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다의 인문학 - 아주 사소한 이야기 속 사유들
박홍순 지음 / 숨쉬는책공장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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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점심때 친구와 혹은 직장 동료와 아내와 나눴던 이야기는 무엇인지 궁금하다. 우리는 밥을 먹다가 술을 마시다가 차를 마시다가도 아니면 카톡 창에 진지한 이야기나 사소한 이야기나 누군가와 끊임없이 소통하길 원한다. 상대가 원하든 원치 않든 간에 말이다.


또는 특정 사안에 대해 난상토론이라도 벌어질 때면 갖은 지식과 풍문들을 다 동원해서 누구와의 경쟁에서도 결코 뒤지고 싶지 않은 욕망이 꿈틀거릴 것이다. 때로는 사적이고 때로는 진지한 이야기 속에서 우리가 얻고자 하는 것은 무엇인가?


단순한 시간 때우기일 수도 있고, 진지한 고민거리에 대한 상담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말이다. 잡담이나 수다라고 해서 다 쓸데없는 실없는 소릴 늘어놓는 건 아니다. 어쩌면 그런 진지한 농담 속에 뼈 있는 일침이 놓을 수도 있다.


p.7

한 알의 모래 속에 세계가 있다. 모래를 있게 한 원리가 곧 세계를 만들어낸 원리이기도 하다. 비슷한 의미에서 정지한 듯 보이는 일상의 짧은 시간에는 견고한 사회구조를 만든 오랜 역사가 녹아 있다. 일상에서 접하는 작은 이야기는 그 자체로 절실한 삶을 담고 있을 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 인간과 사회를 만나는 중요한 통로이기도 하다.


p.19

한국의 먹방문화는 부의 정도를 가리지 않고 모든 계층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가격이 비싸고 희귀한 음식으로 흥청망청하는 소수 부자만의 잔치가 아니다. 물론 쉽게 접하기 어려운 귀한 음식도 가끔 등장하지만 서민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음식인 경우가 많다. 휴게소나 길거리 음식도 해당되고, 배달 음식이 식탁을 가득 채우기도 한다. 가히 온 국민적인 현상이라 말해도 지나치지 않다.



인문학과 철학, 사색을 탈탈 털어 수다 한번 떨어보자는 취지가 빛나는 책이 새로 나왔다. <수다의 인문학>은 말 그대로 인문학적, 철학적 탐구를 통해 일상의 작고 소소한 것들에 대해 진지하면서도 유쾌하게 이야기를 풀어낸 책이다.


TV나 SNS에서 자주 오르내리는 주제, 예를 들어 먹방처럼 언제부터 그런 말이 생겨났는지, 왜 사람들은 먹방에 관심을 갖는지, 먹방과 유사한 사례들은 무엇인지 등 재밌고 유쾌하게 먹방과 관련된 궁금증을 풀어주고 있다.


한국의 먹방 문화를 통해 심리적으로 관심을 끄는 것은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살펴보고 있다. 역사적인 맥락이나 사회구조, 문화의 흐름 등 인문학적인 지식을 총동원해 뭣이 중헌지 따져 본다.


p.61

대화 과정 속 권위는 나이의 많고 적음이 아닌 그 사람이 제시한 내용의 올바름과 논리적 설득력에서 나와야 한다. 그런 점에서 루소가 <에밀>에서 "청년들이 자기의 교사에 대하여 가져야 할 신뢰는 이성의 권위, 뛰어난 지혜, 청년이 알 수 있고 자신에게 그 효용을 느낄 수 있는 장점에 의거해야 한다"라고 지적한 점은 진진하게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p.91

벼룩시장은 시장을 뜻하는 마켓에 '벼룩'을 붙여 플리마켓이라고 부른 것을 직역한 말이다. '벼룩'이라는 말이 붙은 유래에 대해서는 여러 의견이 있다. 다루는 것들이 벼룩이 들끓을 정도로 오래된 물건이라는 설이 있다. 혹은 프랑스어로 다갈색이라는 뜻도 있어 오래된 물건을 가리킨다는 설도 있다.



꼰대, 이번 생은 망함?, 돈만 N포세대, K팝, 음모론, 진보와 보수 등 일상 속에서 술안주 거리로 자주 오르내리는 수다 소재를 통해 인문학과 철학으로 이야기의 가지를 넓혀가다 보면 어느새 인문학의 큰 얼개를 타고 흐르는 정신을 느낄 수 있다.


어쩌면 너무나 사소해서 질문하기조차 꺼려졌던 일들에 대해 <수다의 인문학>에서는 현미경을 들이대고 세밀한 잣대로 관찰한 결과를 보여주고 있을 수도 있다. 다만 우리가 느끼지 못했던 것뿐이다. 인문학의 묘미를 느끼고 싶다면 이 책을 기꺼이 추천한다.


이 책을 읽다 보면 인문학이나 철학이 결코 오래되고 낡은 것이 아닌 우리 주변에 늘 살아 숨 쉬고 있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될 것이다.



이 포스팅은 숨쉬는책공장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관점에서 살펴보고 작성했다.



* 출처 : 박기자의 책에 끌리다, 책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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