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가분 - 정혜신·이명수의 나를 응원하는 심리처방전
정혜신.이명수 지음, 전용성 그림 / 해냄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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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같은 기분이라면 한마디로 '홀가분하다'라고 말할 수 있겠다. 지난해 연말에 우리 가족은 큰일을 하나 해결했다. 그 이후 새해가 되어서도 홀가분한 마음으로 그동안 하지 못했던 일들을 하나둘 진행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내가 요즘 공을 들이고 있는 건 시간 날 때마다 조금씩 해왔던 집 수리를 본격적으로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요즘 읽고 있는 <홀가분>이란 책을 보니, 이런 기분이 어떤 것인지 좀 더 명확하게 알 수 있게 됐다. 이 책에서 정혜신 박사가 이야기했던 것처럼 요즘 나의 기분이나 상태는 '이것으로 충분하다'는 말로 정의할 수 있다.


이 책은 정신과의사인 정혜신 박사가 쓰고, 그녀의 남편이자 심리적 구루라는 이명수 대표가 마음을 포개어 다른 사람이 아닌 '나를 응원하는 심리처방전'이자, 그림 에세이라고 할 수 있다. 요즘 홀가분해서인지 몰라도 이 책 <홀가분>을 정말 맘 편하게 읽고 있다.


p.21

심리적으로 자기를 보호하는 일을 이기적으로 생각하는 것은 '내가 사는 곳엔 맑은 공기가 너무 많아서 참 걱정이야'라고 한탄하는 일처럼 어리석고 기괴합니다.

'어떤 경우에도 나를 보호하는 것이 최우선이다...' 되뇌며 힘겹게, 자기보호의 실력을 배양 중인 모든 이들에게 열렬한 응원을 보냅니다.


p.57

저와 잘 알고 지내는 어떤 이는 몸이 정직합니다. 물리적 상황 변화에 있는 그대로 반응합니다. 예를 들어, 늘 자던 만큼의 수면 시간이 확보되지 못하면 어떤 식으로든 그만큼이 보충되어야 하고, 조금이라도 무리했다 싶으면 반드시 충분한 휴식을 취해줘야 활동에 지장이 없습니다. 몸이 신경통 일기예보만큼이나 정확하게 상황에 맞대응합니다.




지난주에 목포로 이사를 가서 10년째 사업을 하고 있는 친구네를 오랜만에 방문했다가 진도 앞바다까지 가서 그 친구가 마련해 준 텐트를 치고 화롯불을 보면서 한동안 멍하니 겨울바다를 바라보았다. 요즘 이보다 더 평온한 날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편안한 마음 파도 소리가 아직도 귓가를 맴돈다.


정신없이 바쁘게 살던 지난 20년의 시간을 되짚어 보니 정말 편안한 휴식 시간을 보내고 왔다는 생각에 친구에게 넘 감사한 마음이다. 이 책의 프롤로그에서 정혜신 박사는 남편에 대한 존경과 사랑 그리고 심리적 배후의 짝이라는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 책을 읽다 보니 내 짝꿍에게도 말이나 행동으로 좀 더 감사와 사랑을 표현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요즘 이혼과 헤어짐을 별일 아닌 것처럼 여기는 풍조가 있는데, 사람의 마음이나 기분이 한순간에 달라질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더욱이 마음을 나누고 생각을 공유할 수 있는 벗이 있다면, 그 벗이 자신의 반려자라면 더할 나위 없이 좋지 않을까.


p.75

모자람이 성취의 가장 중요한 동기라는 성공신화는 어떤 경우엔 가장 마음에 와닿는 잠언이 됩니다. 지금 무언가 모자란다고 느낀다면 '조만간 무엇을 이루겠구나'하는 신호일지도요. 결핍 동기를 통해서 쿠바나 설렁탕집처럼 어떤 성취의 단계에 도달할 수 있는 복된 나날이시길.


p.119

내 기억 저편에 웅크리고 있는 '어린 나'를 살뜰하게 배려하고 보듬어 주는 듯한 밥상을 마주하는 일은 그 자체로 치유입니다. 당연히 그런 치유적 밥상을 누군가에게 마련해 주는 모든 이는 치유자일 수밖에요. 그러므로 치유자가 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어떤 이가 진심으로 원하고 있을 따뜻한 밥 한 상 차려서 함께 수저를 나누는 일입니다. 그런 게 치.유.적. 밥.상.이겠지요.




'홀가분(하다)'의 사전적 의미는 '거추장스럽지 아니하고 가볍고 편안하다'는 뜻을 담고 있다. 또한 '다루기가 만만하여 대수롭지 아니하다'는 뜻도 가지고 있다. 어떤 의미를 갖고 있든 간에 앞서도 이야기했던 것처럼 요즘처럼 홀가분한 기분을 느끼는 것도 오랜만이라 이 감정을 오래도록 유지하고 싶다.


이 책에 소개된 내용들은 정혜신 박사가 남편과 함께 몇 년간 홈페이지에 연재하며 많은 이들의 마음을 어루만져 주었던 '그림 에세이'로, 그중에서 엄선한 103편의 글과 여운을 주는 전용성 화백의 담백한 그림이 좀 더 편안하게 책을 읽을 수 있게 해준다.


매일같이 치열하게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다면 쳇바퀴를 열심히 돌리고 있는 다람쥐처럼 생각될 수 있다. 사회적 지위를 고민하고 돈 걱정과 세상에 뒤처지지 않을까 하는 이런저런 고민만 하다 정작 자기가 뭘 위해 사는지 놓치고 산다면 정말 안타까운 일이다. 이 책이 마음의 안정을 찾고 새로운 길로 나아가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 가벼운 마음으로 읽어보시길 추천드린다.



이 포스팅은 해냄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관점에서 살펴보고 작성했다.



* 출처 : 박기자의 책에 끌리다, 책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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