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 Rock - A급 밴드의 B급 음반
사은국 지음 / 도서출판 11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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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콜피온스, 건스앤로즈, 메탈리카 등. 어렸을 땐 사운드가 웅장하면서도 깊은 감동을 주는 락이나 메탈 음악을 꽤나 좋아했었다. 중학교 올라갈 무렵에 형에게 배운 통기타 실력을 조금 뽐낼 수 있게 된 중3 때에는 교내 음악회에도 참가할 만큼 기타 좀 치는 아이가 되어 있기도 했다.


하지만 고등학교 다닐 때 기타를 칠 만한 시간을 내지 못했고, 대학에서도 밴드 일원이 되지 못했다. 그때 좀 더 밴드에 매달렸다면 지금쯤 어딘가에서 기타를 치고 있을 지도 모를 텐데... 아무튼 오래전 기억들이 추억의 기차를 타고 저 멀리 달려가고 있을 즘에 재미난 책을 보게 됐다.


<A급 밴드의 B급 음반>은 손에 쥐자마자 슬며시 미소가 흘렀다. 어렸을 적에 좋아했던 밴드들의 이름이 눈에 먼저 들어왔기 때문이다. 레드 제플린, 비틀스, 너바나, 라이오 헤드, 본 조비 등등. 그런데, 이런 A급 밴드도 B급 음반을 만들었다고 하니 놀라운 일이다. 하긴 그들도 사람이니 뭐든 다 좋을 수는 없었을 것이다.


p.47

지미 핸드릭스의 데뷔전을 장식한 하이라이트는 크림의 공연장을 찾은 밤이었다. 챈들러는 '기타의 신'으로 추앙받던 에릭 크랩턴에게 핸드릭스를 소개했고, 간 큰 핸드릭스는 크림 멤버들에게 잼 연주를 신청했다. 누구도 감히 도전장을 내밀지 않았던 슈퍼그룹과 나란히 선 지미 헨드릭스는 하울링 울프의 <Killing Floor>를 연주하기 시작했다.


p.91

폴 메카트니에게 첫 솔로 앨범은 외로움과 고통, 아픔을 딛고 혼자서 스튜디오 앨범을 완성했다는 의미로 다가왔다. [Sgt. Pepper's Lonely Hearts Club Band]와 [Abbey Road]를 진두지휘했던 비틀스의 음악 감독이 아무런 이유 없이 <Teh Lovely Linda>나 <Valentine Day>를 넣을 리 없었다.



이 책은 락의 고전으로 불리는 전설적인 밴드들의 멋진 음악과는 별개로 '맛이 갔다'는 표현이 어울릴 만한 B급 음반을 내야만 했던, 어쩌면 더 인간적인 냄새가 물씬 풍기는 이야기들을 주제로 잡았다. 더욱이 이 책은 1970년대~90년대까지의 헤비메탈 밴드와 명반, 그리고 당시 히트했던 곡들에 대해 정리해 소개했던 <헤비메탈 계보도>를 썼던 사은국 씨가 낸 책이라 더 재밌게 읽을 수 있었다.


그런데 A급 밴드라고 불리던 전설적인 그룹들이 어떻게 B급 음반을 냈던 것일까? B급이라고 하면 기타줄 하나 풀린 것처럼 뭔가 따로 노는 느낌일 텐데 말이다. 저자는 이름 있는 음반, 헤비메탈 밴드 위주로 글을 썼던 이전 책에서 언급하지 못했던 공간에 초점을 맞췄다고 이야기했다.


