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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고전요약.zip - 도스토옙스키의 '죄와 벌' 외 다섯 작품
Team. StoryG 지음 / oldstairs(올드스테어즈) / 2022년 11월
평점 :
고전 중에서도 베스트로 꼽히는 여섯 작품을 그래픽 노블로 새롭게 구성한 책 <인생고전요약.zip>이 새로 나왔다. 이 책에는 『1984』, 『동물농장』, 『죄와 벌』, 『위대한 개츠비』, 『햄릿』, 『베니스의 상인』까지. 읽어 보진 않았어도 한 번쯤 들어봤을 작품들이 담겨 있다.
이 책의 특징은 만화적인 그림과 텍스트로 이루어진 소설의 중간 형식을 취한 그래픽 노블로 되어 있어 누구나 쉽게 읽어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여섯 작품에 가장 잘 어울리는 그림체를 찾아 표현함으로써 각각 다른 느낌으로 여섯 편의 다른 그림체를 감상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말장난의 신으로 불리는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작품이 두 개(베니스의 상인, 햄릿), 현대문학의 새로운 장을 열어주었다는 평가를 받는 조지 오웰의 작품(1984, 동물농장)도 각각 두 개다. 그리고 표도르 도스토옙스키의 작품(죄와 벌) 한 개와 F. 스콧 피츠제럴드의 작품(위대한 개츠비)의 작품 한 개가 쉽고 재밌게 설명된 요약집처럼 한 권으로 묶여 있다.
p.11
셰익스피어는 연극 도중에도 관객들의 반응을 살펴가며 즉석에서 대사를 고치거나 설정을 바꾸기도 했다. 이러한 유연성과 기발하면서도 이중적인 표현은 '영어'를 풍부한 언어로 탈바꿈시켰고, 덕분에 단순 상거래에서나 사용되던 영어가 중요한 문학어로 자리잡을 수 있었다.
p.55
셰익스피어는 살아생전 단 한 권의 책도 출간하지 않았다. 아니, 출간하지 못했다. 소설이나 시와 달리 그가 쓴 '희곡'은 말 그대로 연극의 대본이다. 연극의 대본을 엮어 책으로 출간하게 되면 당연히 연극 공연을 보러 오는 관객의 수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따라서 셰익스피어는 관객들이 극장으로 찾아오도록 해야 했고, 자신이 쓴 희곡 작품들을 책으로 출간할 수 없었다.
이 책에 소개된 여섯 편의 고전문학을 원문 그대로 읽기는 쉽지 않다. 따라서 번역서로, 또한 쉽게 요약된 책을 찾기 마련이다. 하지만 스마트폰 하나만 있으면 애니메이션, 영화, 드라마, 게임, 음악 등 다양한 볼거리와 즐길거리가 가득한 세상이다.
이제는 아침부터 밤에 잠들 때까지 손에서 놓지 못하는 스마트폰으로 세계 각국의 주요 이슈나 뉴스들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그러니 요즘 같은 디지털 시대에 오래전에 씌여진 고전문학은 읽기도 벅차고 분량도 많아 읽어볼 엄두조차 내기도 힘들었다면 이제 고민 끝이다.
이 책은 빼곡하게 텍스트로만 이루어진 소설책 대신 소설 속 이야기에 상상력을 불어넣어 줄 그림들과 함께 간략한 요약해 설명해 주고 있다.
p.97
미국 중서부의 중산층 가문에서 태어난 피츠제럴드와 헤밍웨이, 두 사람은 공통점이 많았다. 두 사람 모두 실연의 상처를 문학적 원동력으로 삼았고, 무엇보다 술을 좋아했다. 이 둘의 차이는 글을 쓸 때의 태도에서 나타났다. 피츠제럴드는 집필 중에도 술을 즐긴 반면, 헤밍웨이는 주사도 숙취도 없었고, 그는 '아무리 마셔도 취하지 않을 자신이 있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
p.159
도스토옙스키는 평생을 돈에 허덕여 살았다.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났고, 형이 죽고 난 후 빚을 떠안았으며, 유가족의 생활비까지 책임져야 했기 때문이다. 그에게 글쓰기는 예술적 표현의 수단이 아닌 '생계'였다. 그는 아직 머릿속에만 존재하는 소재를 담보로 원고료를 가불받아 썼고, 이미 동난 원고료를 떼이지 않기 위해 졸속으로 작품을 완성해야 했다. 그는 이러한 연유에서 사람들에게 인기 있는 소재를 찾기 위해 매일 같이 신문을 탐독하기도 했다.
따라서 이 책 한 권만 봐도 여섯 편의 고전문학을 단숨에 읽은 것처럼 주요 내용과 등장인물, 사건의 전말에 대해서, 그리고 이 작품이 어떤 배경에서 씌여졌고 이 작품을 쓴 작가는 어떤 사람들인지 그동안 잘 알지 못했던 사건이나 사고 같은 내용들도 함께 알 수 있어 흥미로울 것이다.
특히 이 책을 넘기다 보면 각 작품들의 독특한 색깔을 표현해 주는 그림체가 눈길을 끈다. 책에 가득 담긴 삽화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읽기만 하던 책과는 다른 느낌으로 다가올 것이다. 물론 아무리 좋은 내용을 갖고 있다고 해도 읽지 않으면, 읽히지 않으면 그 가치를 알 수 없다. 따라서 고전문학 작품을 읽어야 하는 책이 아니라 보고 싶고 즐길 수 있는 책이면 더 좋을 것이다.
이 책은 이런 컨셉에 맞춰 잘 만들어졌다. 그래픽 노블이라는 형식을 빌려 고전문학의 재미를 새롭게 알려줄 것이다. 이 책을 다 읽고 나면 해당 작품을 완독해 봐야겠다는 도전 정신이 슬며시 고개를 들 수도 있을 것이다. 즐겨보시라.
이 포스팅은 올드스테어즈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관점에서 살펴보고 작성했다.
* 출처 : 박기자의 책에 끌리다, 책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