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유사 - 현실과 환상이 만나고 다투다가 하나 되는 무대 클래식 아고라 2
일연 지음, 서철원 옮김 / arte(아르테)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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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유사(三國遺事)>는 고려 시대의 승려인 일연(一然)이 충렬왕 7년(1281년)에 썼다고 알려지고 있다. 김부식이 고려 인종 23년(1145) 때 왕명에 따라 쓴 <삼국사기(三國史記)>와 함께 우리나라에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역사서로 알려져 있다.


참고로, 아르테(arte)의 새로운 고전 시리즈 [클래식 아고라] 두 번째 편인 <삼국유사>는 원래 5권 3책으로 된 것을 이번에 1권으로 묶어 출간됐다. <삼국유사>에서 '유사'란 무슨 말일까? 유사란 빠뜨린 일, 남겨둔 일 혹은 버려진 일 등으로 풀이된다는 점도 흥미롭다.


p.22

당산나무가 있었던 곳을 '신시', 환웅을 '황웅천왕'이라 불렀다. 바람, 비, 구름의 신과 함께 곡식, 생명, 질병, 형벌과 선악 등의 사람들 사이 360여 가지 일을 맡으면서, 세상에 머물러 다스리고 교화했다.

이때 어떤 곰과 호랑이가 같은 동굴에 살았다. 그들은 사람되기를 바라고 늘 환웅 신에게 빌었다. 환웅 신은 영험한 쑥 한 심지와 마늘 스무 개를 주며 말했다.

"너희가 이것을 먹으면서 100일간 햇빛을 보지 않아야 사람이 된다."


p.85

27대 덕만 임금의 시호는 선덕여왕으로 김씨였다. 아버지는 진평왕으로 632년 즉위하여 16년간 다스렸는데, 미리 알아맞힌 예언이 3가지 있었다.

첫째, 당나라 태종이 붉은색, 자주색, 흰색 등 3색의 모란 그림과 씨앗 3되를 보낸 일이 있었다. 임금이 그림 속의 꽃을 보고 말했다.

"이 꽃은 향기가 없겠소."

그리고는 뜨락에 심으로라는 명을 내렸다. 꽃이 피었다 지기까지 기다렸지만, 과연 그 말처럼 향기가 없었다.



<삼국유사>는 고구려, 백제, 신라, 가야 등 고려 이전의 삼국시대를 중심으로 불교문화가 도입되고 고려 시대까지 이어지게 된 과정들을 재미난 이야기와 함께 소개해 재미와 감동을 준다. 인연의 얽힘을 강조하면서도 인연의 원인과 결과가 맞물린 서사를 소중하게 대하고 있다는 점도 이 책을 읽어봐야 되는 요소 중 하나다.


<삼국유사>는 역사서지만 개인적인 느낌은 판타지 소설처럼 다가온다. 왜냐하면 왕의 탄생이라든가 불심으로 적을 막기 위해 탑을 세우는 등의 이야기는 기이하면서도 환상적인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또한 <삼국사기>가 왕권 강화의 목적으로 기술되었다면, <삼국유사>는 '기록'보다는 '이야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p.180

나라 이름을 대가락, 혹은 가야라 했는데, 6가야 중 하나였다. 나머지 다섯 분도 각가 다섯 가야의 주군이 되었다. 가락국 금관가야는 동쪽으로 황산강, 서남쪽으로 바다를 접하고 서북쪽으로 지리로 궁궐을 지어 다스릴 때, 어찌나 소박하고 검소한지, 초가지붕 끝도 다듬지 않고 흙 계단도 70cm가 채 못 되었다.


p.229

한나라 시절 역사책의 지리지를 찾아보니 요동은 압록강 밖 유주에 속해 있었다. 여기 나오는 고구려의 거룩한 임금은 누구인지 알 수 없지만, 시조 동명성황이라 할 수는 없었다. 동명성왕은 기원전 19년에 세상을 떠났는데, 이때는 한나라도 아직 불경을 못 보았던 시절이거늘 어떻게 고구려 신하가 산스크리트어를 풀이할까? 그러나 한나라에 이런 문자를 산스크리트어라고 알아볼 수 있는 사람이 있었을 테니까, 마찬가지로 고구려도 부처님의 이름 정도는 알 수 있었을 것이다.



'부처를 만나면 부처를 죽여라'라는 말이 있다. 세상에 유일한 것은 없다는 것이고 누구나 주인공이 될 수 있다는 의미도 담고 있다. <삼국유사>는 우리 역사를 이해하는 데 있어서 하나에만 주목하고 있지 않고 다양성을 부여하고 있다는 점이 주목된다.


<삼국유사>는 크게 왕력편, 기이편, 기타라는 3가지 큰 줄기로 나눌 수 있다. 왕력편에서는 연표, 계보로 왕의 시작과 끝이 언제였는지를 알 수 있다. 기이편에서는 임금의 탄생 설화와 관련된 건국 신화 이야기들을 엿볼 수 있다. 이외에도 불교의 전래를 소개한 흥법편, 불교 신앙의 물질적 근거를 밝힌 탑상편, 경전의 전파와 그에 따른 불교 신앙의 정착 과정을 보여주는 의해편 등 불교 색채를 많이 볼 수 있다.


p.283

오대산에 문수보살의 화신이 머문다는 말은 자장 법사에서 나왔다. 자장이 중국 오대산에서 문수보살을 만나려고, 636년 선덕여왕 때 당나라에 갔다. 당나라 고승전에는 638년에 갔다고 하지만, 여기서는 <삼국사기>의 기록을 따랐다. 태화지 연못가 문수보살 석상 앞에서 7일간 기도하다가, 꿈에서 4행으로 된 게송을 받았다. 깨어나 기억해 보았지만, 다 인도 말이라 이해할 수 없었다.


p.335

원효는 출가할 때 자기 집을 바쳐 초개사를 짓고, 출생했던 밤나무 근처에 사라사라는 절도 지었다. 그 행장에 서라벌 사람이라 했던 것은 그 조상에 해당하는 것으로, 당나라 <속고승전>에는 하상주 사람이라 했다. 665년 문무왕 시절 행정 구역 개편 기록을 참고하면, 여기서 '하상주'란 하주의 속현 압량군으로, 불지촌을 포함하고 있으며 경주 상주 근처이기도 하다.



<삼국유사>는 역사서지만 전설과 신화 같은 이야기들이 그리스로마 신화를 읽을 때처럼 흥미롭게 다가온다. 또한 이번에 새롭게 출간된 책에서는 기존에 출간된 책들이 중역과 낡은 번역으로 점철된 고전에서 벗어나 젊은 학자들의 새로운 시각으로 고전을 바라보고 있다.


또한 복수의 기록이 있는 내용에는 다른 기록을 곁들이고 있으며, 읽기 쉬운 번역과 함께 역자의 해설이 각 편마다 추가되어 있다. 고전은 한자가 많이 들어가 있고 문맥도 난해해 읽기가 어렵다는 고정 관념을 깨고 있고, 쉽게 읽고 이해할 수 있어 중·고등생은 물론 어른들도 함께 읽어두면 좋다.



이 포스팅은 arte(아르테)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관점에서 살펴보고 작성했다.



* 출처 : 박기자의 책에 끌리다, 책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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