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큘라 윌북 클래식 호러 컬렉션
브램 스토커 지음, 진영인 옮김 / 윌북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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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딕 호러물의 대표작으로 손꼽히는 <드라큘라>는 영화, 드라마, 뮤지컬, 만화, 애니메이션, 웹소설 등에 아이디어를 제공하거나 직접 혹은 간접적으로 여전히 그 소재가 활발하게 활용되고 있다. 하나의 소재를 서로 다른 장르에 적용하여 이렇게 큰 파급효과를 거둔 작품이 있나 싶을 정도다.


1897년에 처음 세상에 소개됐지만 <드라큘라>가 본격적으로 사람들의 관심을 끌게 된 것은 저자인 브램 스토커(Bram Stoker)가 사망한 이후 1920년대가 지나서부터였다. 그런데, 요즘이 어떤 시대인가? 100세 시대를 이야기하고, 대화 전문 인공지능 챗봇인 ChatGPT(챗지피티)의 상용화 문제로 떠들썩하지 않은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21세기에도 여전히 사람의 피를 빨아먹는 흡혈귀의 존재에 대해 사람들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어렸을 때 보았던 영화나 만화 속의 흡혈귀나 구미호 같은 캐릭터들도 드라큘라 백작의 아성에 힘입어 더 매력적으로 다가온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p.11

부다페스트는 기차에서 잠깐 보고 거리를 조금 걸어본 게 전부지만 멋진 곳 같다. 기차가 늦게 도착했으나 최대한 제시간에 출발할 예정이었으므로 나는 역을 멀리 떠나지는 않았다. 그곳에서 내가 받은 인상은 이제 서양을 떠나 동양으로 가고 있다는 것이었다.


P.17

남자 주인은 편지에 돈이 동봉되어 있으며 아는 것은 그뿐이라고 중얼중얼 말했다. 드라큘라 백작을 알고 있는지, 백작의 성 이야기를 뭐든 해줄 수 있는지 묻자, 두 사람 모두 성호를 긋고는 아무것도 모른다며 더는 말하지 않았다. 출발할 때가 다 되어 이들 말고 다른 사람을 찾아 질문할 틈은 없었다. 그들의 모습이 너무나 의아했고 마음이 하나도 편하지 않았다.


P.26

나를 백작에게 데려다줄 마차가 왔는지 밖을 내다보았다. 어둠 속에서 등불이 빛나기를 기대했으나 컴컴할 뿐이었다. 유일한 빛은 우리 마차에 달린 깜박이는 등불밖에 없었다. 달리느라 지친 말들이 뿜어낸 김이 그 불빛에 구름처럼 비쳤다. 이제 바닥에 모래가 섞인 허연 길이 펼쳐졌으나 탈것의 흔적은 없었다.



<드라큘라>가 영화나 드라마, 애니메이션 같은 비주얼적인 인상이 강하게 자리 잡고 있다면 원작 소설을 다시 읽어보면 어떤 느낌으로 다가올지 궁금했다. <드라큘라>에 대한 수많은 번역본들이 나와 있는데, 이번에 윌북 출판사에서 클래식 호러 컬렉션으로 새롭게 출간했다는 <드라큘라>는 특히 일기와 편지의 서간체의 특징을 살리는데 많은 공을 들인 것처럼 보인다.


작품에 대한 배경 설명이나 작가의 개입 없이 일기나 편지글만 읽어도 읽다 보면 줄거리는 물론 편지를 쓴 이의 감정 상태를 알 수 있게 되어 있다. 그래서인지 공포의 감정이 텍스트로 되살아나는 느낌이다. 한창 편지가 유행하던 시절에 국어 쌤이 편지가 없는 시대를 배경으로 편지를 써보라는 특이한 주문을 했던 기억이 새삼스럽게 떠오른다.


브램 스토커가 꿈을 꾼 이야기를 바탕으로 만들었다고 하는 <드라큘라>는 이제 수많은 스토리로 새롭게 변주되고 있다. 마치 드라큘라의 이야기를 전한 조너선 하커가 곳곳에서 등장하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사람들이 불안과 공포에 대해 느끼는 감정은 이 작품 속에서도 잘 드러나고 있다. 이미 작품 초반에도 백작이 사람이 아니란 걸 눈치채지만 쉽게 떠나지 못한다. 마치 마법의 미약을 삼킨 것처럼 말이다.


p.187

오늘은 기분이 좋아서, 교회 묘지의 그 자리에 앉아 일기를 쓰고 있다. 루시는 훨씬 좋아졌다. 어젯밤에는 밤새 푹 잤고 나를 깨우지도 않았다. 아직도 창백하고 지친 모습이지만 장밋빛 뺨이 돌아오는 것 같다. 루시가 빈혈이라면 이해가 갈 텐데, 빈혈이 아니다. 그래도 기분이 좋고 활기 넘치며 명랑하다.


P.335

웃음은 왕이야. 자기가 오고 싶으면, 원하는 방식으로 온다네. 웃음은 아무에게도 질문하지 않아. 적절한 때를 고르지도 않아. 그저 ‘난 여기 있어’라고 말할 뿐. 자, 나는 그토록 매력 있던 젊은 여성을 생각하며 마음 깊이 슬퍼하고 있네. 이 늙고 지친 내가 루시에게 피를 주었어. 내 시간과 기술, 내 잠을 바쳤다고. 같이 고생한 다른 사람들도 루시가 인생을 다 누리게 되길 바랐지.


p.344

누군가 이 일기를 보고 싶어 할 때 내가 미리 준비해두면 조너선이 혼란에 빠지지 않아도 될 것이다. 내가 대신 말해주면서, 조너선이 이 문제로 힘들어하거나 걱정하게 만들지 않을 수 있다. 조너선이 불안을 이겨낸다면 내게 전부 이야기해 주고 싶을 수도 있다.



흡혈귀를 대표하는 고딕 호러의 대명사로 불리는 <드라큘라>에 대한 스토리를 여기서 새삼스럽게 이야기할 필요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많이 알려져 있어서 몇 가지만 짚어보고자 한다. 우선 드라큘라가 주는 공포는 무엇일까? 뾰족한 이와 검은 망토일까? 아니면 새하얀 피부에 나이를 가늠하기 힘든 매력적인 캐릭터라서 거부하기 힘들었기 때문일까?


하지만 누군가 내 목에 이빨을 꽂고 피를 쪽쪽 빨아먹는다고 생각하면 몸서리가 쳐진다. 사자가 영양의 목을 죽을 때까지 물고 있는 것 같은 모습이 떠오른다. 그런데 죽지 않고 계속 피를 빨려야 한다면 더 끔찍하지 않은가. 어찌 됐든 이런 드라큘라의 모습은 원작과 닮아 있으면서도 원작과는 다른 형태로 계속해서 새롭게 탄생할 전망이다.


무엇보다 원작을 읽어 보면 기존에 보았던 영상 작품들과는 사뭇 다른 느낌으로 다가올 것이다. 원래 드라큘라의 내용이 이런 거였나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생경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영국인 변호사 조너선 하커의 입을 통해 전해지는 드라큘라의 이야기는 계속 이어질 것처럼 보인다. 알고 보면서도 더 흥미롭게 다가온다. 내용을 이미 알고 있더라도 원작을 꼭 읽어보시길 추천드린다.



이 포스팅은 윌북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관점에서 살펴보고 작성했다.



* 출처 : 박기자의 책에 끌리다, 책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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