이 책에는 헤비메탈은 물론 록 음악 전반에 걸쳐 정말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는 수많은 밴드 중에서도 추려낸 그룹들이 소개되어 있다. 어쩌면 이들이 만들었다고 믿기지 않을 형편없는 작품이거나 이들이 유명해지기 전에 만든 실험적인 곡들일 수도 있다. 밴드들의 뒷이야기와 뒤섞여 흥미롭게 읽을 수 있다.


p.137

1집부터 6집 [Physical Graffiti]까지 쉴 새 없이 달린 레드 제플린은 비틀스가 사라지고 롤링 스톤스 홀로 남은 1970년대 초반 록 음악 신에 홀연히 등장하여 블루스 록에 기반해서 디스토션을 증폭시킨 하드 록과 60년대 중반부터 인기가 급상승한 사이키델렉 록을 접목해서 헤비메탈로 가는 길을 닦았다. 또한 브리티시 포크 록, 프로그레시브 록, 펑크, 레게, 인도 민속 음악까지 아우르며 음악의 영역을 다채롭게 확장했다.


p.208

에어로스미스의 이름을 들어본 적 없는 신세대에게 밴드를 알리는 게 급선무라 판단한 매니지먼트는 1984년 6월부터 이듬해 1월까지, 신곡이나 앨범이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기존 히트곡 리스트로 구성한 'Back in the Saddle' 투어를 시작했다. 파산 상태에 있던 멤버들은 투어 수입으로 돈 문제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특히 이 책은 록 음악과 메탈에 진심이었던 40~50대 이상의 사람들에겐 추억의 기차표를 선사할 것이다. 아이돌로 대표되는 신세대 음악을 듣고 자라고 있는 MZ세대들에겐 다소 낯설 수도 있다. 하지만 강렬한 사운드가 주는 매력은 또 다른 음악의 세상으로 이끈다.


이 책의 저자는 시간이 흐르면서 재평가되거나 밴드의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히스토리를 가진 20개의 음반을 추렸다고 말했다. 발매 당시 조명을 받지는 못했거나 발매된 이후에는 그 밴드가 음악의 방향성을 바꾸는 바람에 환영받지 못한 앨범들에 대한 이야기를 소개하고 있다.


이 책을 보니 영화 [와이키키 브라더]의 이야기가 떠오른다. 주류 밴드가 되진 못했지만 B급 감성 충만하게 음악에 대한 열정을 간직한 아재들이 사랑한 음악에 대한 이야기가 바로 이 책에서 소개하고자 하는 B급 음반들이란 생각이 든다.


p.236

<These Are the Days of our Lives>는 차분하게 과거를 추억하는 가사와 아름다운 멜로디가 녹아든 발라드다. 프레디 머큐리 생전 마지막으로 촬영한 뮤직비디오를 보고 있으면, 멤버들 모두가 그와 관련해서 날마다 쏟아지는 에이즈 관련 루머를 부정하고 있지만 퀸의 리드 보컬이 삶의 마지막을 향해 가고 있음을 직감할 수 있다.


p.256

늘 기존 음악 스타일 너머를 보면서 걸어왔던 라디오헤드의 행보는 [OK Computer] 앨범에서 당시 막이 오른 디지털 시대를 상징하는 컴퓨터 사운드를 도입하면서 얼터너티브 록을 뛰어넘어 아트 록의 영역까지 성큼 다가갔다.



어느 세대든 청소년기에 즐겨 들었던 음악들은 평생을 간다. 이 책에 소개된 수많은 그룹들의 음악은 팝음악 역사에 한 획을 그었다고 할 정도로 큰 발자취를 남겼다. 또한 그들을 보고 자란 세대들이 새로운 장르의 음악을 선보여 왔고, 그다음 세대로 이어지며 계속 성장하고 있다.


사람들의 기억 속에 오래 남아 있는 명반들이 나오기까지 수많은 습작들과 실패작들이 숨어 있다. 저자의 말처럼 이 책을 읽으면서 흥미가 생긴 그룹이나 앨범이 있다면 스마트폰으로 검색을 하거나 유튜브 영상을 직접 찾아서 보고 들어 보시기 바란다. 음악과 함께 이 책을 읽어 보면 그동안 잘 몰랐던 새로운 음악 세계에 푹 빠져들 것이다.



이 포스팅은 도서출판 11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관점에서 살펴보고 작성했다.



* 출처 : 박기자의 책에 끌리다, 책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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