' 하면서 말이다. 다만 영화적인 요소가 강하게 풍기는 드라마와 달리 소설 속에서는 과학적 상상력을 더할 수 있어 상상의 나래를 광년급으로 키울 수 있을 것이다.


참고로 드라마나 소설에서 기본 지식으로 등장하는 광년(光年)은 천체와 천체 사이의 거리를 나타내는 단위를 말한다. 1광년은 빛이 초속 30만 km의 속도로 1년 동안 나아가는 거리로 9조 4670억 7782만 km이다. 그럼 400년 뒤에 지구에 온다는 삼체는 얼마나 먼 거리에 있는 것일까? 음... 상상 속으로만 따져본다. 아무튼 나처럼 과학적인 지식이 학창시절에 머물러 있더라도 조금 더 시간을 내서 찬찬히 읽어보시길 추천드린다. 새로운 SF의 향연에 푹 빠져들 것이다.



이 포스팅은 자음과모음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관점에서 살펴보고 작성했다.



* 출처 : 박기자의 책에 끌리다, 책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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