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망으로 읽는 밤의 동화
안지은 지음 / 콜라보 / 2022년 12월
평점 :
절판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유튜브, 카카오스토리 등. 우리는 어딘가로 연결되어 있는 SNS를 통해 매일 다른 사람들의 일상을 들여다보고 있다. 또한 그들이 추구하는 욕망을 보고 부러워하고 나도 내 일상을 공유한다. 그런데 누군가를 향한 욕망을 동화 속에서도 찾을 수 있다고 이야기하는 책이 새로 나왔다.


<욕망으로 읽는 밤의 동화>의 저자는 이 책이 오래전 끼워둔 책갈피처럼 생각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우연히 들춰 본 책에서 툭 떨어진 책갈피를 보며 동화에 대한 낭만을 추억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이야기했다. 길을 걷다 우연히 들른 곳에서 추억의 한 페이지가 떠오르는 경우도 있으니 충분히 이해가 된다.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하고 있다는 저자는 12가지 고전동화 속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을 욕망의 관점에서 바라보고 재해석함으로써 그들이 가지고 있을 법한 욕망의 그림자를 꺼내 한 권의 책에 담아냈다.


p.18

디즈니 영화로 익숙한 <신데렐라>는 유럽과 지중해 문화권에서 오래전부터 전해 내려오는 설화를 토대로 한다. 정확한 원작가가 누군지는 불분명하지만 현재는 샤를 페로의 버전과 함께 새엄마가 딸의 발이 구두에 맞게 하려고 발의 일부를 자른다는 조금 잔인한 내용이 담긴 그림 형제의 작품으로도 원작 동화를 만날 수 있다.


p.38

<인어공주는>는 안데르센이 오래 짝사랑했던 여인의 결혼 소식을 듣고 상실감에 빠져서 써 내려간 동화다. 주로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여타 공주들의 사랑 이야기와 달리 인어공주의 사랑은 이루어지지 않을 뿐 아니라, 목소리를 내주고 목숨을 잃어 물거품이 되는 혹독한 대가를 치른다.



그녀는 뒤늦게 동화의 매력에 빠져 3년이 넘는 시간 동안 동화 원작을 탐독하며 새롭게 포착된 장면들과 각 캐릭터들의 욕망을 글과 그림으로 표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를 통해 “욕망하는 인간은 타인의 욕망을 보며 위로받는다”는 주제를 던지고 있다.


이 책에는 사랑, 인간 본성, 관계, 성장이라는 주제에 맞춰 신데렐라, 인어공주, 헨젤과 그레텔, 알라딘, 벌거벗은 임금님, 미녀와 야수, 피노키오, 피터팬 등 12가지 고전동화를 욕망의 관점으로 세밀하게 들여다보고 있다.


너에게만 꼭 맞던 그 구두,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 욕망을 다루는 법, 나는 바보가 아니다, 최악에서 시작된 최고의 사랑, 인간이 되려는 건 아니었는데, 정말 네버랜드를 떠나시겠습니까?처럼 소제목을 보고 어떤 동화를 이야기하는지 맞춰 보시라. 좀 더 흥미롭게 책을 읽을 수 있다.


p.62

이 이야기는 작고 예쁜 소녀를 향한 다양한 욕망이 적나라하게 담긴 동화이다. 두꺼비, 풍뎅이, 두더지로 표현된 엄지를 욕망하는 동물들의 사랑 방식은 오로지 자기 자신만을 위한다. 그들의 사랑은 상대의 감정 따윈 안중에도 없기 때문에 엄지의 시선으로 그 모습을 읽는 내내 꺼림직하고 불편하게 다가온다. 그 불편함의 이면에는 무엇이 있는 걸까.


p.97

마녀가 헨젤을 잡아먹으려고 불을 지필 때 그레텔은 기지를 발휘해 잽싸게 마녀를 화덕에 가두고 두 아이는 살아남는다. 숲에서 돌아온 헨젤과 그레텔의 주머니엔 마녀의 집에서 가져온 보물로 가득했다. 이제 남매는 가난 때문에 숲으로 내쫓기는 일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집으로 향하는 남매의 발걸음이 활기차게 느껴지지 않는다. 주머니에 가득 넣은 보물은 악당을 무찌르고 얻은 전리품이 아닌 모진 시절을 겪은 씁쓸한 훈장처럼 느껴진다.



오랜만에 동화책을 다시 읽고 있다. 그런데 어렸을 때 읽었던 동화는 어른이 되어서 읽어 보니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시간이 많이 지나고 또 좀 더 나이가 들어서 보니 또 다른 느낌이 든다. 어렸을 땐 누군가 결론지어 준 이야기가 맞다고 생각했는데, 커서 보니 생각의 차이를 둘 수 있는 여지가 생겼다.


<욕망으로 읽는 밤의 동화>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고전동화의 날 것처럼 작가의 시선을 따라 이야기 속의 한 장면을 욕망이라는 키워드로 풀어내 새롭게 다가온다. 물론 작가의 견해가 나와 꼭 맞는 건 아니라서 동화에 따라 혹은 바라보는 관점에 따라 달리 생각할 수 있는 부분들도 많았다.


어찌 됐든 기존의 동화적인 시선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선으로 이야기를 풀어간다는 점이 흥미롭게 다가오는 책이다. 올해가 가기 전에 이 책에 소개된 동화책을 다시 읽어보고 싶다.



이 포스팅은 콜라보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관점에서 살펴보고 작성했다.



* 출처 : 박기자의 책에 끌리다, 책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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