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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기 쉽게 풀어쓴 현대어판 : 나사의 회전 ㅣ 미래와사람 시카고플랜 시리즈 6
헨리 제임스 지음, 민지현 옮김 / 미래와사람 / 2022년 11월
평점 :
헨리 제임스의 소설 <나사의 회전(The Turn of the Screw)>은 고딕 호러 장르로 분류할 수 있다. 이 작품은 1898년에 집필되었는데, 귀신 들린 집에 대한 이야기의 원형을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드라마, 영화 등 다양한 작품의 배경으로 사용된 작품이기도 하다.
2018년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블라이 저택의 유령(The haunting of Bly Manor)]도 <나사의 회전>이 원작이다. 이야기는 한 마디로 영국의 한 저택에서 지내고 있는 가정교사가 그 집에 나타난(?) 유령들로부터 아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는 내용이다.
이 책이 관심을 끄는 이유는 이야기 안에 또 다른 이야기 들어 있는 형태로 과거를 회상하는 장면이 교차하면서 여러 가지 해석을 낳고 있다는 점이다. 또한 1인칭 주인공 시점에서 찾을 수 있는데, '난롯가에 모여 앉은 우리들은 숨을 죽이고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로 시작하는 첫 구절에서 우리 또는 나로 지칭되는 누군지 모를 화자를 통해 전체적인 분위기를 설명한다는 점도 특징으로 꼽을 수 있다.
대학 다닐 때 MT를 가면 한쪽에서는 술도 마시고 노래도 부르지만 분위기가 어느 정도 가라앉고 삼삼오오 모여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 보면 누군가 들려주는 야릇하면서도 섬뜩한 이야기를 들려주곤 했던 기억이 난다.
어디서 그런 이야기를 들었는지 모르겠지만 혼자 공부하는 방에 창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돌아보니 웬 할머니가 있었다는 이야기에서 그 방이 2층에 있었다는 이야기를 뒤늦게 듣고 나면 새벽녘에 화장실 가기 무서워 어떻게든 친구 하나를 깨워 함께 밖으로 나갔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왜 오래된 저택에 모여 무서운 이야기를 하게 되는지 모르겠지만 괴담이나 미스터리는 한밤중에 들으면 더 많은 관심을 끌기에 충분한 소재다. 이 책도 조용한 새벽녘에 읽으면 좀 더 오싹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헨리 제임스는 현대 심리 소설의 선구자로 불린다. 그는 ‘의식의 흐름’ 기법을 통해 글에서는 명확하게 누가 누구인지 알려주지 않아 모호한 느낌이 들게 한다. 첫 번째 화자가 누구인지 모르게 다소 모호하게 시작했다면, 두 번째 화자인 가정교사는 그녀의 출신 배경과 더글라스와의 관계 등에 대한 설명이 좀 더 자세히 나와 이야기의 흐름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
지금은 누가 범인이고 어떤 일이 있었는지에 대해 명확하게 설명하지 않는 것이 크게 이상하진 않지만 이 소설이 19세기에 나왔을 당시에는 3차원 형태의 신뢰할 수 없는 화자의 모호한 서술은 굉장히 특이했을 것이다. 무엇보다 내용이 흥미롭다. 꼭 읽어보시기 바란다.
참고로 <읽기 쉽게 풀어쓴 현대어판 나사의 회전>도 미래와사람 출판사에서 새롭게 펴낸 시리즈 중 하나다. 고전 문학을 원문 그대로 읽고 해석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이 책은 극중 대사나 상황 설명을 현대어로 풀어쓰고, 주석을 달지 않아도 누구나 쉽게 책을 읽고 내용을 이해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이 포스팅은 미래와사람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관점에서 살펴보고 작성했다.
* 출처 : 박기자의 책에 끌리다, 책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